작별 인사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5
구드룬 멥스 지음, 욥 묀스터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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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어느 날 아침, 비르기트 언니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사팔눈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워 보였는지 나와 언니는 한바탕 웃어댔다.

그런데 엄마는 웃지 않았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이미 출근한 아빠와 의사에게 차례차례 전화했다. 그러더니 나를 뮐러 아주머니 댁에 맡기고 언니와 병원으로 떠났다. 그날 밤, 아빠는 나에게 언니의 머리에 종양이 퍼져서 곧 죽게 될 거라고 말한 뒤 울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언니가 자는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침대는 텅 비어 있었고 그제야 모든 게 다시 떠올랐다.

구두룬 멥스는 1944년에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동화작가이자 배우이다. <작별 인사>는 어느 날 아침 이상함을 느껴 병원에 간 언니가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3주간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나는 언니를 위해 양 인형을 챙겨주고 손뜨개질로 모자를 만들며 언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지만 정해진 운명은 잔혹하게 언니의 목숨을 앗아간다.

인간의 삶은 부조리함 투성이어서 죽음과 같은 불행이 인과관계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애가 끊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죽고 마침내 썩어 흙으로 돌아가, 존재 자체가 무(無)로 화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우리는 너무 나약한 존재이다. 나약한 존재는 거짓 희망의 관념을 붙들고 '영혼'이라는 이름을 붙여 존재하지 않는 그를 다른 차원에서는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 한결 편안해진다.

스스로 속은 '나'와, 관념 뿐인 '영혼'이 공범이 되어 현실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거짓말은 진화하여 언젠가 나 역시 그 영혼이 되어 사랑했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까지 이른다...

이런 재미없는 상상을 하는 나는 이제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반백의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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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 세계사에서 숨은그림 찾기
정다영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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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보적 성향의 부모님 밑에서 진보 엘리트 조기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지은이가 ,'여행 중 깨닫고 배운 사실' 이라기 보다는 '여행 전 배운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느낌'으로 적어 내려간 가족 여행기다.

확고한 세계관과 방대한 인용 자료가 고등학교 2학년의 머릿속에 꽉꽉 들어차 있어 '부모님이 있는 집에서 해온 백일장 숙제' 느낌이다. 출판까지 이어진 과정도 사뭇 궁금하다.

어쨌거나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2026년에도 이슬람 세계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고, 미국 역시 그렇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 이란을 침공했고, 이스라엘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2천년을 자기땅을 잃고 헤메다 홀로코스트로 인종이 말살될 위기를 겪었다는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은 악마마저 외면할 만큼 잔혹하기 그지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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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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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페인 계 갱단 구스만 파는 콜롬비아에서 마약을 공급받아 스웨덴에 배급하는 광범위한 판매망을 구축한 세력이고, 독일계 갱단 한케 파는 구스만 파의 공급망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중이다.

한케 파는 자신들의 세력이 더 크다는 것을 믿고 구스만 파의 수장 엑토르를 습격해 다리를 부러뜨린다. 엑토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소피 브링크만이라는 간호사에게 반한다.

한편, 국립범죄센터 특별 수사팀장 구닐라는 남동생 에리크, 비밀경찰 출신 안데르스, 인종차별주의자 하세, 마약중독자 라르스 등을 이끌고 온간 편법과 불법을 일삼으며 수사를 하고 있다.

구닐라는 엑토르가 소피에게 반했음을 간파하고 그녀를 뒤쫓다 보면 엑토르가 딸려 나올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정신이 불안정한 라르스에게 도청과 감시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라르스는 감시 대상인 소피에게 반해 그녀를 스토킹하는 등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소피의 옛 연인이자 무기 밀매상 옌스 발은 양쪽 갱단과 어찌하다 엮인 뒤 러시아 갱들에게 쫓기면서 사건은 뒤죽박죽 흘러가기 시작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정작 스토리는 단순하다. 마약 갱단 둘이 싸움이 났는데 하필 한 갱단 두목이 간호사에게 반한다. 갱단을 털어 한몫 챙기려는 부패 경찰이 간호사를 괴롭혀 정보를 얻으려다 그녀의 아들을 차로 치어 불구로 만들어버린다. 갱단끼리 싸움이 격화되어 두목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간호사에게 조직의 뒤를 부탁한다.

후속편이 있는데 2014년에 1부가 번역 발간된 후 반응이 시원치 않았는지 2, 3부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22003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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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고은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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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 신유진이 연인 김서인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김서인은 이시가와 다쿠보쿠의 詩 <집>을 인용한 뒤 '언젠가부터 너는 내게 예쁜 발코니가 딸린 볕이 잘 드는 집. 나는 마당을 뛰놀며 집을 지키는 검둥개가 되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끝맺는다.

신유진은 이 편지를 읽지 못했다. 그녀는 서른세살의 나이(예수가 사망한)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편지는 한때 신유진과 친교를 나누었고, 지금은 여성지 기자로 일하는 화자에 의해 읽힌다. 화자 '나'는 신유진의 요절에 관해 기사를 써야한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리드문을 뽑고 그 속에 그녀와 김서인의 사랑이야기를 버무려 낼 수는 없다. '나'는 김서인을 만나 신유진과의 관계를 캐묻는다. 질문을 하면, 왠지 신유진이 왜 죽었는지, 그녀의 마지막 사랑은 어떤 형태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서인은 신유진을 부정한다. 닭이 울기 전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정하듯이.

예전에 인하대학교 앞에 서점이 두 개 있었다. 길서점과 새벽서점. 길서점은 주인이 어느 날 소문과 함께 사라졌고, 새벽서점은 만화방을 별도로 내는 등 수익사업을 펼쳤으나 끝내 영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쨌거나 둘 중 어떤 서점에서였을 것이다. 중앙에 깔린 신간을 보는데 고은주의 <여자의 계절>이 깔려 있었다. 작가의 얼굴을 전면에 배치한 책은 마치 '소설가인데 예쁘지?' 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엉뚱하게도 소설책을 사서 읽으면 출판사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 생각하여 고은주의 소설을 읽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여름>을 두고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2011년에 읽었는데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은 아나운서와 청취자 스토커의 이야기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현기증>은 나쁘다 좋다를 떠나 이미지만 가득하다. 자클린 뒤프레와 바렌보임, 마일스 데이비스, 이시가와 다쿠보쿠 등 음악가와 시인들을 주워 섬기며 관심분야 자랑과 이미지 놀음을 펼친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쿨함을 유지하며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 김서인, 그리고 그런 김서인에게 열정적인 태도로구애하는 소설가 신유진의 구도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작가는 '요새 어린 작가들이란...' 하는 태도로 다음과 같이 한탄한다.

건조함과 냉소는 이제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이 되어 있었다. 쿨하다는 말조차 이제는 더 이상 쿨하지 않았다. 작가들은 스스로의 삶에서도 건조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의 삶이 건조한지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쓴 소설을 뒤적이는 내 손이 점점 더 메말라가고 있었다. 유진의 건조함은 그런 종류의 까칠한 메마름과는 달랐다. 그것은 단정한 문체와 정돈된 구성이 빚어내는 빠듯함의 결과일 뿐, 그처럼 미리 계산된 것이 아니었다.

항상 새로운 선지자가 나타나면 그 종교는 이단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헤겔의 변증법이 거꾸로 선 이유가 뭐겠는가. '나까지가 끝'은 본인이 외치는게 아닌데, 성급한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금단의 문장을 발설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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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서 솟아오르다
이청해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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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두 살로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웹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업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웹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도 박했다. 게다가 '나'는 불끈하는 성정 탓에 수시로 직장을 옮겨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처지가 못 되었다. 그런 이유로 '판도라'라는 별칭의 남자 친구와도 그저 '쿨한' 관계를 이어갈 뿐이다.

'나'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집에서 독립, 월세 100만원 짜리 오피스텔로 이사 했다. 그런데 일감을 맡고 돈벌이 전선으로 다시 의욕적으로 뛰어 들려는 그 시점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평생을 엄마가 벌어들인 돈은 물론 내야할 공과금 까지 끌어다 술을 사 마시는 데 골몰하던 아버지. 가족과 연이 끊어지다 시피 한 뒤, 부자인 할머니의 여관을 운영하며 소읍에서 살아가던 그 아버지가 둔기에 맞아 살해 당했다. 가족들은 현장에 도착한 뒤 형사들에게 용의자 취급을 받아가며 알리바이를 대야 했고, 작은아버지 내외는 유산에 눈이 멀어 할머니에게 찰싹 달라 붙어 아부하기 바쁘다. 여관에서 일하던 둘남이라는 스물 안 된 계집애는 아버지와 치정 관계로 보였다.

처음엔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답보 상태가 돼버린다. 엄마는 아버지의 혼이 씌웠는지 헛소리를 했고, 결국 절에 재를 지내러 간다. 그곳에서 '나'는 아버지의 생물학적 죽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관계의 한 축과 결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버트런드 러쎌은 우리가 느끼는 불행감의 99프로는 가족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했다. 신경숙은, 물론 그녀는 표절작가이므로 어디선가 베낀 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부모나 형제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운명은 있다고 썼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지만, 그 관계에서 고통, 질곡, 부담감과 압박감, 답답함 등을 느낀다. 떼어내고 싶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관계도 아니고, '내' 외모와 성정도 어찌 보면 내가 미워했던 부모로부터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생물학적 연좌제' 등으고 갑갑해지기도 한다.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관계가 주는 부조리함과 불가해함의 으뜸은 가족관계로 부터 비롯된다.

이청해는 할머니의 자랑스럽고 귀여운 큰아들로만 평생을 살다, 잡범의 손에 사망해버린 아버지를 둔 딸에 관해 이야기 풀어 나간다. 그 딸은 가족관계의 끈이 끊어지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자기보다 열 몇살 어린 여자애와 좋아 지냈다는 것, 남동생이 동성애자라는 것, 엄마가 수양딸처럼 생각하는 또 다른 관계가 있다는 것, 자신이 아버지를 닮아 틀에 얽메이지 않고 남자와 순간을 즐기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된다.

인간 관계란 결국 '존재'한다면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自重自愛)'이라고 한 노승의 말을 떠올리며 한 단계 성장한다.

스물 초입에 이청해의 <빗소리>를 사서 읽었다.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때는 왜 제목만으로도 그 소설을 읽고 싶었을까... 다시 읽는 이청해의 소설은 그때만큼의 설렘이나 울림이 없다. 내 마음이 딱딱해져서겠지.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9722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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