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목격자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에르큘 포와로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를 보낸 이는 마켓 베이싱의 리틀 그린 하우스에 사는 에런델 양이었다.

편지에 따르면 에런델 양은 최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키우던 개가 평소 가지고 놀던 공이 계단에 놓여 있던 것이 원인 같았다. 하지만 에런델 양은 그 사고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포와로에게 편지를 보낸 것인데, 이상하게도 편지는 4월 17일에 작성되었지만 포와로에게 도착한 것은 두 달도 지난 6월 28일이었다.

포와로는 편지에 흥미를 느끼고 곧 헤이스팅스와 함께 리틀 그린 하우스로 출발한다.

그런데 리틀 그린 하우스에 도착한 포와로는 뜻밖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미 에런델 부인은 사망했고, 막대한 재산은 그녀가 사망하기 직전 다시 작성한 유언에 따라 피붙이도 아닌 컴패니언 윌헬미나 로슨 양이 차지한 상태였다.

에런델 부인에게는 세 명의 조카가 있었는데 첫째는 벨라였다. 벨라는 그리스인 의사 타니오스와 결혼하여 두 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남편을 두려워하는 듯 보였고 아이들 교육비가 모자라 조바심 내왔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둘째는 테레사였는데 그녀 역시 조용한 시골의사인 도널드슨과 약혼한 상태였다. 테레사는 사치가 심했고, 도널드슨 역시 연구밖에 모르는 처지라 그녀 역시 고모의 유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찰스가 있는데, 찰스는 수표사기를 일으키는 등 전과가 있었고 최근에는 유산과 관련하여 고모에게 노골적인 협박을 가한 사실도 밝혀진다.

포와로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피붙이 모두가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에런델의 죽음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고 판단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 시작 지점에 끈을 묶었던 흔적을 발견한 포와로는 그녀의 호흡에서 인광이 비췄다는 진술을 듣고 인 중독을 의심한다. 게다가 에런델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수상한 여성이 있었고, 얼핏 본 브로치 약자가 T.A. 였다는 진술까지 확보하자 그녀가 살해당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

에런델 부인은 자신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산을 노린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죽더라도 이득을 볼 게 없고 믿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윌헬미나 로슨을 유산 상속자로 정한 것이다. 이 사실을 살인자가 알게 된다면 살인 시도를 중단할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새로운 유언장을 폐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윌헬미나 로슨이 유언 내용을 알게된 뒤 약간의 욕심을 품게 되고 유산의 반을 벨라에게 나눠주기로 하면서 에런델 부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브로치의 T.A. 이니셜은 거울에 비친 것이기 때문에 테레사가 아니라 애러벨라 타니오스(A.T.)였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1937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그녀의 30번째 추리소설로, 사망 시점과 조사 시점에 시간 차가 나는 설정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포와로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커튼>과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커튼>에서 포와로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증거가 없어 범인을 직접 살해한다. 이미 피해자가 사망해버린 상황에서 살인자와 피해자의 의도와 심리선을 따라가는 이 작품도 사실 살인자의 양심과 자백이 없다면 법적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판 받기도 하는데 인 중독으로 인해 호흡에서 인광이 나타나는 대목이나, 한밤중의 실내복에 이름 이니셜이 세겨진 커다란 브로치를 달고 다닌다든가 하는 장치들이 그렇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603153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벤더 향기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하진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주인공들 모두가 일탈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 일탈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 아니다. 지극히 진부하고 개인적인 일탈에 침잠하는 그들은 운명에서 잠깐 비껴 서 있기 위해, 잠시나마 숨을 쉬기 위해 그런 행동에 골몰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남편이나 불륜상대가 배신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의 불륜에서는 정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상대 따윈 상관 없다는 듯이.

<라벤더 향기>의 여자는 바람을 피우고 있다. 어느 날 불륜 상대가 여자의 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목격자가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은 차 번호 일부를 근거로 여자와 여자의 남편을 조사한다. 목격자에 따르면 운전자는 남자였다 하고, 남편은 알리바이가 있었으므로 조사는 쉽게 종결된다.

얼마 뒤 여자의 불륜 상대는 이사간다. 그 집 주인은 여자에게 '전에 살던 남자가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듯 하다'며 남자가 사용했던 침대에서 발견된 목걸이를 언급한다. 여자의 목걸이는 아니었다.

여자는 거짓 교통사고를 제보하고, 조화에 뿌린 라벤더 향기 따위에 취한다.

<모델하우스>의 여자는 꽃가게에 찾아오는 남자가 안쓰러웠다. 남자는 꽃을 샀지만 그 꽃을 받을 상대편은 남자쪽을 바라봐 주지 않았다. 남자는 꽃가게에 때때로 책을 두고 갔고, 여자는 그 책을 읽었다.

남자가 골몰하던 대상이 떠나고, 꽃가게 여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자는 열심히 돈을 모아 마침내 자기만의 집을 계약할 정도의 통장잔고를 갖게 된다.

남편 몰래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여자는 남편이 과거에 골몰하던 대상과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의 여자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엄마는 여자를 두고 떠났다. 외삼촌 밑에서 자란 여자는 외삼촌이 보통 이상의 정성을 들여 보살펴 줬음에도 불구하고 결핍에 시달렸다. 그리고 사촌 명희 몫과 똑같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성년이 된 뒤 여자의 남자가 사촌 명희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여자는 자신의 아버지로 짐작되는, 마을에서 반편이 취급받는 만연의 집에 간다. 만연은 장판 밑에 돈을 보관했고, 그 돈들은 제 값어치를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여자는 만연의 집에 불을 지르고 마을을 떠난다.

<불륜의 방식>의 여자는 학교 교사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사는 그녀는 오빠 친구이자, 별볼일 없는 외모의 의사와 불륜 중이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불륜을 동료 교사에게 들키고 만다. 동료 교사는 여자도 불륜을 저지를 줄 몰랐다며 동료의식을 느끼지만, 여자는 동료 교사가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 날, 뉴스에 불륜상대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타살 여부도 조사중이라 했는데, 그 의사에게서 불쾌한 진료를 받았다는 여성의 제보가 잇따랐다.

여자는 어디선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참을 수 없어진 여자는 토하기 시작한다.

<개양귀비>의 시어머니는 꽃을 키운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사뭇 박정하다. 주인공 여자는 그것이 못내 이율배반적이라 느껴진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개양귀비 때문에 경찰에 끌려가 한바탕 고초를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시할아버지의 젊은 부인과 시아버지의 역마살, 시어머니가 차례로 아들들을 빼앗긴 뒤 사람이 아닌 화초에 골몰하게 된 사연 등을 알게 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 태백 폐탄광을 카지노와 신흥도시로 설계하는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고 남자는 미뤄두었던 가정사들의 질곡에 차츰 빠져든다. 남동생은 범죄로 수배중이었고, 여동생은 명품 쇼핑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빚더비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사모님처럼 살고 싶어했다.

차를 담보로 대출받아 급한 불이라도 끄려했던 남자는 차 마저 이미 아내가 저당잡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남자는 스케이트보드를 얻게 된다. 남자는 스케이트 보드 위에 올라 차도로 나선다. 경차진 차도를 달려 내려가며 그는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맛본다.

<회전문> 어느 날 어머니가 학교 교장인 아버지와 이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여자는 삼촌의 후배이자 운동권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는 환경시민단체의 간사였다. 남편은 투병 끝에 죽을 고비를 이겨냈지만 그 직후 불륜에 빠져들었다. 여자는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남편은 경제권이 없어 비굴해지다가 여자의 선언이 비가역적이라는 것을 깨닫자 이를 사려물며 여자를 경멸한다.

아버지를 만나니 어머니에게 해외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고 했다. 이혼소동은 그것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무월의 시간>의 여자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알이라는 남자의 병수발을 들게 된다. 알에게는 비비안이라는 배다른 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여자는 알과 비비안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탁자 위에 남겨진, 그동안 남자를 병수발하는 동시에 비비안과 관계를 맺은 남자들도 보게된다.

<종소리> 산자락 끝 외딴 집에 기묘한 분위기의 여자가 살았다. 여자의 집에서는 종소리가 울렸다. 주인공 여자가 산에 갔다가 뱀에 물려 그 집에서 잠깐 머물게 된다. 얼마 뒤 산자락을 재개발하려는 업자들이 보낸 용역깡패 같은 자들이 외딴 집 여자를 위협한다. 주인공 여자가 그들에게 대들다 겁탈 당한다. 얼마 뒤 산사태가 일어나 외딴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저만치 누군가 보이네> 문창과 소개 홈페이지에 누군가 장난을 쳐놓는다. '정예리라는 여자는 내것이다' 식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지도교수 여자는 몹시 불쾌하다. 정예리와 친하게 지내는 명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여 다그쳤는데 뜻밖에도 명기는 그 글이 정예리 자신이 쓴 글이라고 했다. 명기는 그날 밤 술에 취해 작전지역에서 행방불명이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552489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야가 지난 시각,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 '카르멘' 에서 열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자 다섯, 여자 다섯. 전라의 그들은 몸 전체가 피투성이였고, 주변엔 술과 마약이 널부러져 있었다.

로펌Y에 설계 의뢰가 접수되자 소속 변호사 민규가 투입된다. 민규는 다섯 명의 남자는 개별 처리하고, 다섯 명의 콜걸은 소위 '던지기' 하기로 계획한다.

다소 문제가 될 인물은 '몽키'라는 신예 랩퍼. 하지만 혈연 관계 없는 그의 가족은 '마약을 하고 난교 중 사망한 몽키' 보다 '자살한 몽키'의 이미지를 선호할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강남 경찰서 소속 강력반 형사 조재명이 돈 냄새를 맡고 사건에 달려든다. 조재명 형사는 2억의 도박빚을 지고 있었기에 이번 사건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터였다.

민규는 재명을 판에 끼워주고, 재명은 '몽키'를 자살로 처리한다. 그런데 얼마 지마지 않아 몽키의 친부라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는 강남 부동산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민경식 회장이었다.

민경식은 재명에게 몽키를 살해한 범인 살해를 의뢰하고, 이 과정에서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또 한 명의 여자 혜주와 그녀를 관리하는 포주 '검은개들의 왕' 엄철우가 떠오른다.

엄철우를 범인으로 확신한 재명이 민경식 회장으로부터 지원 받은 열다섯 명의 용병을 데리고 모텔을 급습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엄철우에게 몰살 당하고, 엄철우가 가진 CCTV USB가 민규에게 건네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열외인종 잔혹사>가 철학의 부재와 디테일에 대한 얼버무림 문제를 드러냈다면 이 작품에서는 작가로서의 기본적 소양에 대한 의심 마저 불러 일으킨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PD의 서평과 달리, 두 세 페이지 마다 멈춰서서 문장을 다시 읽어봐야 할 정도로 작품은 허술하다.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과 엉터리 설정은 차치하고, 기본적인 단어나 문장 구사 능력마저 의심스럽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 그렇다.

삼키다 만 수면제가 탁자에 남겨져 있다 (삼키다 말았으면 목구멍까지 넘어가다 말 았나?)

PC방의 14인치 대형 모니터 (14인치...대형?)

아반떼XD 경찰차 (2019년에.. 관공서 차량 내용년수가 도대체 몇 년이길래?)

어떤 소재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방에서 강한 빛을 발하는 루비 반지 (루비라면서 뭘 어떤 소재인지 몰라?)

차명으로 15억원 입금 (고액현금거래 CTR, 의심거래보고 STR 등 제도는 어떻게 피했을까)

1성급 특급호텔 (1성급이면 모텔을 겨우 면한 수준인데 특급 호텔?)

스너프 필름을 보다가 비역질을 참지 못했다 (스너프 필름을 보다가 갑자기 비역질을? 두 번이나 썼으니 실수는 아닐거고... 비역질 뜻을 알고 쓴건가?)

도무지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이런 엉터리 문장과, '제발 영화판에서 관심 좀 가져줬으면' 하는 강력한 욕망이 불러온 온갖 자극적 설정이 더해져 작품은 매우 기괴한 느낌을 준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531161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콩섬 웨스턴 서덜랜드가에 위치한 둥청아파트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정위안다라는 가정 있는 남자가 1년 전 한 술집 여종업원을 알게된 뒤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

술집 여종업원의 남편은 린젠성이라는 폭력적이고 성격 급한 사내로, 별명이 '귀신'이었다. 린젠성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자 정위안다의 집을 찾아가 정위안다 뿐 아니라 그의 아내 뤼슈란까지 칼로 찔러 살해했다. 뤼슈란의 뱃 속에는 아이가 있었다. 다행히 딸 정융안은 이모 뤼후이메이 집에 가 있었던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린젠성의 지문이 발견되어 경찰은 그를 유력 용의자로 수배했다. 하지만 린젠성은 경찰 추격을 피해 차량을 탈취한 뒤 인도로 돌진하는 등 막무가내로 도주하던 끝에 사망 8명, 부상 5명이라는 참사를 기록한 뒤 자신도 사망하고 만다.

숙취에서 깨어난 형사 쉬유이는 경찰서로 갔다가 자신이 6년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현재를 2003년이며 둥청아파트 살인사건을 수사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이 2009년 3월 15일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수사중이던 둥청아파트 사건은 6년 전 이미 해결이 끝난 사건이었다.

단기 기억상실에 걸린 것을 깨달은 쉬유이에게 시사정보지 FOCUS의 루친이 기자가 인터뷰 약속을 했었다며 찾아온다. 둥청아파트 사건은 최근 영화로 제작되면서 다시금 재조명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당시 피해자의 언니 뤼후이메이를 수사에 참여했던 쉬유이 형사와 함께 인터뷰한다는 기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뤼후이메이를 인터뷰 하고, 린젠성의 아내 리징루를 만나는 등 과거 사건을 재구성하는 동안 쉬유이는 린젠성이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발견되는 증거들도 린젠성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린젠성은 정위안다를 만나기 전 후 어르신이라는 사람과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후 어르신을 홧김에 때린다거나 하지 않았다. 또 계획된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갑을 끼지 않았다. 여기저기 지문을 남기는 계획 범죄가 있을까? 게다가 그는 당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칼을 쥐기가 수월치 않았다는 점도 밝혀진다. 과연 그가 진범이 맞을까?

그 시점 옌즈청이라는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는 린젠성의 절친이었는데 직업은 스턴트맨이었다. 쉬유이는 옌즈청의 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둥청아파트 사건에 깊이 개입된 증거들을 찾게 된다.

------

찬호께이는 1970년에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했다. 저우하오후이, 히가시노 게이고 등과 같이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스터리 소설 작가의 길에 접어든 케이스이다.

찬호께이는 홍콩 국내 보다 타이완, 일본에 인정을 받아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 결선에 진출했고, 2009년 <푸른 수염의 밀실>로 제7회 공모전에서 1등을 한다. 본작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The Man Who Sold the World>는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본작은 뇌의 기능과 관련한 신뢰도를 문제 삼는다. 기억상실, 이중인격 등을 십분 활용한 본작은 따라서 수수께끼 풀이 보다 서술 트릭과 구성에 힘을 쏟는다. 각각의 트릭은 모두 이중으로 직조되어 있다.

작중 화자인 쉬유이는 사실은 옌즈청이다. 그는 2009년 현재 둥청아파트 살인사건 소재 영화에서 쉬유이로 캐스팅되어 작품에 몰입해 있는 상태이며, 본래 약간의 기억상실 증세가 있다 보니 자신이 쉬유이이고, 현재 2003년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한편, 진범은 자신을 뤼슈란이라고 착각한 뤼후이메이이다. 뤼후이메이는 동생 뤼슈란을 부러워한 나머지 이중인격을 띄게 되었다. 즉 뤼슈란이 되고 싶은 뤼후이메이가 된 것이다.

자신이 뤼슈란이라고 믿게 된 뤼후이메이는 자신의 남편(사실은 매부)이 언니(사실은 동생 뤼슈란)와 바람을 피워 언니의 애를 가졌다고 오인한다. 그래서 진짜 뤼슈란을 죽인 뒤 뤼후이메이 행세(사실은 행세할 필요 없이 원래 뤼후이메이임)를 한 것이다.

같은 작가가 2014년에 발표한 <13·67>이 홍콩 역사에 기반하여 큰 호흡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라면, 본작은 다소 실험적이고 유희적인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최면술사 형사 뤄페이 시리즈
저우하오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국 룽저우시에서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첫번째는 야오바이라는 26세의 IT엔지니어가 생판 처음보는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은 사건이었다. 그는 사건 발생 직전 중캉병원에서 항T바이러스 혈청을 달라고 했다고 알려졌는데, 조사해보니 그런 혈청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다. 항T바이러스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가상의 바이러스 항체였던 것이다. 야오바이는 현장에서 천자신 순경에 의해 사살되었는데, 사후 조사 결과 그의 목에도 누군가가 깨문 이빨 자국이 있었다. 야오바이는 자신을 좀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두번째는 55세의 실직자 장밍이 옥상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다가 비둘기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자 그 역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펄럭여 점프했다가 그대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었다. 그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직전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장밍 역시 야오바이의 경우처럼 자신을 비둘기라고 믿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룽저우 형사대장 뤼페이는 이 사건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얼마 뒤 인터넷에 누군가가 자신의 범행을 대담하게 자백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다.


나는 세계 최고의 최면술사다. 너희들의 생사가 내 손에 달려 있다.

어제는 좀비를 훈련시키고 오늘은 비둘기를 조련했다.

나는 지금 최면술사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룽저우에 와 있다.


만약 인터넷에 글을 올린 이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최면을 통해 마음먹은 사람은 누구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셈이다. 형사대장 뤄페이는 최면술사 총회를 주최하고 있는 사람이 중화최면술사협회의 링밍딩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찾아가 조력을 청한다.


------


소설에서 주된 대립구도는 심교 이론을 내세우는 링밍딩과, 폭파이론을 추종하는 바이야싱간의 대결이다.


링밍딩은 사람 마음 속에는 각기 심혈이라는 것이 있는데, 컴플렉스, 트라우마 등의 총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심혈이라는 구멍 때문에 개개인은 현실에서도 아파하거나 힘들어한다. 링밍딩은 이 구멍을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그 위에 다리인 심교를 만들어 지나가게 하면 된다는 이론이다.


반면, 바이야싱은 이와 대척점에 서있는 최면술사다. 그는 원래 뤄페이와 같이 형사대장이었으나 마피아 조직에 잠입했다가 그곳에서 총탄에 맞아 성불구가 된다. 그에게 총을 쐈던 자가 한때 바이야싱이 구해줬던 범죄자였기 때문에 악인은 끝내 교화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편, 성불구에도 불구하고 연인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 바이야싱은 링밍딩에게 최면을 배워 그 상황을 타개하려 하나 링밍딩이 최면 가르쳐주기를 거부하자 자신이 스스로 폭파이론이라는 최면술 기법을 창안한다. 이를 활용해 링밍딩의 부인이 가진 심혈을 건드려 자살하도록 충동하고, 끝내 전국의 범죄자들 모두를 죽여버리려는 거대한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보험금을 가로챈 뒤 현직 형사들을 최면으로 포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최면술사의 대결이 기본적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샤멍야오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최면을 배워 링밍딩에게 가세하는데, 샤멍야오의 '모든 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천사같은 바람이 담고 있는 의미가 사실은 '모든 이가 죽음을 통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작품은 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주하오후이는 1977년 생으로 칭화대 공과대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형사 뤄페이' 시리즈를 발표하며 인기를 얻은 작가다. 현지에서는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화화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연화삼월>, <경탐가인>이 그의 작품을 각색한 영화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물 이면서도 '최면' 이라는 양날의 검을 사용하고 있다. '최면'이나 '첨단과학 기술' 등은 자칫 잘못 사용했다간 소설 전체의 개연성을 붕괴시키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치밀한 논리의 구조물 속에 사건이 배치되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레를 탐정이 풀어나가야 하는데, '최면'이나 '과학기술'이 개입하면 '만능열쇠' 역할을 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사악한 최면술사>에서도 최면이 만능은 아니라면서도 실제로는 물고 물리는 최면 때문에 작품의 큰 방향이 여러차례 뒤바뀐다. '사실은 최면 걸었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을 우직하게 끌고 나가는 힘과 치밀한 구성은 빼어난 편으로,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작품 말미에 후속편을 예고하는 짤막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사악한 최면술사> 한 권 뿐이라 아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3361131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