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랑전설은 <전설의 고향>을 통해 자주 보아오던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랑의 본명은 윤정옥으로 밀양 군수의 딸이었다. 아랑을 욕보일 욕심에 통인이 그녀의 유모와 짜고서 밤중에 일을 도모하는데 아랑이 극력 저항하였다. 이에 통인이 아랑을 죽여 대밭에 버리는데, 내막을 모르는 아랑의 아버지는 아랑이 외간 남자와 내통하다 함께 도망친 것으로 알고 벼슬을 버린 후 집으로 돌아간다. 그 뒤로 밀양에 새로 부임하는 군수마다 첫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의문의 죽음을 맞자 아무도 밀양 군수를 자임하는 자가 없었다. 조정에서는 널리 밀양 군수를 모집하였고, 이상사라는 인물이 군수직을 자청한다. 부임 첫날 밤 이상사의 면전에 아랑의 원혼이 나타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였고, 이상사는 범인을 가려내 처벌하고 아랑의 시신을 수습하여 고이 장사지내준다. 그후로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간의 변형이 가해진 버전이 더 있는데 이를테면 아랑을 욕보인 것은 통인이 아니라 관노였다든가, 아랑이 나비로 변하여 범인의 머리 위에 앉았다든가 하는 식이다.

 

김영하는 이 아랑전설을 하나씩 뜯어보며 그 진위나 타당성을 음미해보는 한편, 현세에 또다른 이야기를 하나 꾸민 후 병치시켜 과거와 현세를 잇는 하나의 졸가리를 만들어보려 한다. 

 

아랑전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흥미롭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어사를 따라온 억균이라는 주인공은 아랑을 죽인 범인이 자복한 그 날 장 100대를 맞고 절명했다는데에 의문을 품는다. 살인죄를 저질렀을지라도 즉형에 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부사 두 명이 연달아 사망한 것도 수상쩍어 보였을 뿐만 아니라, 아랑의 아비가 아랑의 실종 직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억균은 끈질긴 추적을 통해 아랑이 전임 부사 윤관의 여식이 아니라 호방의 딸이자 윤관의 첩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아랑이 다른 남자와 눈이 맞은데 분개한 윤관은 아랑은 살해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문제는 윤관이 다스리던 시기에 국둔전 치수에 요긴한 보가 무너졌다는데 있었다. 조정에 보고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족징으로 메워야할 판이었기에 호방 등은 시간을 벌기 위해 신임 부사들을 독살하고 아랑전설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뭇 그럴싸한 재담과 기지로 과거의 전설을 이성과 합리의 잣대를 들이대 개작하는데 성공했찌만, 병치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애매하다. 소설을 쓰다가 이제는 번역을 하는 주인공과 복잡한 가정사를 뒤로한 미용실 아가씨의 동거 이야기는 옛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병치되지 못하고 버성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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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호 2018-09-1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과거의 이야기가 현실로 이어지는 것에 너무 흥미진진했던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