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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바 <HEATH>의 공동 경영자로, 아내 가오루,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호노카와 함께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공동 경영자인 치프쉐프 오치아이와도 그럭저럭 뜻이 맞아 14년간 별다른 탈 없이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 호노카가 학교 친구 때문에 밥을 잘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 친구 하나가 얼굴 반쪽이 파란 멍으로 뒤덮여 있어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힌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노카를 호되게 꾸짖는다. 다름 아닌 "나"의 과거 얼굴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얼굴 반쪽이 푸른 멍으로 뒤덮여 있어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며 멸시했다. 멸시받을 수록 "나"는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폭력을 쓰면 묘하게 마음이 위로 받았다. 그렇게 반 건달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야쿠자와 시비가 붙어 야쿠자 셋을 칼로 난자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허겁지겁 도망친 뒤 동료인 마카베를 통해 알아보니 칼에 찔린 자 중 하나가 실명했다고 한다. 야쿠자에게 잡히면 죽어도 곱게 죽지 못할 터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근거지를 버리고 노숙을 하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갈 무렵, 사카모토 노부코를 만난다.
사카모토 노부코는 말기 암 환자였다. 식사를 대접 받고 휴식을 취하며 그녀에게 조금 의지하던 "나는 어느 날 "나"의 비밀을 불완전하게나마 들려준다. 그리고 그녀가 하나의 제안을 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 500만엔을 줄 테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 달라고 한다.
그 부탁이란 감금 성폭행 당한 뒤 토막내어진 딸의 원한을 갚아달라는 것이었다. 범인은 둘인데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다고 했다. 사카모토 노부코는 그들이 사형 당하지 않고 사회에 나와 다시 삶을 영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들이 언젠가 사회로 나오면 죽여달라는 것, 그것이 그녀의 부탁이었다.
"나"는 500만엔만 있다면 새로운 호적을 사고 성형수술을 받기에 충분한 금액이었기 때문에 며칠을 망설이다가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발신인은 "사카모토 노부코". 내용은 "그들은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한 줄이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나"에게 약속 이행을 강요하는 그 한 통의 편지. 그리고 어쩔 줄 몰라 시간만 허비하는 "나"에게 다시 배달된 위협 편지 한 통. "만약 당신이 약속을 어기면 당신 주변에도 나와 똑같은 재앙이 덮질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내용. "내" 딸 호노카가 성폭행 당한 뒤 토막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나"는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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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토막 내기까지 한 범인들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그들이 무기징역을 마친 시점에 또 다른 계획을 예비하고 사망한 "사카모토 노부코".
"나"는 그녀가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누가 "나"에게 약속 이행을 강요하며 살인을 교사하는 지 알아내기 위해 전전 긍긍한다.
작가는 다른 작품 <천사의 나이프>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천사의 나이프>에서는 주인공 히야마의 아내가 13세의 소년 3명에게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갓난아이인 마나미가 보는 앞에서였다. 그러나 그 세 명은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촉법 소년 규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히야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과연 이것이 정의 실현을 위한 정당한 법률 체계인가 하는 의문을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해 했는데도 불구하고 15년 정도 흐른 뒤에 범인은 사회에 나와 "갱생"의 삶을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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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카모토 노부코"의 약속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공동경영자 오치아이였다. "나"는 반 건달 생활을 하던 때에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였었다. "내"가 잡히게 된 4번째 범행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오치아이의 여자친구였다. "나"는 강도짓을 벌이려다 3살 정도 된 사내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동요한다. 바로 그 때 다른 남자가 그 집에 찾아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벽장에 사내아이와 숨게 된다. 그런데 들어온 남자는 피해여성의 아버지였고 야쿠자였다. 그 남자는 친 딸을 범한 뒤 사라졌고 여성은 얼마 뒤 자살하고 만다. "나"는 그녀를 성폭행 한 죄까지 뒤집어 쓰고 복역한다.
오치아이는 범행 피해자 모임에서 "사카모토 노부코"와 만난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당시 3살 짜리 아이는 후에 자라서 <HEATH>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오게 되는데 바로 고헤이다. 고헤이가 마지막에 증언해 준 덕에 "나"는 누명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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