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구판절판


'우도'란 초월적 원리에 종속된 도덕적 규범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생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것이자 '나'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다른 것으로 변이되는 능력의 다른 이름이다.-65쪽

글을 잘 짓는 자는 가릴 만한 글자가 없는 것이다.
..... 글이 좋지 않은 것은 글자의 잘못이 아니다. 저 글자나 구절의 우아하고 속됨을 평하고, 편과 장의 높고 낮음을 논하는 자는 모두, 합하여 변화는 기미와 제압하여 이기는 저울질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합하여 변화하는 저울질이란 것은 때에 달린 것이지 법에 달린 것은 아니다.-137쪽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면 나는 참으로 고귀한 존재다.'-172쪽

불평과 억울함을 풀어버림에는 소리보다 더 빠름이 없고,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이다.-286쪽

자신이 보는 것이 곧 자신의 우주다.-291쪽

네 몸에 본디 이런 것이 없었지만 이런 일들이 있게 되자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이름이 도리어 자네 몸을 얽어매고 동여매어 가두어 놓고 파수를 보게 되었다.-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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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품절


저는 체포는 아무래도 좋았죠. 다시 감옥에 가지않기만을 원했죠. 하지만 인생이란 어쩔 수 없는 거죠. 우리가 투쟁을 계속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습니까?-110쪽

지도부들은 청소년 클럽 활동을 금지해왔어. 아이들은 축구도 맘대로 못하고, 욕구불만을 발산할 길이 없지...
그래서 그들은 인티파다의 노래를 부르고, 싸우는 것밖에 몰라. 심지어 학교에서도... 그리고 군인들은 아무도 그냥 봐주지 않지. 언제나 불러세우고, 심문하지... 어느 집을 가봐도 누군가 투옥되었거나, 부상당했거나, 죽은 사람이 있어. 뭐 이 따위 어린 시절이 있지?-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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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구판절판


인간은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다.-19쪽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그래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27쪽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 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92쪽

반달은 커지고 확장될 공간을, 자신의 전 표면을 빛으로 채울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93쪽

열쇠? 문은 항상 열려 있어. 내가 이 많은 정신병자들 속에 혼자 갇혀 있을 것 같아!-95쪽

......그런데도 자살을 시도했죠....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부인, 사람들에겐 행복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으니까요.-113쪽

아무도 무엇에건 습관을 들여서는 안돼. ... 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그건 나 자신 이외의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했어.-138쪽

여러분은 정신의 길을 나아가는데 가장 힘든 두 가지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제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그 하나요. 여러분이 찾은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그 둘입니다.-141쪽

네가 폐를 끼친다든지 이웃에 방해가 된다든지 하는 생각 따윈 집어치워! 만약 네 행동이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되는 거야. 그들한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건 그들 문제지.-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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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구판절판


"당신들은 누구시죠?"
미나가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는 그냥 고삐리야. 지금 정학중이고."-47-48쪽

"자, 그럼 자기 소개를 해야겠지. 나는 미나가타. 미나가타 구마구스하고 성만 같아. 아마 못 들어본 이름일 테지만."
"점균 연구로 유명한 학자 말이죠?"
네 명의 얼굴에 도대체 넌 누구냐?라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도 싶은 말인데.
미나가타는 총명해 보이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과연 세이와로군. 내 옆이 가야노."
"처음 뵙습니다. 가야노 시게루라고 해요."
가야노는 짙은 눈썹을 애교스럽게 꿈틀거리며 말했다. 네 명은 내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누 최초의 국회의원이 아버지세요?"
네 명은 오오! 하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무슨 이상한 퀴즈 프로그램 같잖아.
"혹시 신문을 광고까지 깡그리 훑는게 취미야?"
미나가타가 그런 코멘트를 던지고 다시 소개에 들어갔다.
"그 옆이 야마시다."
"아마시답니다."
제가 던진 담뱃불에 데고 적의 몸에 걸려 넘어졌던 구세주다. 야마시다는 뭔가 어색한 듯 우물쭈물하면서 입을 벌린 채 작은 동물처럼 검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맨 끝이 박순신."
맨 처음 일어서서 세명의 적을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린 구세주. 박순신은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50-51쪽

" 그 뒤로 히로시가 좀 우울해하면 우리는 모두 그 노래를 엉망진창 발음으로 불러서 히로시를 웃겨주었어. 히로시는 자주 아득한 눈길을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불러 그 눈길을 우리 곁으로 끌어오려고 했던 거야."
사토 겐은 '아득한 눈길을 한다'고 현재형으로 말했다. 히로시라는 사람은 사토 겐의가슴속에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82-83쪽

"문 안 열어줘?"
내 말을 들은 아기의 얼굴에 'why?'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넌 우리 동지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 어리광부리면 안돼."
'동지'라는 말이 너무 기분 좋아 시트벨트를 풀며 물었다.
"왜 동지에게서 돈을 받아?"
아기는 어린애처럼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생각해 봐. 그놈들하고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게 얼마나 민망한 줄 알아?"
뭔가 뒤틀려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놈들이 너무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문을 닿을 때, 아기는 다짐을 하듯이 말했다.
"그놈들, 잘 부탁해."-84쪽

아기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식적인 행동으로는 절대 진실에 접근할 수 없어."-89쪽

박순신이 내 손을 놓더니 입고 있던 검은 재킷을 벗고 셔츠의 등 부분을 잡아 좌악 찢었다. 좌악! 하는 마른 소리에 놀라 나는 반사적으로 등을 부르르 떨었다. 박순신은 찢은 셔츠의 반을 어깨에 걸친 다음, 다른 반쪽을 내 오른 주먹에 감기 시작했다.
"사람을 쳐 본적 없지?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뼈가 부러지면 안돼."
박순신은 내 주먹에 천천히 천을 감았다. 천을 다 감았을 때는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았던 그 충동도 어느새 박순신의 기세에 눌려 완전히 누그러진 뒤였다. 나는 두 어깨를 늘어뜨렸다. 박순신은 내 얼굴에서 선글라스를 벗기고 어깨에 걸친 천으로 내 볼에 흐르는 눈물을 딲아주었다. 나는 박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101쪽

"너희와 똑같아. 정학"
나는 맥 빠진 음성으로 말했다.
"뭐야, 고작 그거였어."
"고작이 아냐"
나는 짐짓 화를 내며 말했다.
"학교의 허락을 받고 쉬잖아. 얼마나 좋아."-130쪽

박순신이 아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옛날 생각이 나서."
"무슨 옛날?"
박순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복싱의 기본 원투를 가르쳐줄게."-146쪽

"그렇다면 몸이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거야. 진지하게 했으면 머리는 잊어도 몸은 잊지 않아."
-순신曰-150쪽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 순신, 가야노, 야마시다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강 신호라도 그냥 건너. 너는 어떡할 거야?"
-아기曰-182쪽

"왜 맥이 빠져? 최악의 장소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거기에 익숙해지면 그만이잖아. 그 장소를 바꾸어버려도 되고, 그리고"
"그리고?"
"거기서 도망쳐도 되고. 도망치는 것도 즐거운 일이거든. 어쨌든 우리는 생각보다 아주 자유로워."
-미나가타曰-191쪽

"대체 네놈들은 누구냐?"
미나가타는 푸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정학처분이 끝난 고삐리. 그리고 축제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놈을 못 봐주는 사람들."-241쪽

"그 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는 않았어. 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아기 어머니는 일단 거기서 말을 끊었다가 두 손을 날개처럼 펼치며 말을 이었다.
"가나코짱도 조금씩 강해져서 그애들이 있는 세계로 날아가 같이 놀아봐. 정말 즐거울 거야."-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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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구판절판


포크 끝에서 덜 익은 계란 노른자가 노란 피처럼 똑똑 떨어진다.-18쪽

오가는 손님들 속에 소리없이 녹아들 것처럼 소박한 할머니였다.-43쪽

태풍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았다.
나는 침대 속에서 바다 속이란 착각이 들 만큼 깊은 어둠을 바라보았다.-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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