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랫말 아이들 - 황석영> 따스한 추억동화

 

 

 

 

 

이번에 황석영 작가의 신간소식을 듣고서 갑자기 책장에 있는 이 얇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의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딱지가 눈에 띈다. 2001년에 발매된 이 책은 딱 내가 이쯤 두께, 그리고 이쯤의 글자 크기의 책을 읽을 때에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이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도 안읽었거나 읽고나서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거나 그 둘중이 아닐까 싶다. 알고보니 출판사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왜 어른을 위한 동화일까?

 

 

 

 

 

나는 시체의 썩은 냄새를 생생히 기억한다. 거기서는 간장 졸일 때 같은, 그리고 비린 것이 삭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발을 오래 씻지 않아 발가락 사이에 끼는 때에서 풍기는 냄새와 같았다. 그런 냄새와 더불어 화로 안에서 머리카락이나 손톱이 타는 듯한 냄새. 전쟁이 온 마을과 거리를 휩쓸고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죽건 말건 아직은 두려울 겨를이 없었다.  - 49p

 

삼봉이 아저씨는 술을 벌컥 들이켜고 나서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맘먹은 대로 되는 세상이 아냐." - 84p

 

그해 여름의 땡볕을 생각하면 지금도 혀뿌리에 끈끈한 침이 엉겨붙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은 그 무렵에 제철공장과 방직공장 부근에 있는 영단주택 동네에 있었고, 밤에 창문을 열면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의 찬란한 용광로의 불똥과 거뭇거뭇한 사내들의 벗은 몸집이 분주하게 불빛 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었다. - 120p

 

책 표지부터 색이 바랜 느낌의 오랜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모랫말 아이들>은 주인공 수남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은 6.25전쟁 이후이다. 그래서 여러 사랑받는 동화들처럼 예쁜 맛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험하지 못한 생소하고 낯설은 그림들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양공주의 딸이나 파란눈을 가진 귀남이라는 아이, 서커스단의 남매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짧지만 정겨운 그림과 함께 왠지모르게 훈훈한 느낌이 든다.  전후 상황이라고 해서 안타깝거나 슬픈 감정보다도 '아 따뜻하다' 라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물론 안쓰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보통 그 끝은 따뜻했다.)

 


 

 

"지금 어른이 되어 나는 알고 있다.

삶은 덧없는 것 같지만 매순간 없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며 따뜻함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 작가의 말

 

어쨌든 이 책은 분명 '어른을 위한 동화'다. 당연히 어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동화다.  작가 황석영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이런 추억들을 그려냈듯이 그 당시의 모습들을 '아는' 사람들은 가슴벅찬 추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이 따스한 옛날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적었던 작가처럼 이 책은 그 당시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장가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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