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와 실습을 빼먹고 하루종일 가을을 느끼고 돌아온 내가 그 가을의 흔적이 아직 몸에 남아 있을 때, 방에 들어가 먼저 집어드는 음반은 브람스였다. 그중에서도 가을의 흔적을 계속 느끼고 싶을 때 어김없이 선택하는 것이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곡이었다.
내 방은 북향이었다. 낮에도 어두운 것이 좋았지만, 사실 저녁에는 좀 쓸쓸했다. 그래도 그 적적함이 좋았다. 그리고 어두운 방의 친구는 늘 브람스였다. 북유럽의 해가 부족한 곳에서 씌어진 음악... 그것들은 늘 가을이었고 늘 북향이었다. 플레이어 위로 돌아가는 레코드에서 브람스는 가을을 노래했다. 클라리넷으로.-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