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 외 옮김 / 창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답게 다루는 폭이 넓은 책이다.
인도의 신흥 하이테크 산업도시인 방갈로르에서 영감을 얻어 전세계를 아우르며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최근 세계경제의 주목할만한 동향 하나는 인도의 부상이다. 중국으로 제조업이 옮겨간다는 소리야 한참 전부터 듣고 있었지만 인도의 경우는 최근 BRICS 부상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주 동력은 서비스 아웃소싱인데 콜센터에서 시작해서 각종 전문직이 맡던 일까지 넘겨 받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실업자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전산화 작업도 인도기업이 수주한다고 할 정도다.

그럼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에 넘기고 서비스업 중 아래 부문은 인도에 넘기고나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답은 보다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정보화를 가속시키는 구글, 효율적인 공급망관리를 보여준 델, 전문화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는 페덱스 등이 좋은 예다. 자신들은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그 모델에 따라 움직이는 일은 남들이 하게 되면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전작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햄버거가 들어간 나라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많은 비판을 받아 예전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다. 광우병을 부르는 과도한 소 사육의 문제점도 그렇고 MacJob이 전망없고 값싼 노동이라는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며 무엇보다 비만을 비롯한 삶의 질에 대한 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다각도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이 책에서는 델을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델에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들끼리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 예로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및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대해 막강한 억지력이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크다. 세계화의 핵심은 커다란 시장을 만들어 분업과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자는 것인데 서로 당장의 자존심 싸움보다 장기적 실익이 크다면 그 길을 갈 것으로 본다.

그 주장을 확대해보면 중동지역에서 나오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분란에 대해서도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동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발전의 희망을 준다면 그들 또한 빈 라덴의 메시지에 따르기 보다 세계화에 동참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분쟁 또한 줄어들 것이다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을 계속해나가는데 장애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 아웃소싱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거부하려는 세력이 커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서적인 투표는 공화당에 하지만 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노동력의 유입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하급 노동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지금의 아웃소싱은 해외로 고급 노동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과거 8,90년대 기업의 구조조정시에 그랬듯이 교육을 통해 노동자를 재교육시킴으로서 사회적 재편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부와 권력의 대이동>이 제기하는 문제는 힘든 일을 직접 않는 미국이 과연 중국과 인도를 부려먹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그 점에 대해서 고려하면서 프리드만이 강조하는 것 또한 교육의 질이다. 지금처럼 공립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이공계가 특히 약해지면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한다. 그 점에 대해서 쉽게 답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고민하면서 사회 전반에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월마트가 보여주는 반사회적인 행태는 기업의 책임을 덜어 사회에 부담을 떠 넘기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인 결과 그 부담은 공공의료로 넘어가서 결국 세금으로 돌아온다. 이런식의 나 혼자 잘살기 방식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 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이라는 문제도 반론이 많다. HP 등 대기업이 공급자에게 바람직한 원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최근 델이 반도체 메모리 공급자들에 소송을 걸었고 그 결과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및 독일 등의 반도체 회사 판매임원들이 미국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반면 공범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미국 검찰과 타협해서 빠져나가버린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의 또 다른 면모인 것이다.

역사를 보면 세계가 서로 교역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설혹 교역이 활발 할 때라고 해도 모든 참여자가 만족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영국도 중국과 차무역 한참 하다가 자신들의 은화가 빠져나가자 아편을 강제로 팔려고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꾸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을 고가로 떠넘기려고 노력 할 수 밖에 없다. 교육 서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기,영화,제약 등을 강매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런 미국의 욕구와 자신의 실적 부재를 일거에 만회해보려는 노무현의 의도가 결합된 것이 한미 FTA 추진이다.

이 책에서 펼쳐진 저자의 논지를 다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다룰 때도 유태인 답게 이스라엘의 문제점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 편이다. 계속 테러리즘은 깡패 정신이고 올리브나무나 키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이곳 저곳 둘러보면 배울 점은 꽤 된다. 아웃소싱만,인소싱 등만 해도 한국은 아직 한참 따라가야 할 내용들이다. 하는 일을 분해해서 가장 잘하는 것만 자신이 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주변에 넘겨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나가는 그들 대표기업의 모습은 솔직히 부럽다. 심지어 미국의 군대조차 그렇게 전쟁만 수행하고 나머지는 대행주식회사에 넘긴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정부는 너무 비대하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또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교육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또한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정부야 그렇다치더라도 이 책의 핵심 트렌드 중 몇개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서비스 부문을 해외로 넘기거나 해외의 요구를 여기서 수행하는 아웃소싱은 북한의 개방과 맞물려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한 인소싱 쪽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다. 공급망 전체의 최적화를 이루어 기업가치를 높인 델의 사례 또한 배울 점이 많다.

이렇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핵심을 붙잡고 나머지는 남들에게 맡겨라가 되지 않을까? 그럼 한국은 무엇을 핵심으로 삼아야 하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일들은 이미 예전에 접어버렸을 것이고 영어를 인도 노동자만큼 잘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처럼 가치를 만들어 주변에 퍼뜨리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할일은 별로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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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4-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도로서 제가 존경하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상당히 프리드먼을 못마땅해 하더라구요.(전 귀가 얇다니까요...)
그래도 한권 읽어보고 싶은데 프리드먼의 책들 중에서 한권만 추천해주세요. 꼭~!

사마천 2006-04-2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껍지만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관심이 늘어나면 렉서스도 볼 필요가 있겠죠. 늘어나면 ^^
아 이거사면 렉서스도 주네요. 차 렉서스 말고 책 렉서스.

요술쟁이 2006-05-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전 이사람 초기작인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이사람은 원래 중동문제 전문가였죠;; 어쩌다 세계문제 전문가로 변신했는진 모르지만 -_-;; 전 이사람이 주장하는 세계화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책을 고르라면 '베이루트~ ' 를 추천하고 싶네요.

사마천 2006-05-2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칠공님 반갑습니다. 저는 올리브 이야기를 읽고나서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 책도 별로일까 생각했는데 거부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유익한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맥도날드 대신에 델을 척도로 삼아서 세계화에 대한 장점 설파에 나간다는 건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마천 2007-03-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가 원래 그렇게 시류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 아닌가요? 하지만 뉴욕타임즈라는 배경은 전세계 유수한 리더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권리증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해주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동의하지 않아도 무시하기에는 큰 존재라고..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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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인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에서 드는 느낌은 드러커가 자기 삶을 서술했구나 였지만 속은 아니다. 내용의 절반 정도는 드러커의 회고이고 나머지는 일본인으로 드러커 전문가가 보충 설명한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니혼게이자이라고 한자로 표현하면 일본경제신문이라는 회사에 주기적으로 연재된 기사를 모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화가 중 하나는 고흐다. 그가 일본의 그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으로 일본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흐 그림 값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 경영 분야로 보면 데밍에 대한 애정이 많은데 드러커 또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는 드러커가 말년에도 일본미술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 한 것 만큼이나 일본의 드러커 사모도 작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그 애정은 한국으로까지 이어져 드러커에게는 석굴암을 방문하려는 열의로 한국 삼성의 이병철에게는 드러커 경영의 자문을 받는 것으로 확대된다.

얼마전 드러커자서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이 있다.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 만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주가 자신이 되고 부가 다른 사람이 된다. 흐름은 거의 엇비슷하게 흘러가는데 깊이는 이 책 쪽이 훨씬 떨어진다. 아마 신문에 연재되느라 쉽게 다루었기 때문일수도 있고 워낙 말년의 저작이라 드러커 자신의 기력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고로 이 책이 나온  2005년에 드러커는 오랫동안 바쁘게 살아온 삶을 마치게 된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내가 새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드러커는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반대하는 어머니를 피해 지하 창고에서 날을 샌 경험도 있다. 또 히틀러와 괴벨스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 덕분이라고 생각되는데 드러커는 히틀러가 집권하자 바로 직후에 독일을 떴고 오스트리아에 있던 부모님에 대한 대책도 미리 세웠다고 한다. 연고 없는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 또한 새로 대두되는 전쟁의 흐름을 남보다 미리 보았기 때문이라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히틀러를 간과 할 때 그는 히틀러가 저술한 책 내용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어쨌든 히틀러의 의도가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말살이고 스탈린과 동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책은 처칠의 서평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미국에 와서 GM을 대상으로 수행한 작업으로 경영학이라는 분야를 정립하게 되는데 매킨지 컨설팅의 창업자와 나눈 교분도 컸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후일 닉슨의 연설에도 인용되었다고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전쟁과 통화 증발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부시에게 딱 들어맞는 명쾌한 지적이다.

그의 저작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현실>을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80년대 말 사회주의 몰락에 따른 전세계적인 변화를 예측한 책인데 지금 보아도 인상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또 <프로페셔널의 조건> 이 준 인상도 매우 깊다.

삶의 촌음을 아껴 호기심을 충족하고 거기서 나온 자신의 감상을 주변과 함께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그의 삶에 존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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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존 바텔 지음, 신윤조.이진원 옮김, 전병국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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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매우 창대하리라.

구글의 시작은 논문 쓰기에 지쳐버린 스탠포드 대학원생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검색과 관련된 작은 물음에서 출발해 주변의 호응과 격려를 얻으며 점차 확대된 이 서비스는 마침내 전세계를 뒤흔들게 되었다.
아이디어를 들고 당시 이미 거대하게 성장된 야후와 같은 여러 기업을 다녔지만 대부분 차가운 반응이었고 심지어 꺼지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인터넷의 돌풍을 일으킨 싸이월드도 대부분의 포털에 인수제의를 했지만 거절 당해서 꽤 헐값에 SK로 인수된 것이다. 하지만 우연찮게 만난 벤처투자가의 지원으로 본격적 출발은 시작되었고 점차 다양한 인재가 참여하면서 기업화되었다.

구글과 함께 중점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오버추어라고 광고 키워드 판매 솔루션 회사다. 아이디어가 솔루션이 되고 기업이 되었다가 이제 다른 형태로 변모되어 존속하는 모습은 인터넷 업계에서 흔한일이다. 참고로 NHN 등은 구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인지 오버추어 쪽으로 거래하고 있다. 어쨌든 구글이 추구한 것은 수준 높은 검색이었다. 점점 인터넷에 올라오는 자료의 양이 많아지다보면 제대로 된 검색이 필요할 것이라는 간명한 논리에 따라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했다.

모으고, 정리하고, 보여주는 세 가지 스텝으로 이루어지는 검색엔진의 구조에서 그들은 많은 정크 사이트를 피해가면서 자신들의 서비스 질을 높여나갔고 이것이 점차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갔다. 여기서 한국 검색엔진의 대표주자인 NHN과 비교하자면 NHN이 하나의 키워드로 찾고자 하는 다양한 많은 요소를 보여주는 넓이가 있는 검색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구글의 경우는 정확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해서 깊이를 찾는다고 하겠다. 넓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상당수는 수작업이 들어가 편의성은 높지만 생산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반면 구글은 철저하게 자동화를 추구하고 이를 뒷받힘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한다. 얼마전 소개된 임백준의 소프트웨어 산책이라는 책에 소설 형식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엄청난 고 난이도의 수학문제가 등장하는데 이게 바로 구글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뽑기 위한 시험문제였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은 NHN도 의식하고 있는데 구글이 컴퓨터 전공 박사나 MS 엔지니어를 다수 끌어들이고 있지만 현재의 NHN에는 그런 몰림이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 분야에서 구글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꾸준하게 논의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협이다. 직접 서비스 한다, 엠파스를 산다, 아니면 다음과 제휴할 것이다 등등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고 그 때 마다 주식 가격은 출렁인다. 하지만 이베이에 팔린 옥션은 한국기업인가 돌아보자. 다른 경매사이트 거의 대부분을 죽인 독점기업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해서 판매자들의 원성을 받던 이베이의 질주는 별로 반갑지 않았다. 덕분에 인터파크의 자회사 G마켓이 보여준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추격에 성원을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구글이 한국시장을 점거해버린다면 그것 또한 그리 반갑지는 못 할 것 같다. MS에 팔려서 사라져버릴 뻔한 한컴의 운명을 다시 보는 듯 할까?

검색은 이제 서서히 권력화하고 있다. 구글과 NHN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면서 그 곳에 한자리 하는 것이 적지 않은 이문이 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선을 앞두고 포털에 접근해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로비가 발견되는게 현실이다. 수십명씩 기자와 편집인을 둔 이 포털 언론의 성장덕분에 기존 언론권력은 빠르게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인터넷 세계에서 정말 확실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 끝난 것 같은 포털 싸움에서 구글이 탄생하고 옥션을 G마켓이 따라잡는 것이나, 싸이월드가 프리챌 등 여타 서비스를 제쳐 버리는 것처럼 아직 많은 가능성이 앞에 열려있다. 꿈을 갖고 도전한다면 길은 열릴지 모른다.

한국의 기존 체제가 제시한 꿈은 시험이다. 책을 열심히 파고 문제를 예상해서 답을 잘 써내면 자격이 부여된다. 미국의 체제가 제시하는 꿈은 벤처다. 작은 공간에서 노력한다는 점은 비슷하겠지만 한국이 개인의 영달에 주목하는 점에 비하면 미국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개인의 부 두가지가 함께 추구된다. 대치동 학원가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책을 열심히 파고 든다고 과연 진정 전세계에 의미를 줄 수 있는 가치가 나올 수 있을까? 구글과 야후 둘 다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늦더라도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천재의 가치를 알고 존중하며 키우는 교육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 비교할 수 있을까? 부러워하고 질시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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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사이언스 - 불확실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는 공식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김현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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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총평하자면 이론서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집단 전기로 보는 쪽이 성격에 대한 이해로 빠를 것이다. 머니 더하기 사이언스라고 해서 커다란 비법이 있는 것처럼 책을 광고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마피아들은 분명 그런 비법을 활용했다. 경마정보를 남보다 빨리 알아채서 고객들의 돈을 갈취한 그들의 솜씨는 뛰어나다. 하긴 최근에도 내부자정보를 이용해서 주식거래하는 사례가 나오는 걸 보면 오래된 흔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거야 일반 사람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보다 소위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금융공학의 시대를 열어간 주요 인물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 되는 책으로 보는 게 좋다. 단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똑똑한 천재들도 참혹하게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

 

사이언스는 현상에 대한 원인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치에 대해 논리를 펼친다. 그럼 사이언스가 모두가 바라는 돈벌기에 적용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 까? 돈벌기와 과학의 접합이 예전부터 시도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학책 맨 뒤에 나오는 확률에 대한 이론은 신에 대한 경건함을 강조한 팡세를 지은 파스칼이 노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시작이었다. 앞으로 발생할 미래는 누구도 알기 어렵지만 그 불확실성을 얼마만이라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그의 이론이다. 하지만 뛰어난 과학자가 곧 성공한 투자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뉴턴인데 그는 주식투자 바람에 휩쓸려 현재가치로 따져서 수십억의 돈을 날렸다고 한다. 광풍이 꺼진 후 한숨을 쉬면서 던진 말이 거대한 천체의 움직임을 알아내기보다 광기에 빠진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했다고 한다.

근래에 들어와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한다. 피셔라는 경제학계의 거두가 대공황시절 자신의 돈과 주변의 돈을 다 잃어서 결국 예일 대학교에서도 물러나게 된 것을 비롯해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런 혼란속에서 시장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것이 바로 랜덤워크 이론이라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경제학의 거성인 폴 사무엘슨이 그런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꾸준히 반론을 제기한 일련의 학자 집단이 있었고 이들의 핵심에 켈리라는 사람이 내세운 공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론을 간략히 보면 한번에 너무 많은 리스크를 안으려고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이론을 적용할만한 예는 우선 카지노 도박에서 얼마를 거는 것이 합리적인 따져보는 분야가 있고 다음으로는 금융 투자에 있어서도 응용된다.

 

헤지펀드를 비롯해 금융공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아주아주 미세한 차익이라고 해도 이것이 확실하다면 막대한 돈을 빌려서 투자할 수 있다. LTCM의 경우 0.67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자기 자본의 수십배의 돈을 넣어서 충분히 의미 있는 수치를 만들어내었다. 그런데 수년간 놀라운 성과를 냈던 이들을 흔들어 버린 것은 러시아에서 촉발된 전세계 금융시장의 균열이다. 돈을 떼먹는 깡패가 등장하자 갑자기 다들 원금보존 욕구에 의해 자신의 돈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켰고 덕분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LTCM은 일거에 붕괴에 이르게 된다.

 

LTCM의 손해에 대해서 작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체로 사무엘슨의 맥을 따라서 켈리쪽에 반대편으로 섰던 인물이었기 때문인데 꽤 가혹하게 평가한다. 켈리의 이론을 놓고 LTCM의 성과와 비교해보면 분명 켈리쪽의 주장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런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이는데 특히 돈의 흐름이 그렇게 서로 영향을 준다. 그 점을 역사적 사건을 짚어가면서 배워두는 것이 좋다. 소로스가 한말 중 유념할 대목이 시장이 불안해지면 돈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있다.

 

코스톨라니가 주식시장을 음악이 흐르지 않는 도박장에 비유한 것처럼 이 책 또한 돈버는 절대이론에 대한 논의를 라스베가스와 월가를 오가며 전개한다. 덕분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크 본드의 발명자인 마이클 밀켄, 영화 월스트리트에 나오는 이안 보에스키, 최근 KT&G를 놓고 다투는 칼 아이칸류의 인물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대목이 나왔다. 주인공들이 돈을 벌기 전에 먼저 돈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특히 자신의 돈을 정부라는 끝모르는 욕심장이 무능력자에게 퍼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절세 아이디어를 냈는데 꽤 흥미로왔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벌려면 법의 경계까지 다다르게 된다.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다는 표현 처럼 사법당국의 제제를 교묘히 피해다니려고 하지만 자칫하면 담장 저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래도 당분간 앞서는 쪽은 당국이 아니라 투자가들이다. 이들에게 도덕은 차후의 문제고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이다.

 

책을 읽고 난 성과를 종합적으로 보면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전세계 시장을 놓고 흔들어대는 금융자본의 위력을 느끼면서 그들이 근저에 삼는 확실성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물론 현재야 은행 뜯기고 부동산 뜯어가는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지만 우리도 언젠가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배울 점들이 이곳 저곳에 많이 깔린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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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세계 세력도 - 삼정 KPMG 경제연구원 해외총서 1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 삼정 KPMG 경제연구원 옮김 / 현암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사카키바라씨는 일본 대장성의 재무관료로서 한때 미스터 엔이라고 불릴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현재는 게이오 대학 교수로 정년을 맞고 있는데 이론과 실무 양쪽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세계경제를 이루고 있는 여러 주체들인 미국,일본,중국,인도 등의 현안을 쉬운 표현으로 이해시켜준다. 우선 지금 미국은 그동안 세계를 이끌던 절대자에서 쇠퇴할 것이고 그 결과 달러 약세가 나타난다고 본다. 그 공백을 메꾸려고 나서는 주체는 여럿인데 일본을 비롯해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 강국의 역할이 커진다고 한다.

화폐는 까보면 종이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부과하는 신용이 있기에 힘을 발휘한다. 달러를 세계 무역의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팍스 어메리카가 만들어졌지만 전쟁과 이어진 과도한 소비는 결국 그 위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또 세계의 장벽 철폐는 막대한 유동자금의 움직임을 만들어 곳곳에서 금융위기를 만든다. 이 때 미국은 원인은 차지하고 IMF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자신이 바라는 시스템을 강요한다.
저자는 이대목에서 문제점 하나를 꼬집어낸다. IMF 위기 당시 박태준이 돈을 빌리러 일본을 방문했고 이 책의 저자를 만났다. 나름대로 꽤 많은 돈을 약속 받기까지 이르렀지만 이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이었다. 자신들과 합의가 되기전에 일방적으로 한국을 돕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당시 김영삼의 반일 메시지에 화가 난 측면도 있었지만 일본은 어쨌든 손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세계에 강요한 질서가 과연 그 나라 자체에 좋은 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왜냐면 미국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에서는 결자해지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이 제기하려는 새로운 질서는 AMF라고 표현되는 아시아 공동 통화정책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잘 아시다시피 고이즈미의 친미 외교로 중국의 비판 또한 날이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저자가 새로운 파트너로 주목하는 것은 인도다. 나름대로 민주적 가치를 지키며 성장한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본인 또한 인도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저자의 언급 중에 흥미로왔던 사실 하나는 일본 은행 중에 IT를 통채로 인도에 아웃소싱 시키는 곳이 있다고 한다. CIO도 인도사람으로 특별채용했고 비용은 대폭 절감되어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파산 가까운 위협에 몰리다 보니 근본적인 일들을 개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한국의 은행들은 IMF를 거치면서 조기에 비켜 갔지만 그렇지 멀지 않은 시기에 닥칠만한 일이다.

이렇게 여러 나라들이 모두 성장하면서 미국의 상대적 위치가 하락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자원가치의 상승이다. 실제 달러 표시 자원의 가격은 급속도로 오르고 있는데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짐 로저스가 상품시장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한 것이 어제 같은데 이제 그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원인은 물론 달러라는 화폐의 과잉 발행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아울러 더 고민할 것은 인구문제다. 선진국인 일본은 인구가 주는데 해결방법은 이민의 수용 아니면 노년층의 해외이주다. 양쪽 모두 시도가 되고 있지만 먼저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마 한국도 비슷한 길을 따르지 않을까? 아 참 한국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북한의 붕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북한 위협론을 따르지 않고 햇볕정책과 같이 유화로 나가면 금방 긍정적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다루는 주제도 많고 대상 또한 전세계 여러 나라이기에 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과거 소로스로 대표되는 헤지펀드와 엔화의 향방을 놓고 겨루면서 크게 이겨서 미스터 엔이라는 호칭을 얻었지만 이 책의 곳곳에 소로스의 이론을 높이사는 부분이 나온다. 국제 자본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악의 축은 바로 미국의 네오콘이라는 소로스의 통찰이 과거 친소를 불문하고 전세계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우리나라 관료들은 은퇴하고 이런 책 한권 낼 수 있을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무슨 게이트에 이름 들어가는 꼴은 언제 그맘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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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2006-05-3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의 해결방법은 일본정부가 예전부터 예견해서 준비해온 로봇의 생산 아닌가요? 그 이유는 보이지 않은 일본내의 극심한 인종차별로 인해 타민족의 이민을 허락하지 않고 첨단로봇의 생산으로 젊은층의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세계 제조업 분야에서의 우위를 지키려고 한다는 점으로 알고 있습니다.(폴 케네디 저서 참고)

사마천 2006-05-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로봇 솜씨는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전투 로봇 만들어서 시합하는 동안에 일본에서는 휴머노이드라고 사람 엇비슷하게 하는 아이보 스타일 로봇 경연대회하죠. 그런 로봇들이 자동화 분야에 많이 투입되어서 제조업 경쟁력은 유지합니다. 그런데 간호사는 어떨까요? 그건 그리 쉽게 대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선택은 환자가 나가거나 예전 독일처럼 간호사를 수입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 점도 저자는 예측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