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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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는 순간이 흰 빛깔의 영롱함이라면 죽음은 흑백의 까마득한 느낌이다. 색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고 하면 암에 걸려 절망에 빠진 이브 엔슬러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표지로 마주한 순간 나는 회색조의 삶을 예상했다. 그러니까 삶과 죽음이라는 일련이 순간 속에서 죽음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듯한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무언가 초연하면서도 경건한 마음과 측은지심을 가지며 바라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암이라는 존재가 퍼지기를 상상한 적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 불운의 그림자를 짊어지게 되었으니 나는 그녀를 초연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콩고에 도착했을 즈음 이미 나는 이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여성애 대한 폭력이라는 전염병을 충분히 목격했다. 그러나 나는 콩고에서 몸의 종말, 인류의 종말, 세계의 종말을 목격했다. 군대와 기업은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 학살, 조직적 강간, 고문, 여성과 여자아이의 말살을 전술로 이용하고 있었다. 여성 수천 수만 명이 자신의 몸으로부터 추방되었을 뿐만 아니라 몸과 몸의 기능, 몸의 미래가 형편없이 망가졌다. 자궁과 질이 영원히 파괴된 것이다. –본문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이 모든 생각들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강렬하다 못해 파격적이고 파격적이면서도 그 안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도무지 가늠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회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동안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책을 바라보게 된다.

 그녀는 회색조의 빛을 띄며 처연하게 자신의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검붉은 빛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으며 너무도 강한 그 모습에 압도되는 것은 물론 때론 두려움이 느껴지기까지 하다. 과연 그녀의 이 모든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 일까. 내가 생각하던 환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니 그 어떠한 이들보다도 되려 더 강한 이 아우라는 대체 어디서부터 흘러 나오는 것일까.

 콩고의 성흔처럼 수 많은 이들의 여성들의 고통을 마주해왔던 그녀의 몸에는 종양이 자라고 있다. 상처를 가진 자와 상처를 보듬어 주는 자로 콩고의 여인들의 마주해왔다면 이제는 도리어 상처를 가진 자들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게 된 이브는 처음에는 자신의 병에 흔들리는 듯 했지만 다시금 일어서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채식주의자로 지냈던 지난 날을 넘어 사자처럼 햄버거를 물어 뜯고 있으며 어린 시절 이외에 손에 잡아 본적이 없던 붓을 들고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리하여 이전에는 차마 알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나무를 통해서 마주하게 된다.

병마만이 온 세상을 뒤덮은 로체스터에서도, 화학치료를 위해 포트를 자신의 쇄골에 이식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늘 강자의 모습으로 서 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수천 여명의 여성들의 아픔을 차양막 아래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국제사회와 지식층 여성, 영부인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그 현장 속에 들어가 움직이며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다 드러내며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화학치료는 당신에게 하는 게 아니에요. 암에게, 과거의 모든 죄악과 당신 아빠에게 하는 것이고, 강간범과 몸의 침입자 모두에게 하는 거예요. 그들을 독살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거죠. 당신에게 투사되었지만 절대 당신 것은 아닌 악을 모두 정화할거예요. 당신의 회복력과, 치유를 향한 당신의 몸과 영혼의 마술적인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어요. 당신이 할 일은 화학치료가 당신 안으로 치고 들어온 침입자를 죽여 없앰으로써 당신의 순결을 구하러 오는, 당신과 공감하는 전사라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거예요. 당신에게는 몸이 여러 개 있어요.사랑과 보살핌을 통한 이 변형의 시간으로부터 새로운 몸이 태어날 거예요. –본문

 자신을 강간했던 아버지를, 그 사실을 외면하기만 했던 어머니를 용서하고 자신보다 더 많은 아픔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여성들을 향해서 그녀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남들에게 맞추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금이 소리쳐야 할 때라고 그녀는 더 크게 소리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야말로 그녀가 마주했던 참혹했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10억명의 여성 중 3명에 한 명은 성적 학대나 폭력을 경험했으며 이것이 실제 우리의 현실이기에 최소한 그 현실을 마주해야 할 의무는 있지 않을까.제 몸을 불살라 이 모든 것들을 전해주는 그녀는 혁명의 전사처럼 느껴진다. 아무쪼록 그녀의 광활한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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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 / 쥘리 보니저


 

 

독서 기간 : 2015.01.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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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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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영영 마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이별의 시간을 건네야 하는 날들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누구라고 그 시간이 촉박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 동안 주어졌던 수 많은 시간들을 어찌하여 그토록 허망하게 지내온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왜 이토록 짧아야만 하는 것인지. 이 소설은 이 세상의 자식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모님에 대한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한이자, 너무도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이별의 순간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마디의 이 책에 대한 변을 남기자면, 슬픔에만 취해 눈물만 쏟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뭉클한 눈물보다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개개인의 현실에만 취해 있던 모습들이 점차 하나로 모여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때론 비정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에 마냥 슬픔기만 할 것 같아 외면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는 말을 먼저 전해주고 싶다.

 시작은 장어라는 단어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중년의 여성 이야기로 시작된다. 젊은 이들도 깜빡 하는 일들이 종종 있기에 별다른 일이 아니겠거니, 하고 바라본 레이코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점점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모습도 그러하고 둘째 아들인 슌페이를 만나러 갔을 때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 그녀의 모습, 며느리인 미유키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서 사돈 댁과 함께 저녁을 하는 시간 동안 보여지는 그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가족들로 하여금 그녀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즉시하게 한다.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레이코의 뇌 속에 그림자가 보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7일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첫째 아들인 고스케, 둘째 아들인 슌페이, 그리고 레이코의 남편인 가쓰아키의 각각의 시선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천천히 다가가 퍼즐 조각을 하나 주었다. 그 빛바랜 살색을 보며 겨우 무슨 그림인지 생각해냈다. 형을 위해 일을 그만둔 어머니가 완성한,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였다.
 
슌페이는 그 그림이 너무 싫었다. 처음에는 퍼즐을 장식하는 행위 자체가 촌스러워 보였는데, 얼마 지나자 소녀의 초연한 눈매가 마음에 안 들었다.
 
만일 정말로 가족이 각각 맡은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면, 이 소녀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빚 독촉에 괴로워하던 어머니의 모습도, 불확실한 장래에 두려워하던 형의 모습도, 이 소녀만이 신처럼 태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본문

 자신의 가정 환경이 버겁기만 했던 고스케는 집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모든 책임은 부모님의 몫이라며 그들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다. 슌페이는 그 나름대로의 생각에 빠져 세상과의 타협보다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겠노라며 레이코의 마음을 쓰이게 했으며 좀처럼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줄 모르는 남편은 어느 새 집에만 오면 적막만을 유지하고 있는 채 레이코의 지갑에는 점차 대부 업체의 카드만이 쌓여가고 여기저기서 빚 독촉이 날라오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그 누구도 이 진실을 바라보고자 하는 이 없었던 이들에게 어머니의 병은 모든 것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가고 있는 레이코 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부모님의 부채를 보면서 7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시간보다도 그들에게 드리운 돈의 무게가 이들 가족을 더 힘겹게 짓누르게 된다. 이 순간이 이 가족에게 드리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인데, 아버지는 잠시 동안의 여행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하고 슌페이는 엄마의 통장 속에 담긴 보험회사의 존재가 무엇인지 찾게 하고 고스케로 하여금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미유키에게 자신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등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견뎌가며 각자의 군도 속에서만 살고 있던 이들의 간극을 조금씩 줄어들게 하고 있었다.

 기적 같았다. 어머니만이 아니다. 겐타가, 미유키가, 아즈사가, 아버지가, 형이 있다. 이 집에서 어느 누구 하나 모자라지 않은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쓰러지기 전에도 이랬다. 만나면 다들 즐겁게 웃고, 걱정 같은 건 없다는 듯 굴었다. 어머니가 빚을 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고, 하물며 암에 걸렸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사람이 죽음과 등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어머니가 쓰러졌던 그날까지는 잊고 있었다. 어머니가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가족의 삶이 즐겁게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음 순간에는 또 누가 쓰러질지 모르고, 누가 큰 빚을 진 게 드러날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만이라도 웃어야 한다. –본문

 다시금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느낌의 환호보다는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밀려든다. 7일이라는 시간을 넘어 54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이 시간이 계속되기만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간이 연장될수록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같이 연장되는 듯한 안도가 함께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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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때까지 / 수전 스펜서 웬덜저


 

 

독서 기간 :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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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김성환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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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비트루비안 맨’, ‘수태고지’, ‘세례 요한’,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등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위대한 작품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세기의 거장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그런 그에 대해서 실제 아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걸작을 남긴 한 예술가의 삶은 어떠했는지, 일반적인 시선을 넘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자의 눈에 비친 다빈치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은 다빈치와 프로이트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읽어봐야만 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겁 없이 시작된 이 여정은 생각보다 심연의 고뇌들을 던져주고 있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라 불리는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바라보며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그 무의식의 기저는 이나 실언등을 매개로 하여 드러나게 되는데 억압되어 좀처럼 드러나지 않던 실제의 자아가 이러한 매개를 통해 표출 되었을 때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분석함으로써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 상태를 바라보는 것인데 예술가의 거장인 다빈치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 이야기는 서론과 결말에서 빛나는 것을 어둡게 하고 숭고한 것을 진창으로 끌어내리려 하지 않으며 이러한 시도는 다빈치의 위대함이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프로이트 자신에게도 녹록치 않는 시도였음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깊은 고뇌가 시작되는 것은 다빈치가 꾼 꿈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경험해서 알고 있듯이 꿈에서만큼은 그 무엇도 속박되거나 간섭 받지 않은 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그 순간을 보내게 되는데 잠에서 깨어나 대체 왜 이런 꿈을 꾼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도 대게는 그저 지나가는 개꿈, 이려니 라는 생각으로 덮어두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프로이트는 놓치지 않고 다빈치의 삶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나는 독수리에 완전히 매혹당하도록 오래전부터 운명 지어진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에 독수리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요람에 누워 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내 옆에 내려 않더니, 꼬리로 내 입을 열고는 그 꼬리로 내 입술을 몇 차례 두드렸다. –본문

 꿈에 대한 짧은 회상을 보며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저 개꿈을 꾸었노라, 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다빈치가 남긴 이 3줄의 문장을 통해서 그가 어찌하여 동성애의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그토록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던 이유와 매사 꼼꼼함을 넘어서 완벽을 추구하려 했던 성향, 또 그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해서 때론 방치하려 하며 완성을 기피하던 모습들에 대한 모든 이유를 이 안에서 찾아가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상형문자 안에 어머니를 독수리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의 이집트의 종교와 문화 속에서 독수리는 늘 암컷만 있고 수컷만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고 하는데 이 모습은 당시 다빈치가 겪고 있는 상황과 유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가 없이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된 그는 다른 이들보다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생아로 자랐던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 역시 다빈치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것을 쉬이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빈치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을 독수리로 형상화하여 꿈을 꾼 것인데 아이의 입에 꼬리를 넣는 상황에 대해서는 프로이트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해답은 유아기 성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남성의 성기와 어머니의 모순 없이 조화되는 시기를 거친다. 남자아이는 성생활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의 성기에 흥미를 갖는다. 그는 몸의 이 부분을 지극히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없을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아이는 마찬가지로 소중한 다른 모양의 것을 생각해낼 수 없으므로,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것과 같은 생식기를 가졌을 것이라는 추론에 매달리게 된다. 이 같은 편견은 유아기 탐구 행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 여자아이의 성기를 처음으로 목격했을 때조차 그 사실을 무시하도록 만든다. 아이는 자신의 것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인식은 하지만 여자들에게 남근이 없다는 인식 내용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중략) 모든 남성 동성애자의 어머니가 강인한 성격의 여성, 주로 어머니에게 성적으로 아주 강하게 집착하게 되는데, 이 성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잊힌다. (중략) 자거드는 동성애자의 어머니가 강인한 성격의 여성이라는 점, 즉 가장의 자리에서 남편을 몰아낼 수 있을 정도로 열성적인 여성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문

 독수리로 형상화 된 어머니가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 꿈의 해석은 다빈치에게 있어서 그녀의 어머니가 얼마나 강인하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있는데, 성장과정 중 자신의 성에 관한 호기심 어린 관찰과 타인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그러한 욕망을 충분히 발산해 내는 과정이 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그러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다섯 살이 지나고 나서야 그의 삶에 아버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니 유아기의 시간 속에 있어서 그로 하여금 이러한 성에 대학 욕망을 채울 시간도 없이 그저 억압되고 만다. 이러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자신의 어린 시절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었던 대체물인 소년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러한 근거로 그의 주변에 있었던 아름다웠던 제자들의 목록과 그들에게 지출한 비용들이 제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섯 살 이후 그의 삶에 모습을 드러내는 아버지는 그의 성 심리학 발달에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에게 있어서 그 스스로는 작품의 아버지가 되어야 하지만 다빈치에게 비쳐진 아버지는 자식을 방목하는 것과 다름 없는 모습들을 보여줬기에 그 역시 작품에 있어서 방목과 같이 무관심하게 작품을 대하는 것들을 쉬이 볼 수 있다. ‘모나리자 또한 5년이 넘는 동안에 완성되지 못한 상태로 계속 그의 손에 있던 것이 후견인에 의해서 빛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위대한 레오나르도였지만 사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생을 어린아이로 살았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에게는 어린아이 같은 측면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레오나르도 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장난을 즐겼고, 이런 그의 모습은 동시대인들에게 괴팍하고 낯설데 비춰졌다. 그는 궁정 축제와 연회를 위해 고도로 예술적인 기계 장난감을 만들곤 했는데, 이런 사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로서는 이 거장이 자신의 능력을 그토록 보잘것 없는 잡동사니 제작에 낭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본문

 이 책 속에 나타나는 다빈치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니기에 낯설기도 하면서 생경한 모습이 드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꿈을 기반으로 하여 동성애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던 그의 성 이론의 접목은 어느 부분에서는 유쾌하지 못한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어보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과감하게 읽어보리라 말하고 싶다. 무엇이 되었든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제대로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꽤나 쉬이 읽어 내려간다는 것도 이점이다. 물론 그 안에서 나의 생각과 충돌하는 부분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기에 이 책을 통해 다빈치를 마주했던 이틀의 고뇌는 꽤나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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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 지그문트 프로이트저


 

 

독서 기간 : 2015.01.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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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의 길!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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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 때를 넘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내게는 단 한 번도 과학자의 삶을 사는 내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수학에 재능이 없다는 것, SF 영화 속의 한 장면과 같이 과학자란 손에 잡히지 않을 저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이들이라는 생각에 진정한 천재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사건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 수 없는 물리 2의 영역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답을 골라내는 친구를 보면서 과학은 내가 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뒤돌아선 순간이었는데 그 때 지금의 윌슨 교수를 만났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통곡의 한스러움을 안고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똑똑함은 중간 수준이 최적이라는 이 법칙은왜 성립할까요(내 견해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IQ가 높은 천재에게는 초기의 훈련과정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는 점이 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대학에서 듣는 과학수업에 진땀을 뺄 일이 없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은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작업인데, 그들은 그 허드렛일에서 별다른 보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구태여 최전선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들 대신에 지적으로 그들보다 좀 못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본문

 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수학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과학도의 길을 걸어볼 자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과학도의 기질은 뛰어난 두뇌가 우선이 아닌 열정이 가장 최우선이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다른 것들을 뛰어 넘어 과학자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떠한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알아보려 하려는 끊임없는 집념인 것이다. 하얀색 하드보드 빼곡히 채워져 가는 공식을 끌어낼 수 있어야만 하고 모든 것을 단 번에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졌어야만 할 것 같지만 그가 말하는 과학자는 시인처럼 생각하고 방향을 잡은 이후부터는 회계사처럼 꼼꼼하게 나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추적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것이야 말로 과학자의 모습이구나, 라는 것을 절로 깨닫게 된다. 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당시 그가 있던 동네의 모든 뱀을 탐사하러 다녔던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개미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 대세타인 개미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와는 앙숙인 아뉴레타인 개미의 습성을 발견하고 그들의 과거의 조상이라 보이는 새벽개미와 마르티알리스 개미를 찾기 위해 고생을 하면서도 행복하다 말하는 그의 모습은 이것이야 말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이의 모습이라는 것을, 과연 나는 이렇게 현재를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잠시 다음 질문을 궁리해보십시오. 연못, 산꼭대기, 사막, 열대우림, 생태계는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까요? 생태계를 한데 묶는 힘은 무엇일가요? 생태계는 어떤 압력을 받았을 때 해체되고, 그 방식과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많은 생태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장기적 생존은 우리 행성에 대한 이런 질문의 답을 알아내는 데 달렸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학적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고 모든 분야에서 과학자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보낸 첫 편지에서 했던 말을 반복하겠습니다. 당신은 과학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본문

 과학자가 되기 보다는 아이돌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수 많은 이들을 위해 얼마 전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더 필요하다는 어느 기업의 광고도 방영이 되었었는데, 그만큼 과학자에 대한 선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을 보여주는 것이라 이러한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순수 영역의 이러한 분야는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문턱은 높기만 하고 윤택한 삶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라는 생각 때문에 쉬이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실상인데 그러한 두터운 편견을 앞에 두고서 자신의 꿈을 접으려 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를 함께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그가 가고 있는 과학자의 길을 가봄 직 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는 허황된 모습들이 아닌 그가 실제 지나왔던 길을 어린 과학도들에게 들려주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편견들에 대해서 그것이 과학의 모든 것이 아니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사실 면에서나 이론 면에서나 이토록 크고 복잡해졌으니, 이제 신참이 끼어들기엔 어려운 직종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연구와 응용 분야에서 대부분의 기회가 닫혔고 나머지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고 버거우며 대부분의 서사와 큰 그림은 벌써 다 그려진 게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생각은 아마 틀렸을 겁니다. 내 세대를 비롯하여 앞선 세대의 연구자들이 많은 성취를 해낸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들이 모든 길을 다 막은 것은 아니고 모든 미지의 영역을 다 들어가본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기로가 새로운 영역을 열었습니다. –본문

 이미 레드오션으로 가득한, 이전의 이들이 모두 점령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곳은 실제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1/10도 안 되는 것들이며 앞으로 알아가야 할 것이 수 없이도 펼쳐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밀려들게 된다. 이미 지나간 이들이 수북이 남겨 놓은 발자국을 따라가야만 안심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늘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들의 삶을 지금에서야 동경하고 있다니. 비록 현재의 나에게는 늦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과학자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가 들려주는 조언들은 앞으로 남은 나의 길에 있어서도 꽤나 두둑한 거름이 될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최재천저


 

 

독서 기간 : 2015.01.11~01.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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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빛이 되는 말 한마디 -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한줄 메시지
별글콘텐츠연구소 엮음 / 별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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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축 쳐져 있는 누군가에게 넘실거리는 수 많은 문장들을 전해주는 것보다 그저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한 마디가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말의 길이와 그 안에 실제 담겨 있는 깊이는 늘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텐데 그런 면에서 이 < 인생의 빛이 되는  한마디> 그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나 과거, 대체 그때는 왜 그러한 선택들을 했을까, 하는 내 스스로에 대한 원망들이 나를 감싸고 있을 즈음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의 나를 있게 만든 것들이며 그것이야 말로 미래로 당도하기 위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니 말이다.

 

 평이한 길이 앞으로 드리우기를 바라지만 애드거 앨런 포는 시련이 없었다는 것은 축복받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있다. 시련이 있던 그 순간, 세상에 왜 이토록 나에게만 비참하게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어느 새 그 시간을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니었던 그 당시의 모습은 어느 새 성장한 나를 의미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눈 앞의 시련은 더 큰 나로 만들어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렐프 월드 에머슨이 말한 것도 있는데 그는 모든 고난은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라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는 고난이 될 수 있는 시간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단상 속에 전해지는 것들은 그저 한 두 문장을 엮은 것이 아닌 인생을 먼저 살아간 그들이 남긴 주옥의 단상들이기에 머리가 복잡할 때 한 번씩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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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따뜻한 말 한마디 / 편집부


 

 

독서 기간 : 2014.11.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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