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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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새로운 것들이 밀려들고가지고 있던 것들을 지키려 했던 격동의 19세기의 시대 속에 지식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가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과연 그들의 서재에는 무슨 책들이그 책들에는 어떠한 사연들이 담겨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현재의 나의 서재는 나를 드러낸다기 보다는 그저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기에 19세기의 지식인들의 서재는 어떠한 양태를 띄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는데 서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책을 놓지 못하고 종종거리면서도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던 내게 너무도 쉬이 그는 답을 던져주고 있었다그러니까 19세기의 학자들의 당시 모습은 물론  물론 왜 현재의 우리 역시도 책을 통해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지그 이야기를 쫓아 정신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한유의 시구는 <장자><지락> '경단자불가이급심'이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는 의미다. <순자><영욕편>에도 같은 뜻의 '단경불가이급심정지천'이란 문구가 있다한유는 이 구절을 녹여서 '급고득수경'이란 명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르려면 두레박줄이 길어야 하듯이 옛사람의 학문을 탐구하여 훌륭한 학자가 되려면 항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야 함을 경계한 말이다한편 '두레박줄'은 물을 긷는 수단이다따라서 옛 것을 공부하려면 풍부한 자료즉 장서가 중요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본문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책을 탐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읽으면 읽을수록 드러나는 부족한 나의 내면이 드리우기에 그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책을 읽어 내려가곤 했다잠시 쉴 틈도 없이아직도 알아야 할 세상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에 채근하며 읽어왔던 것에 대해서 저자는 깊은 우물의 물을 길어 나르기 위해 두레박을 길게 이어 나가는 것이 독서의 의미이자 필요성이기에 단 시간 내에 하는 것이 아닌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은 조언해 주고 있다.

그제서야 마음 편하게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려보면학문이자 세상의 깊이를 서재 안에 가득 담아 놓았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그 동안에는 차마 몰랐던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깊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배우게 된다정조의 서재에서부터 전기소유재소의 서재까지그들의 서재는 단순한 서재를 넘어서 그들의 꿈꾸던 세상을 담아 놓았으며 그들이 살고픈 삶을 고스란히 축소해 놓은 것이었다그러니까 이 서재들을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의 서재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깊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정조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그것은 세손 시절부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였다정조에게는 홍재라는 호가 있다임금에게 무슨 호가 있을까싶지만 그는 홍재라는 호를 썼고이를 인장에 새겨 자신이 보던 책에 찍곤 했다그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한 학자의 생애였다임금이란 칭호만 떼버리면 그는 분명 조선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0책이나 되는 그의 문집 <홍재전서>가 그것을 증명한다그는 세손 시절부터 학문에 모든 열정을 바쳤다고시공부 수준의 시험 준비가 아니라세상을 이끌어갈 큰 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문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저 왕권을 이어받는 것만으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정조는 자신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죽을 때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바로 알았으며 그리하여 자신의 서재 이름에 홍자를 새겨 이름을 삼아 놓았다그의 이 깊은 뜻은 19세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는데신분 격차로 인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인 여항인들에게 기회의 끈이 되었음을 물론 그러한 끈을 기반으로 하여 19세기 조선은 다채로운 문인들로 풍족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서적의 편찬과 출판을 통한 정조의 문치 정책은 조선 후기 학술과 문화의 진흥을 가져왔다특히 정도는 시문에 뛰어났으면서도 신분적 제약 때문에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중서인들과 여항인들을 선발하여 등용함으로써 여항 문화의 개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여항인이 당당하게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이전에도 시문에 뛰어난 여항인들이 있었지만그들은 대부분 양반의 들러리게 불과했다하지만 이제 그들 자신이 시문의 향유자로서 문화의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 –본문

 이전에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여항인들의 모습들은 물론이거니와 가난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만의 꽉 찬 서재를 꿈꾸었을 이이엄의 서재 등 수 많은 서재들을 통해서 그들이 만들어가고자 했던 조선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게 된다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조선과 지금의 모습은 과연 어느 정도나 닮아 있을까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21세기의 서재를 만들어 가도록 고군분투 해야 함을 그들을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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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저


 

 

독서 기간 : 2015.01.2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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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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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소설이 아니었더라면, 이들의 이야기는 영영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역사 속에 중심이 됐던 이들로만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역적전>이라는 소설은 역사 속의 메인이 아닌, 그 주변에 있던 이들에 의해서 또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찬란하지만 그 빛은 다른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는 우리를 긴박했던 그 순간으로 이끌게 된다.

공명정대하게 죄인의 죄를 묻는 것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던 하한기의 앞에 사가노와 출랑랑이라는 죄인이 잡혀 들어온다. 가락국의 고위 관리였던 허공을 살해한 죄로 끌려온 그들을 보는 하한기의 나지막하지만 깊은 눈길 안에서 가히 그들이 살해를 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죄를 지었다는 사가노와 너무도 당당히 살해를 했노라며 외치는 출랑랑을 보며 과연 이들에게는 어떠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이틀 동안 들려주는 스펙타클한 그들은 이야기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도 중심이 되는 긴박함이 느껴졌다.

마침내, 협지는 다시 곡식 빌려 주는 곳에 가서 더 빚을 졌고, 이와 같이 몇 차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갚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나자, 협지의 부인은
,
"
이제 어차피 갚지 못한 말큼 밎은 많이 진 것은 매한가지요. 좀 더 빚을 진다고 무슨 차이가 나겠소? 차라리 한번 쓸 만큼 써보기라도 해 보지 않겠소?" 라면서 더 빚을 졌으므로, 마침애 도저히 빚진 것을 같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본문

처음 시작은 사가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술을 담거나 음식을 하는 손일 것이라 말했던 하한기의 짐작대로 그는 가난했던 삶을 청산하기 위해서 자신의 회와 음식을 좋아했던 협지에게 그의 노비로 살겠노라 청하게 되고 그의 바람대로 협지의 집에서 노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노비 생활의 시작은 어찌보면 파란한 그의 인생의 서막이 된다. 백제의 부자였던 그는 왕이 고구려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감에 부인과, 사가노, 강아지와 함께 용녀의 배를 타고서는 왜로 떠나는 여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배는 안타깝게도 신라의 배와 마주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서는 가락국에 도착하게 되지만, 사가노의 마지막은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그보다 더 안타까운, 순장의 희생양으로 무덤 속에 묻히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의 주인공인 출랑랑은 아무것도 모르는 천방지축 아가씨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도움을 통해서 고구려 칼잡이에게 칼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괴유의 칼 쓰는 법이라는 이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 없던 그녀는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아버지의 사업을 자신이 받아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출랑랑은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되고 양꼬치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결국 용원당의 눈에 들어 그녀의 삶을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만든다. 용원당의 여당아에 반항하던 그녀는 결국 그 무리에서도 내쫓기게 되고 모든 이들의 표적이 된 출랑랑은 그녀가 한때 손에 쥐었던 봉문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되지만 이야기는 점차 그들의 행방을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게 하고 있었다.

사가노와 출랑랑이 마주하게 된 어느 무덤 안에서 그들은 함께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마주하기까지 수 많은 이들과 겹쳐있는 이야기들을 들춰보아야 하지만 그 여정이 결코 지루하거나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벽이 넘은 시간까지도 이 책을 들고 있게 하였으니, 그들의 여정이,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파헤치려 했던 하한기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따름이었다.

지금 용원당의 무리들이 수백 명이 달려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박원도 공의 부하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몰려와 이곳을 감싸고 있으니, 네가 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해도 여기서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너는 죽은 목숨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기왕 네가 죽을 목숨을 두고 내가 너에게 사려고 하는 것이 있으니 너는 내 말을 잘 듣고 장사를 할지 말지 정하도록 하가. -본문

하한기가 아니였다면, 아니 저자가 아니였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한 줄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저 어느 고서 안에 자리하고 있었을 그 생생한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동안,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당신에게 실제의 그날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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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기억 / 미셸 라공저

독서 기간 : 2015.01.2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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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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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본문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서막에서도 알려주고 있다시피 그의 인생을 요약해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평범한 삶을 지내가 떠난 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의 처연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의 인생이 실패한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첫 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에 골인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성향이 달랐던 그들은 말 그대로 한 집에 살고는 있으나 각기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자신과 많은 부분이 비슷했던 딸 그레이스가 유년시절을 넘어가는 순간 자의와는 상관 없이 점점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 그레이스는 임신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 홀연히 그들의 곁을 떠나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딸의 남편은 결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발된 전쟁으로 전장에 나가게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결혼과 동시에 미망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레이스는 결국 아이는 시댁의 손에 맡긴 채 그녀는 점점 알코올에 빠져들고 있다. 그것이 그가 마지막에 바라본 딸의 모습이었으니 그의 삶을 들여다보노라면 그가 행복한 삶을 보냈다기 보다는 힘겨운 시간들을 지나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의 주위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질질 끌리듯이 흘러갔다. 그는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했지만, 괴상한 강의 시간표 때문에 애매한 시간에만 집에 있을 수 있었으므로, 이디스의 빡빡한 일일 계획표와는 맞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자주 집에 있는 것에 아내가 신경질적이 될 만큼 동요해서 말문을 닫아버리거나 때로는 정말로 앓아눕기까지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레이스를 자주 볼 수도 없었따. 이디스가 딸의 일정을 세심하게 짜놓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나는 것은 저녁시간뿐인데, 스토너는 일주일에 나흘이나 늦은 시간에 저녁강의가 잡혀 있었다. 그래서 강의가 끝날 무렵이면 대게 그레이스는 잠들어 있었다. –본문

생의 유일한 사랑이라 믿었던 아내는 늘 지쳐있는 모습이었고 그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찬성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끌고 나가기 위해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디스의 아버지인 호러스 보스트윅가 머천츠트러스트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부도를 맞게 되자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전후로 하여 이지스의 모습은 급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사망 사건 전의 이지스가 사건 후의 그녀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그녀의 모습들을 보면 스토너에게 현명한 아내이자 그레이스에게 좋은 어머니의 모습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수는 있었으니, 그가 오롯이 피어났던 순간은 캐서린을 마주했던 그 순간뿐 이었을까.  

그의 직장인 대학에서의 시간으로 눈을 돌려 보면,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그가 영문학 교수의 자리까지 올라 평생의 시간을 자신이 하고픈 공부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시간은 그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흡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로맥스나 핀치처럼 학장이 되거나 학과장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평생을 부교수의 자리에만 있었어야 했다는 점, 로맥스가 담당 교수였던 워커 학생에 너무도 다른 신념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신임 교수와 같이 불합리한 시간표를 배정받아야 했던 점, 이로 인해 딸 그레이스와 함께 보낼 시간이 없었다는 점은 물론 가족과의 시간들도 점차 줄어들어야만 했으니 과연 그의 삶이 괜찮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가.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 없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좀 더 생생해지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은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본문

평이하다 못해 남들보다 뒤쳐진 듯한 삶을 살았던 스토너를 보며 과연 그의 삶이 성공적인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나는 그의 삶에서 대체 무엇을 바랐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다시금 스치게 된다.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자식은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들어가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나가야만 하고, 늘 열정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의 모습이여야 그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들 말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세상이 그에게 당신은 남들보다 못한 삶을 살았소,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는 그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을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 속 토끼처럼, 약삭빠르고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천천히, 세상이 알아주는지 여부에는 상관없이 마지막을 향해 진득하니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 그는 눈을 감는 순간 천상병 시인의 소풍의 마지막 구절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를 외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러한 삶이었다면 우리의 수 많은 잣대를 넘어서서 그는 자신의 삶이 아름다웠다 말했을 것만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생을 마음 속에 꿈꾸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들을 스토너와 같이 평이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스토너처럼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왔더라면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스토너처럼 진득한 나의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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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김기창저


 

 

독서 기간 : 2015.01.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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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사랑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10
소중애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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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동물들을 별 거리낌 없이 좋아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든, 강아지든 함께 해왔던 것 같다.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서 별 다른 반대 없이 허락해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지금까지도 같이 지내고 있는 것일 텐데 시간 날 때마다 강아지와 같이 산책을 나가보면 강아지를 보고 귀여워라고 하는 아이와 무서워라고 하는 아이, 때론 아무런 관심도 없이 스쳐지나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동물과의 만남에 대해서 별 다른 두려움 없이 그저 좋아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싫어!>라는 책은 한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된 강아지와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길에서 만난 강아지는 아이를 계속 따라오게 되는데 자신의 강아지가 아닐뿐더러 별다른 관심이 없는 그 강아지가 자신을 따라 오는 것이 탐탁지 않은 아이는 계속해서 싫어!’ 라고 외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동물을 사랑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는 그저 눈물만 글썽일 뿐이다.

 


 그렇게 집까지 따라 온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명분으로 시작된 동거는 강아지에게 똘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예쁜 밥그릇을 주기도 옷도 입혀 주면서 아이는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한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똘똘이도 꼬리를 살랑이며 아이와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지금은 비록 하늘나라로 보낸 똘똘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 똘똘이는 물론 아이도 역시 따스한 나날들을 보냈기에 그들의 마음 속에서만큼은 영원히 같이 하게 되지 않을까. 아이가 똘똘이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처럼 똘똘이 역시도 아이에게 마음을 열어 함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지긋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에 대해, 많은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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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언제나 행복할까요 / 앙드레 엘레저


 

 

독서 기간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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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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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이 고등학생 때 친구의 권유로 <하얀 로냐프 강>을 읽은 것이었고 그 이후에 읽은 것이 20대 후반에 <트와일 라잇>을 읽은 것이었으니. 거즌 10년에 한 번씩 하나의 작품만을 접하고 있는 셈인데 그런 나에게 있어 <트와일라잇>은 판타지 소설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 것은 물론 그 안의 비슷한 인물들이 담긴 이야기들을 계속 찾아보게 하는 시발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는 물론이거니와 트와일라잇 속의 늑대인간인 제이콥을 통해서 그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이 <인디아나 텔러>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제이콥이 제대로 각인 된 것은 틀림 없는 듯 하다.

 제이콥과 같이 강렬한, 그러면서도 한 여자에 대해서 지고지순한 모습을 기대하고서 펼친 이 소설 속의 인디아나 텔러는 바랐던 모습과는 상이한 모습의 늑대인간의 형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늑대인간인 벤자민 텔러와 인간인 제시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 늑대인간의 혈통보다는 인간의 혈통을 더 많이 안고 태어난 아이였던 것이다. 순수 늑대인간의 혈통인 루가루는 인간이 태어날 경우 종족보전을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던 제시카 덕분에 그는 여전히 살아 남아 있게 된다.

 여긴 왕국이야, 인디아나.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군주니까 넌 황자 맞다고. , 물론 완멱한 왕자는 아니지. 넌 우리 종족이 아니니까. 그래도 왕자는 왕자야. 그러니까 세라피나를 조심해.”
 
이번에는 파리가 내 형 둥지를 틀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한동안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대체 왜 이제와서 하나같이 나를 놀라게 하는지 짜증스러웠다.
 
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에 무도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말 냄새를 풀풀 풍기며 무도회에 갈 수는 없었다. 루가루는 후각이 예민하니까. –본문

그러나 그의 탄생은 인간과 늑대인간 사이라는 금기에서 시작되었기에 그의 생존으로 인해 벤자민이 죽음으로 들어서야 했고 그로 인에 그의 엄마는 정신을 놓고서는 병원에 감금되게 된다. 그러니까 인디아나의 존재는 그들 가문에 있어서도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는데 어찌되었건 루가루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어디서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맴돌아야 하는 그를 보면 서글퍼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곁에 유모인 내니가 있었다는 것과 그런 내니가 인디아나에게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될 것이며 그의 엄마인 제시카와 같이 아크로노트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위안이 되어 과연 그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할아버지인 칼 텔러가 루가루의 북아메리카의 루가루 최고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아나를 대하는 루가루 아이들의 모습을 그들과는 다른 이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는데, 늘 인디아나를 무시하고 따돌리던 그들이 성적으로는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 순간, 인디아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게 되는데 그 길에서 늑대에게 물려 감염된 세미를 만나게 된다. 루가루 사이에서 인간이기에 따돌림을 받아야 했던 인디아나와 인간이였으나 감염되어 늑대가 된 악셀 브라운은 서로 친구가 되어 인디아나가 루가루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내게 된다.

 우리가 말해주지 않은 건 네가 무엇보다 우리 루가루 무리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인간으로서의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네가 인간과 우리 늑대 중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알아야 했어.”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나는 카테리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눈에는 내가 인간을 선택하고 늑대를 배신했다고 보였을 것이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공포가 이해되었다. 나는 방금 할아버지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본문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디아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데, 인간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안고서 들어선 그 곳에서 그의 맹세는 카테리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 산산이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카테리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기에 그저 삭히고만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 인간의 경우, 종족이 정해놓은 법칙에 의해 인간이 제거되기에 그녀에게 사랑을 드러내는 순간, 카테리나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언제나 그러하듯 인디아나의 집안과 경쟁 구도에 있던 타일러 브랜드켈 역시 카테리나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이 삼각 관계는 타일러가 인디아나를 구해주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히면서 그들만의 문제를 넘어 가문의 전쟁까지도 도래하게 된다.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이 책의 단점이 될 수도 있으나 그만큼 친숙하게 다가와 가독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게다. 어찌되었건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하고 있기는 하나 들여다보면 우리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문제가 그들에게도 벌어지고 있기에 욕망이라는 그 꿈틀거리는 문제들을 바라보며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된다. 과연 이 뒷이야기들은 어찌될지.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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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스테파니 메이어저


 

 

독서 기간 : 2015.01.20~01.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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