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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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아마 이 소설이 아니었더라면, 이들의 이야기는 영영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역사 속에 중심이 됐던 이들로만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 <역적전>이라는 소설은 역사 속의 메인이 아닌, 그 주변에 있던 이들에 의해서 또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찬란하지만 그 빛은 다른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 그날의 이야기는 우리를 긴박했던 그 순간으로 이끌게 된다.

공명정대하게 죄인의 죄를 묻는 것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던 하한기의 앞에 사가노와 출랑랑이라는 죄인이 잡혀 들어온다. 가락국의 고위 관리였던 허공을 살해한 죄로 끌려온 그들을 보는 하한기의 나지막하지만 깊은 눈길 안에서 가히 그들이 살해를 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죄를 지었다는 사가노와 너무도 당당히 살해를 했노라며 외치는 출랑랑을 보며 과연 이들에게는 어떠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이틀 동안 들려주는 스펙타클한 그들은 이야기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도 중심이 되는 긴박함이 느껴졌다.

마침내, 협지는 다시 곡식 빌려 주는 곳에 가서 더 빚을 졌고, 이와 같이 몇 차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갚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고 나자, 협지의 부인은
,
"
이제 어차피 갚지 못한 말큼 밎은 많이 진 것은 매한가지요. 좀 더 빚을 진다고 무슨 차이가 나겠소? 차라리 한번 쓸 만큼 써보기라도 해 보지 않겠소?" 라면서 더 빚을 졌으므로, 마침애 도저히 빚진 것을 같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본문

처음 시작은 사가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술을 담거나 음식을 하는 손일 것이라 말했던 하한기의 짐작대로 그는 가난했던 삶을 청산하기 위해서 자신의 회와 음식을 좋아했던 협지에게 그의 노비로 살겠노라 청하게 되고 그의 바람대로 협지의 집에서 노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노비 생활의 시작은 어찌보면 파란한 그의 인생의 서막이 된다. 백제의 부자였던 그는 왕이 고구려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감에 부인과, 사가노, 강아지와 함께 용녀의 배를 타고서는 왜로 떠나는 여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배는 안타깝게도 신라의 배와 마주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서는 가락국에 도착하게 되지만, 사가노의 마지막은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그보다 더 안타까운, 순장의 희생양으로 무덤 속에 묻히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의 주인공인 출랑랑은 아무것도 모르는 천방지축 아가씨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도움을 통해서 고구려 칼잡이에게 칼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괴유의 칼 쓰는 법이라는 이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 없던 그녀는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아버지의 사업을 자신이 받아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출랑랑은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되고 양꼬치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결국 용원당의 눈에 들어 그녀의 삶을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만든다. 용원당의 여당아에 반항하던 그녀는 결국 그 무리에서도 내쫓기게 되고 모든 이들의 표적이 된 출랑랑은 그녀가 한때 손에 쥐었던 봉문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되지만 이야기는 점차 그들의 행방을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게 하고 있었다.

사가노와 출랑랑이 마주하게 된 어느 무덤 안에서 그들은 함께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마주하기까지 수 많은 이들과 겹쳐있는 이야기들을 들춰보아야 하지만 그 여정이 결코 지루하거나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새벽이 넘은 시간까지도 이 책을 들고 있게 하였으니, 그들의 여정이,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파헤치려 했던 하한기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따름이었다.

지금 용원당의 무리들이 수백 명이 달려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고, 박원도 공의 부하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몰려와 이곳을 감싸고 있으니, 네가 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해도 여기서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너는 죽은 목숨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기왕 네가 죽을 목숨을 두고 내가 너에게 사려고 하는 것이 있으니 너는 내 말을 잘 듣고 장사를 할지 말지 정하도록 하가. -본문

하한기가 아니였다면, 아니 저자가 아니였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한 줄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저 어느 고서 안에 자리하고 있었을 그 생생한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동안,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당신에게 실제의 그날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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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기억 / 미셸 라공저

독서 기간 : 2015.01.28~01.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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