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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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세상의 새로운 것들이 밀려들고가지고 있던 것들을 지키려 했던 격동의 19세기의 시대 속에 지식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가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과연 그들의 서재에는 무슨 책들이그 책들에는 어떠한 사연들이 담겨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현재의 나의 서재는 나를 드러낸다기 보다는 그저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기에 19세기의 지식인들의 서재는 어떠한 양태를 띄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는데 서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책을 놓지 못하고 종종거리면서도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던 내게 너무도 쉬이 그는 답을 던져주고 있었다그러니까 19세기의 학자들의 당시 모습은 물론  물론 왜 현재의 우리 역시도 책을 통해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지그 이야기를 쫓아 정신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한유의 시구는 <장자><지락> '경단자불가이급심'이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는 의미다. <순자><영욕편>에도 같은 뜻의 '단경불가이급심정지천'이란 문구가 있다한유는 이 구절을 녹여서 '급고득수경'이란 명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르려면 두레박줄이 길어야 하듯이 옛사람의 학문을 탐구하여 훌륭한 학자가 되려면 항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야 함을 경계한 말이다한편 '두레박줄'은 물을 긷는 수단이다따라서 옛 것을 공부하려면 풍부한 자료즉 장서가 중요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본문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책을 탐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읽으면 읽을수록 드러나는 부족한 나의 내면이 드리우기에 그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책을 읽어 내려가곤 했다잠시 쉴 틈도 없이아직도 알아야 할 세상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에 채근하며 읽어왔던 것에 대해서 저자는 깊은 우물의 물을 길어 나르기 위해 두레박을 길게 이어 나가는 것이 독서의 의미이자 필요성이기에 단 시간 내에 하는 것이 아닌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은 조언해 주고 있다.

그제서야 마음 편하게 지식인들의 이야기에 눈을 돌려보면학문이자 세상의 깊이를 서재 안에 가득 담아 놓았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그 동안에는 차마 몰랐던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깊었는지에 대해 다시금 배우게 된다정조의 서재에서부터 전기소유재소의 서재까지그들의 서재는 단순한 서재를 넘어서 그들의 꿈꾸던 세상을 담아 놓았으며 그들이 살고픈 삶을 고스란히 축소해 놓은 것이었다그러니까 이 서재들을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의 서재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깊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정조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그것은 세손 시절부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결과였다정조에게는 홍재라는 호가 있다임금에게 무슨 호가 있을까싶지만 그는 홍재라는 호를 썼고이를 인장에 새겨 자신이 보던 책에 찍곤 했다그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한 학자의 생애였다임금이란 칭호만 떼버리면 그는 분명 조선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0책이나 되는 그의 문집 <홍재전서>가 그것을 증명한다그는 세손 시절부터 학문에 모든 열정을 바쳤다고시공부 수준의 시험 준비가 아니라세상을 이끌어갈 큰 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문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저 왕권을 이어받는 것만으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정조는 자신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죽을 때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바로 알았으며 그리하여 자신의 서재 이름에 홍자를 새겨 이름을 삼아 놓았다그의 이 깊은 뜻은 19세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는데신분 격차로 인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인 여항인들에게 기회의 끈이 되었음을 물론 그러한 끈을 기반으로 하여 19세기 조선은 다채로운 문인들로 풍족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서적의 편찬과 출판을 통한 정조의 문치 정책은 조선 후기 학술과 문화의 진흥을 가져왔다특히 정도는 시문에 뛰어났으면서도 신분적 제약 때문에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중서인들과 여항인들을 선발하여 등용함으로써 여항 문화의 개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여항인이 당당하게 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이전에도 시문에 뛰어난 여항인들이 있었지만그들은 대부분 양반의 들러리게 불과했다하지만 이제 그들 자신이 시문의 향유자로서 문화의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 –본문

 이전에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여항인들의 모습들은 물론이거니와 가난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만의 꽉 찬 서재를 꿈꾸었을 이이엄의 서재 등 수 많은 서재들을 통해서 그들이 만들어가고자 했던 조선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게 된다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조선과 지금의 모습은 과연 어느 정도나 닮아 있을까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21세기의 서재를 만들어 가도록 고군분투 해야 함을 그들을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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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저


 

 

독서 기간 : 2015.01.27~01.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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