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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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도쿄산보>란 책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까. 도쿄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행에 관한 에세이도 아니고, 도쿄란 곳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가이드가 되어 주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 책은 이전에는 만나 본적 없던 독특한 느낌의 에세이로 프랑스 인의 눈에 비친 도쿄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그가 바라본 도쿄를 오롯이 옮겨 놓았다기 보다는 그의 눈에 투과되고 그의 생각들이 조합되면서 오롯이 그의 눈에 비친 도쿄가 펼쳐지고 있고 그 생경하면서도 낯선 풍경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도쿄를 전해주고 있다.

일본에는 별다른 벌레가 없을 것만 같던 나의 상상은 그의 신랄한 그림 속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벌레는 그의 거처를 침투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노라면 도쿄에 이런 일이, 라며 절로 입이 벌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쥐도 나타난다고 하니. 나의 상상속의 도쿄과 실제의 도쿄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특히나 그의 눈에 비친 도쿄의 모습은 새록 새록한 모습인데 아기자기한 모습들도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책 안에서 도무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눈에 비친 일본 아이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아이돌이 이러한 모습이었다니. 맙소사,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의 자전거를 보고 까탈스럽게 대하던 경찰들도, 시장 안의 널려있는 생선들도 이제는 그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게 되었을 이 이야기들이 이렇게 그림으로 남아 있으니 그에게는 도쿄의 기억이 언제나 오늘처럼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는 그의 기억이기에 어렴풋하게 전해져 여전히 흐릿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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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꿈맛 / 허안나저


 

 

독서 기간 : 20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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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마지막 춤
파비오 스타시 지음, 임희연 옮김 / 가치창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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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이름은 종종 들어왔지만 그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은 영상 예술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들으면서였다. 흑백 영화이자 무성영화를 처음 마주한 나로서는 그 영화 자체를 본다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그 안의 주인공이 찰리 채플린이라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무심한 그가 보여주는 몸짓들에 피식 웃을 수 밖에 없는, 그의 노련한 몸짓은 소리가 없어도 사람들을 끌어 당기기에 충분했다.

펑퍼짐한 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큰 구두를 신고 움직이는 그를 보노라면 마치 무대 위의 마리오네트 같은 느낌인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줬던 그의 삶 역시도 언제나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것만 같은데, 실상 그의 삶을 들여다 보고 나면 그야말로 비극이 따로 없는 삶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란 그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압축하여 말해주고 있는 것인데 홀로 세상에 남겨진 어린 아들에게 전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더 없이 서글프면서도 초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19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점쟁이 말에 따르면, 난 평생 운이 넘치게 살다가, 6년 전 성탄절에 폐렴으로 이미 죽을 운명이었다.
 
년 전부터 성탄절마다 사신이 나를 찾아왔어. 내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지. 그럼 난 방랑자 의상을 입고, 예전에 연기했던 극 중 한 장면을 선보이지. 사신이 웃으면, 나를 이듬해까지 살게 해줘. 그게 우리의 계약이지. 사신을 계속해서 즐겁게 하는 한, 난 죽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최근에 난 인정해야 했지. 사신이 나랑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그 노파를 미소조차 짓게 하지 못했을 거야. 같은 연령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월이라는 희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거지. -본문

 세상을 떠나기 6년 전부터 어린 아들에게 전해줄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찰리 채플린의 이야기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떻게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시간 속에서 그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들에게 그의 삶을 오롯이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간 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에게는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난해함으로만 전달되면서 머리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제의 경험인지 아니면 꿈인지 모를 이야기가 함께 섞여 있기에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두리뭉실한 느낌으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가 그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무대 위에 오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의 삶으로 그를 안내하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시네마토그래프에 알게 되면서 그가 어떻게 스크린 속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스크린 속에서 무표정한 듯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 많은 몸짓들을 그가 누구에게 배워오게 되었는지 등 자세한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져 있다.

내 이야기는 음정이 어긋난 낡은 자동 피아노처럼 네게는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연주될 거야. 이런 방법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말한다면, 오늘 저녁, 사신은 나를 데리고 가겠지. 하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언제나 열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내 삶의 일 순위였지. –본문

 무대 위에서, 스크린 안에서 늘 완벽하게 보였던 그조차도 사랑에 있어서는 애송이에 불과했기에 그가 헤티에게 했던 청혼의 모습은 평범함을 넘어 소박함마저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포즈의 시작과 아이의 탄생. 그 평이한 삶의 연속을 바랐던 그에게 전해지는 것은 다시금 삐걱거리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계속된 유랑은 정착을 떠나 다시금 몰락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뉴욕에 들어섰을 때, 그는 자신의 무대만큼은 확실하게 채워지기를 바랐으며 때론 엉뚱하기도 했던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 놓으며 자기 스스로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책의 초반에 보여지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도 왼손잡이인 그에게 맞게 개조한 것이었으니, 세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으니 화재로 인해 스튜디오는 무너져 내렸고 차량마저 도난 당한 그날 그는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혼이라는 파경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로 하여금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음에도 굳게 입을 다물게 된다. 자신을 믿지 않는 세상에게 그의 읊조림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들이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나는 매번 고통을 느꼈어. 왜냐하면 날 바라보는 기자들의 얼굴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측은하고 동정 어린 미소를 보았거든. 그럴 때마다 나는 분노로 피가 끓어올랐어. 내 고통과 시련 속에는 매혹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종류의 질문 앞에서 늘 자신감이 없을 수 밖에. 그들이 숨기는 것을 내가 알게 될까 두려웠어. –본문

 시작과 끝이 없는 영화가 없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끝을 향해 가게 된다. 왜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물음의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는 사신과의 내기 속에서 얻어낸 6년이란 시간 속에 아들에게 들려줄 그의 이야기를 원 없이 전해줬을까. 그의 아들에게는 아련하고 그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없을 추억과 같은 이 책이 나에게는 여전히 난해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이 고된 독서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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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 찰리 채플린저


 

 

독서 기간 : 2015.02.0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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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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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를 거의 읽어보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책의 표지는 물론 제목마저도 생경한 것이 대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책을 펼치게 된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라면이 등장하는 표지가 말해 주듯이 이 안의 이야기들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야말로 황당한 이 이야기들이 그래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는 것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무언가 공허한 기분이 든다. 뒤의 이야기가 더 이어질 법하지만 이야기는 딱 그 지점에서 마침표를 남기고서 또 다른 이야기로 국면을 접어들고 있는데 아마도 이렇게 이어졌겠지, 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 저자가 남겨준 하나의 재미일지 모른다.

진품명품에 두 번째로 등장하는 페르시아 카펫의 진위 여부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안고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김영식의 모습은 서글프게 보이지만 그에게는 그 카펫의 가격보다도 그 세월을 지켜온 아버지의 노고가 카펫의 진위 여부보다 중요한 것이었을 게다. <교육의 탄생>으로 신인상의 영광을 거머쥐게 한 이 이야기는 아이큐가 215라고 판명된 천재 최두식의 일대기가 그려진 조국의 하늘 아래서라는 책을 통해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전해지게 된다. 현재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NASA에 레오니드 몰로디노프박사를 만났던 그 시간은 그의 삶을 변모시킨 것이 틀림 없다.

에드워드 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잘 못 본걸일까. 그의 눈에 약간의 눈물이 맺힌 듯 보였던 것은? 우리는 일어서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나의 마음에 아련한 슬픔이 차올랐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과학은, 그것이 겉으론 아무리 차가워 보일지라도 결국은 이런 애틋한 휴머니즘 위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위대한 한국인 과학자 에드워드 김으로부터 얻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본문

어릴 적 사이비 종교가 발간한 책을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조금씩 그려갔던 김호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정보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그는 역복제를 통해서 죽음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였으며 이 유전자 조작으로 인류에게 영생이라는 삶을 전해주었지만 이 위대한 과학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느 날 그가 한 소녀의 손을 잡고 사라진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그 소녀가 역복제로 만들어낸 그의 어머니일 수 있다는 추측만 가득할 따름이다. 

라면이 사라진 지 오래인 현재의 그들에게 <내 영혼의 라면 한 그릇>이라는 책을 발간한 김기수를 기점으로 한 라면 동호회가 생겨나게 된다.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가 살아있던 당시 그를 인터뷰했던 기자와 라면 동호회의 수장인 이인호의 만남이 이뤄지게 되는데, 왜 김기수가 라면만을 먹었을까, 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되는데 그 이유가 자못 씁쓸하기만 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지독한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비행접시에게 별다른 공격 의도가 없는 듯 보이기 시작하자(그것은 열흠이 넘도록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하늘에 떠 있을 뿐이었다.) 공포 대신 분노가 서서히 도시를 뒤덮었다. 게다가 그들의 멸망 위기에 처한 행성을 탈출하여 살 곳을 찾아다니던 일종의 우주 난민이란 게 확인된 순간, 시민들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사람들은, 그 놈들이 왜 하필이면 이런 소도시를 기착지로 택한 거냐며 화를 냈고, 가뜩이나 살기도 힘든데 왜 저런 것들까지 신경 써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문

 후안 곤잘레스는 늘어나는 외계인의 사체를 처리하는 미화원으로 열심히 생활하다 어느 순간 녹색의 시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안게 되었고 그 물음을 쫓아 가는 여정 속에 그의 삶을 또 다른 세상으로의 조우를 경험하게 된다. ‘살아 움직이는 야채라는 이름으로 인간은 이 외계인의 사체를 먹어 치우고 있었는데 이 모습은 몸에 좋다는 이야기만 들리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달려드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해서 역겹게까지 느껴진다.

 어느 부분에서는 현재의 우리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야기의 생경함에 당혹스러움이 겹쳐지기도 한다. 소설이라는 것이 인간의 상상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자유로이 이야기를 하고 유영할 수 있다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그녀는 참 충실히 자신의 이야기에 상상을 가득 불어 넣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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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구역 / 듀나저


 

 

독서 기간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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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를 보다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철학 여행 철학사를 보다 시리즈
강성률 지음 / 리베르스쿨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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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하게 아파오며 피하기만 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철학이란 것이 대관절 무엇이길래 그 산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인가, 에 대한 고민과 한번쯤은 이 문턱을 넘어서 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금 <서양철학사를 보다>란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그러니까 늘 문턱의 초입에서 이 문제를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던 나날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면서 늘 다시 처음 그 자리로 오는 나로서는 이 한번의 문턱을 넘기를 고대하며 간절함을 담아 한 장 한 장 넘기게 된 것이다.

세계와 인간에 대한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사색하는 것이 철학입니다. 철학은 완성된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참다운 지식을 탐구해가는 과정을 의미해요. 독일의 철학자인 칸트는 첫 강의 시간에 나는 제군들에게 철학(Philosophie)이 아니라 철학 하는 것(Philosophieren)을 가르치고 싶다.”라고 말했지요.
 
마지막으로 철학은 모든 학문의 궁극적 목적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에요.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열심히 가더라도 목표에서 멀어지기만 하지요. 인가는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과학을 연구했어요. –본문

하나의 정해져 있는 틀을 배우는 것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사색하는 것이 철학이라는 말을 보며 그저 단순하게 암기하는 것이 아닌 왜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눈 앞에 있는 웅덩이는 보지 못한 채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던 탈레스는 하녀에게 쓴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가 당시 고민했던 이 세상의 근원이 물이라고 보았으며, 공기가 만물의 근원이며 이 안에는 영혼이 포함되어 있다던 아낙시메스의 이야기는 현재의 과학으로 보면 틀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 당시에 가졌던 이러한 사유들이 쓸데 없는 고민이 아닌 그들이 주변에 있던 세계를 알아가기 위한 고민이었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주는 의미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덕을 강조햇어요. 중용이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중용은 1 5의 중간이 3이라는 식의 산술적인 의미가 아니예요. 예를 들면 만용과 비겁함의 중용은 용기고, 헤픔과 인색함의 중용은 절약입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때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식사의 적당량에 비유할 수도 있어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저마다의 식사량이야말로 포식과 소식의 중용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간음, 절도, 살인 등과 같은 것에는 중용이 있을 수 없지요. 이것들은 무조건 악이랍니다. –본문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은 학창시절 빠트리지 않고 꼭 알아야 할 내용이기에 그의 이름과 중용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인데, 짧게나마 이 책을 통해 바라본 중용의 참 뜻에 대해서 그 동안 그야말로 허투로 알고 있었구나, 를 깨닫게 된다. 어떠한 상태에 있어서 중간자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 중용인줄 알았던 나로서는 1 5사이의 3이 중용의 면모라고 보았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중용의 모습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드러난 올바른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정통 교리로 자리잡게 된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설과 원죄설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왜 하느님은 인간이 죄를 짓고 그 죄로 하여금 벌을 받아 고통을 받게끔 만들어 놓으신 것인지에 대한 물음까지 이어가게 되는데, 이른바 자유의지라 불리는,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그 의지를 갖게 한 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그 자유의지가 있기에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유의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을 넘어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근본이 되는 질문이자 철학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포이어바흐의 주장에 따르면 종교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바라는 전지전능하고 영원히 행복한 상태를 신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어요.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제 철학은 신학이 아니라 인간학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본문

 고대철학에서부터 중세, 근세, 현대 철학까지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물고 물리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그 당시의 고민들은 이렇게 변해왔구나 등 철학이라는 거대하고 딱딱한 철옹성의 지대가 점점 가깝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하나만이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보다도 이 안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멀게만 느꼈던 철학에 대한 기본을 배우고서 그 다음 단계로 뛰어 넘을 수 있는 주춧돌로서 이 책의 역할은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철학이 즐거울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보람차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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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철학 이야기』 / 이한규저


 

 

독서 기간 : 2015.01.3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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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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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는 그 풋풋한 마음이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약속이 영원히라는 단어로 영겹의 시간을 묶어두려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애잔하게, 그들이 바라는 영원이 오래 존속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영원히 사랑해라는 그 달콤함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게도 느껴지지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두 사람에게 같은 의미일 때에만 존속되는 것임을 알기에 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무언가 달달한 이야기이길 바라며 펼쳐진 이야기에 빠져들면 들수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것들이 상대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 될 수 있는 것들인가에 대한 생각과사랑해라고 외치는 그 순간 그 두 사람은 같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점점 두려움을 안고서 이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조명가게를 이어받아 비앙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유디트는 독신여성으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여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활절을 맞아 마트에 장을 보러 간 그녀는 수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서 한 남자에 의해 자신의 발을 밟히게 되고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된다. 그저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그 다음날을 어제와 같이 보내고 있던 유디트에게 비앙카는 어떤 남자가 그녀를 찾아왔었다는 이야기와 어제 그녀가 이 조명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는 따라 왔다는 남자의 눈빛에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물론 잠시 스친 당시의 모습으로 그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것을 석연찮게 생각했던 유디트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넘기게 된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걸까? 혹시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걸까? 예쁘고,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어 한네스를 필요로 하는 걸까?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도 모르는 사이 자존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건가?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는…….-본문

 그러나 이들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마트에서의 우연을 넘어 친구 게르트의 생일파티에서 다시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저 지나가던 행인이었던 그가 건축가라는 사실과 이혼 경력이 있고 현재는 솔로라는 점, 그리고 그의 사무실이 유디트와 조명가게와 멀지 않게 됨을 알게 되면서 그들은 조금씩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연찮게 유디트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한네스와 동석하게 된 그를 보고선 친구들의 열렬한 격려에 힘입어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언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 유디트는 베네치아 여행을 기점으로 하여 한네스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지만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이 그녀가 이별을 택한 것은 말도 안 되는 행태라며 그녀를 질타하는 것은 물론 한네스와 헤어졌음에도 그가 자신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환각과 환청은 그녀를 점점 마르다 못해 정신 분열까지 일으키게 하는 무시무시한 후 폭풍을 전해주고 있다.

 한네스는 성탄절에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거라고 엄마한테 말했다. 유디트를 위한 자리로 가족, 친구들 모두 참석할 거라고 했다. 작은 파티를 기획한 모양이었다.
 
유디트에게는 눈 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할 거예요.”
 
한네스가 엄마한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상태가 저런데 괜찮을까?”
 
물론이죠.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면은 우리들과 똑같아요.” -본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한네스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비앙카와 비앙카의 남자친구를 통해서 점차 들어나게 되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실현된 그의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공지영 작가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게 된다. 그저 소설 속의 이야기라 치부하고 싶지만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는 실제 어디선가 일어났던 일들을 담아 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이 배가 되는데 영원히 사랑해, 라는 이 달콤한 이야기의 이면을 들여다본, 섬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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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카린 지에벨저


 

 

독서 기간 : 2015.01.25~01.2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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