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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권혁태 옮김 / 돌베개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 뉴스를 보는 내 눈에 가장 크게 들어 온 외신은 일본 우익 세력의 파친코 사업 탄압이다. 우익들이 파친코를 탄압하는 게 엉뚱하다는 생각인데 사연은 이렇다.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7할은 재일조선인과 재일중국인이다. 이들이 일본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가자 우익 세력은 파친코 산업을 빌미로 하나되어 자이니치를 탄압해보자는 것이다. 뉴스 가운데 극우 세력의 대표격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나왔다. 그는 파친코 사업이 전력 소모가 크다며 전력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파친코 사업을 재점검한다 말했다. 말은 에둘러하며 자이니치를 향해 칼을 갈고 있는 이시하라이다.  

  이 보도를 보며 자이니치 서경식이 떠올랐다. 자이니치라는 정체성은 곧 감옥이다. 언어만이 아니다. 그들을 옥죄는 세력들의 언행은 저들이 지금 창살 속에 갇힌 존재라는 생각을 우리가 잊을만 할 때면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물론 자이니치 자신은 꿈엔들 감옥에 갇힌 존재라는 사실을 잊기 힘들테다. 그 사실을 잊으려 그들의 모국어인 일본에 기대, 일본식 이름에 기대, 일본의 문화에 젖어 살아가지만 일본 사회의 주류는 언제든 칼을 꺼내 그들을 내칠 수 있다는 사인을 잊지 않고 보낸다.  

  이 책으로 나는 출간된 서경식의 책을 모두 보았다. 아프게, 아프게 성찰하는 그의 인간론은 그의 글들을 따라가는 나 역시 아프게, 아프게 한다. 이젠 어느덧 애써 보지 않으려는 제스쳐를 취하는 내게 그는 눈 돌리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라 한다. 내게 서경식이라는 매가 있음이 고맙다. 매가 솜방망이가 되버릴까 난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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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5-1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구하는 매라고 이름붙이고 마냥 부러워하겠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5-16 10:36   좋아요 0 | URL
한국에 번역된 첫 저서인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후로 줄곧 제게 매 역할을 해온 분이지요. 그의 형인 서승, 서준식도 더불어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구요.
지난 주는 비로 우중충했는데, 이번주는 봄기운이 나는 듯 합니다. 곧 여름이겠지만요.
시인 박재삼의 말대로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있는 마음'입니다.

루쉰P 2011-05-1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군 2박 3일의 훈련을 마치고 이제 복귀했어요. ^^ 벌써 다 읽으셨네요. 전 역시나 에세이는 잘 읽히는데 이렇게 서경식 교수님의 철저하게 논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을 다 읽지를 못하고 천천히 읽고 있어요.

사실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통이 있어도 깊이 생각 못하고 지나치기 마련인데 고통이 크기에 더욱 자신을 깊이 있게 파헤치는 서경식 교수님의 글을 보며 많이 느끼고 있어요. 역시나 프리모 레비를 절망에 빠트린 '망각의 저주'는 무섭다는 것을 한층 느끼며 말이죠.
저도 얼른 읽고 파고세운닥나무님이 미쿡 가시기 전에 토론을 해야 겠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5-19 09:57   좋아요 0 | URL
훈련 갔다 오셨군요? 유학이 별로 좋은 게 없는 것 같은데, 남은 예비군훈련 안 받아도 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전 이제 4년차인걸요.

미국에 가도 외로움에 더 열심히 블로그 활동할지도 모르겠어요^^; 읽어보시고 얘기 나누셨으면 합니다.

루쉰P 2011-05-19 20:46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예비군 4년차 다 채우고 이제 끝났습니다. 왕 부럽네요. ^^ 오호, 미쿡에 가시면 더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하신다니 가시면 공부 하셔야죠. ㅋ
네 저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헤헤

교고쿠도 2011-05-20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역시 파고세운닥나무님 서경식 교수님의 책들을 전부 읽으셨군요. ^^
아직 사두고 못 읽은 책들이 있어서, 저는 갈 길이 멉니다, 흑.

파고세운닥나무 2011-05-20 15:05   좋아요 0 | URL
이제는 서경식 선생님의 책이 꽤 많아져서 말이죠. 앞다퉈 번역하는 건 좋은 현상인데, 따라 읽어가는 일도 좀 벅차다는 생각도 아울러 드네요.
장정이지만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