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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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렇다, 한스 카스토르프가 이곳에 온 뒤 해가 바뀌어, 지금은 다른 해, 다음해가 되어 있었다. 세계 시계의 큰 바늘이 한 단위 더 전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바늘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 그다음으로 전진하는 것을 볼 사람이 거의 없을 천 년 단위의 바늘도, 100년이나 10년 단위의 바늘도 아니었다. 한스 카스토르프는 이곳에 일년도 아닌 겨우 반년 있은 것에 불과하지만 일년을 가리키는 바늘이 얼마 전에 한 단위 전진한 것이었다. 그러고는 이제 5분마다 한 번씩 움직이는 어떤 큰 시계의 분침처럼 다시 움직일 때까지 일단 정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려면 이 월침이 아직 열 번 더 움직여야 했다. 즉 한스 카스토르프가 이 위에 와서 움직인 횟수보다 2,3회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그는 2월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잔돈으로 바꾼 돈은 써 버린 거나 마찬가지듯이 시작된 달은 끝난 달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607∼608쪽)

 

 - 토마스 만, 『마의 산_상권』, 《제5장》, <망자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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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0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덩케르크」에서 육지에서 일주일, 해상에서 하루, 하늘에서 1시간으로 나타났던 서로 다른 길이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시간의 상대성 같은 느낌이 드네요^^:

oren 2017-09-02 13:5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영화 『덩케르크』를 보려고 몇 번이나 예약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놓치고 말았어요. 『마의 산』은 ‘시간 소설‘이라고 불릴 만큼 ‘시간에 대한 통찰‘이 아주 많이 나온답니다. 특히나 겨울호랑이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바탕을 둔 논리 전개가 돋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