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여행을 이끄는 초대장



 

 

 

 

 

 

 












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귀국하던 날, 그는 어이없게도 아내 클뤼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에게 피살되고 만다. 졸지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원수가 된 엘렉트라는 그후 7년 동안이나 어머니와 계부 아이기스토스로부터 끊임없는 학대를 받는다. 그녀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머나먼 타국을 떠도는 동생 오레스테스뿐. 마침내 두 오누이는 극적으로 다시 만나 복수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엘렉트라가 '혼자서'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기로 결심하는 데서 시작하여 유랑하던 오레스테스가 친구와 함께 귀국길에 올라 변장한 모습으로 궁정으로 잠입한 뒤 누이와 함께 거사를 완수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아가멤논 가문의 비극을 다룬 작품은 『엘렉트라』말고도 몇 편이 더 있다. 소포클레스의 스승격인 아이스퀼로스는 이 비극을 온전한 3부작으로 완성하여 비극경연대회에서 자신의 마지막 우승을 장식한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오레스테스 3부작)'로 불리는 이 작품들은『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되는데, 그 작품들의 주인공 역시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를 비롯한 아가멤논 집안 사람들이다. 괴테는『아가멤논』에 대해 '예술품 중의 예술품'이라고 극찬한 바 있고, 그리스 비극 전작을 우리말로 번역한 천병희 선생님은 '오레스테스 3부작이야말로 파르테논 신전과 더불어 그리스 정신이 낳은 최대 걸작이며, 그 웅장한 구상과 사상의 심오함에서 미켈란젤로의 벽화 정도가 이에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를 그린 예술작품 또한 무수히 많이 나왔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가멤논 왕가'의 전설 역시 토로이아 전쟁의 전설처럼 '고대 유적 발굴'을 통해 조금씩 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가까이 다가선 것처럼 보인다. 아가멤논 왕가의 비극 역시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한 이야기이고, 또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어서 결국 얼마만큼 믿느냐는 각자의 판단력과 상상력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싶다.



 -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에 담긴 사진



 - 클뤼타임네스트라의 죽음과 그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크뤼소테미스
   (
소포클레스 비극에 기초한 후고 폰 호프만스틸의 오페라 작품 [엘렉트라]의 한 장면)


※ 아래의 사진들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아낸 자료들이다. 사진에 딸린 설명글 또한 원문 그대로다.


 - 왕족의 길을 올라 내려다본 뮈케나이의 왕묘.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은 여기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 뮈케나이 성의 왕묘에서 출토된 금제 가면.
    뮈케나이 왕이자, 트로이아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의 것으로 추정된다.


 

 

  - 어머니 클뤼타임네스트라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이기스토스를 찌르는 오레스테스.
   오레스테스 뒤에는 결연한 얼굴을 하고 오레스테스를 응원하는 한 여인과, 환호작약하는 두 여인이 있다.
   오레스테스의 어깨에 팔을 얹은 여인이 엘렉트라인 것 같다.



 
* * *

 

     엘렉트라

···························································· 한데 내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하면,
너는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나더러 행동하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하면 우리는 비참한데다 비겁하기까지
한 거야. 내가 비탄을 그친다고 내게 무슨 덕이되는지
네가 가르쳐다오. 아니면 내가 가르쳐줄까?
나는 살이 있지 않니? 물론 비참하게 살고 있지. 하지만
내게는 충분해. 나는 그자들을 괴롭힘으로써 고인에게
경의를 표하니까, 그곳에도 기쁨이란 것이 있다면.

 - 《엘렉트라》348∼356행

 

 

 

 크뤼소테미스

아녜요. 그 무덤의 장식물은 오레스테스가 바친 거예요.
그러니 용기를 내세요, 언니! 같은 인간들을 같은 신께서
언제까지나 도와주시지는 않아요. 여태까지는
신께서 우리 두 자매에게 적대적이었지만, 오늘 이날은
아마도 좋은 일들이 많이 이루어지기 시작할 거예요.

 - 《엘렉트라》915∼919행



 

     엘렉트라

네가 내 말을 따르면 너와 나를 위해 네가 얼마나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인지 보이지 않니?
시민들이나 이방인들 가운데 누군가 우리를
보게 되면 이런 찬사로 우리를 맞지 않을까?
"친구들이여, 이 두 자매를 보시오.
이분들은 아버지의 집을 구출했고,
아직 원수들이 기세등등할 때
목숨을 걸고 살인의 원수를 갚았소이다.
이분들은 만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마땅하오.
이 두 분은 용감했던 만큼 축제 때와 만인이
모인 곳에서 존경받아 마땅하단 말이오."
만인이 우리 두 자매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우리의 명성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얘, 너는 내 말대로 아버지를 위해 애쓰고,
오라비를 위해 수고하고, 나를 이 불행에서 구해주고,
너 자신을 구하도록 해.
치욕적인 삶은 고귀하게
태어난 자들에게 치욕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명심하고.

 - 《엘렉트라》973∼989행



 

 크뤼소테미스

조심하세요, 그러잖아도 불행한 우리가
더 큰 불행을 당하게 될 거예요. 누군가 이런 말을
듣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훌륭한 명성을 얻는다 해도
불명예스럽게 죽는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익도
도움도 되지 않아요.
죽는 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죽고 싶을 때 죽지 못하는 것이 괴로운 법이니까요.


 - 《엘렉트라》1003∼1008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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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8-22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약성경의 내용을 보더라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금지하는 구절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당대에 그런 일들이 빈번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있었다는 추측을 하게됩니다. 그리스 문명과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문명 등이 인접 문명권임을 고려한다면, oren님 말씀처럼 옛날 이야기로 넘기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