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사마르칸트 ①
실크로드를 지나며......
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착하기만 바란다면, 역마차를 집어타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작《에밀(Emile)》에서 한 말이다. 나도 '도착하기' 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말인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늘 얘기했던 것처럼, '가는 것' 그 자체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中에서

 * * *

2011년 5월, 유난히 휴일이 잦았던 시기를 이용하여 몇몇 친구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과 사마르칸트를 다녀올 수 있었다. 4박6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앙아시아로의 여행은 처음이었고, 특히 그 유명한 '실크로드'의 중심지 '사마르칸트'를 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중앙아시아와 우즈베키스탄과 실크로드 등에 대해서 그저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터여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예습이라도 해 둘 작정으로 이리 저리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3부작과 『여행』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이라는 책이었다. 한꺼번에 4권의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지만, 정작 여행을 떠날 때까지 책을 전혀 펼쳐볼 시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여행을 떠날 때 챙겨간 책이『나는 걷는다』2 - 머나먼 사마르칸트와 『여행』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의 두 권이었다.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은 말 그대로 '수채화'가 많이 담겨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나는 걷는다』2 - 머나먼 사마르칸트는 제법 두툼한 편이어서 타슈켄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내내 읽었었다.

아무리 기자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직장에서도 은퇴한 이후인 60대의 나이에 무모하리만치 도전적인 '도보여행'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고, 저자의 고집스런 열정이 한편으로는 부럽기 까지 했다. 우린 올리비에보다 훨씬 더 젊었지만 '실크로드'를 비행기와 기차와 자동차를 이용해서 찾아갔을 뿐이다.

30여년 간 기자로 일하며 숨가쁘게 살아온 저자가 퇴직한 후에도 쉬면서 편히 보내기를 거부하면서 '걷기' 위해 선택한 코스는 이스탄불과 중국의 시안을 잇는 신비의 실크로드였다. 그는 총 4년에 걸쳐서 무려 11,000 km를 도보로 걸었다. 이 여행이 4년이나 걸린 이유는 그가 통과해야 하는 사막이 겨울엔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노트에 기록한 여행 기록을 파리로 되돌아 온 후 정리하여 책으로 펴 냈는데, 그것이 『나는 걷는다』3부작 시리즈이다. 저자는 여행기록을 읽어보면 '실크로드'를 도보로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아무나 '체력만 있으면' 걸을 수 있는 무슨 '산티아고 가는 길' 같은 곳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는 얘기이다. 어쨌든 저자는 불굴의 의지로 그 험난하고도 머나먼 길을 '도보'에만 의지해서 완수해 낸다.

그는 왜 그토록 험난한 여정을 걸어갔을까? 그의 책 속에는 그 이유들이 시도때도 없이 수시로 등장한다.

"나는 인간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세계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걸음으로써 시선을 올바른 차원으로 되돌리고 시간을 다스리는 법을 익힐 수 있다. 걷는 사람은 왕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데는 고통을 당하지만, 좀더 잘 살기 위해서 조립식 소파보다 넓은 공간을 선택한 왕 ······. 나는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던 제약과 두려움에서 내 머리와 몸을 해방시키고 싶었다."


인생을 좀 더 깊이있게 살고 싶은 '갈증'을 느끼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올리비에의 이 책은 많은 생각과 용기를 불러 일으키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목차 바로 뒤에 나오는 멋진 시를 하나만 더 인용하고 싶다.


인생의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라,
매 순간 환희를 맛보라!
오, 사키여,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마라,
잔을 돌려 포도주를 붓고, 내 말을 들어라, 밤이 가고 있다.

- 오마르 하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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