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캄보디아에 6년간 체류했다는 작가의 안목을 느껴보고 싶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주말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은 주었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마셔보는 낮술 같은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아주 잠시.

 

낮술이 맛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어느 호숫가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벌건 대낮에 마신 맥주의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알딸딸한 취기에 젖어 깜빡 잠에 빠져들 때는 인생이 아름답고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고작 30여 분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허나 낮술에 대한 추억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낮술에 취할 만큼 일상이 만만하던가, 어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마음을 풀어놓았다. 열대과일인 잭푸르트, 두리안, 용과, 망고스틴, 파파야의 맛을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작가가 지어낸, 리얼 3할 상상력 7할쯤 되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잠시 빠져보는 맛도 괜찮았다. 텁텁한 열대기후, 강렬한 열대스콜, 달콤한 열대과일, 매력적인 사람들 이야기에 그냥 젖어보는 맛...낮술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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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2690 2014-09-2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현 님의 책<알자스>를 잼있게 읽었었거든요..
그기억이 떠올라 이책을 맘에 두고 있다가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는데,
님글이 흡인력이 있네요^^*

저아래 스마트폰 안쓰고(나두 외계인취급당하고 있어요^*^),
아 글구 왜 그걸 써야하는지!!
그 무엇보다 여행이 우선이고,적금은 1년짜리만! 내얘긴줄 알고 순간 놀람ㅋㅋ

아~콜레스테롤 낮추기는 아몬드가 짱이에요..
특히 고밀도콜레스테롤(혈관청소부라 일컫는) 수치 올려주는데 효과짱!
전반적으로는 식전사과 한알이 수치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커요..
어려운거 아니니까 한번 습관들여보세요..
운동으로 수치 낮추기는 힘들더군요~갑작스런 스트레스 받아도 팍팍올라가요ㅎㅎ

nama 2014-09-25 07:4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외계인끼리도 스마트폰 없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어서 좋군요ㅎㅎ

이눔의 콜레스테롤...어떤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그게 다 제약회사 좋은 일 시키는 거라구요. 누구의 말에 장단을 맞춰야하는지 사실은 좀 헷갈리지만 한번 주입된 가치를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아요. 아는 것이 병이라고나 할까요.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라는 게 더 속상한 일일뿐이지만.
고맙습니다. <알자스>도 한번 눈여겨보겠습니다.
 

안방의 데스크탑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 거실에 있는 노트북을 벗삼곤 했는데, 딸아이가 학교에 가지고 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근래에 읽은 부탄 여행기 중 제일 균형잡힌 책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갑자기 부탄의 매력에 빠진 43세 미국여성이 부탄을 거듭 드나들며 삶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다는 내용으로, 부탄의 숨겨진 이면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찬미일변도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기도 하다.

 

부탄은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지만 네팔계 부탄인에 대한 처우는 매우 가혹하다. 부탄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네팔계 부탄인이 부탄 인구의 6분이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말하자면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부탄은 여전히 매혹적인 나라로 다가온다. 관광객 세금을 하루에 250달러씩 지불해야 한다는 것 빼고는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단순한 관광차원이 아닌 봉사활동이라면 더 좋겠으나 글쎄...그런 기회가 오려나.

 

 

 

 

 

 

 

 

 

 

 

 

 

 

 

2014년 9월 23일 오후 4시 30분.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지 열흘만에 겨우 다 읽었다, 지금. 따로 페이퍼로 대충 쓰고 있자니 입안이 모래알을 씹은 듯하여 말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더니, 한순간의 실수로 다 날아가버렸다. 다시 옷매무새를 고쳐 작심하고 쓰기에는 하루의 노동이 너무 고되어서 그냥 여기에 덧붙여버리기로 한다.

 

사실 별로 할 말도 없다. 20대의 캐나다여성이 부탄에 영어교사로 갔다가 부탄의 자연에 매료되고, 더불어 부탄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게 된다는 줄거리가 전부인데....그러나 읽다보면 부탄이 매우 궁금해진다. 부탄에 빠져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탄에 가보지 못하는 마음을 한 권의 책으로 대산할 때,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며칠 전 읽은 위의 책도 좋지만 이 책은 좀 더 부탄을 밀착 취재한 듯한 감도 든다. 특히 네팔인들과의 갈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부탄은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이다. 부탄에 빠져들기에는 일상이 참으로 피곤하다.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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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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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에도 신분을 가를 수 있다면, 이 책은 단연 귀족. 프랑스 문학의 도도한 흐름을 알고 있다면 의미있게 읽힐 책. 인도여행 부분은 다소 단순 관광객 수준: 전공과 비전공의 차이에서 오는 깊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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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다른 점은, 여행영어를 접합 수 있다는 점이다. 배낭여행을 처음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하다. 쉬운 영어가 대부분이지만 영어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이런 표현도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책에 실린 짧은 표현들을 미리 연습하고 가면 도움이 될 터이다. 책을 읽어가며 영어표현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마치 내가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여행기도 있다니.... 

 

예를 들어보면,

 

방을 찾고 있는데요.

Excuse me, I am looking for a room.

 

빈방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I wanna know if you have vacant room or not.

 

외국여행자와의 대화도 재밌다.

 

나 빈대에 물렸어.

I was bitten by bedbugs.

 

봐봐!

Show me.

 

이건 빈대가 아니라 벼룩이야. 패턴이 달라. 빈대는 한 곳을 집중적으로 물고 벼룩은 선을 형성하면서 물어.

This is not  bedbugs but fleas. Pattern is different. Bedbugs bite concentrate fo one point but fleas along to line.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거칠지만 진한 맛이 나는 여행기이다, 어디까지나. 연수 받으러 다니며 이 책을 전철에서 읽었더니 연수에서 여행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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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도서관에 갔다가 여행기만 읽고 왔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책을 도저히 무심하게 안 본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나의 종교는 여행입니다.'

'국경을 넘는 건 사고의 경계를 넓히는 작은 퍼포먼스다.'

 

이런 구절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건 내가 먼저 써야 할 표현인데...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숲이 오늘따라 자작나무숲으로 보이고, 푸른 하늘은 저 멀리 히말라야의 라다크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 이런 날은 이런 여행기가 제격이다. 약간의 한숨과 더불어.

 

p. 106...태초의 인류가 식량을 찾아 유랑한 것처럼, 여행은 영혼의 식량을 찾는 문화적 유랑이다. 숙련된 여행자일수록 대단한 것들을 구경하려고 욕심내지 않는다. 유랑하며 만나는 풍경에 마음을 주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만드는 우연한 시간을 사랑한다. 여행은 정신의 유목이다.

 

p. 185...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으레 파키스탄과 이란이 등장했다. 다음으로는 시리아, 예멘, 리비아 순이었다....여행자들이 손꼽는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죄다 이슬람 국가라는 것이다.....가본 사람들은 안다. 이슬람 국가들은 순박한 천사들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이런...쯧... 파키스탄, 이란, 시리아, 예멘, 리비아.....모두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다. 다시 한숨이 나온다.

 

 

 

 

 

 

 

 

 

 

 

 

 

 

친구가 준 이 책은 진도가 안 나간다. 그간 인도여행기를 너무 많이 읽은 나는 이제 아주 까탈스러운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구성은 용모단정한 모범생을 연상시킨다. 마치 여행기를 쓰기 위해서 여행을 한 것 같은 정형화된 구조 때문에 현장감이 몹시 떨어진다.

 

여행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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