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作, [겨울 사랑]
도끼를 위한 달
나희덕
이제야 7월의 중반을 넘겼을 뿐인데
마음에는 11월이 닥치고 있다
삶의 기복이 늘 달력의 날짜에 맞춰 오는 건 아니라고
이 폭염 속에 도사린 추위가 말하고 있다.
11월은 도끼를 위한 달이라고 했던 한 자연보존론자의 말처럼
낙엽이 지고 난 뒤에야 어떤 나무를 베야 할지 알게 되고
도끼날을 갈 때 날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면서
나무를 베어도 될 만큼 추운 때가 11월이라 한다
호미를 손에 쥔 열 달의 시간보다
도끼를 손에 쥔 짧은 순간의 선택이,
적절한 추위가,
붓이 아닌 도끼로 씌어진 생활이 필요한 때라 한다
무엇을 베어낼 것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내 안의 잡목숲을 들여다본다
부실한 잡목과도 같은 生에 도끼의 달이 가까웠으니
7월의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11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도끼를 다잡아보는 여름날들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