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作, "마주하다"

아픔과 마주하는 님 곁에서
가만히 지켜봐주는 시선 하나...
아픔을, 고통을 피하려고만 할 때 병은 깊어진다.
때론 충분히 아파야만 건강해 진다.
충분히 아파야 하지만 그것은 늘 혼자의 몫이다.
곁에 있는 사람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안타까움의 깊이 만큼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며
지켜봐줄 수밖에......
꼭 그만큼이 우리가 나눠가질 수 있는
삶과 생명, 사랑의 몫인가보다...

어제는 아내가 아파서 힘들어했다.
몇 군대 병원을 다녀오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밤새 고열과 통증으로 뒤척이고...
마지막으로 갔었던 병원의 친절한 의사는
통증과 병세를 멈추게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몸 속에 나쁜 것이 다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통증에서 벗어나게만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힘겨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자
아내는 다행히 어제보다 좋아진 몸으로 출근 했다.
지난 밤 홀로 짊어져야 했던 아픔의 무게만큼
그만큼 좋아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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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7-2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무늬님, 아내는 괜찮아지셨겠죠?
물무늬님이 선사해주신 '저쪽', 즐감했습니다. 저쪽을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내가 사실은 더없이 현실적인 모습이란 걸 인정해야겠네요. 일렁임을 공감해주시는 분이 있어 잠시 행복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무늬 2004-07-2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젠 괜찮습니다.
즐감하셨다니 제게도 큰 기쁨입니다.
비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망각하게 하는 참된 현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님의 비현실이 더없이 꽉찬 현실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님의 글을 통해서 하루를 꽉채우려는 열정과 가슴으로 사람을 만나고픈 소망을 되새기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수동 作, [시인의 의자]


그림을 통해 치유받는 경험
이수동님의 그림에서 처음 맛보았다.

그의 그림에서
그 넓은 여백은
공허함이 아니라 그득함이고
그 쓰라린 고독은
아늑하기만 하다.

외로움이
고독의 충만으로
도약한다.


                                                          이수동 作, [피아노]

독백,
그 허무한 넋두리는
온 존재의
포근한 울림으로
그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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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김현주 2009-04-0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퍼갈께요
 


                                                                            이수동 作, "기다리다"(2004)

모든 존재는 기다린다.

사람도 꽃이 되어...

기다림의 갈증은

잃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을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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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 作, [겨울 사랑]                  

 

도끼를 위한 달

                                                나희덕

 

이제야 7월의 중반을 넘겼을 뿐인데

마음에는 11월이 닥치고 있다

삶의 기복이 늘 달력의 날짜에 맞춰 오는 건 아니라고

이 폭염 속에 도사린 추위가 말하고 있다. 

11월은 도끼를 위한 달이라고 했던 한 자연보존론자의 말처럼

낙엽이 지고 난 뒤에야 어떤 나무를 베야 할지 알게 되고

도끼날을 갈 때 날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면서

나무를 베어도 될 만큼 추운 때가 11월이라 한다

호미를 손에 쥔 열 달의 시간보다

도끼를 손에 쥔 짧은 순간의 선택이,

적절한 추위가,

붓이 아닌 도끼로 씌어진 생활이 필요한 때라 한다

무엇을 베어낼 것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내 안의 잡목숲을 들여다본다

 

부실한 잡목과도 같은 生에 도끼의 달이 가까웠으니

7월의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11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도끼를 다잡아보는 여름날들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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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하나; 박재순님의 기도


말없이 꽃과 그늘을 주는 나무처럼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싫다고 도망가지도 않고
좋아도 따라가지도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누구와도 편안하게 사는 나무처럼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나무처럼
야무진 일꾼이 되게 하소서.

상념 둘;

설레임과 환희의 높이를 기억하는 만큼
그 높이가 사라진 때
추락의 상처도 깊어진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그 사람이 보인다.
도망해 가 닿는 곳마다 이미 그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수많은 잠에서 깨어나도
좁힐 수 없는 간격, 그러나 멀어지지도 않는 거기에...

사랑과 추억은 시간 앞에 무력하다고...
이젠 시간만 견뎌내면 된다고...
하지만, 하지만...

아주 오래된 이별에 힘겨워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시간, 견디기만 해서는 않된다는 것을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줘야만 한다.
그 간격, 추억, 상처까지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래야만....

; 이별의 아픔에 힘겨워하는
한 친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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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나무처럼...
음미해 봅니다.

물무늬 2004-07-2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함께 음미해주시는 님이
계셔서 더불어 흥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