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분노의 체크포인트 ; Checkpoint ; Machssomim >>2003. Israel.80min
D : Yoav Shamir
이스라엘 웨스트뱅크와 가자 스트립의 검문소들의 풍경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3년동안 이러한 풍경을 꼬박 꼬박 담아왔는데, 그걸 보는 나는 정말 저런 일이 벌어지는건가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나블루스, 헤브론 검문소, 가자지구 칸 윤스 검문소, 베들레햄 검문소 앞에는 매일 수백명의 팔레스타인들이 줄을 서서 통행허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 통과와 불가의 기준이 당췌 있기나 한 건지 알 수 없는 행태가 매일 벌어진다. 보내줄 때 와는 별개로 다시 오고 가지도 못하게 길 바닥에서 자라고 하고, 검문소 주위에서는 비슷한 사정으로 밤을 새는 트럭들이 즐비하다. 억울함을 호소하자 국경경찰에 항의 하라고 이죽거린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다큐 촬영 기사에게 '나쁜 사람처럼 안 보이게 저 좀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잃어버린 통행증 때문에 발급 받은 사본을 허락하지 않는 한 검문소에서는 서류를 다시 발급 받으라고 하면서 어머니만 빼고 아이들만 통과시킨다. 애들은 울어가며 엄마를 뒤쫓아오고, 엄마는 그나마 애들도 돌아가지 못할까봐 우는 애를 어지로 떼어내어 돌려 보낸다. 애들의 울음소리가 그렇게나 서러워도 검문소의 군인들은 이건 일이라는 식이다. 
애들이 딱하다며 검문소에서 애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려는 목적으로 목사가 아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통과하려고 하자, '여기서 일하는 저는 딱하지 않나요?, 엄마가 그리워요'라고 말하며 통과 시키지 않은 목사와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철부지인 군인의 모습도 보여준다.
베들레햄 검문소의 한 국경경찰은 누구든 문제 일으키면 진압을 한다고, 고통을 느끼게 한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검문소를 통과하는 어린 여학생들에게 집적거리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언어도 소통이 안되면서 마구잡이로 검문하는데, 신인양 기분 내키는 데로 통과, 비통과를 심판한다.
그런 그들이 크리스마스에 라디오로 듣는 노래는 'Amazing Grace'다. 아이러니..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는 하루, 비포장 흙덩이에서 비를 맞으며 뻘 구덩이엣 서 있는 팔레스타인 행인, 비를 맞다가 빗줄기가 세차게 변하자 그들은 비를 피하지만, 행인들은 흙바닥에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다. 신원을 확인해 놓고도 즉각 처리하지 않고 자기들 귀찮아서 방치해 둔다.
눈오는 하루, 검문소 앞에서는 통과하지 못한 행인들과 이스라엘 군인들이 눈싸움을 벌이는 때도 있긴 했다. 그래도 '인티파다'운운 하는 조크를 할 수 밖에 없는 팔레스타인들에겐 잠깐의 여흥 밖에 남지 않는다.
한 검문소에서는 한 두명씩 방치해둔 것이 어느새 수백명으로 불어난다. 1시간, 5시간, 10시간......군중들은 분노하고, 그런 군중의 분노에 군인들도 불안해하면서도 그들을 통과시키지는 않는다. 더욱 분노한 군중들이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가고, 이 장면은 지금껏 다큐를 보아왔던 울분이 시원스레 뚫리는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계하다 긴장 때문에 발포를 해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군인들, 사람들은 다시 무력함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검문소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낮부터 밤에도 계속 되는 풍경이다.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가져간 신분증을 방치해둔 채 사람을 밖에 세워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군인들. 그러다 신분증을 발견하고 '저게 뭐지? 신분증? 돌려줘야 하나? 라고 한 군인이 말하다 다른 군인이 응수한다. '기다리게 놔둬', '언제까지?' '아침까지'. 명령을 하달 받았을 뿐이라고 어쩔 수 없이 그럴 뿐이라지만 그런 조그만 권력도 권력이라고 텃세를 부리는 그들에게 이해보다도 가 닿지 않는 원망만 가득 생겨난다. 그리고 깊은 밤 부엉이 소리는 굶주린 사람들의 메아리마냥 서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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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와 인간2 : TV와 인간이 헤어질 때 ; TV & Human 2: When Human Say Good-bye to TV >>2005.korea.50min
D : 이정욱 
M : 오예은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독일 GNP순위 5위국의 다섯 가정에 재밌는 실험이 시작된다. 바로 10일간의 TV와의 이별 선언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TV와 없어진 첫 날부터 사람들은 대체 무얼 해야 하는지 알수도 없고 덩달아 생겨난 여유에 갈피를 못 잡는다. 그러나 몇 일이 다시 흐르자 신문을 읽거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거나, 가족들과 레저를 하거나, 이웃들과의 시간을 마련하면서 여유를 찾는다. 결국 TV가 우리에게 뺏어 간 것은 시간 뿐만 아니라 소통의 부재로까지 확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적어도 나 부터도 그렇지 않은가. TV를 바보상자라고 업신여기면서도 봐야 할 것을 못 보면 안달이 나서 주체를 못하지 않냐 말이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EBS 다큐 페스티발 기간동안 이런 다큐들을 보느라 하루에 8시간, 주말은 15시간 TV에서 전혀 놓여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에 이어지는 TV와 너무 친해져버렸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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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소년, 분소 ; Bunso, The Youngest>>2004.Philippines.64min
D :  Ditsi Carolino, Nana Buzani
M : Garry Granada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감옥. 헐벗은 애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반찬도 없이 밥만 받는데, 그릇이 없는 애들은 손에다 밥을 받아서 나온다. 알고보니 3명의 팀원이 밥, 국 반찬을 받아다 함께 끼니를 해결하는데, 나오던 밥이 동이 나면 나머지 애들은 그냥 굶는다. af도 떨어지면 못 마시니까 다퉈가며 마시는데, 끓이지 않은 시궁창 물이다. 허연 것들이 꾸물꾸물 돌아다니는. 이것도 알고보니 빗물을 그냥 받아 놓은 것.
또 알고보니 라고 말할 정도도 충격적인 것은 여기가 소년감호소도 아닌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복역하는 감옥이었다. 한 방에 159명이나 들어차서 잘 때도 서서 자거나 그나마 마땅한 자리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야 되고. 비라도 오면 지붕에 나 있는 구멍으로 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잠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물을 대충 옷으로 훔쳐낸 바닥에서 부채질로 말려가며 그러다 또 오는 비를 맞으며 자는, 아니 날밤을 꼬박 새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비누와 물조차 없어서 그나마 비가 오면 대충 씻을 수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거기에 세 명의 소년 분소와 토니, 디오셀을 통해 더 참담한 에피소드를이 아무것도 아닌 양 흘러나온다. 디오셀은 웃으며 감옥에 잡혀 왔던 얘기며, 구걸할 대 부르던 구걸송을 부르는데 그 맑은 노랫소리가 가슴에 저려왔다. 그나마 남아있던 웃음은 배가 아프자 침울해지고, 약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숫제 시커매진다.
토니는 말한다. '애들이 감옥에 오면 안된다, 바깥 세상에서 안 본 피까지 본다'라는 선배들의 충고 아닌 충고를. 심심해서, 혹은 욕구불만으로 손목을 긋거나 문신을 새기는 감옥의 아이들 얘기를 해준다. 문신이 왜 그리도 많은가 했더니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시종 웃으며 감옥 안을 안내하며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던 토니는 아버지에게 맞아가며 동생들을 돌보던 중 다시 아버지에게 매를 맞다 가출, 거리를 전전하다 절도로 감옥엘 들어왔다. 토니의 엄마와 아버지가 그 다음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대화(거의 다툼)를 보다 보니 토니가 감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다시 가출, 그리고 감옥행이란 뻔한 공식이 나온다.
카메라가 감옥 밖을 나왔지만 그곳에는 감옥과 별반 틀리지 않은 환경과 비참함이 있다. 철창 안에서나 철창 밖에서나 아이들에게 혹독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가장 기가 막힌 것은 부모들이 애를 처치곤란이라 감옥에 보내고, 그나마 오지도 않지만 어쩌다 면회를 와서도 참담한 실상을 보고도 아이를 석방 시킬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소는 견디다 못해 판사를 만나기나 하냐고 엄마에게 대들자 엄마는 못됐다며 바로 구박 들어오고, 다시 분소는 '엄마가 나를 때렸으니 엄마가 감옥에 가'라고 절규한다.
그러고도 툭하면 감옥엘 보내야 된다고 입에 달고 사는 어른들이란......
그런 어른들에게 분소는 외친다. '우리가 나가면 커서 달리 뭐가 되겠어요, 도둑이 될거에요.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판사님, 우릴 풀어줘요. 착하게 살께요'라며 해맑게 웃으며 어른들을 조롱한다. 
디오셀은 기분 좋아지라고 밤새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러주는데, '열심히 살아, 열심히 살아, 그게 옳은 거야'라는 백스 서반의 그 노래는 소년의 예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은 공허함만을 가득 뿜어낸다. 
처벌에만 신경쓰고 교화라는 말을 모르는 관리들은 교도소에서 이런 일이 얼어나는 줄도 모르고 있고, 코멘트 조차 없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면 철저히 무심한 그들의 수수방관이 아이들을 범조자로 양산해 내고, 다시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후일담으로 분소는 출감 후 차사고로, 토니는 수감 중 심장 비대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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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 Little Birds>>2005.Japan, Iraq.102min
Director : Watai Takeharu
Editor : Yasuoka Takaharu
격앙된 중계 스타일인 감독의 나레이션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참상 위주의 중계들 뿐이라 그래서 더 비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마 감독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었던가 싶기도 하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의 가정집이나 그 근처에는 아직도 클러스터 폭탄들이 뿌려져 있는 채로다. 섣불리 제거할 수도 없고, 방치된 상태조차도 살상의 위험이 도사려져 있는데, 이건 교전중인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미군이 투하한 폭탄에 집에 있던 아이들이 손도 쓸수 없이 무조건적으로 죽어나가는 마당에, 한쪽에서는 후세인의 아들들이 사망한 북부 모슬의 폐허에 와서 사진촬영을 하며 낄낄 거리는 미군 병사들이 있다. 이라크 참전의 충분한 기념물이나 나중에 영웅담처럼 찌걸이게 될 추억거리라도 만드는 것이다. 
바그다드 함락일 인간 방패를 했던 한 젊은 여자의 인터뷰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을 몇이나 죽였냐고 종이에 적어 들고 새삼 놀랐다는 반응으로 곤혹스러워했던 미군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그래도 자신은 자신의 책임을 다할 거라며 행동하는 신념을 피력하는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나이도 어린 듯 했는데, 전쟁이라는 위가 그들을 젊은 치기 안에 가둬두는 일 없이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거기에 구원은 없다. 전쟁 자체에 무슨 구원과 평화가 있을까.  미군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아이 셋과 집을 한번에 잃은 아리사크바 씨는 전쟁의 비참한 이력이 굉장한 사람이다. 그 전에는 이란 전쟁으로 숙부와 2명의 형을 잃었으며 쿠웨이트 전에서는 자신이 참전을 했었다. 질릴대로 질린 상태지만, 남은 식구들을 위해 그는 또다른 전쟁 중이다. 촬영하고 있는 이 다큐가 미군이 손 쓰지 않는 보상절차에 어떤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수차례 상황을 설명하고 증인을 내세우려 안간힘을 쓴다. 그 때믜 무서운 기억을 들춰내도록 마지막 남은 어린 딸에게 그날의 일을 술회하도록 재촉해가며.
집에서 잠을 자다 폭탄의 파편이 눈 안에 들어가 수술까지 하게 된 예쁜 여자 아이, 아이들과 놀다 방치된 클러스터 폭탄에 한 팔을 잃은 소년, 옥상에서 폭격을 맞아 방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이제 막 성년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다 큰 소년들의 사례들은 그나마 축복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라크에서는 바그다드 폭격으로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이 죽었다. 죽은 그들이 살상무기라는 이름을 가지기라도 한 듯이. 죽지 않으면 후세인 가담자로 오해 받아 아부 그레이브 형무소에 처 박혀 생사를 알 수도 없고.
더 이상 싸우고 미워하는 전쟁 외에 다른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전쟁이 없었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또 염원하는 샤하드, 자이나브, 라이스의 아버지를 끝으로 영화가 끝나는가 했더니 다시 폭격 후의 참상이 연속된다.
'내 아이!!!'하며 울부짖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끝으로.  그래, 이라크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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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명:존재하지 않는 땅-멀고도 가까운 나라 타이완 ; Taiwan>> Uk.30min
Director  : Simon Reeve 
중국 공산당에 쫓겨 타이완섬으로 간 국민당이 세운 타이완은 막강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독립 국가로 인정 받지 못했다. 미국은 타이완에 무기를 판매하고 타이완은 영토 방어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타이완은 중국의 영토이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독립 시도를 막겠다고 한다.
중국의 중요 사적과 도시과 타이완의 한 공원에 그대로 축소해서 옮겨 놓고 중국영토 수복을 원하는 타이완. 중국과 마주한 접경지대에는 아직도 포들이 그대로 방치된 채 휴전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중국이 얼마나 쏘아댔던지 그 많던 탄피들은 아직도 창고에 박혀 있고, 이걸로 타이완에서는 칼을 만들어 중국에도 납품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는 중국으로 흐르고 있지만 아직도 타이완과 중국의 골은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젊은 세대에게는 별개의 이야기다. 젋은 세대는 중국이라는 영토에 얽매이지 않는다. '타이거'. 예전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업신여겨 부르는 말이었지만, 타이완에서 삶을 지속해 나가는 타이완에서의 국민. 타이거로서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타이완 말을 사용한다. 그들에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타이베이 101'이 표상하는 것처럼 중국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된 자부심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마당에 미국은 한 편으로는 타이완에 무기를 팔아먹으면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의 위세에 밀려 입도 벙긋 못하는데다, 아쉬우면 중국을 들먹이니 우습기도 하단 생각도 조금 들었다.
사이먼 리브의 다큐는 포복절도 할만큼 재밌다. 2개의 나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흥미로운 모순들을 골라낸다.
타이완의 안내자가 영 어설프더라. 아무리 프리랜서라 하지만 타이완 역사적 상황에 대해서도 그닥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그게 현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것이고 그래서 중국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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