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땅-불법무기의 온상, 트랜스드네스트르>> 2005.UK.30min
D :  Simon Reeve 
소련 붕괴 후 친서방 정책을 펼칠 몰도브로부터 친러시아 정책으로 대항하여 독립한 트랜스드네스트르는 내게 너무나 생소한 지명이었다. 러시아 시절 중공업 중심지였던 이곳에는 제철소 등이 많고 덕분에 경제적 기반도 튼튼하다. 그리하여 서방에서는 이 곳이 불법 무기의 제조 된다고 의심한다. 국경도 없이 바리케이트도 없이 많은 불법 무기상들이 수월하게 거래를 하고 있을거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수상한 국경과 경비가 삼엄한 기지를 사이먼 리브 감독은 조크를 섞어 가며 우리에게 안내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나라 혹은 단체이기 때문에 단속할 근거도 없거니와 외교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트랜스드네스트르 독립기념일의 행사에 참석해서 축하해주는 제대로 된 국가는 없다. 오직 비슷한 처지의 분리 국가들만 참석하여 스스로를 자축할 뿐이다.
이 지구상에 한 점을 차지하고 살아도 강대국이 그 의미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국가도 없는 세상이라니, 불법 무기의 혐의를 벗어나 인간의 사회성이란 참으로 부질없다 싶다. 힘이 없으면, 그러나 힘이 있어도 강대국들의 권익에 편승하지 않는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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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의 여정 ; Shepherds' Journey into the Third Millennium>>2002.Switzerland.124min
D : Erich Langjahr
M : Hans Kernel Mix
전기 기술공이었지만 산간 마을에서 마을로 양을 몰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한 양치기의 일상과 생업, 가족, 그리고 양과 당나귀의 삶까지 훓어 내려가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양과 당나귀의 울음과 방울 소리가 그치질 않았는데, 나중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유목적인 삶, 그리고 도시에서의 현대의 양치기의 일상이 흥겨운 NO SMOKING ORCHESTRA BAND 분위기의 음악에 묻혀 조용히 펼쳐진다. 
소독되어 지는 양들, 양치기를 신기해 하는 현대의 아이들,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라고 하는 듯 주요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하여 내보내는 목욕놀이 장면, 산에서의 캠핑이 아닌 야적 생활, 당나귀를 키우는 아내, 스스로 알아서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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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인터뷰; An Interview with Virus>>2005. Korea.50min
D : 이연규
M : 이미성
한탄 바이러스의 원인과 백신을 밝혀낸 이호황 박사와 그 연구팀의 인터뷰를 곁들이면서 한타 바이러스를 화자로 진행해 내가는 꽤 Funny한 다큐멘터리였다. 1951 한국 전쟁 당시 이 땅을 찾은 전쟁신염의 별명을 가졌던 괴상한 질병은 전쟁의 신으로 이름 붙이게 된 이력을 세계적인 전쟁을 대략적으로 요약하며 보여주고 있다. 붉은 반점. 두통과 열, 복통, 그리고 신장 파괴와 때론 죽음에 이르렀는데, 1976년 이호황에 의해 '바이러스'임을 밝혀냈다. 잠복기와 발병기를 거쳐가면서 한국의 등줄기 쥐를 몇 천마리나 잡아가면서 밝혀낸 원인과 백신. 한타 바이러스의 정복은 끝났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왜 태어 났는지, 새로운 숙주와 함께 공존해서 바이러스의 생명을 이어 가는 것이 아니라 숙주를 죽이며 파괴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우리의 미시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숙주가 죽은 것은 곧 바이러스의 죽음이지만, 그들은 마이크로 크기의 보이지 않는 미립자 형태로 다른 숙주로, 또 다른 숙주로 전염 확산되어 가면서, 바이러스 개체로서의 삶 보다 바이러스 전체로서의 영원한 삶을 도모하는 것인지도. 

* 이 다큐를 본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왠지 비아냥이 더 발전한 것이다. 한타바이러스야 쥐를 때려 잡아가면서 억척스레 해낸 성과였기에 신화창조에 버금가는 이력이었지만, 최근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후폭풍은 쥐새끼가 아니라 사람인지 세포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현시점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바이러스도 하물며 존재인데, 눈에 보이는 이 생명들이 인간의 세포, 더구나 가장 최저조건에서 배출된 장기매매로 밖에 볼 수 없는 현 시스템, 거기다 기름 붓는 격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환상들에 고개만 가웃거려지는 요즘이다. 애니메이션산업인양 최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그런 국가산업이라고 생각했던 애초의 발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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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Good Year"-Thom
"The Beautiful Occupation"-Travis
"The Star-Spangled Banner"-Hub Moore
"The Sound of My Life"-Thom
"Expensive Being Poor"-TV Smith
"This Is Not Berlin"-Thom
"Seven"-Mamasweed
"Stand Up"-Die Toten Hosen
"Looking For Water"-David Bowie
"The Priest"-Beangrowers
"The Land Of Plenty"-Leonard Cohen
"The Letters"-Leonard Cohen

미국의 공포, 세계의 공포와 전쟁에 대한 빔 벤더식 스타일의 비꼼이 영화안에 녹록히 녹아 있으며, 인류에게 공통된 숙제를 던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과 별로 동떨어져 있지 않은 그 영화에서 나는 평화의 적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조금 진부해졌다 싶은 소재 일색이긴 하지만 종내 나를 웃기게 만든다. 내가 봤던 빔 벤더스 영화 중 가장 웃겼다고. 그러나 빔 벤더스에 대한 나의 애정에는 약간, 아주 약간 회의를 느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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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한계를 아름답게 메꿔주는 영화.


내가 있었던 공간, 들었던 음악, 보았던 공간, 맡았던 냄새, 보았던 사람, 느꼈던 기분을 시간이 흐른 뒤 그대로 추억한다는 것은 정말 가능할까? 
보통의 방법이라면 사진을 찍거나 필름을 남기고 녹음을 하거나 기록을 하는 정도겠지.
그렇다면 그 기록물을 다시 들추어본다고 해서 인상이 남았던 그 지점을 얼마쯤이나 복구할 수 있을까?
입맛도 변하고, 청각도 변하고, 혹시나 연출 되었던 경우라면 자신의 기억력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란 현재로선 정말 불가능해보인다. 또 잊지 않으려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그런 욕심을 버리고 호우 샤오시엔의 야스지로 속으로, 요코의 기록과 하지메의 녹음 속으로,
장 웬예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2003년의 도쿄와 야마노테 선의 기억 속으로 그들의 얘기와

내 일상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러 갔다.

상영시간을 턱 앞에 두고 당도했으나 안심은 커녕 볼멘 소리만 나왔다.                  

예정에도 없던 호우 샤오엔의 깜짝 무대인사가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와 강연은 포기하고 있던 차에 얻은 횡재였건만, 벌써 마무리 멘트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할 걸.

 


'날 좋은 날 카페에 앉아서 몽롱한 기분으로 앉아 추억을 회상하는 기분으로 만든 영화라 스토리가 강하지 않고, 리듬도 느려서 보면서 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고 덧붙여 잘 주무시고 좋은 꿈꾸라고 빌어주기 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PIFF 홍보 필름의 아기 웃음소리 까지 흉내내며 부산스레 움직이던 내 옆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고 첫 씬의 요코가 빨랫줄에 옷을 두개째 널 때 부터 머리를 접고 졸기 시작했다.

처음 등장하는 요코의 방은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야스지로의 그런 방이다. 요코는 친구와 통화를 하며 빨래를 널고 있고 요코의 통화를 통해 대강의 짐작을 하느라 머릿속이 부산스레 움직였지만, 나중에 가선 끼어맞추기 놀이는 그만해버릴 걸 하는 후회를 하고 말았다.  스릴러도 아닌데 나름대로 조합을 맞추느라 열심이었다. 오즈 야스지로와 이 영화의 상관관계 말이다.

그냥 편하게 즐기면서 보면 되는데, 궁리하면서 보는 이상한 습관이 뭐냔 말이다. 전철이 지나가고, 딸의 사정이 있고, 식구들과 방에서 식사를 하고, 이웃이 찾아오는 일들에 굳이 무릎을 칠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대만에 애인과 함께 있다 임신을 한 채로 집에 돌아온 요코(HITOTO Yo )는 자신의 친구 하지메(ASANO Tadanobu)가 일하고 있는 고서점을 찾아가 하지메가 구한 시디를 들으며 장 웬예라는 음악가의 얘기를 한다. 

일본에 살았던 대만 가수로 독학으로 성악을 터득했으며, 그가 자주 가곤 했던 카페
와 주변부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고, 하지메는 도쿄의 모든 종류의 지하철과 전철, 발차 소리, 안내 방송, 사람들이 말 소리 까지 모두 녹음하는 틈틈이 요코가 말하는 카페 찾기를 돕는다.

 

한편 요코는 아버지(KOBAYASHI Nenji)의 마중으로 집에 돌아가 평소와 다름없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나선 임신을 했으며  미혼모가 될거라고 말하지만, 아버지와 새어머니(YO Kimiko)는 요코에게 아무런 다그침이나 조언도 없다. 옛날 마음이 있었던 친구 세이지(HAGIWARA Masato)와의 추억을 꼽씹으며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요코는 다시 도쿄로 돌아온다.

요코는 간밤에 아기를 뺏기고 대신 얼음아이를 얻는 꿈을 꾸고, 하지메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이 그 동화를 본 적도 없는데 고블린의 동화와 유사한 꿈을 꾼것에 감탄한다.

 

카페에서 우유를 마시고 고즈넉히 시간을 돌아다보면서 세이지와도 다시 재회하지만, 그는 요코의 주위에 변함없이 편히 머물러 있는 친구일 뿐이고,
하지메와도 기차를 타고 장 웬예의 카페를 찾아 함께 다니지만 자신에게 마음 써 주는 좋은 친구일 뿐이다. 미래에 대한 설계도 없이 요코가 매달리는 것은 장 웬예의 카페 뿐이다.

그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감자조림을 가지고 도쿄로 찾아 온 부모님과의 한때도 일상처럼 흘러간다. 어떻게 보면 가족의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도 유쾌한 해프닝들이 일어나는 자잘한 순간들이 있다. 요코의 어머니가 요코와 요코의 이웃에게서 술과 잔마저 빌리는 그런 장면들은 언제나 일상의 무거움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 예전의 도쿄 지도를 기억하는 카페 주인의 도움으로 장 웬예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평소와 변함없이 타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녹음작업에 여념이 없는 하지메와 변함없이 마주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 다음으로 ASANO Tadanobu가 직접 그래픽 작업한 기차들의 이미지처럼 도쿄의 지하철들이 제각기 스크린을 가로지르며 지나간다.

기차, 지하철. 참으로 이 영화엔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야마노테 선은 물론 전철, 경전철, 소형 열차 등 많은 종류의 열차가 등장인물과 기억들을 실어 나른다.

하지메에겐 실어 나르는 기억보다는 생활의 편리와 일상의 기억이 함께 담기는 기록이 된다.

그리고 감독에게는 오즈 야스지로에게 이르는 촉매제가 되고, 뤼미에르 형제의 그 까페에 가 닿는 시오타역의 기차와도 같다. 영화 내내 무수히 많이 나오는 역의 모습과 소리들은 하나도 똑같은 것이 아니었다.

 

기차를 타면 목적지와 경유지가 틀리고,  오즈 야스지로와 호우 샤오시엔이 표현과 시대가 틀리듯, 영화를 보는 우리의 일상도 그 빛을 달리한다.

역시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카페 뤼미에르를 보고 나올 때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주무시고 나왔던 것 같긴 하더라)

커피 향기 가득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 따뜻한 볕을 등지고 나의 기억과 다른 사람의 기억을 훑어가며 만끽하는 오후의 심심한 여흥에 꽤 기분이 좋았다.


일상을 꼼꼼히 기록할 수 없겠지만, 흘러가 버려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기억으로 채워 보려는 욕심은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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