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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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안개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게임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

누군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그것도 게임이라는 잔인한 방법으로!

주인공 민욱을 비롯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칠흑같이 어두운, 매우 낯선 환경에서 눈을 뜬다. 마치 자다가 금방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과 직업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을 기억할 뿐, 왜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등등 다른 기억이 전혀 없다. 어둠 속에서 허둥지둥 대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나조차도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을 하고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하늘 위에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기계음과 같은 여자의 목소리. 마치 게임 속처럼 그녀는 사람들에게 미션을 제시한다.

-게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스테이지 1을 시작하겠습니다.

-스테이지 1의 난이도는 이지 (easy). 매우 쉽습니다. (..) 여러분에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남자가 늑대로 변하기 전에 죽이거나...

한편, 게임 속 세상에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현실에서는 전직 형사였지만 지금은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는 나도희가 여러 사람들의 실종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우선 이부국와 허양자 부부. 부모님과 연락이 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나도희에게 의뢰를 해왔다. 그러나 이 부부는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거나 원한을 살 일도 만들지 않았기에 실종에 대한 단서도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던 와중에 60대로 보이는 한 중년의 여인에게서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나도희. 아마도 그 아들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 사업체에 끌려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중년의 여인이 남긴 단어가 심상치가 않다. 아들이 사라지기 전에 남겼다는 단어... 그것은 바로 " 안개 "였다.

이번 작품 [안개 미궁]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어둠 속에 머무르게 되는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각 스테이지마다 받게 되는 미션이 기상천외하면서도 그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급박한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진짜 스릴 만점이었다. 넷플릭스 공전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긴장감과 서스펜스랄까? 마치 내가 가상 현실에 던져져서 늑대 인간을 만나는 등등의 아찔한 상황에 휩싸이는 느낌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한다! 고생고생하면서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장르소설의 대가인 전건우 작가의 작품이다. 예전에 [고시원 기담]을 읽고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작가 인터뷰까지 찾아봤었는데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미스터리와 모험 그리고 스릴이 한꺼번에 녹아 있는 작품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배경 속에서 미친 듯이 그들을 쫓아오는 위험을 벗어나는 장면에서는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결국 자신들이 왜 거기서 그 고생을 하고 있는지를 서서히 깨닫는 장면에서는 한마디로 소름이 돋았다. 미로 같은 공간에서 조금씩 주어지는 단서를 찾아왔더니 결국 뻥하고 터지는 놀라운 결말!! 과연 게임 속에 던져진 사람들의 운명은? 그리고 전직 형사 나도희는 그들 모두를 안전하게 구해낼 수 있을까? 이야기가 단순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소설이었다. 게임 속 세상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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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소액 땅 투자 바이블
이승주 지음 / 세종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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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의 지름길,

초보도 돈 버는 땅 투자 바이블

작년에 모아놓았던 종잣돈을 조금 털어서 주식 투자를 했다. 여러 주식을 쪼개서 사는 개념이었는데, 재테크를 해보겠다고 본격적으로 덤벼든건 아니고 주식이 어떤 건지 조금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진짜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주식앱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오르면 신나고 떨어지면 우울하고 주식이 뭐길래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놓는지... 하여간 나이가 들면서 이리 저리 재테크를 해보겠다고 기웃거리다가 부동산 재테크는 다들 어떻게 하나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친구가 모아놓은 돈으로 원룸 건물을 샀다는 소리에 입이 딱 벌어진 적이 있다. 물론 은행 대출을 어마어마하게 끼고 산 것이었지만 대단하다 싶었다. 나는 언제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그 건물주 소리를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 그냥 상상만으로 그칠 수도 있겠지만 상상만 해도 좋다. 어쨌든 이 책 [ 돈 되는 소액 땅 투자 바이블 ]은 나 같이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르는 왕초보를 위한 책인 것 같다. 지은이 이승주 대표도 돈, 학력, 인맥, 배경 없는 초보에서 시작하여 자수성가하였고 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책 속 내용에 따르면 이승주 대표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대단히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 [ 돈 되는 소액 땅 투자 바이블 ]은 우선 " 초보 " 들에게 " 땅 투자 " 에 어떻게 입문하면 되는지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 무엇보다 재테크 초보자의 경우에는 어떤 정보든 일단 습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섣불리 투자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 - 46쪽 -

" 신문을 보다 보면 간혹 택지개발지구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때 땅값이 오르는 것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이 해당 지역의 인근 땅에 투자하게 된다. (...) 택지개발지구 계획이 진행된다면 땅값이 올라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돈을 벌 것이다 "

-49쪽

◆ 일단은 다른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신문이나 각종 채널을 통해서 사회, 경제, 문화 등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꿰고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지역의 현재 가치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가치가 올라갈지를 알아낼 혜안을 가지려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아는 것은 필수!

일단 "입문"을 했으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이 책 [ 돈 되는 소액 땅투자 바이블 ]에서는 2개의 part 를 통해서 초보도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중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 투자 지역 분석 " 과 " 리모델링을 통한 토지 투자 성공사례 " 였다.

" 토지 권리분석은 공부만 확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확인하고 난 다음에는 공부에 나와 있는 내용이 실제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부상의 내용과 현재 상황이 일치하는지는 투자자인 '내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확인해야 한다 "

-121쪽

" 안성에 거주 중인 농사꾼 50대 박 씨는 2차선 지방 도로변에 움푹 꺼져 있는 논을 메워서 도로와 같은 높이의 밭을 만들었다. 그런 후 해당 밭을 300평씩 5필지로 쪼개어서 주말농장으로 분양했다. (...) 이렇게 박 씨는 자기가 쓰지 않았던 논, 밭을 좋은 값에 처분하여 큰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

-209쪽

◆ 책은 굉장히 쉽고 친절하게 투자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기에 만약에 실제로 땅 투자라는 일에 뛰어들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공부를 시작하여 실질적인 투자로 나아가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부동산 투자 재테크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머릿속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책이 상당히 잘 쓰였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나 재테크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터라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굉장히 어렵고 재미없는 책이 아닐까? 너무 딱딱하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고 쉬웠다. 저자가 젊을 때부터 어떤 사업을 해서 돈을 모았는지, 그리고 여러 투자에 나섰다가 처음에 어떻게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직접 정보를 모으고 현장을 발로 뛰면서 투자 사업을 하는 진정한 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같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도 이해하기 쉽도록 쉽게 쓰여져 있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꼭 알아야 하는 부분과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짚어줘서 좋았던 것 같다. 부동산, 특히 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재테크를 시작해보려는 왕초보들에게 상당히 좋은 책이므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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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 - 69개의 표지비밀과 상금 5000만원의 비밀풀기 프로젝트, 개정판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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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괴물로 변해가는 미국식 소비 자본주의와

쾌락의 욕망으로 병들어가는 서구 문명과

이기와 탐욕에 물든 현대인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좀 독특한 소설이다. 문명이 확립된 이후 인류가 걸어온 길을 총망라한다고 할까? 작가가 굉장히 박학다식하여 신화, 종교, 미술, 음악 등등등 주로 서양 문명이 세계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서양 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하다. 물질적이고 자본을 추구하며 쾌락과 감각 위주의 삶을 추구하는 서구 문명. 결국 지나친 물질적 추구가 정신적 허약함과 타락을 불러왔고 사람들이 절망하게 되면서 결국엔 죽음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 이게 저자의 의도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형사 모제가 흉악범 이카로스를 추적하는 범죄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주요 책의 구성은 그런 게 아니었다. 인류 문명은 어떻게 타락하게 되었고 결국은 어떤 식으로 몰락하게 될 것인가?를 말하고자 하는 책이다.

주인공 모제는 아마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일 듯한 유리라는 여자 친구를 찾고 있다. 그녀의 흔적을 찾아서 온 도시를 샅샅이 뒤지는 동시에 450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가 탈옥한 흉악범 이카로스의 뒤를 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가 어느 나이트클럽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하에 있는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을 찾게 되는 모제. 그런데 그곳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나이트클럽이 아니었다. 모제는 자신을 집주라고 소개한 한 노인의 안내에 따라 40개가 넘는 방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자신을 뽐내고 있고 그리스 신들의 그림들이 장식되어 있다.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유토피아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하세계, 즉 지옥을 나타내는 듯한 그곳. 지하층은 계속 물에 잠기고 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다. 혹은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은 물질세계를 떠받치는 정신적 세계를 비유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 문명이 쇠락을 맞이하듯, 정신적 세계인 유토피아도 물에 잠겨서 결국엔 사라지게 되는 것. 마치 꿈처럼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을 방문하게 되는 모제. 그는 이후 다시 한번 더 이곳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때 집주는 세상을 구할 선한 10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모제가 그 사람 중에 한 명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 과연 모제의 선택은? 그리고 그는 흉악범 이카로스를 찾아서 붙잡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이야기가 좀 장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나무줄기는 없고 가지와 잎만 가득하다는 느낌이랄까? 저자가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보이지가 않는다는 느낌이다. 문명에 대한 비판을 할 거라면 모제와 유리와의 관계 그리고 유토피아 나이트클럽 위주로 이야기를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모제가 수없이 많은 여자들과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나 잠깐 반짝 드러나는 흉악범 이카로스가 전체 이야기에 왜 필요한지 아직까지도 알 수가 없다. 스토리가 좀 짜임새 있었으면 좋겠고 캐릭터의 개성이 좀 더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우선 놀랐고 문체가 대단히 감각적이고 유려하여 책을 읽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아마도 내가 작가의 큰 세계를 다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캐릭터 구현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이 조금 아쉬웠던 책 [문명, 그 화려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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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노자 - 오십부터는 인생관이 달라져야 한다
박영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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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전반기 내 삶을 '채움'을 지향했다. 실적, 성과, 재물, 명예를 채우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 그러다 노자를 만난 후 존재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유와 욕망, 생각을 비우면 비울수록 삶이 더 충만해진다는 역설을 노자에게서 배웠다 "

가을이 오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듯, 중년이라는 인생의 가을이 왔을 때 우리도 아름답게 성숙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오십에 읽는 노자]를 쓴 저자 박영규씨는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날을 되돌아보고 인생 제2 막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제목처럼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내용을 본인의 삶에 접목해서 쓴 글이다. 처음에는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냥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을 살아다가 다 문득 뒤돌아봤을 때 느끼는 허무함이나 불안감 등을 조금 덜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비워내고 덜어내고 또 순리대로 살아가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밝고 맑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박영규씨는 원래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쪽으로 강의를 해왔지만 어느 날 우연하게 만난 인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고 한다. 대학교에서도 직접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인문학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매력이 어마어마한가 보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을 성찰하는 학문이기에 나이가 들면서 인간 본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인문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딱 2가지의 주제가 인상 깊었다. 자연처럼 순리대로, 흐르듯이 사는 삶과 자꾸 비워내고 욕심 없이 사는 삶. 내가 자주 듣는 법륜 스님의 법문 채널에서 늘 듣는 말인, " 다람쥐가 걱정하는 거 보셨어요? " 와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라 더욱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사는 삶 / 하늘은 도를 법으로 삼고 도는 자연을 법으로 삼는다 [천법도 도법 자연]

집 근처에 서울 식물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매일 산책을 하고 있다는 저자.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는 자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색 같은 자리에 피었다가 때가 되면 지는 꽃들. 수련과 연꽃이 비슷해 보여도 개화 시기가 약간 다른데 3~4년 동안 관찰해 봐도 개화 순서가 바뀌는 일이 없는걸 보면 역시 순리대로 흐르는 게 자연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자. 인간처럼 먼저 피겠다고 나서거나 빨리 피는 꽃을 시샘하는 경우가 없고 순리대로 피고 지는 꽃을 통해서 여유롭고 너그럽게 살아가는 삶을 배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지식은 버리고 지혜는 쌓아야 하는 이유 / 학문은 하루하루 더하고 도는 하루하루 덜어낸다 [위학 일익 위도 일손]

저자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단톡방을 통해서 소통한다고 한다. 유독 선거철이 되면 특정 후보들에 대한 지식이 많은 친구가 일일이 댓글을 달고 단톡방을 도배해 불편함을 느끼는 다른 친구들이 결국 단톡방을 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곤 하는데,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잠시 자숙했다가도 또다시 댓글 폭탄을 퍼붓는다고 한다. 저자는 항아리에 모래와 자갈, 큰 돌을 골고루 담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로 채워야 할지 물으면서 지식과 지혜를 조화롭게 채워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모래알 같은 자잘한 지식으로 가득 찬 머리에는 큰 지식, 즉 지혜를 담을 수 없다는 저자. 많은 지식보다는 삶의 이치를 보다 많이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 겹겹이 주름진 이마와 흰 서리가 무성하게 내려앉은 머리를 보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속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자문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회한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눈물이 차올랐다. 신의 계시처럼 엄습해온 그날의 회한과 눈물이 내 인생 후반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

인생 전반기에는 주로 채우는 삶을 지향했던 저자. 아등바등 살았지만 50이 넘고 인생의 후반기로 오게 되면서 영혼의 허기, 즉 '공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노자를 만난 후 존재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 저자. 그는 소유와 욕망, 생각을 비우면 비울수록 삶이 더 충만해진다는 역설을 노자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 보다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사는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내용들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아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읽는 동안 영혼이 살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책 [오십에 읽는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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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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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가리 찢기고 버려진 이 나라의 모습 자체인

이 피란민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는 천천히 덜컹거렸다.

어디에나 얼굴들, 얼굴들이 있었다. 어떤 거대한 장례 행렬 같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패배의 가혹한 거울이 된 거대한 장례 행렬이었다.

빛바랜 편지 한 뭉치. 겉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의 열정과 한숨 그리고 눈물이 담겨 있었고 다른 누군가의 탄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기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혈연관계 일지도 모를 한 남자를 찾아 파리를 떠나 피난민들과 함께 고생고생하면서 프랑스 남쪽으로 향했던 루이즈. 그녀에게 있어서 엄마가 남긴 편지 한 뭉치는 삶을 지탱하게 만든 힘이 되어 주었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비극과 개인의 삶에 들이닥친 혼란 속에서 소설 [ 우리 슬픔의 거울 ] 속 등장인물들은 거대한 운명의 힘에 떠밀리듯 인생을 여행하다가 결국엔 한곳에서 만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간의 삶을 압축한 듯한 문장이 잘 어울리는 듯한 소설이었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나체를 보여주다가 그가 갑자기 권총 자살을 하는 바람에 혼비 백산하여 나체 상태로 거리를 헤매게 되는 초등학교 여교사 루이즈.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직업을 여러 바꿔가며 사람들을 속였던 주인공처럼, 천재적인 두뇌와 임기응변 덕분에 변호사, 의사, 공보관.. 그리고 결국엔 신부님이 되어 사람들을 돕게 되는, 카멜레온 같은 남자 데지레 마고.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의 유럽 공습으로 인해 적성에 전혀 안 맞는 군인으로 다시금 복무하게 된 수학교사 가브리엘. 그의 눈에 전형적인 야바위꾼, 사기꾼으로 보이는 문제아 라울 랑드라드가 들어오게 되면서 가브리엘은 앞으로의 군대 생활이 정말 힘들어질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이란 게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군대 생활 내내 가브리엘을 괴롭혔던 문제아 라울이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책의 띠지에 [악마 같은 플롯을 가진 책]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정말 책에 대한 묘사로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머리에 거대한 물음표가 가득했는데 끝날 때쯤엔 머릿속엔 다양한 표현을 나타내는 느낌표가 가득했다. 정상인 같지 않은 3명 ( 루이즈, 데지레, 그리고 라울 )의 좌충우돌적인 삶의 궤적이 독자들을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가? 할 만큼, 처음에는 소설이 하나의 대소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대 노인은 왜 루이즈에게 옷을 벗어달라고 요청했고, 왜 그 일이 이루어지자마자 자살을 했단 말인가? 데지레는 어차피 3일만 지나면 드러날 정체인데 왜 저렇게 남들을 속여가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라울이라는 저 군인은 왜 저렇게 소시오패스처럼 행동하고 감정이 아예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일이 결국엔 필연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딱 맞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결국엔 " 신 "이라는 게 머릿속에 딱 떠올랐다. 신은 사람들에게 겉으로는 "축복"처럼 보이는 "사랑"을 인간에게 주지만 사랑이 결국엔 눈물의 씨앗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겉으로는 "비극"처럼 보이는 "전쟁"을 인간에게 안겨 주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극을 통해서 성장하고 인간이 되어간다. 이 소설은 정말 "삶"이라는 거대한 아이러니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이렇게 웃고 울고 다시 웃다가 울고 그렇게 살아가는가 보다.

우리의 삶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회의감을 느낄 때 읽어보면 좋을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마치 자신의 생일날, 남의 생일잔치에 가서 재롱부리는 어릿광대 같다는 느낌도 있다. 굉장히 희극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에피소드들 때문에 웃다가도 다음 페이지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 인간과 삶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 나오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잎사귀처럼, 홍수에 떠내려가는 길고양이처럼,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정신없이 헤엄치던 등장인물은 결국에는 운명이 준비해놓은 선물을 받게 된다.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딱딱 맞추어지면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에 속하진 않지만 그들 못지않은 큰 존재감으로 소설을 이끌었던 커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책의 곁가지 소설, 즉 스핀 오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루이즈 어머니가 남긴 편지 속에서만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 그냥 편지지만 그 속엔 세상의 모든 커플들만이 아는 세계가 들어 있었다. 관습을 어긴 채 몰래 해야 하는, 그러나 너무나 열정적인 사랑.. 그 사랑의 힘은 루이즈가 여행을 계속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독자가 소설을 계속 읽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발자크라는 작가를 잘 모르지만 책의 소개 글에 나와 있는 " 21세기의 발자크,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이라는 말 때문에 발자크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감동 그 자체였던 소설 [ 우리 슬픔의 거울 ]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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