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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노자 - 오십부터는 인생관이 달라져야 한다
박영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3월
평점 :
" 인생 전반기 내 삶을 '채움'을 지향했다. 실적, 성과, 재물, 명예를 채우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 그러다 노자를 만난 후 존재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유와 욕망, 생각을 비우면 비울수록 삶이 더 충만해진다는 역설을 노자에게서 배웠다 "
가을이 오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듯, 중년이라는 인생의 가을이 왔을 때 우리도 아름답게 성숙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오십에 읽는 노자]를 쓴 저자 박영규씨는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날을 되돌아보고 인생 제2 막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론 제목처럼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내용을 본인의 삶에 접목해서 쓴 글이다. 처음에는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냥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을 살아다가 다 문득 뒤돌아봤을 때 느끼는 허무함이나 불안감 등을 조금 덜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비워내고 덜어내고 또 순리대로 살아가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밝고 맑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박영규씨는 원래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쪽으로 강의를 해왔지만 어느 날 우연하게 만난 인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고 한다. 대학교에서도 직접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인문학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매력이 어마어마한가 보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을 성찰하는 학문이기에 나이가 들면서 인간 본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인문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딱 2가지의 주제가 인상 깊었다. 자연처럼 순리대로, 흐르듯이 사는 삶과 자꾸 비워내고 욕심 없이 사는 삶. 내가 자주 듣는 법륜 스님의 법문 채널에서 늘 듣는 말인, " 다람쥐가 걱정하는 거 보셨어요? " 와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라 더욱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사는 삶 / 하늘은 도를 법으로 삼고 도는 자연을 법으로 삼는다 [천법도 도법 자연]
집 근처에 서울 식물원이라는 곳이 있어서 매일 산책을 하고 있다는 저자.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는 자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색 같은 자리에 피었다가 때가 되면 지는 꽃들. 수련과 연꽃이 비슷해 보여도 개화 시기가 약간 다른데 3~4년 동안 관찰해 봐도 개화 순서가 바뀌는 일이 없는걸 보면 역시 순리대로 흐르는 게 자연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저자. 인간처럼 먼저 피겠다고 나서거나 빨리 피는 꽃을 시샘하는 경우가 없고 순리대로 피고 지는 꽃을 통해서 여유롭고 너그럽게 살아가는 삶을 배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지식은 버리고 지혜는 쌓아야 하는 이유 / 학문은 하루하루 더하고 도는 하루하루 덜어낸다 [위학 일익 위도 일손]
저자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단톡방을 통해서 소통한다고 한다. 유독 선거철이 되면 특정 후보들에 대한 지식이 많은 친구가 일일이 댓글을 달고 단톡방을 도배해 불편함을 느끼는 다른 친구들이 결국 단톡방을 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곤 하는데,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잠시 자숙했다가도 또다시 댓글 폭탄을 퍼붓는다고 한다. 저자는 항아리에 모래와 자갈, 큰 돌을 골고루 담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로 채워야 할지 물으면서 지식과 지혜를 조화롭게 채워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모래알 같은 자잘한 지식으로 가득 찬 머리에는 큰 지식, 즉 지혜를 담을 수 없다는 저자. 많은 지식보다는 삶의 이치를 보다 많이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 겹겹이 주름진 이마와 흰 서리가 무성하게 내려앉은 머리를 보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속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자문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회한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눈물이 차올랐다. 신의 계시처럼 엄습해온 그날의 회한과 눈물이 내 인생 후반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
인생 전반기에는 주로 채우는 삶을 지향했던 저자. 아등바등 살았지만 50이 넘고 인생의 후반기로 오게 되면서 영혼의 허기, 즉 '공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노자를 만난 후 존재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 저자. 그는 소유와 욕망, 생각을 비우면 비울수록 삶이 더 충만해진다는 역설을 노자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 보다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사는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내용들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아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읽는 동안 영혼이 살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책 [오십에 읽는 노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