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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평점 :
“당신들은 몰라.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지.
가장 컴컴했던 그 시절 빛 한 조각조차 사치였던
그 무렵의 평양을.”
예전에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고 관계에 진전이 있어서 드디어 남한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웬걸 요즘 상황을 보면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남북의 미래... 과연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후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의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는 듯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읽었다. 전반적 평가를 내리자면, [강철로 된 무지개]는 굉장히 흡인력이 있어서 독자들을 대번에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우선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은 다소 기괴한 죽음을 맞이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확 일어나는데 수사에 참여하는 두 형사들이 가진 어둠과 상처 그리고 비밀이라는 부분도 굉장히 끌리는 부분이었다. 줄거리와 캐릭터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장르 수작! [강철로 된 무지개]로 들어가 본다.
남북 연방수사국 평양 지부에서 경위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영훈. 얼마 전 조직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사 (라고 하고 정치적 알력 싸움이라 읽는 )에 휘말려 하마터면 조직에서 축출될 뻔했다. 가까스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벗긴 했으나 현재는 고립된 처지가 되어 상처 입은 고독한 늑대처럼 조직을 떠돌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에서 미스터리 한 여러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 수사에 영훈이 투입된다. 그리고 얼마 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온 세욱이 파트너로 수사에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영훈은 단번에 그가 윗선에서 그를 감시하라고 파견한 스파이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피해자들은 각각의 살인 사건에서 매우 독특하고 기괴한 상태로 사망했다. 감전사를 당한 듯한 사람도 있고, 얼굴이 짓이겨진 채 불에 타 죽은 인물도 있다.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리거나 차 안에서 약물로 사망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그들 모두 누군가에 의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죽어갔다는 점이다. 마치 고문을 당한 것처럼.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은, 누구나 다 접속해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는 연방수사국 네트워크에서 이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서울 본청에서 그들의 신상 정보 파일을 직접 보내준다고 하는데.. 도대체 정보가 막힌 이유가 뭘까? 범인은 누구이고 피해자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소설은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있는 2078년 현재의 평양과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때인, 2048년이라는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데올로기는 물론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도 남한과 완전히 다른 북한이지만 어떻게 돈과 권력 앞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다들 똑같은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은 정말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나의 이익 앞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리는 인간들이 보여서 너무 답답했다. 어쨌든 소설은 두 시점을 오고 가며 아주 촘촘하고 정교하게 빌드 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 빵 " 하고 터트린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들과 상황이라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꿀잼!!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형사라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나가는 영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마치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등나무 가지 같은 정치적 암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모습이 엄청 투지가 있어 보였다.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좋아야 되지만 영훈처럼 투지가 있고 끈기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이긴 하다. 나는 남북이 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이 소설 속 연방제처럼 남북이 서로의 시스템을 존중하며 살아가게 될 미래를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적인 남북의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강철로 된 무지개]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문제와 조직 속 돈과 권력을 향한 암투와 음모라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결국 결론은 남한과 북한이 스스로 정화작용을 하면서 멋진 미래를 조성할 수 있다를 말하고 있는 듯했다. 장르 소설답게 매우 흡인력 있고 스피디한 전개!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묵묵히 사건 해결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투지 있는 형사!! 비리와 탐욕이 시스템화되어버리는 순간 그 속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인간들!! 여러모로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 [강철로 된 무지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