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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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서는 종종 괴이한 사건이 일어난다 "

이 책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은 허실시라는 가상의 소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러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는 일종의 연작 소설이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 이야기에 소위 괴담 전문가인 진설주 선생이라는 사람이 매번 등장하면서 단편들을 이어주는 중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허실시에 저주가 걸린 걸까? 이곳에서 귀신이 출몰하고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죽음을 당하는 등 굉장히 불길하고 으스스한 일들이 발생한다. 빵집에 귀신이 출몰하는 이유는? 거대한 호랑이 귀신에 의해 기물이 파손되는 일을 겪는 학교가 있다고? 상가 건물에서 사람들이 실종되는 이유는?

첫 번째 단편 [ 최애 빵 구출 레시피 ]는 허실시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 허실당에 나타나는 귀신 때문에 위기에 처하게 되는 주인공 이야기이다. 주인공 노지연은 허실당 빵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김말자 빵이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그 이유는 바로 허실당에 출몰하는 귀신이 유독 김말자 빵 앞에서 배회하기 때문이었다. 소위 ' 귀신 부르는 빵 '이 되어버린 김말자 빵. 이 빵을 너무나 사랑해서 쌓아두고 먹는 노지연은 어릴 때 화재를 예견하여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전력 덕분에 허실동의 아이로 불린다. 빵도 구하고 마을도 구하는 심정으로 귀신 흉내를 내는 범인을 색출하기로 마음먹은 노지연... 과연 그녀는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세 번째 단편 [사굴기담]이 개인적으로 제일 짜임새 있고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한때는 무당으로 살아갔지만 조카 동희를 더 잘 돌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제는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미령. 그런데 언젠가부터 허실시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한 아파트 상가에서 사람들이 연속적으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 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상가에 들어간 사람들은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령과 사이가 매우 어색한 동네 언니가 의논할 게 있다면서 미령을 찾아온다. 동네 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뱀을 많이 죽이는 바람에 뱀 귀신의 복수로 상가에서 사람들이 실종되는 것인 것 같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상가의 지하에는 커다란 뱀이 지나간 듯한 물자국도 있다. 정말 사람들의 실종은 상가 주인에 대한 뱀의 복수가 맞을까? 만약 그렇다면 뱀 귀신은 상가 주인을 놔두고 다른 사람들을 건드리는 걸까?

네 번째 단편 [서울에듀아랑 학원 전설] 은 괴담이라기보다는 정통 추리물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과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 딱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 대구에 있는 학원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는 주인공 성덕. 원장의 소개로 강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허실시에 있는 서울에듀아랑 학원에 가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뭔가 께름칙한 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성덕이 맡게 될 P반을 맡았던 전 강사들이 모두 실종되었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집까지 계약을 해버렸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는 허실시에 연고가 너무 없는 상황. 그냥 버텨보기로 마음먹는 주인공. 그러나 첫날부터 두통과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하더니 P반의 유일한 학생인 서정은 매우 버릇이 없다. 그러던 중 학원에서 가장 수업을 잘한다는 시욱 선생님이 옥상에서 투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이게 과연 다 무슨 일인가?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괴담은 늘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 있던 이순신 동상이 새벽 12시만 되면 갑자기 살아나서 교정을 걸어다닌다던가 책을 읽는 두 꼬마의 동상도 그 시간만 되면 책장을 넘긴다던가 하는 그런 소문이었던 것 같다. 그냥 아이들의 지나친 상상이 만들어낸 괴담,, 학업에 짓눌리고 삶이 지루한 학생들이 창조해낸 또 다른 세계였던 것 같다. 빵을 좋아하는 귀신의 출몰, 설화에 등장하는 억울한 여자 호랑이 귀신의 난도질, 거대한 뱀신이 나타나 사람들을 물고 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이 허실시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어우러지며 존재하는 특이한 도시이다. 그러나 괴이하고 기이한 이야기 이면에는 허실시가 가진 현실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상상력 풍부하고 용감한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전통 설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특히 재미있었던 소설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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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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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소설이다.

1999년과 2010년이라는 10년도 더 넘은 두 시점이 교차되면서 꽤 복잡하게 꼬여있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처음에는 과연 시간 격차가 꽤 있는 이 두 지점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다. 1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한 호기심 많은 소설가에 의해서 파헤쳐지는데, 이 일이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1999년 4월 3일, 마운트 플레젼트 마을 호수 주변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곰에게 한 여성의 시신이 뜯어먹히고 있었고, 아침에 조깅을 하던 한 여학생이 그것을 목격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20대 여성인 알래스카 샌더스. 그녀는 곤봉으로 후두부를 강타당한 흔적이 있지만 목이 졸려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여러 단서들과 정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살인범은 남자 친구 월터 캐리였고, 그의 자백에 따라서 에릭 도노반도 살인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난, 2010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페리 게할로우드의 아내에게 이상한 편지가 도착하는 등 여러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안에 묻혀있던 추악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문학적 감성을 가진 소설가이지만 남다른 추리와 촉을 가진 주인공 마커스 골드만.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우정을 나눈 사람들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정작 경찰들은 이 수상한 사건을 파헤치기를 거부하는 반면 ( 그냥 골치아픈 일이 발생했구나 정도로 반응 ) 소설가인 주인공이 오히려 더 끈질기게 사건 재조사를 주장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탐문 조사를 하고 사건을 역추적해나간다.

작가가 어떻게 보면 독자들과 밀당을 한다고 느낄만큼 이 소설은 읽는 사람을 감질나게 만든다. 살인 사건은 1999년에 알래스카 샌더스라는 여대생에게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2010년에도 그에 못지 않은 중한 사건이 발생한 상황이다. 그런데 두 사건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나 단서가 나올라치면 갑자기 시간이 바뀌고 이야기 흐름이 달라지는 통에 진짜 애가 타는 심정이었다. 작가님.. 언제쯤 진실을 알려줄려구요.. 라고 속으로 한숨도 몇 번 쉬었다. 그러나 사건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묻혀있던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다. 숨겨져 있던 엄청난 반전에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야기 흐름이 좀 중구난방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웬걸 작가가 뿌린 떡밥이 나중에 고스란히 회수가 된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소설 앞부분에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펼쳐지기 때문에 이야기 흐름을 파악하기가 조금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조금 필요하다. 하지만 매우 치밀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이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인내심에 대한 보상을 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고구마 한 5개 먹은 기분이 들겠지만 이후에 사이다 10병으로 보답받는다고 할까? 불투명한 막에 가려져있던 진실을 밝혀내는 순간 장님이 눈뜬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실제 범죄 사건들 중에서 이런 일이 많을 것 같아서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소설가가 특유의 촉과 날카로움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소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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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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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판단력과 합리적인 사고로 인지되는 세계만이 현실이라면,

비합리적인 관념으로만 감지되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나는 유령, 초능력, UFO 등등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 나에게 ' 영적 존재 '를 실제로 믿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다고 말하면 웬지 현실 부적응자? 혹은 너무 어리숙한 사람? 으로 찍힐까봐 조금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사회파 추리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작품인 이 책 [건널목의 유령] 은 확실하게 그런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열차 정지 사고가 거듭나는 한 대도시의 건널목에서 포착된 희미한 존재,,, 그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1994년 일본 도쿄. 일간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하루하루 숨돌릴 틈없이 살았던 마쓰다. 그는 이제 [월간 여성의 친구]라는 작은 잡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몇 년 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혼자서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마쓰다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영혼이라도 곁에 있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날 잡지사에서 여름을 맞아 흥미로운 소재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독자들이 투고한 편지들 중 심령 사건들을 중심으로 취재하는 것이었다. 전혀 다른 독자들의 사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유령같은 실루엣.... 장난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쓰다는 취재를 맡게 된다.

그런데 장난스러운 다른 심령 사건에 비해서, 시모키타자와역 건널목에서 목격된 유령은 그 느낌이 달랐다. 한 대학생과 주부가 보여준 사진에는 실제로 긴 검은 머리의 여자인 듯한 피사체가 희미하게나마 찍혀있다. 심령 현상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마쓰다는 혹시 누군가의 초능력에 의한 '염사' 현상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도 현대인인지라 심령 현상을 쉽게 믿길 힘들어한다. 그러던 중 새벽 1시 3분에 뭔가 이상한 전화를 받게 되는 마쓰다. 수화기를 든 그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온 몸이 얼어붙고 만다. 전화기 반대편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여성이 내는 듯한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마쓰다의 머리 속엔 시모키타자와역 건널목에서 찍힌 검은 머리의 여성의 피사체가 떠오르게 되는데....

예전에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13계단을 읽어봤었다. 한 사형수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서 집요하게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추적기가 정말 감명깊었던 소설이다. 너무나 명백한 증거 앞에서 고스란히 죄를 뒤집어쓸 수 밖에 없었던 사형수. 그런데 가히 천재적이고 집요한 추리로 속시원한 결말을 이끌어냈던 13계단의 주인공. 그런데 [건널목의 유령]의 마쓰다도 그에 못지 않은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다. 유령은 믿기 힘들지만 새벽 1시 3분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이상한 현상과 맞닥뜨린 마쓰다는 뭔가에 홀린 듯 사건 추적에 나선다. 그러던 중 마쓰다는 경찰을 통해서 약 1년전 건널목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과연 피해자는 누구였고, 이 추적을 통해서 마쓰다가 발견하게 될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주로 사회파 추리를 쓰는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소설이 유령에 관한 것이라니? 약간 알쏭달쏭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 책은 " 유령 " 이라는 다소 믿기 어려운 소재를 통해서 부패하고 추악한 사회의 민낯을 고발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죽었지만 살아있을 때에도 거의 존재감이 희미했기에 " 유령 " 에 가까웠던 한 여성. 투명인간이었던 그녀의 정체를, 아주 미미한 단서를 바탕으로 한 추적을 통해 결국 밝혀내는 마쓰다. 모든 것이 드러났을 때 나는 뭔가 서글픈 감정을 느꼈다. 포식자가 넘쳐나는 사회. 그 누구의 보호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한 소녀의 얼굴이 문득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 했다. 어떤 사회든 힘있고 돈있는 자들의 부패가 넘쳐나고 언론이 제 역할을 잘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또 깨달은 순간이었다.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건널목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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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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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는 뭔가 있어요.

온갖 사람이 다 합류하고 있어.

이 모든 게 징후야.”

마거릿 케네디 작가의 소설 [휴가지에서 생긴 일]은 여러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몇몇 커플들의 연애 대소동을 보여주는 정통 멜로드라마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추악한 인간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조소와 풍자를 날리는 우화 형식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시간적 배경은 세계 대전 직후의 영국 사회, 공간적 배경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아슬아슬한 절벽에 자리 잡은 한 호텔이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영국 그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절벽이라는 공간 때문인지, 이 소설은 이야기 내내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뚜렷하게 구조가 있는 스토리 구성은 아니지만,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을 가진 소설이다.

영국 콘웰 지역의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절벽에는 펜디잭이라는 호텔이 있었다. 재미있는 부분을 말하자면,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신부님들이 등장하여 절벽이 와르르 무너져서 호텔이 파괴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결말을 알고 시작하는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긴 한데, 이 부분이 오히려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어떻게 보면 독자들이 신이 된 느낌이랄까? 비참한 운명을 모른 채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하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호텔의 주인은 시달 씨 부부이다. 남편 시달 씨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산다. 아내인 시달 부인은 아들들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데 특히 큰아들 제리를 거의 착취하듯 부려먹는다. 다른 아들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리의 희생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 가족 중엔 꼭 희생자가 있기 마련 ) 미스 엘리스와 낸시벨은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호텔 직원인데, 엘리스는 남에 대한 험담을 좋아하는 여자이고 입만 살아서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현명하며 허튼짓을 용납하지 않는 여자 낸시벨은 자주 엘리스와 부딪치게 된다.

휴가철을 맞아 펜디잭 호텔로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개성 있는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모였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소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다. 레이디 기퍼드는 지금 말로 하자면, 연극성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코브 부인은 그야말로 소시오패스에 다름없다. 참사위원인 렉스턴 씨는 교만한 정신병자 같고 건축가인 페일리 씨는 그냥 전형적인 속물에 교양있는 척한다. 소설가 애나는 가스라이팅에 천재인데 주로 남자들을 꼬여내는 마력이 있다. 꼬마 히비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작은 악마... 커서 뭐가 될지 참 걱정되는 꼬마였다.

등장 인물들에 대해서 이렇게만 열거하면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안다. 어떻게 보면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7대 죄악을 소설 속에 녹여놓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7대 죄악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설가가 어떤 의도나 생각을 가지고 소설을 썼는지는 알 것 같다. 펜디잭 호텔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곳, 즉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사바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고, 그게 큰 죄악인지도 모른 채 본성에 따라 혹은 카르마에 따라 죄를 지으며 살아가는 인간들..... 한 치 앞도 못 보고 단지 탐욕에 이끌리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랄까? 아주 흥미진진했다.

죄와 벌 그리고 구원... 나는 죄를 지은 자가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다 라는 권선징악을 크게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맞아, 그렇겠지?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도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작가의 필력도 훌륭하지만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책 읽기가 갈리는데, 이 책은 정말 번역이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 대단히 풍부하고 어떻게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아주 생생하게 전달된다랄까... 물론 독자들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하여튼 나는 이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인간을 깊이있게 통찰하고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작가 마거릿 케네디의 소설 [휴가지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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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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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겠지만,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어 .”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고 느껴질 때, 혹은 더 이상 기적은 없다 라고 느껴질 때 꼭 봐야할 책 [88번 버스의 기적이 책을 읽고 나니 뾰족했던 마음이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해진 것 같다. 이 소설은 영국 런던에 있는 이층 버스인 88번 버스에서 일어난, 한 기적같은 일을 다루고 있다. 이 기적이 의미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를 충분히 신뢰하고 아끼고 사랑할 때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

 

리비는 8년간 사귀었던 남자 친구 사이먼과 헤어지고 부모님이 계시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사이먼은 별다른 이유없이 단지 지루하다는 이유만으로 리비를 차버렸다. 아픈 마음을 달래고 있던 리비는 88번 버스에서 프랭크라는 이름의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처음 만났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프랭크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다.

 

그는 이미 60년째 한 여인을 찾아헤매고 있던 중이었다. 바로 이 88번 버스에서 만났던 그녀. 타오르는 불처럼 붉은 머리에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던 그녀. 부모님의 반대로 망설이고 있던 프랭크에게 연기자가 될 용기를 줬던 그녀. 프랭크는 그녀가 전화번호를 적어준 티켓을 그에게 줬지만 그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이후 그들은 영영 다시 만날 수가 없었는데...

 

못 말리는 낭만주의자 프랭크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리비는 팔을 걷어부친다. 그녀는 프랭크의 그녀를 반드시 찾아내기로 결심하고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반항적인 눈빛의 남자가 프랭크를 돌봐왔던 요양보호사 딜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하고 어둡고 거친 느낌의 딜런이 알고 보니 속마음은 굉장히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과연 프랭크는 평생에 걸쳐 찾아헤맨 여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리비는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얻을 것인가?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이 소설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지고 있지 않는 새로운 요소가 있었다. 바로 프랭크의 그녀찾기!! 장장 60년 전에 맺었던 인연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로맨틱 장르 속 소소한 추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을 이야기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리비나 딜런의 경우도 혈연 관계인 가족으로부터 별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아무 관계도 없던 낯선 사람들이 결국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삶의 이유가 되어준다. 우리가 세상을 더 신뢰하고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눈물과 콧물,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한 책 [88번 버스의 기적]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남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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