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콘웰의 책.

그러니깐 우리나라에 번역된 일곱권을 다 구하고 나니,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pete dexter의 paris trout. 퍼트리샤 콘웰의 '흔적'을 읽는중 단서비스므리 나오는 책이다.

그러니깐 이 책도 일권번 번역된 다음의 책이다. 위에꺼랑 어떤게 먼저더라 -_-a

벼르고 벼르던 조셉 헬러의 catch-22드디어 장바구니로 들어가다. 전쟁소설의 최고봉이라는.  두둥-

아, 이것도 어느 책에선가 주인공이 좋아하는 책쯤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아무튼 메모해놓았다가 이번에 덜컥.

그 외에도 커트 보네컷의 다른 책들 많이 넣었다가 다 뺐다. 왜?

이거 사려구.  으흐흐흐( 이 웃음, 혹은 울음의 의미는 알아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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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5-04-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트리샤 콘웰이라.. 헌책방에서 보이는대로 사 모으기는 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5권이군요. 2권이 더 있었네요. 요즘 다시 출간까지 되는데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울보 2005-04-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012007

얼마전에 11111을 잡았는데..

요즘 이작가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perky 2005-04-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catch 22 살까 말까 생각중이었었어요. 언제나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 고민중인 책이에요. ㅎㅎ

mannerist 2005-04-0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녀석 저녀석. 길렐스의 브릴리언트 박스셋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있는 거 많이 봤는데 사셨나봐요? 지난 토요일까지 신나라 명동(CGV명동점이 있는 건물 지하에 있음)에 4-5개 있는 거 보기도 했고요. 아쉽게도 온라인 매장에서는 거의 다 품절. 이지만요. 아직 안왔더라면 과감히 떨구고 여기서 사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줄로 아뢰오.

아. 그리고말이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는 중급, 피아노 소나타 연주는 상급. 이지만 음질이 좀 안 좋은 건 감안하시고 들으셔야 할 듯요. 만약 '피아노를 부수는 방법(피아노가 불쌍할 정도로 두들겨 팹니다. 특히 '비창'과
월광', 그리고 '열정'에서...)'에 대한 강의-_-를 기대하신다면 최최최상급이겠지만요. ^^;;;;; 저는 라이센스로 나온 동일한 음원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 5번 음반 1장, 피아노 소나타(비창, 월광, 열정)음반 한 장 있는데 요즘 거의 손 안 가는 녀석들이거든요. 만약 아마존 떨구고 오프라인 매장 갔는데 재고 없음-_-이라는 사태 마주하게된다면 저녀석들 보내드리죠. ^^;;;;;

참고로_같은 시리즈의 리히테르 5CD박스셋도 연주 최상, 음질이 들쭉날쭉. 이랍니다. 예프게니 키신 박스셋이 음질과 연주. 에서 가장 뛰어난듯요.

하이드 2005-04-0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렐스라구 읽는거야? 흡. 난 계속 에밀 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요즘 보내준거 듣고 있는데, 피아노 부서버릴듯이 치는게 좋던걸. 리히테르(이것도 리히터라고 읽고 있었다.-_-a) . 글구, catch22 도 교보에서 맨날 들었다놨다야. 그냥 기다려볼래. ^^ 암튼. 말이라도 고맙구려. 아, 신나라 명동 맨날 지나다니는데, ( 우리 회사 앞 ) 그렇구려.

mannerist 2005-04-0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놈들식으로 질~ 질렐스~ 질렐리스라고 읽는 것도 많이 봤지만, 로스케넘덜 읽는대로 읽어주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 리히테르. 의 경우 매너도 리히터. 라고 투박하게 읽는게 더 좋긴 하지만,그게 저 드라이하고 무뚝뚝한 남자에게도 훨씬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실황공연 음반을 들어보니 아나운서가 또랑또랑하게 스비아토슬라프 리히떼르. 라고 읽더군요. 헤헷...

그리고, 한국내 매장에서 사시는 게 대개 물건너에서 사는 것보단 싸잖아요. 시간보다는. 헤헤헷... 어쨌든. 즐겁게 듣고 계신다니 좋네요. =)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책과 바람난 여자'라니, 너무 약하다. 그 정도로는, 바람이야 났다가 시들었다가 그러는거고, 왔다가 갔다가 그러는거지만, 책에 인생 코꿰어버리는건 좀더 잔인하고, 무기력하고, 돈들고 시간들고 주변에서 따돌림 당하고, 그러면서도 그걸 즐기는 내 안의 매저키스트적인 점까지 드러내 버린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때는 그저 그런 '책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읽다보니, 어 , 이여자 보통이 아닌걸에서 젠장, 키득키득 젠장 키득키득. 남들 아무도 안 알아주고 외면하는 경험들의 총집합인 단문들을 읽으면서 동병상련( 같은 "병"을 앓는)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야 안도하면서( 믿거나 말거나 )

책이야기가 아니라 책에 얽힌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모르는 작품들의 이름이 홍수처럼 나오건, 읽어봐야지 싶은 작품들의 메모로 아마존의 카트가 점점 늘어가건간에 술술술술 읽힌다.

책에서 나는 '냄새', 책 장을 넘길때 나는 '소리' 책 선물하기, 빌리기, 여행갈때 들고 갈 책 고르기, 날마다 책 싸들고 다니면서 느껴지는 어깨 통증, 시간이 붕 떴는데, 읽을 책이 없을때의 패닉상태 등등 그 동안  종종 얘기했던 책에 관한 얘기들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얘기들도 있다.

저자는 출판사에서 삼십년동안 교정작업을 한 베테랑 업계종사자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때로는 업계종사자의 냄새가 나지만 대부분은 그저 책을 좋아하고,아니 그 단계를 넘어서서 책에 집착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일 것이다.

즐거웠다.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었고, 아주 친한 친구 하나 만든 기분이다.

* 아, 그러니깐, 난 이 책을 다 읽어버렸으니 ,오늘 읽을 책이 얇디 얇은 어스시의 마법사 1권밖에 없구나,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 맞다. 마침 오늘 아마존에서 배달온 cloud atlas 와 seperate peace 가 있구나. 휴-

사실 나도 안다.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지하철 20분. 걸어다니면서 읽는 시간 지하철 기다리면서 읽는 시간 다 합쳐도 한시간이 조금 안 될 것이고, 그 동안에는 시작도 안 한 어스시의 마법사를 반이나 읽으면 많이 읽었다는 것을. 원래 그렇지 않은가? 어깨힘은 쎄도 소심하고, 섬세한 사람들이다. 우리 책벌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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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4-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지하철 탔다가 보던 책 다 읽으면 이거 우짜나 하면서 당황스럽슴다.
책 두권 들고 오는 건데 하면서...^^;;

2005-04-04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4-05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거 사셨군요,. ^^ 별점을 다섯개나~ ! 꼭 사서 읽어봐야지.. 히히

하이드 2005-04-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재밌었어요. ^^

2005-04-25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4-2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제가 다른 분 댓글에 단 거 보고 원제 얘기 하시나 보네요. 아이고, 제가 왠만하면 원제랑 비슷하게 가는걸 좋아하지만, 이 책이 원제로 결단코 갈 수 없다는데에는 동감합니다. ^^ 수많은 오자와 교열미스에 대해서는 원래 둔감하기도 하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에 나온것처럼 재미있어하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그러니깐 적어도 이 책에 한해서는요. ^^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간서치 2005-09-23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바람난 여자라...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절판


어떤 표지들은 너무나 혐오스러워서 탐을 내던 책조차도 거들떠보지 않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창 독서를 하다가 책의 내용과 표지, 아니면 텍스트와 저자 사진을 대조해 보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저자의 사진 역시 내 신경을 건드린다. 이 작가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는다. 나는 수염도 없고 바싹 마른 그를 상상했다. 그런데 턱수염을 기른 데다 살이 쪄 투실투실하기까지 하다. 도도하고 투박한 여자일 거라고 믿었던 저자는 한껏 교태를 부리는 세련된 도시 여자다.


*
얼마전에 본 닉 혼비의 '피버 피치' 자신은 써포터지 홀리건은 아니라고 하지만, 책 날개의 대머리 사진은 게다가 가죽자켓. 음. 딱 홀리건 스타일인걸. 생각이 들어버렸다. 게다가 그 책의 표지는 정말정말정말 유치찬란하기 그지 없다. 원서 페이퍼북의 깔끔한 노란 표지가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만약, 인터넷에서 사지 않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표지중 하나다. -63쪽

나는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신성 모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숭배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신성 모독죄를 저지르는 공상을 품을 정도로 책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기는 하다. (...) 책 귀퉁이를 접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백지로 남아 있는 책 마지막 페이지에 스케치를 하는 일은 즐긴다.
옳든 그르든, 나는 이러한 자잘한 탈선들이, 소심한 여자가 용기를 내어 시도하는 나름대로 대담한 이 행동들이 더 큰 탈선, 엄청난 피해,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막아준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면, 책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 반면, 나는 본문 위의 여백에 수채화를 그리라고 한다면 기꺼이 하겠다. 게다가 나는 이미 최근에 다시 읽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에, 안드레스의 성찰이 끝나는 폴리오 판 395페이지 위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 일을 시작했다. 나는 파스텔로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그렸는데, 너무 못 그려 당분간 그 짓은 두 번 다시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주 단단히 미쳐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경우만 빼놓고. 하지만 나는 내가 미치기 훨씬 전에 그 짓을 다시 시작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수채화, 파스텔화, 데생으로 완전히 뒤덮인 책, 마치 스케치북이라도 되는 듯. 맞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어디 있어? 하지만 어떤 책에다? 내가 좋아하는 책(아까워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치사해라)?

*
나는 귀퉁이를 잘 접는다. 나중에 다시 보고 리뷰에 참조하거나 밑줄 긋고 싶은 부분들에. 그러나 읽던 부분을 표시하기 위에 접는 것은 절대로 안한다. 나의 타부라고나 할까. 가장 선호하는 책갈피는 책날개이고 물론. 그 다음은 책 끈. 이도 저도 없으면, 굴러다니는 종이를 끼워 넣게 되거나, 종이마저 안 보이면, 그냥 덮어버리고 만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하드커버면서, 책끈도 책날개도 없다. 책의 반 이상을 읽을때까지도 나는 덮었다 폈다 어디까지 읽었나 찾았다를 되풀이 해야했다. -92-95쪽

가방에 책 여러 권을 - 나머지 소지품도 함께 - 늘 넣고 다닐 정도로 체력이 튼튼하면서도 독서광은 어떤 심리적인 허약함, 병적일 정도의 예민함을 보인다. 어쨌든 나는 그렇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을 흘낏거리는 것을 참아내질 못한다. 특히 흘낏거리는 그 눈에 " 어디 뭘 읽고 있는지 좀 볼까..."라는 참기 힘든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을 때는 ( 밥맛없는 현학자!). [공작의 주인](아, 동물을 좋아하시는군요!)나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넬슨 알그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을 때는 그런대로 참을만하다. 하지만 퍼트리샤 콘웰의 최신작을 읽을 때는 전반적인 탐정소설, 특히 이 책을 싫어한다는 것을, 이런 책은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순전히 직업의식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하지만 그 후로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느라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무슨수로 느끼게 할 것인가

*
병적일 정도의 예민함이라. 근데, 그게 참, 꽤나 주관적이어서, 책 읽는 사람들끼리도 이해는 더 잘 하지만, 참 다들 다르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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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기

선물을 하려면 책을 사야만 한다. 그리고 책을 사려면 서점에 가야만 한다. 작은, 아주 작은 서점에. 동네 상점을 하나하나 돌아가며 신중하게 외상을 깔아놓는 가난뱅이처럼 나는 치밀하게 한 곳 한 곳을 체크해가며 돌아본다.

나는 살 책을 결정했을 때에만 서점에 간다. 그런데도 서점에서 나올 때는 항상 손에 적어도 세 권은 들려 있다. 아니면 병적인 허기증 환자가 제과점 진열창을 애써 피하듯, 나는 침대 옆에서 쓰러질 듯 흔들리며 대기하고 있는 거대한 책 더미를 더 높이 쌓아올릴 뿐인 부추김의 허기와 충동구매를 피하기 위해 눈을 감다시피 하고 서점 앞을 지나간다. 계속 그러다가는 내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쌓아둔 책들이 나를 덮쳐 일종의 복수를 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견디기 힘든 경우는 도서전이다. 죽었거나 살아 있는 그 수천 명의 작가들, 내가 읽지 않은 그 수백만 권의 저작들. 그것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나는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나는 곧 도매 푸줏간이나 대형 양계장에서 길을 잃은 채식주의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식욕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없이 널려 있는 그 책-음식물들이 구역질을 일으킨다. 나는 매년 도서전에서 나올 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럴 때면 나는 늘 다니는 서점들 중 하나에 급히 뛰어들어 즐겨 찾는 코너나 신간 진열대를 허겁지겁 훑어보고 출구를 향해 달려간다. 이미 늦었다. 훑어보던 내눈에 [팔라틴 공주의 편지]가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계산대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는, 첫 페이지가 눈부신 문장력의 진열창인 비방 드농의 {다음날은 없다]도 나는 황급히 사서 달아난다. 휴, 세 권으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게다가 그중 두 권은 아주 얇다. 그 정도면 고통의 책더미도 날 용서해줄 것이다.

가끔 드라마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점에 내가 탐하는 책이 없다. "[미들마치]요? 부르주아 서점에도 재고가 없어서 나도 못 구했어요. 윈 서점에 한 번 가 보세요." 들른 김에 동생에게 선물하기 위해 엘렌 방베르게르의 소품을 집는다. 윈에는 물론 [미들마치]가 있다. 옴니버스가 다른 소설 두 권과 함께 묶어서 내놓은 것으로. 그런데 나는 아직 소설 세 권을 한꺼번에 먹어치울 만큼 조지 엘리엇에게 굶주려 있지 않다. 그만 포기한다. 짐 해리슨의 새 책이 나왔을거라며 나 자신을 달랜다. 웬걸, 게으르기는! 나는 욕구불만인 상태로 윈에서 나온다. 발자르 카페에 앉아 프랑수아를 기다리고 있자니 콩파니 서점이 아직 열려 있는 것이 보인다. 나에게 [미들마치]를 사게 하려는 운명의 신호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책 더미가 날 깔아뭉개거나 말거나. 입에 침을 튀겨가며 그 책을 추천해준 카트린은 좋아할 것이다.

안달하지도 동요하지도 않고 이 코너 저 코너 차분하게 구경하며 돌아다닐 수 있는 프랑수아, 서점 주인의 입발린 소리에 잘도 넘어가는 아르멜이 얼마나 부러운지. 반면, 나는 마치 위협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푸르넬의 [운동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내 선물용 서랍 속에 이미 세 권이나 들어 있다. 없어서 못 준 경험을 한 후로는 몇 권씩 쌓아두고 있다)를 또다시 사고 만다. 그러고는 속으로 따져본다. 이 놀라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스포츠지 기자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레옹-모리스의 딸에게 한 권, 일요일마다 자전거로 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아페니노 식당 주인 리노에게 한 권. 그 책을 읽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 책을 사랑할 이유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수십 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나는 새 책보다는 샀던 책을 더 많이 산다. 나의 정신 나간 행동에 서점 주인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 그들도 나와 엇비슷하다. 동시에 또는 차례로, 투덜거리고, 쾌활하고, 까다롭고, 바쁘다. 따뜻하든 차갑든, 나는 그들의 기질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적응해나가면 된다. 그들 역시 그렇겠지. 우리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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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4-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하이드님 얘긴 줄 알았어요..^^;; 좀 비슷하지 않으신가요?

하이드 2005-04-0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하하, 우.리.가(강조해서) 글쵸 뭐.

chika 2005-04-0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 전 정말 '사기'치는 줄 알았어요. 정신없는 치카~ =3=3

하이드 2005-04-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책사기. 흐흐흐 . 그러고보니 그렇게도 보여요. 치카님

2005-04-03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뚜기의 하루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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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네이얼 웨스트를 처음으로 접했던 미스 론리하트에 비해 이 책은 참 실마리가 없다. 책을 어떻게 읽어나가야할지 난감하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불행하고 꼬인 버전의 '티파티에서의 아침을'을 보는 느낌이었다.

은유로 가득차서 읽는 내내 머리가 갑갑스러웠다. 읽는 당시 너무나 감동이었던 '미스 론리하트'는 어느새 내 기억에서 사라져 있었다.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나의 리뷰를 다시 보니, 당시 그렇게나 재미있게 읽어놓고, 다시 떠올려 보려면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은 메뚜기의 하루에서는 더 심해져서 책의 끝장을 덮을 즈음에는 주인공의 이름과 책 속의 사건들이 신속하게 기억에서 사라져가 버려서 리뷰 쓰려고 옆에 책 놓고 앉아 있는 지금 계속 책을 펼쳐 뒤적이게 된다.

미스 론리하트에서 굉장히 여러가지 주제를 중편 길이의 책에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긴 중편소설에 더 집약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폭력과 사랑, 야망등으로 그 주제는 집약되는데,

페이 그리너라는 팜므파탈적인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녀를 쫓아다니는 별볼일 없는. '돈이 많거나 잘생긴'이라는 그녀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은 '착한' 토드와 ( 본인 입으로 착하다고는 하나, 왜 자신이 착하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융통성이 없고 사회성이 없어서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 표현을 자학의 방법으로밖에 못하는 페이에게 분노와 수치감과 경멸을 동시에 안겨주는 호머가 있다.

페이는 헐리우드의 단역배우이다. 남는 시간에는 광대였던 아버지와 집에서 만든 광택제를 팔러 다닌다.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는 모두 현실을 연기한다. 그들이 하는 연기는 드라마틱하긴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배경으로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페이의 주위에는 페이와 비슷한 삼류인생들의 모임이다. 난장이, 건달 양아치, 닭싸움 시키는 멕시코인.

그 모두의 생활은 구질구질하지만 나름대로 생생하다. 진흙바닥에 딩구는 굵은 지렁이들처럼 끊임없이 꿈틀거린다. 아니면, 예전의 주차장이었던 공터에 잡초와 잔디가 자라 버린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끊임없이 팔딱대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그러다가 차에 치여 혹은 발에 밟혀 죽어버리는 메뚜기와 같다고 할까?

개인으로서는 힘없고 비굴하고 수줍다가도 머리가 둘이상 셋이상 혹은 몇십, 몇백, 몇천이 늘어나기만 하면 포악해지고, 용기백배해지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의로워지는등 미쳐돌아간다.

몇장에 걸쳐서 잔인하게도 자세하게 묘사된 닭싸움의 장면이나 시사회장에서 메뚜기떼처럼 잔뜩 몰려 이리저리 휩쓸리는 장면이나 그 아수라장에서 악마같은 아이에게 돌을 얻어맏고 아이를 죽여버리려고 하는 끈이 끊겨버린 호머의 모습이나 경찰차에 실려가면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사이렌 소리를 흉내내는 토드의 모습은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드라이하다. 드라마틱하지만 동시에 현실이다.

어떤 기분이 들때 이 책을 다시 잡고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읽은 지금으로선 머릿속에 온통 수많은 퀘스쳔마크가 떠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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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4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