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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광고를 보고 여러분이 해서는 안 되는 말씀은, 저도 김ㅇㅇ 비타민 주세요, 입니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산다. 누구 머리, 누구 옷, 누구 가방. 멘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김누구를 존경하는 내 조카는 김누구가 되는 게 꿈이다. 어쩌면 김누구의 직업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김누구의 인기를 원하는 지도 모를 일이지. 그러나 이 책은 김수영을 읽고 김수영이 되어야 겠다, 라거나 이 책을 읽고 나도 강신주같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강조한다. ‘김수영처럼’, ‘강신주처럼’이 아니라 지금 여기 세상에 똑하고 떨어진 나, 바로 나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을 만났다.

 

지극히 편파적인

문학적 감수성이 툭툭 불거져 나오는 이 책은 철학자의 언어로 가득하다. 철학이란 과연 이런 것인가. 사람의 중심을 더듬거리며 찾아내고는 기어코 중심을 잡고 흔들어 댄다. 철학과 문학의 접점이 이런 것이라면 나도 해내고 싶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글을 써내고 싶다. 김수영이 시인이고 강신주는 철학자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라면 장르가 주는 한계란 처음부터 없는 건지도 모른다.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다만 조금도 꾸미지 않은 내 모습 그대로, 나답게 살아내는 게 중요하다.

김수영의 삶, 김수영의 글. 모든 곳에서 강신주의 팬심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김수영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다. 팬미팅을 마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표현을 궁리한 느낌이 강한 이 글은, 읽는 나마저도 김수영의 깊은 데를 보는 기분이다. 자유를 향한 열망, 역사 속에서 개인이 더욱 개인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들, 시인의 감성이 철학자의 언어로 변하여 나에게 닿는다. 아, 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읽는 이에게 복잡한 질문 하나 던지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깊게 파고들어 갈 수 있게 안내하는 것, 저자의 깊은 속내이기에 문장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색채가 분명할수록 단독성을 지닌다. 그런 문장을 따라 멈추지도 못하고 따라 들어가면 어느새 저자와 함께 막장에 서 있는 기분을 주어 함께 고민하게 한다. 진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곡괭이질을 하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깨달음이 하나 남는 것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김수영의 시는 강신주의 글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나에게는 나만의 글을 쓰는 문제로 이어졌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음악, 회화, 삶에 대한 욕망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자유에 대한 열망은, 단독자로 서 있고 싶은 욕망은 생득적인 것이나 살아가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억압되는 것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지칠 때마다 채찍을 맞는 팽이 말고 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도 너만의 춤을 추어라.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그 누구도 닮지 않는 그런 자기만의 춤.

또한 내가 싸워야하는, 그림자 없는 적을 떠올리게 되었다. 뿌연 유리창같은 적이다. 우리를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적이다.

대입, 취업, 결혼, 육아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사람들과 자신을 혹사하지 않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죄책감에 빠뜨리고야 마는 세상 때문인지, 지쳐서인지 나는 한참동안 흐릿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쿨하고 시크한 게 자랑이라도 되는 듯, 치열하지 않은 것이 좀 더 어른다운 것인냥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치열해야 한다, 치열하되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할 지 알아야만 한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 돌기 위해 치열해야 한다. 목적 없는 치열은 위험하다, 방심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이 요구하는 무엇에 나의 치열함을 쏟게 되어버린다. 지금 이 사회는 우리의 목적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고 표피적인 것에 맹목적으로 달려들라고 강요한다. 여기에서 벗어나야겠다. 곧은 소리가 곧은 소리를 부르듯, 강신주의 책이 엇길로 걸어가는 나의 뒷채를 잡고 흔든다. 그래, 나를 건너 곧은 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그러니 나도 김일성 만세. 김일성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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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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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고 있었습니다.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어요. 자신이 얼마나 상사를 사랑하는지, 나의 충성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성토하고 있었죠. 상사의 대답이요? 아마 이랬던 것 같아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네 마음, 숫자로 보여 봐.”


헐!


너무 시크하고 멋있어서 저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어디에든 대사를 적어놓고 싶었어요. 말 한 마디에 인물의 성격이며 뭐며가 조금 더 확실하게 보였다고 해야겠지요. 네, 위의 대사를 쓸 수 있는 작가와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는 시청자. 그것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손에 쥘 수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숫자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가치라는 것을 그렇게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 책에 대한 국내의 기대치는 마이클 샌델이 한국에 찾아온 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대학 노천 극장에서 있었던 강연은 북적북적했다지요. 언론도 달려가서 샌델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이제는 모른다고 말하면 왠지 부끄러운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지 않은 저한테는 그렇게 매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시큰둥했지요. 책을 읽지도 않고 판단하는 건 무리수지만, 간간히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봤을 때, 그리 좋은 책 같지는 않았어요. 뭐랄까, 우리를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고 선택하게 만들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고는 왜 그걸 선택했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또 묻죠. 정의란 무엇인가?

전 그게 좀 싫었어요. 왜? 왜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정의를 물어보는 거야? 정의라는 게 그렇게 특수한 상황에서만 발휘되어야 하는 건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정의는 살아있어야 하고 생명력있게 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 

네, 책을 안 읽었으니 무식한 소리한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죠. 그래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읽었어요. 


선입견이 이 정도니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시작한 건 사실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고 할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생각해보라는 거겠지? 아이고, 삐딱선이고 뭐고 초반부터 충격에 빠졌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 있는 걸까요? 대신 줄 서달라고 돈을 내지 않나, 그걸 또 중개하는 회사가 있는데 심지어 굉장히 자랑스럽게 대놓고 장사를 합니다. 뭐라도 되는 양.  뒤로 갈수록 더 하죠. 해외토픽에서 봤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줄기차게 등장합니다. 설마했던 자리까지 돈이 차지하게 된 거죠. 광고는 버스 뒷자석에 머물지 않고 사람의 이마까지 진출했어요. 말해 뭐합니까, 사고 파는 데는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숨이 붙어있기만 한다면 뭐든 팔아도 상관없게 된 거에요.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다른 미국의 현실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도 머지 않았겠지, 어쩌면 나도 저 말도 안 되는 시장에 구매자로는 불가능할 것 같고 판매자?로 등장할 수는 있겠구나 싶었지요.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말하듯, 노랗게 보여서 노랗다고 하겠어요.

그런데요,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불편했어요. 왜 그럴까, 그러던 중 매일같이 폭력과 살인, 사기, 갈등 등 자극적인 소재로 안방 시청률을 잡아두는 주부프로그램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보게 됐는데요. 하루는 누가 길을 가다 돌에 맞아 죽고, 또 하루는 강도를 만나서 죽고, 또 하루는 홧김에 죽이고 도막을 내어 버리고, 또 하루는 동네 친한 아줌마가 곗돈을 들고 도망을 갑니다. 매일매일 끝을 모르는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내 하루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밤길은 당연히 무서워졌고, 일상에서도 번뜩번뜩 겁이 나더란 말입니다. 나라고 안전하지는 않다,는 생각. 결국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황색지를 경계합니다. 가십거리만 무성하게 만들어 놓고 우리가 정작 보아야할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들죠. 세상은 그런 사건사고들로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사건사고가 일어나게 된 사회적 환경, 분위기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뿐만 아니라 사건사고 이후에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또 서로 감싸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우리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드는 것들을 없애려고 노력하며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샌델은 굉장히 자극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마음만 먹으면 뭐든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고 어느 면에서는 이미 왔다고 단정지어 버립니다. 그러면서 경제에 도덕관념이 빠진 것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죠. 계속 이렇게 살 겁니까? 의분에 넘치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요.

하지만 팔면 안 될 것 같은 것을 팔아야만 하는 사람이 왜 있는지, 왜 생각지도 못한 것에 돈을 쓰고, 쓰려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결국, 사회가 돈독이 올랐다는 건데, 돈독 오른 사회는 멈출 줄 모르고 이렇게 진행한다는 건데, 그걸 도덕적인 개념을 집어넣어 다시 생각해보자, 이게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이냐, 묻는 거 말고 돈독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고민은 하지 않고 있다는 거지요.


남들보다 늦은 출발을 부끄러워 하라는 건 아닙니다. 

이미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삶을 바쳐서 이 돈독 오른 사회를 바꿔보려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살면서 애써 그 사람들을 무시해왔어요.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내 머리가 복잡해지니까요.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수많은 사회활동가, 헌신자들에게 샌델의 질문은 어떤 무게가 있을까요? 야, 이제라도 고민해줘서 고맙구나. 이렇게라도 생각해주어야 하나요?

오지랖이 넓어 미국 사회를 걱정하게 됩니다. 엘리트 집단이라는 학교의 강의 한 학기가 이런 기본적인 질문으로 끝나버린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어디서 잘난 척이냐고 하시면 깨갱하겠습니다. 저도 책 한 권이나 되는 분량만큼 고민해본 적은 없었어요. 

정의란 무엇인가. 수많은 대학의 교양 수업에서,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신문, 잡지 어디 할 것 없이 모두가 정의를 물었습니다. 쉽게 답 내릴 문제는 당연히 아니지요. 하지만 그 질문을 받고 고민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습니다. 글쎄요, 굳이 찾아보자면, 스스로 교양 좀 생겼다고 자위하는 정도?  우리가 마이클 샌델의 책에 이렇게 환호한 이유는 아마도 <정의란 무엇인가>를 잇는 자극이 필요해서였는지 모릅니다. 


노파심이겠으나, 샌델의 이 책을 읽고 잠시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해서 우리의 지적 자장이 넓어졌다고 생각한 채로 일상으로 돌아갈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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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뭔가 밍밍합니다. 달갑진 않아도 매 년 맞이해서 익숙해진 장마도 좀처럼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여름휴가로 들뜬 사람도 찾기가 힘들고요. 이럴 때일수록 정신줄을 꽉 잡아쥐고 있어야 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어영부영 6월도 중순이라 까딱하면 뭔가 해놓은 것 없이 6월을 정리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태연한 인생

은희경│창비(창작과비평사)


이야! 은희경입니다. 수필도 아니고 은희경의 소설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이 2년 만에 만나는 은희경 신작이니까 읽어봅시다. 먼저 읽은 분들의 평이 그리 나쁘지 않고, 누군가는 은희경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도 하네요. 인터넷서점에서 제공하는 책 앞부분 몇 장을 읽어보았는데요. 단숨에 읽은 것도 읽은 건데, 다음이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네버 엔딩 스토리

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권신아│소담출판사


네, 월간지 PAPER를 통해 연재했던 그림과 글을 모은 책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녀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도 글도 말랑말랑한 소녀의 감성으로 가득해요. 아직까진 밤바람이 살랑한 요즘, 자기 전에 침대에 엎드려 한 장씩 넘기다보면 세상만사 근심은 잠시 접어두고 소녀의 꿈으로 가득한 기분이 되어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책이지요. 어때요, 우리에겐 이런 밤이 필요하지 않지 않습니까?


크루아상, 톨레랑스, 앙가주망 우리 옆에 숨쉬는 프랑스와의 지적 조우

파리에서 온 낱말

최연구│리더스북


우리는 일상에서도 수없는 외래어를 사용하죠. 미국의 영향이 크다보니 한자어 다음으로 영어체 말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영어같지 않은 말도 꽤 됩니다. 네, 프랑스 단어죠. 파티시에, 베테랑, 노블레스 오블리주, 톨레랑스, 데탕트, 바캉스 등등. 이 책은 우리가 잘 쓰는 프랑스 단어를 가지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고 해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깊은 문화적 연관성이라거나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빠리와 내가 얼마나 닿아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EAK 피크1,2

홍성수, 임강혁│도서출판 영상노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툰, PEAK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1,2권이 동시에 나왔는데요. 네, 1권만 사시면 후회하실 수 있으니 꼭 함께 사세요. 북한산산악구조대를 배경으로 산과 조난, 구조 등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요. 일단 그림이 정말 끝내주고요, 이야기또한 박진감 넘치는 데다가 사실적입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들었기 때문일텐데요. 하아, 저는 이거 웹툰으로 한꺼번에 몰아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냥 보아도 재미있지만,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놓쳐서는 안 될 걸요?


문화매거진 오늘

원유진 기자

geeahn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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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여서 그런지, 정치사회에 관해 책이 엄청나게 나오네요. 한 주 동안 나온 새 책을 살펴보아도 과연 그러합니다. 하지만 휘말리지 않고 몇 권을 꼽아보았어요. 날이 점점 푹해지는 데 햇살을 맞이하는 것보다 시원한 집 안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하다면 옆에 책 한 권, 일찍 개장한 해수욕장에 가보련다 싶으시면 태닝 오일을 들고 또 책 한 권. 하하, 너무 책만 강요하는 것 같네요. 모래사장에 책이 더러워질까 걱정이시라면 전자책도 추천해요. 요즘 스마트폰 전자책 서비스가 잘되고 있더라구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책 쓰기 교과서

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

김태광│글로세움(북스온)


네,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작가가 되어보라는 뽐뿌(!)로 가득한 책입니다.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는 정년, 정년이 남았다고 맘 놓고 있기에는 두렵기만 한 명예퇴직 등이 3, 40대가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이 책은 그 두려움을 작가로 2막을 준비하며 거둬내라고 말해줍니다.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이거지요. 저자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전업 작가를 소개하며 작가로 발을 들이고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한 안내가 가득합니다. 저자가 책을 써오며 맞닥뜨린 문제와 해결책이겠지요. 글쎄요, 모두가 작가가 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나 한때 문학소년/소녀였던 분이라면, 작가에 대한 꿈이 막연하게나마 남아 발목을 간질이고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부키


이번에도 제목이 참 좋습니다. 원제에 비해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입니다. 전작인 ‘긍정의 배신’과 짝을 이루려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그래도 책 내용을 거스르지 않고 주제를 잘 드러내니 더 좋습니다.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긍정 마인드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허구를 밝혀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요. 아마도 이 책은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게 될 것’이라는 노동에 대한 찬사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 아닐까 싶어요. 첫 장만 읽어봐도 흥미진진합니다. 직접 노동현장에 들어가 일해보고 그 가운데 만난 상황과 감정을 적어 내려갔더라구요. 휴~ 우리의 희망마저 꺼버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현실을 마주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코끼리는 안녕,

이종산│문학동네

아프리카의 뿔

하상훈│문학동네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의 영예는 두 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첫 회부터 공동수상인 셈이네요. 이종산의 <코끼리는 안녕,>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감각의 출현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새롭고 하상훈의 <아프리카의 뿔>은 대학생치고 큰 스케일과 묵직함이 인상적이라고 하네요. 취향에 따라 골라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소설이 주는 산뜻함과 새로움이 기본을 바탕으로 돋아났을 테니, 후회하지는 않겠지요?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정민│문학동네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이미 유명해서 달리 설명할 것도 없는 문인이지요. 다산의 유배일기를 고전을 풀어주는 데 이미 정평이 난 정민 교수님께서 선별하여 정리한 책이 나왔습니다. 다산의 자기 독백에 가까운 글들만 모아 정리하고 풀어내어서 다산의 맨얼굴을 만날 기회가 될 거라고 하네요. 오랜 시간 유배지 생활을 해야 했던 정약용의 내면을 살피며 남편, 아버지로 사는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학자로서의 한계인식 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문화매거진 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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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서 읽을 것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정기적으로 새로나온 책을 살피고 무엇을 읽을까 골라보는 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실은 이렇게 살펴보다 구매버튼을 누른 것도 꽤 있어요. 개인적인 취향만 생각했다면 펼쳐보지도 못했을 책을 사서 읽는 재미도 꽤 됩니다. 이번 여름에는, 평소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거야, 라고 말해도 괜찮을 책 한 권 사서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날씨뿐만 아니라 꽤 중요한 것들마저 제멋대로인 요즘인데, 독서 취향의 일탈 한 번 가져보는 게 뭐 그리 대수겠어요?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책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뽑기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으니까요.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창비(창작과비평사)

한 발짝 선을 넘으면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카피가 인상적이지요. “나 배고파.”라는 말은 쓰지만 ‘식욕’이란 단어를 꺼내긴 조심스럽습니다. 욕망이란 말은 우리와 가까운 것인데도 말로 꺼내기 쉽지 않죠. 왜 그럴까요? 이에 대해 ‘색(色, 욕망)과 계(戒, 규범) 사이’를 고민하며 써내려간 글이 있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의 새 책, <욕망해도 괜찮아>입니다. 블로그 연재를 통해 이미 그 진가를 인정받은 책. 책장을 넘기며 차근차근 읽어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너의 노동력을 공짜로 팔지 마라!
청춘 착취자들
로스 펄린│사월의 책

요즘 청년들, 네 뭐 저도 청년층에 속합니다만, 의 노동력피착취는 심각합니다. 최저임금을 못받는 알바는 이미 넘쳐나고, 고용상태가 불안한 것도 당연한 일처럼 보일 정도에요. 88만원세대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그보다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하지요. 기업이 크다고 해서 이런 일이 없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잘하면 정사원을 시켜주겠다며 ‘인턴’이란 이름을 주고 노동력을 갈취하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아요. 부당하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느끼지만, ‘을’이라는 이유로 이 악물고 참아야하죠. 이런 뭐같은 상황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요?
조금 멀리 떨어져서 구조를 살피고 그 사이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하겠지요. 아예 싹 뒤집어엎는 것도 좋은 방법 같지만, 쉽지 않기는 전후자가 마찬가지에요.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어요. 아는 것의 힘을 보이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합니다. 


미하일 바쿠닌
에드워드 H. 카│이매진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을 읽어서인지 카가 바라보는 바쿠닌이 더욱 궁금합니다. 역사학자답게 사료를 통해 한 인물의 삶을 살펴보는데요. 사이사이 역사학자의 평가까지 덧붙이니 이게 참 흥미롭단 말이지요. 책을 읽고나니,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이 쓴 평전은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하기보다는 역사학자의 방법과 다른 방식으로 저술된 것을 평전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만큼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카의 또 다른 평전, 심지어 마르크스와 애증의 관계였던 바쿠닌의 이야기라니 눈이 번쩍 뜨일만큼 궁금합니다. 


죽어도 죽지 않아
혁명을 기도하라
한승훈│문주

예수. 한국에서 예수는 기독교라는 이름에 가려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죠. 4대 성인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 되어버린 요즘. 기독교니 뭐니 다 걷어내고 ‘예수’를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나온 것 같아 기쁩니다. 체게바라를 읽듯, 바쿠닌에 대해 알아보듯, 예수를 살피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종교, 신앙과 상관없이요. 한 사람의 생애가 수많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든 그 힘은 무엇일까요? 이 책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마스 프랭크│갈라파고스

4/11 총선 이후 멘붕을 경험한 사람이 꽤 있죠. 이때 제기된 질문이 바로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였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냐고, 좋은 사람을 뽑은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한겨레CCTV 뉴욕타임즈에서 이와 관련한 리서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응답자가 자신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와 어떤 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연구였는데, 그 결과가 딱 저랬어요. 상대적으로 빈층에 속한다고 느끼는 대다수의 사람이 소득이 높은 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있었거든요. 왜일까요? 저도 이게 너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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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6-0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의 도스토예프스키 평전도 미처 못읽었기에.. 그가 어떤 시각으로 인물을 바라보는가, 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미하일 바쿠닌에 대한 평전은 궁금하네요.

미쓰지 2012-06-08 18:54   좋아요 0 | URL
정작 대표작인 역사란 무엇인가는 못 읽고, 우연한 기회로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을 읽었어요.^^ 바쿠닌 자체가 흥미로운 사람이니 더 재미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렇게 뵈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