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날씨는 어떠한지, 서울에서 지내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름 날씨 치곤 지나치게 선선하다 싶을 때가 많지만,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축축해지는 걸 놓칠 수는 없지요. 포항은, 바다내음이 조금 더 실린 바람이 집 앞을 서성거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6월을 맞으며, 튼튼한 우산과 비옷을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올해 장마는 또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맨땅에 헤딩하는 유쾌한 음악시간

친절한 음악책

김드리│돋을새김


저는 아직도 교육환경에 이 책임을 돌리는 편인데요. 무엇이냐하면, 상대방이 하는 일을 듣고 그것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이 있는지 밝혀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입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잘하고 볼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학교라는 곳. 분명히 문제가 있지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수별, 장르별로 뭔가 꿰고 있어야 할 것만 같게 만들잖아요. 그러니 “도레미도 몰라요.”란 고백을 듣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모를 수도 있는데, 몰라도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음악을 즐기지 못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친절한 음악책을 읽어보세요. 저자가 현장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익힌 노하우-학생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거든요. 


문학동네 시인선 20

북항

안도현│문학동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안도현의 시집입니다. 올해로 등단 28년을 맞았다고 하는데요. 안도현은 열번째 시집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시집의 제목을 정할 때는 시집을 대표하는 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요. 수록된 동명의 시, 북항을 읽어보니 시인의 마음을 알 듯 모를 듯 합니다. 안도현의 동화에 익숙한 분들은 어쩌면 낯설지 모를 시이지만, 곱씹어보다보면 시인의 언어와 만나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길 잃은 반려동물을 살리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

나는 사랑입니다

손현숙, 동물자유연대│지식의숲(넥서스)


지난주에는 이효리의 책 <가까이>를 통해 유기동물에 대해 이야기했었지요. 소수에게 유독 박한 우리나라에서 동물, 특히 유기동물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단 열흘 남짓한 시간에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해야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동물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동물을 대한 인식의 변화지요. 길에서 산단 이유로 돌에 맞아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생명을 하찮게 여깁니다. 한 집에 살지 않아도 가족으로 여길 수만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겠지요. 이 책을 펴낸 사람의 마음도 그러할 겁니다.


섹스의 재발견

벗겨봐

아더 조명준│모아북스


이 책을 처음 봤을때, 어머나 이런 책이 나와? 어디 꽂아두기에도 민망한 제목의 책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이걸 소개하고 있느냐구요. 네, 제가 이런 걸 좀 좋아해요. 이 책의 내용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이런 걸 대놓고 얘기할 때 생기는 민망한 기류, 같은 걸요. 그러나 이 책은 그저 민망하고 끝날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얼마나 섹스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더라구요. 이야 10년도 전부터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외치던 분도 계셨는데, 아직까지도 크게 변하지 못한 걸 보면 이거 정말 어려운 문제구나 싶기도 하고요. 음, 저는 전자책으로 슬쩍슬쩍 봐야겠다 생각했어요. 히히



문화매거진 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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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시민뉴스.tv 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월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오월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새빨간 덩쿨장미 덕분에 전 오월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것도 어제서야 본 거라 그럴까요? 그리 덥지도 뜨겁지도 않았던 오월을 보내려니 섭섭하기만 합니다. 오월의 마지막 주, 주말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잘 가요 엄마
김주영│문학동네

일흔 셋의 나이에 떠올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등단 41년이 되어서야 부르는 사모곡, 김주영 장편소설 <잘 가요 엄마>입니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엄마(어머니)’는 떠올리기만 해도 눈시울을 붉히는 말이라는 것을 조금 더 실제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직접적인 고백은 아니지만, 이야기에 힘을 실어 전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만나보자구요.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 같은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또 울게 될 지 모릅니다. 내 어머니를 위해서요.



효리와 순심이가 시작하는 이야기
가까이
이효리│북하우스

이효리입니다. 가수가 책을 내는 게 그리 대단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시대의 아이콘인 이효리의 첫 책이 동물에 관한 에세이라는 건 주의 깊게 볼만 합니다. 이효리와 이효리가 만난 동물에 관해 차근차근 적어내려간 이 책은 초반부터 흡입력이 강합니다. 이효리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책의 끄트머리에 가면,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최약자로 살아가는 유기동물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마음이 따뜻해질 이야기, 이효리의 가까이를 만나보세요.



테라's 1박2일 여행 레시피│가자 시리즈3
제주 가자
정은주│TERRA(테라출판사)

여행전문기자의 본격 제주 여행 안내서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왜 자꾸 제주에 가서 살려고 할까요? 몇 달 안 된, 제 궁금증입니다. 몇 해 전 제주도에 갔을 때, 집의 높이가 전체적으로 낮고, 어디들 돌아봐도 끝에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낯설지만 그자체로 신비롭고 정이 가서, 마음이 오래 남았었지요. 집값이 싸다는 이야기를 하며 내려가 살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살던 곳을 떠난다는 두려움도 만만치 않았어요. 여행이면 모를까. 하지만 많은 사람이 제주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게 궁금해서라도 제주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제주를 슬쩍 돌아보는 척 하면서 샅샅히 살피는 거예요.  <제주 가자>는 이런 여행에 딱 필요한 여행 안내서입니다. 어찌나 자세한지 책만 읽어도 내가 제주도 어느 가게에 앉아있다 나온 기분이 들 정도에요. 네, 여행 떠나기에 여의치 않다고요. 이 책으로 마음을 달래보자구요. 아흑.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돌베개

누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영복이란 말 한 마디로 책을 사기도 했다는 그 책. 변방을 찾아서입니다. 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보고 그 글씨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글모음입니다.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던 글이지만, 책을 내기 위해 첨가한 부분도 많은데요. 글씨가 자리한 곳이 거의 다 변방에 있어 본의아니게 변방을 찾아간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왜 선생의 글씨는 변방에 자리잡은 것인지, 그곳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어나는지 글을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문화매거진<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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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시민뉴스.tv 에 연재 중인 신간소개입니다.



요즘 날씨가 이상해서인지, 계속해서 날씨얘기만 하게 됩니다. 5월치고 이상하리만치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요. 산으로 들로 나가려고 차려입다보면 덧옷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챙기지 않으면 감기에 홀랑 걸리기 십상이니 말이에요. 그래도 햇살은 여전히 따뜻해서, 자리를 펴고 편히 누워 선크림을 듬뿍 바른 채 햇살을 느끼고 싶습니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창비(창작과비평사)


욕망이라는 말은 왠지 쉽게 꺼내기도 힘든 단어가 되어버렸지요. 그러나 여기, 욕망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뿐만 아니라 욕망 자체를 긍정하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김두식 교수님의 <욕망해도 괜찮아>입니다. 지금까지 김두식 교수님은 법과 사법계와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재미있는 필체로 써오셨는데요, 색과 계에 관한 에세이인 이번 책 또한 읽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욕망, 사회의 그것이 한데 뭉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욕망이란 본능과도 같아서 억누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지요. 꾹꾹 눌러참다보면 예상치못한 곳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폭발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카피도 아름답습니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욕망 프로젝트!


닥터 프로스트 1 : 텅 빈 남자

이종범│애니북스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닥터 프로스트가 단행본으로 나왔네요.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데요. 심리학을 전공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들의 감수까지 받아가며 본격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화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도 매력적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단 한 가지의 결격사유가 있는 남자, 요즘 트렌드죠! 스크롤를 내려가며 읽는 재미도 있지만, 책장을 넘기는 재미는 또 색다르다는 것! 재미와 함께 내면까지 돌아보는 고 기분을 느껴봅시다요!




꼭 한번은 떠나야 할 스물다섯, NGO 여행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

이동원│예담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해도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의 목적지와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저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출발하기에는 여행이 주는 두려움이 크기 마련입니다. 뭔가가 확실해질수록 설렘이 커지죠. 배낭하나 둘러 메고 훌쩍 떠나는 사람은, 네, 여행의 달인인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떤 여행을 해볼까요? 그냥 딩가딩가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서 자고 예쁜 거 보는 그런 여행 말고, 뭔가 의미있는 여행을 원하지는 않으십니까? 여기 조금 다른, 여행기가 있습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오는 여행, NGO여행이라네요. 책을 읽으며 NGO여행에 대한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충분히 도전할 만합니다. 저자보다 나이가 많아서 걱정이시라구요? 그건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이와 같은 여행을 떠날 게 분명하니까요. 살짝 보기만 했는데도, 중독성 있어 보이더라구요.


칼럼니스트 박사의 ‘여자들의 여행법’

나에게, 여행을

박사│북하우스


위에서 소개한 여행을 하고 싶어도 여리디여린 여자이기에 용기내기가 어렵다 생각하시나요? 물론,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다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면 거기엔 여러가지가 포함될 테니까요.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나이, 인원, 짐. 이런저런 생각에 시작하는 걸 또 망설이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게 여행이라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단 말이지요. 칼럼니스트 박사는 저번주에도 도시수집가란 책을 통해 만났는데요, 요즘 자주 뵙네요.^^ 


문화매거진<오늘>

원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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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신간평가단. 알라딘과 함께하는 신간평가단은 상상한 것보다는 핑크빛이 아니었어요. 미리미리 해두질 못해 마감날짜를 항상 확인해야했고, 또 몇 번은 죄송하단 말씀을 붙여 마감날짜를 미루기도 했습니다. 많이 봐주셔서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만, 죄송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마음 때문에 다음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걸거에요. 예, 그렇고말고요. 이번 신간평가단. 저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과 내맘대로 베스트퐈이브를 선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먼저 11권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추천하고 싶은 책은요 바로 (두둥!) 이 책이에요.

예술, 상처를 말하다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시공사) / 2011년 12월


이 책을 읽고 쓴 제 글을 

예술가의 상처가 나의 위로가 되는, 아뜩한 순간. 

이걸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책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어요. 저자에게 따지고 싶을 때도 있었죠. 예술가의 감성을 상처로만 이해하는 건 너무 무리수 아닌가요? 하면서요. 네, 책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뭔가 따지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또 궁금한 것도 많았어요. 스캇 펙, 자끄 엘룰... 앗 두 명밖에 생각이 안 나는 이 슬픈 기억력! 어쩌거나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인용할 생각을 하신거에요? 다시 보니 참 이상한 질문이네요. 여쭤보지 않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명 한 명 상처받은 영혼을 만날 때마다, 정말 이 사람들한테 예술이란 게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저를 돌아보게 되었죠. 나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는 걸까, 쬐금만 더 예민해지면 나도 내 상처를 못 견디게 될 지도 몰라, 그런다해도 내가 내 상처를 터트릴만한 예술적 감성을 갖고 있기는 한 걸까? 
내, 이번에도 잘 써보려고 했는데, 안 되네요. 제가 정리해서 여러분께 이 책이 어떠어떠하다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책이 좀 어렵고, 인용할 머리는 안 되니, 그저 읽어보시라 책을 내밀 수밖에. 아, 다시 이 책을 떠올리니, 가슴이 갑자기 꽉 막히는 기분입니다. 꼭 다시 읽을 거에요, 저는. 강제로라도 읽으려고 전 이미 함께 책 읽는 분들께 말씀드려놓았습니다. 이 책 읽겠습니다, 하고요. 빨리 읽고 발제문도 써야하는데, 마음은 굴뚝인데 책표지 넘기기는 또 쉽지가 않네요. 내용이 정말 무겁단 말이지요.

휴, 여기서 맺고, 이제는 내맘대로 베스트퐈이브.
대중문화/예술 신간평가단의 선택이라면 선택인 11권의 책(한 권 더 있는데, 안 읽었으니 패스-제가 읽기 싫어서 안 읽은 건 아니니 봐주세요) 중에 읽고나니 더 추천하고 싶은 책 다섯권을 추려봅니다.

























이렇게 다섯 권입니다. 

<나를 세우는 옛 그림>은 제가 추천페이퍼에 넣지 않은 책이었는데, 다른 분들의 추천으로 만나게 된 거에요. 이 책, 몰라봐서 죄송했달까요? 옛 그림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찐득하던지! 저도 함께 끈끈이처럼 붙어서 옛 그림 보러 다니시는 길에 동행하게 된 기분이었어요. 또한 그림뿐만 아니라 글과 사람까지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 호오, 일러스트 프로그램이 없는 시대에 어쩌면 이렇게도 정교하고 풍성하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지! 인간의 힘은 놀랍다? 아뇨, 무하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무하의 삶에 대한 진지함, 애국심마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예술한다고 제 멋에 취해 사는 사람도 꽤 있잖아요 왜. 무하의 그림을 다시 전시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아서 프라하에 당장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못 가요. 엉엉.

<사람 사는 이야기>, 이 책 벌써 2권이 나왔죠. 만화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학습만화와 웹툰만 커졌다고 봐야겠죠. 그렇다고 저 둘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본격 만화 연재물을 만나는 건 오랜만인 것도 같고, 특히나 다큐만화(?라고 불러도 되겠죠?)가 주된 장르여서 더욱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함께 읽고 고민하자구요. 

<공간공감>, 제가 일하는 잡지에 <공간공감>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엇, 뭔가 뺏긴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 잡지의 공간공감은 도시 일러스트를 싣는 거라서 충분히 단행본을 낼 수 있는데, 중복제목을 피하고 싶으면 <공간공감>을 <공간공감>이라 부를 수 없게될 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그런 걱정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이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건축가는 건축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공간도 본다고 하죠.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으로 전해지는, 좀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기분이었습니다.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이 책을 다 읽고 저만의 스케치노트를 샀지만, 아직도 빈공책이에요. 쉽게 그릴 수 없었어요. 하지만 마음만은 풍성해요. 일러스트 munge가 했으니, 그정도의 퀄리티는 못 나와도 나도 할 수 있다, 왜냐,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으니까! 이런 기분입니다. 


이제 정말 끝낼 시간이 왔네요. 다른 분들보다 보름이나 늦었지만, 이게 다 미련때문이라는 변명도 해볼게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기뻤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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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2-05-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련미련미련.... ㅎㅎ
이제 사라진 예술/대중문화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함께해주신 미쓰지님께 감사드리옵니다.
11기에서도 멋지게 함께 해 BoA요. (아니 이제 언제적 유머 ;)
 
[나를 세우는 옛그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
손태호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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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을 연장해가면서까지 이 책을 꼼꼼히 다 읽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책을 그리해온 것은 아니었어요. 시간이 없을 때는 급하게 읽어내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도판이 많아 상대적으로 글이 적었는데도 이 책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림을 읽는 것은, 그림 속에 자리한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은 급히 먹을 수록 체기만 늘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옛그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어느날엔가는 전시회에서 이상범의 그림을 보고 한참을 서 있기도 했어요. 그림이 주는 매력이 서양화의 그것과는 또 달라서 낯설지만 친숙한 그 그림이 자꾸만 보고 싶었거든요. 깊이가 얕으니 - 아는 게 없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림을 제대로 만나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림이란 것이 무지상태의 사람에게도 친절한 매력을 뿜을 줄 아는 것이라 그런지 그렇게 한참 서 있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고 보니, 그 그림의 품성은 곧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서 옮는 것이더군요. 세상을 보는 눈의 깊이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성정이 붓끝에 힘을 더해 그림을 완성시키더라구요. 이러니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림을 그린 사람과 알아볼 줄 아는 사람 사이에 연대가 피어날 수도 있는 거예요. 지금은 곁을 떠나고 없어서 깊은 속내를 알 수 없겠다 포기할 듯 해도, 이렇게 스윽하고 나타나 그림을 풀어주는 거죠. 신윤복과 윤두서, 김정호 등등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지는데 말해주는 사람이 느꼈을 마음은 얼마나 진득했을까요. 먹의 농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질 저자를 생각하니, 저도 조금 더 열심을 내어 그 그림을 찾아 다니고 싶었어요. 실제로 보고싶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휴가를 얻으면 저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 책에서 소개한 그림을 만나러 가고 싶어졌습니다. 가까운 간송미술관은 5월이 끝나기 전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고요.

이런 책을 읽으면 하게 되는 착각이 하나 있지요. 이제 다른 그림을 만나면, 먹의 농담을 보고 붓이 스친 흔적을 보며 나도 저자처럼 그림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 희망? 희망이 무참히 스러지더라도 보고 싶어요. 아는 거 하나 없지만, 나도 그 그림을 보며 내 발이 왜 떨어지질 않는지 생각해보고 싶거든요.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그림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추운 봄날의 따스한 햇살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맨들맨들한 책장을 넘기고는 있지만, 오래되어 누렇게 바란 화선지를 넘기는 것만 같았지요. 옛그림을 보는 기준 중에 으뜸이 ‘기운생동’이라 했던가요? 저는 표정없이 줄 맞춰 서 있는 글자 사이에서도 그 생동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옛그림에 관한 책을 읽는 걸 보며 회사 어르신은 오주석의 책을 꼭 읽어보라 말씀해주셨는데요, 나중에 저는 이 책을 추천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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