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봄츄자의 미니 홈피에 아주아주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Fairy Moon"이라는 그림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쭈끄리고 앉아서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마치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구?
니가 그림 속 여자 처럼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냐구?

물론 내가 살이 좀 많긴 하지....ㅋㅋ

그림 속의 여자는,
날개를 달고도 어데로 갈지를 몰라,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체념에 가까운 표정에는
바라보기는 하지만 달은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달 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조금 있다 달이 살을 불리면서 반달이 되면
여자는 날아야만 한다.
달에 의탁할 공간이 없어진다.

그런데.....
날개 또한 튼튼하지가 않다.
마치 잠자리의 날개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헛갈리고,
날개는 튼튼하지도 않고,
일단 미친 척 하고 날아가다가 날개가 꺽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에게 의탁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꼭 나 같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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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보낸 수선의 31번째 생일>

디카로 사진을 찍는건 좋은데....
디카 잭을 이어서 컴에 옮기는 그 단순하고도 기계적인 행위.
그게 귀찮아서 이제야 사진을 올린다.
나 또한 이 시대의 귀차니스트?

귀차니스트까지는 아닌지 몰라도,
난 귀찮은 일을 아주 아주 싫어한다.

구내식당에 가면 난 어떤 메뉴를 선택하느냐?
나의 선택은 항상 너무도 확실하다.
메뉴에 상관 없이 줄이 가장 짧은데 선다.
줄 서는거...정말 싫어한다.

울 팀 김대리는 매일 아침 게시판에서 오늘의 메뉴가 뭔지 확인하고 사람들한테 말한다.
" 오늘은 1보다 2가 낫겠는데요? 1공제회관은 오늘 카레야...어제 술도 많이 마셨는데..."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나 처럼 게으른 사람이랑 일요일 아침에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거다. 늦잠을 자고 책을 읽고 뒹굴뒹굴....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청소기 밀고, 조기 축구라도 나간다고 츄리닝 소리 바스락 거리고 그런다면 정말 기절할 것 같다.

결혼을 결정할 때,
다른건 몰라도 이 조건만큼은 꼭 밝혀야 겠다.

" 누구라도 나를 일요일 아침에 깨울 수는 없다!"

뭐? 아직 정신 못 차렸다구? ㅋㅋ

30번째 생일은 덴마크의 한 시골 마을에서,
31번째 생일은 상하이에서 보냈다.

이 얘기를 들은 승태 오빠가 물었다.

" 넌 생일 때 마다 외국에 가는거야? "

우하하하하.....
내가 뭐 연예인이야?
생일을 즐기려고 외국에 가게?
(사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ㅋㅋ)

작년에는 7박 8일의 출장 기간 동안 생일이 끼어 있었다.
그래서 덴마크 시골 마을의 한적한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Rodney 아저씨랑 출장을 같이 같었는데,
친절한 수다장이 Rodney 아저씨가 탁상시계를 선물했다.
이쁜 카드랑 같이....
카드에는 Rodney 아저씨 partner의 축하 메시지도 써 있었다.
(각주 : 유럽에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들이 많다.
이들은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아이를 낳고도 결혼 안하는 커플들도 많다.내 직업의 강점이 있다면 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성"을 느끼는데 있다. 그 외에는? 스트레스 덩어리다.)

올해 생일은 추석 연휴에 끼어 있었다.
사실.....
상하이에 가고 싶어서 갔다기 보다는,
추석 연휴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었다.

결혼 안한 30대 싱글들은 정말 치명적인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뭐 영국같은 나라에서도 그렇게 당하는데(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라!)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 한국에서 30대 싱글의 명절은 얼마나 처참하겠는가? ㅋㅋ

사랑하는 후배 남생이와 떠난 상하이에서의 4박 5일.
참 행복했다.
글쿠..... 또 하나!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느끼고 또 느꼈다.절절하게...

뭐 오래 살진 않았지만,
후배들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때 난 항상 주장한다.

진정한 투자란 자기 자신한테 하는 투자라고!

그러니 별 득도 안되는 재테크 책 보면서 이자 몇만원 더 받아 보려고 안간힘 쓰지 말고,
책 한권이라도 더 읽고,
여행을 하고,
가끔 사치도 즐기라고....
자기 자신한테 투자하라고!
내 자신한테 이 세상을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사랑할 기회를 주라고!

멋있는 말이라고?
아마 내가 모아둔 돈이 없어서 나의 처지를 합리화 시키려고 이런 연설을 하는 것 같다.ㅋㅋ

그런데 "여행"은 정말 필요하다.
그것도 젊었을 때....
여행을 통해서 항상 나는 느낀다.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너무 많다.
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너무 많다.

상하이 Museum에 갔을 때였다.
스위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단체 관광을 왔다.
인생에 주어진 숙제(아이들을 낳고, 결혼시키고, 열심히 일하고, 명예롭게 은퇴를 하고 등등) 를 훌륭히 마치고, 멀고 먼 중국으로 여행을 온 노인들이었다.

노인들의 여행은 여유가 있다.
회사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맡기고 온 애들도 없고,
경비를 아끼려고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 보면서 너무도 아쉬운건
에너지가 딸린다는 거다.

좀만 걸으면 힘들어서 좀 쉬어 주어야 하고,
가이드의 말을 너무도 잘 듣는 (좋게 말해서 "존중"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은 그 많은 작품 하나하나 앞에 다 멈춰 서서
박물관에서 나눠준 헤드폰을 끼고(물론 유료다) 작품 설명을 듣는다. 설명을 들으려면 손에 쥔 리모콘 조작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할어버지,할머니들도 많다.
그래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리모콘 조작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한다.

" 들려?"
" 아니,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 그 초록색 단추를 눌러야지. 이제 나와?"
" 어....이제 나오네..... Jerom한테도 말해 줘야지."

쓰다 보니 코미디 같다.
작품 앞에서 리모콘 조작법을 의논하다니....
일단 헤드폰에서 설명이 나오면 또 다른 작품 앞으로 간다.

" 아까 초록색 단추 맞았지? 왜 또 안돼지? "
" 그 진열장에 번호 붙어있어? 번호 붙어 있는 진열장 앞에서만 방송이 나와."
" 어...그래? 어쩐지... 아까 열번도 넘게 눌렀는데 안 나오더라.그 도자기 앞에서 말이야."
" 그래, 번호 있는데서만 누르라니까...."
" 고마워. 그런데 Jerom은 어디있지? "
" 전시실 밖 쇼파에서 쉬고 있어. 어제 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하더라구..."
" 그래?나도 좀 쉬어야 겠네."

어떻게 알아 들었냐구?
뻥 아니냐구?
나 독문과 나왔다. 써먹을 일이 없어서 그렇지, 이런 수준은 알아 듣는다.ㅋㅋ

여행은 충전이다.
여행은 자기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하는 너무도 좋은 기회다.
여행에서 에너지를 듬뿍 듬뿍 받아와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것 처럼,
(이름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여행도 한번 해야 계속 하게 된다.

그러니 두려워 하지 말고 집을 나서자.
꼭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가까운 계곡도 좋고,
단풍도 아름다운 계절인데 산사에 가보는 것도 좋다.
혼자라고 겁낼 필요도 없다.

여행....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단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또 떠나고 싶다.

참! 31번째 생일에 대한 정리.

하나. 남생이에게 이쁜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고마워, 남생아!
둘. Wang을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인간이 그렇게 말을 잘할 수 있다는데 대단히 놀랐다.
셋. 최사장님이 근사한 저녁을 사주셔서 실컷 먹었다.

넷.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위가든에 있는 절에서 기도를 했다.

내 인생에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나를 낳아주시고, 한결 같이 사랑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다시 태어나도 같이 태어나고 싶은 내 동생들에게 감사한다.
항상 엉뚱한 나를 웃으며 지켜봐 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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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18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합니다.
모르는 이의 인사이지만 기쁘게 받아주세요.
내 인생에 감사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감사한다.
멋진 분이시군요.
 

수요일, 목요일 계속 Buyer가 와서(그것도 중요 거래선) 저녁을 먹었다. 덕분에 오늘 아주 피곤하다.

수요일 저녁에는 북창동의 유명한 장어구이집에서 장어를 먹었고,
(아저씨들 장어 무진장 좋아한다. 일본은 장어 무지하게 비싸다.
그 아저씨 일본말로 "이빠이" 먹었다.)
어제 점심은 "희원"에서 한정식을 먹었고,
(도대체 점심에 왜 그렇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굶어 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버리다니....)
어제 저녁은 "예성가든"에서 꽃등심을 먹었다.

이렇게 Buyer들이 왔다 가면, 정말 피곤하다.
밥을 먹는게 뭐가 그렇게 피곤하냐구?
미팅 자료 만들어야지,
미팅할 때 긴장하지,
미팅하고 나서 보고서 만들어야지,
미팅 Memorandum 써서 보내 줘야지,
미팅 때 결정된 사항 실행해야지.....

왜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하냐구?
직업의 세계 작가냐구? 우하하.

Buyer들하고 비싼데서 맛있는거 먹었다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워 한다.
특히 내 사랑스런 동생 봉구는 마구마구 부러워 한다.

영업사원(특히 해외영업)을 하다보면,
정말 "산해진미"를 먹을 일이 많다.

시드니 출장가면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랍스터를 먹고,
뉴질랜드 출장가면 사슴 스테이크를 먹고,
일본 출장가면 그야 말로 싱싱한 "사시미"를 배터지게 먹고,
말레이지아 가면 한국 왕새우의 큰아버지뻘은 될 것 같은 디따 큰 왕새우들을 질리도록 먹고,
유럽 출장가면 한국에서는 감히 마시지 못하는 와인의 향연이 벌어진다.

가서 먹는 만큼 또 거래선들 들어 오면,
한정식에 갈비에 때로는 한국의 집 같은데서 부채춤 까지 보면서 난리가 난다.

나는 시드니에 출장을 참 많이 갔다.
시드니항은 달력에서 본 사진 처럼 정말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야경도 참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면 싸이의 노래 처럼
정말 "지상 낙원"이다.

그 아름다운 시드니항.
세계적인 조형물 오페라 하우스.
참~ 멋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정말 억.수.로 비싸다.

그런데....
이렇게 황홀한 곳에서 거래선들과 저녁을 먹으면 행복한가?

물론 때때로 좋을 때도 많다.
미팅 잘 끝나고 나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우아하게 칼질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많다.

호주 영어....진짜 알아듣기 힘들다.
입에서 웅얼웅얼하는 그 귀여운(?) 발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영어 들어가면서,
농담 따먹기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제품 관련 질문이나 판매동향을 들으면서,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거래선들하고 식사할 때는 항상 긴장한다.
아니 긴장해야 한다.
차라리 좀 썰렁하면 그만인 것을,
오버하다가 말 실수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아무리 좋은 음식,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을 때 행복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랍스터를 먹는 것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떡라면을 먹는게 훨씬 행복할 수 있다.
뭐 365일 중 300일 이상 먹으면 지겹겠지만....ㅋㅋ

"무엇을 먹느냐?" 보다
"무엇을 누구와 먹느냐?"가 행복하기 위해서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떡라면을 먹어도,
아니 라면에 떡이랑 계란 빠진 그냥 라면을 먹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랑 맘 편하게 먹으면 훨~씬 행복하다.

드디어 오늘은 금요일.
이번 한주. 성대리 정~말 힘들어다.
( 여러분! 뜨거운 박수를! ㅋㅋ)

주말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또 좋은 친구와
푸~욱 쉬고 싶다.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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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10-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퍽퍽한 자리에 음식마저 맛없으면 더 정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마 몇 년 후, 제가 그런 자리에 앉게 되면 "그나마 음식이라도 맛나니까..." 라고 생각하며 귀 쫑긋 세우고 식탁앞에 앉아있을 것 같네요...

아, 박수... 짝짝짝~
 

점심 시간.

오늘 Buyer도 오고,
그럼 상담 끝나고 나서 땡기지도 않는 갈비도 먹어야 하고,
기분도 아닌데 오버하면서 농담 따먹기도 해야 하고,
배도 고프지 않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성대리의 유일의 딴짓.
인터넷 서점에서 책 구경하기.
(다른 대리들은 다 주식 보고, 부동산 보는데 자~알 한다.쩝)
구경만 하면 되는데, 또 세권이나 사버렸다.

점심시간.
사무실도 조용하고 해서 오랜만에 bugs를 방문.
앨범 고르기도 귀찮아서,<테마앨범>을 클릭.
그 중 젤 위에 있는 <어느 늦은 밤>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

<어느 늦은 밤>이라는 laden님이 선곡한 14곡의 list 中 세번째 곡 제목을 보고 난 기절할 뻔 했다.
( 오후 미팅을 위해 쉬면서 충전을 하려고 사무실에 남아 있었는데, 이 노래 듣고 지금 억수로 멜랑콜리 해졌다.어쩌나...)

3번째 곡의 제목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어떻게 이런 제목을 생각했지?
정말 정곡을 건드린다.
할 때는 너무 아픈데,
헤어질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지나가고 나면 그냥 마음의 사치였을 뿐.
그냥 지나간 기억일 뿐.
인생의 모든 것이 지나가듯이....

제목만 근사하고 후진 노래들이 많아서 기대반 혹시나 반으로 듣기를 클릭. 오.....기절하겠다.

김윤아.누구지?

지금 김윤아가 절규하고 있다.

" 그날 이후 나는 죽었소.
눈물 대신 말을 그는 토하고
피도 살도 영혼도 내겐 남지 않았소.
죽지 않은 것은 나의 허물 뿐.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가진 모든것을 다 소모해 버리고
그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닌것을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 아닌것을."

김윤아, 정말 누구지?
어떤 band의 vocal이었던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것 같다.
정말 노래하다가 피 토할 것 같다.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싶다.

사랑....
지나가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사랑 뿐이랴....

인생은 지나간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고통도,
쾌락도,
슬픔도,
분노도,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다 지나간다.
아무리 붙들고 있으려 안간힘을 써도...

누가 말했더라?
인생은 파도와 같다고...
힘차게 솟구쳤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잠겼다가...
그렇게 싸이클을 타면서 인생은 지나간다.

그러니 기쁜 일이 있다고 너무 오버하지 말고
힘든 일이 있다고 세상이 다 끝난 것 처럼 난리 치지 말자.

지금 아주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기쁨이 오기 전의, 상승 직전의 싸이클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 앞의 현실에 너무 기뻐하거나 너무 슬퍼하면서
에너지를 몽땅 소모하지 말자.

내 주위에 아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밤에 푹 자지 못할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기다리라고....
지금의 고통은 기쁨이 오기전의 전주곡이라고....

빨리 그 사람에게 달콤한 기쁨의 전주곡이 울렸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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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4-12-2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윤아는 자우림의 리드보컬이죠? 아마도...(아, 기억력이 감퇴되는 듯... 자신이 없는...)
 

" You need talk? "

좋은 cafe에 앉아서,
같이 밥 먹어주고,
맥주나 칵테일도 마시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그 댓가로 돈까지 받는 직업이 있다.
대화 이상의 "찝쩍 거림" 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직업이 진짜 있냐구?

상하이에서 외국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거리가 있다.
이름하여 "신천지(新天地)".
신천지에 있으면 내가 중국에 있는건지 싱가폴에 있는건지 헛갈린다.

청담동 카페 정도 되냐구?
될데가 못된다.
청담동은 비싸기만 하고 너무 "local" 스럽다.

신천지는 말 그대로 新天地다.
cafe 건물 자체도 예술이고,
온갖 문화가 뒤섞여서 말 그대로 " Fusion" 이다.
웨이터들까지 다국적이다.

너무도 즐거웠던 추석연휴의 상하이 여행.
난 매일 신천지에 있는 cafe Luna로 출근했다.
왜 그 많은 cafe중에 한 군데만 갔냐구?

웨이터가 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왔다는데,
걔는 정말 허리우드에 진출을 한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신천지에는 남자 혼자 있거나,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을 찾아 다니며, "You need talk?"를 물어보는 중국 여자들이 있다.
뭐 별로 이쁘지도 않다.
그런다고 영어를 잘하느냐?
그냥 "Where are you from?"
"Are you working here?"
"Do you like Shanghai?"
뭐 이 정도의 실용영어회화 수준이다.
상하이에 대해서 떠듬떠듬 설명 좀 해 주고....

그런데 이 이쁘지도 않고, 영어도 잘 못하는 여자들이
있어 보이는 외국 남자가 혼자 있는 테이블에 가서
" You need talk?" 그러면 다 좋다고 한다.

곧 그 여자는 자연스럽게 그 테이블에 앉아서
젤로 비싼 음식을 시키고, 칵테일도 하나 시키고
그 남자랑 "대화"를 한다.

남자의 나라 얘기,
상하이 얘기나 자기 고향 얘기(주변 도시에서 온 여자들이 많다.)
뭐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 좀 하다가
여자는 영어가 딸리니까 주로 남자가 얘기를 한다.
남자들의 표정을 보면,
알아 듣건 말건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얘기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절주절....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계속 얘기를 한다.
그럼 여자는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했으면서,
"Really?" , "Wow!","Great!" 등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진정한 over action이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실컷 얻어 먹고 여자는 100Yuan을 받는다.
우리 나라 돈으로 15,000원인데 중국에서는 엄청 큰 돈이다.
그리고 또 다른 cafe에 있는 남자들을 찾아 간다.

남자들이 원하는건 단지 "대화",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대화"도 아니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4박 5일동안 이런 남자들을 맨날 보니,
불쌍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약간 과장)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할 사람이 없으면,
밥 사주고 돈까지 주면서 말을 할까....

얼.마.나. 외로우면....

상하이 뿐 아니라 "You need talk?"는 이제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대화"를 해 주고 돈을 받는 직업.

Tokyo의 유명한 환락가 신주꾸.
요즘은 이상한 쇼하고 난리 치는 업체 보다,
조용히 얘기만 나누는 업체가 인기란다.

카운셀러나 신경정신과 의사 찾아가는 대신,
예쁜 여자한테 회사에서 있었던 스트레스, 부인 험담, 시시콜콜한 고민, 남이 들어주지 않는 잘난체 이런거 하고 돈내는 거다.

왜 이 난리일까?
얼마나 외로우면......

왜 갑자기 이 글을 쓰느냐구?
상하이 갔다 온지도 벌써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아까 저녁 먹으러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가방을 사고 있었다.
삼성생명 빌딩 지하 아케이드는 워낙 장사가 안되는 곳이라,
( 지나가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손님 한명 가면 점원이 두세명씩 달라 붙어서,
가증스럽기까지한 목소리로 오버 액션을 하며
닭살스런 일본식 친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거기서 그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이 가방, 저 가방을
걸쳐 보고 있었다. 그 할머니에게 진정 필요한건 가방이 아니라
"대화"와 "관심" 같았다.

쇼핑 중독중 환자들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며 주체하지 못하는 병을 얻는거라던데....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외롭게 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말이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 말을 할까?

그런데....
내 주변의 사람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 할머니들도 외롭지 않을까?
우리랑 말하고 싶지 않을까?

오늘은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아빠랑 10분은 얘기하고 자야겠다.

문득.....
우리 아빠도 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You need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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