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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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면 다른 사람은 무슨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모르는 책의 세계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책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을 챙겨보고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내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거지. 그만큼 책은 사람의 정신을 크게 지배하는 매체이다. 그래서 내가 작가들을 존경하고 동경하는지도. 


요즘 알쓸신잡으로 핫한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리커버 버전으로 다시 나왔다. 그전부터 사려고 마음먹고 있던 터에 깔끔한 리커버 버전까지 나와서 아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세상의 지식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보이는 그의 머리를 탕탕 쳤던 책들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 먼저 목차를 훑어봤을 때 일단 내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슬쩍 부끄러웠다. 집에 있긴 하지만 아직 안읽은 책들도 많았다. 이 책이 소개하는 책들은 이름은 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그렇지만 내 돈주고 일부러 사서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재미없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다. 고전이라는 건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학창시절부터 띄엄띄엄 접할 기회가 있기에 막상 해당 책은 찾지도, 읽지도 않게 된다는 슬픈 진실. 우선 우리가 고전을 피하는 이유는 어렵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왜 재미가 없을까? 그 책이 쓰여진 전반적인 배경이나 메시지를 잘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 자체가 어렵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인생에 있어 이정표 역할을 했던 굵직한 책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후려치는 놀랍거나 위험한 생각들이 담긴 책들을 주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그렇구나 했다. 특히나 멜서스의 인구론에 관한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렵고 좁은 곳에 살면서 병에 걸려 일찍 죽거나,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서 먹을 것이 없어 일찍 죽더라도 돕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들을 인위적으로 도와서 인구수가 증가하게 되면 모든 인류에게 대기근이나 전쟁같은 더 큰 재앙이 올 거라는 멜서스의 이론. 너무 소름돕는 무시무시한 이론이었다. 삐뚤어진 천재의 위험한 생각은 다행히 현재 전 지구의 인구증가율과 식량생산량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다른 측면, 즉 멜서스의 이론을 개인당 에너지 소모량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로 볼 때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청춘의 독서에서 추천하는 책들 중 이 책을 읽고나서 관심이 생긴 책은 사마천의 '사기' 와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라 읽고자하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던 책인데 '사기'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 한신과 유방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이 책이 궁금해졌다. 무려 2,000여년 전의 역사를 기록한 내용인데 그때의 인간상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현대에도 적용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만한 문제들이었다. 나라를 건립하고, 왕을 위해 충성을 바치고, 권력 집중을 위해 다시 숙청이 이루어지고, 처세에 능한 사람이 때를 잘 알아보고 모든 것을 얻어내기도 하는 인간사. 2000여년이란 시간은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그때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은 진화적으로 별반 다른점이 없다. 그렇기에 역사는 돌고돌며, 과거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 하는 거겠지.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라는 말은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봤던 유명한 말이다. 그 한마디에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뜻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유시민 작가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최고를 뽑으라면 '역사란 무엇인가'를 뽑겠다고 했을 만큼 그 책은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준 책인 듯 하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읽지 않았던 그 책들을 이제는 나도 차분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많은 이론과 문학에 관해 그 책이 쓰여진 배경이나 환경에 대해 요목조목 얘기해주면서 책에 대한 얘기와 자신의 느낌까지 골고루 넣어 알려주는 청춘의 독서는 참으로 이상적인 서평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읽을 생각이 전혀 없던 책도 읽고 싶게 만들어주는 '고전으로의 친절한 초대' 같은 느낌이었다. 또하나 유시민 작가에게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던 점은 책을 읽을 때 그냥 읽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비판적인 독서를 하는 것이다. 


얼마전 알쓸신잡을 보다가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알쓸신잡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요즘 사람들은 어릴때 배웠던 지식으로 더이상 평생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대화를 나누다가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우리가 하는 얘기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라는 말을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서 평소 내가 얼마나 주위의 지식이나 환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실들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그것이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고, 찬사받는 작품이라 한 들 스스로 생각해보는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비판적인 시각을 제대로 가지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기에 결국엔 많이 읽고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던 것이 정말 티끌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것에 놀라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번 내가 모르고 있었던 세상에 대해 머릿속 한 구석이 환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직 듬성듬성 어두운 부분은 직접 다른 책들을 읽으며 채워나갈 차례다.


책은 내가 읽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고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머리를, 내 마음을 흔드는 책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책들 속에서 마냥 헤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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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상상 다이빙
김민주 글.그림 / 무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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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무 무늬 없는 새하얀 표지의 책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심플함이 가장 강력한 디자인이라는듯 책 당당하게 제목 "일상 속 상상 다이빙" 만 선명하게 박힌 책이었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글쓰는 사람인 김민주 라는 작가가 일상을 보내며 쓴 다양한 생각과 그녀가 그린 감각적인 그림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흘려보낼 수 있는 작은 생각들, IT가 발달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작가가 추구하는 아날로그 라이프에 관해서, 크리에이터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상에 대해서, 또 사람들과의 관계 , 자신의 삶의 관한 생각이나 성찰에 대해 시처럼, 일기처럼 써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에세이 내용에 저자의 개인적인 내용은 별로 없지만 가만 가만 읽어보면 저자의 상황이 엿보이는 것 같다. 책 중간쯤에 나오는 글을 보아하니 얼마 전 큰 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여러 번 한 듯하고 그것 때문에 몸이 좀 불편한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기가 지금까지 하던 일에서 과김히 방향을 틀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내기전 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듯한 약간의 불안감과 또 한편의 즐거움. 그런 부분들이 글 속에서 미세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저자는 집에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자 생각했나보다. 원할때마다 글을 쓰고, 원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유로운 삶. 

나도 그런 삶을 꿈꾼다. 미래나 돈을 걱정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실컷하며 사는 것. 예컨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그림을, 사진을 쓰고 그리고 찍어대며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꿈꾼다. 예전엔 생각만 했다면 요즘엔 실제로 그 삶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다. 



나는 꼭 대단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았고, 행복의 기준을 특별함 위에 놓아둘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모든것이 없어도 괜찮을 수 있다. 어차피 현실은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닐 텐데 굳이 그것의 그림자가 되어 끌려다닐 필요가 있을까. 진짜 특별함은 무던히도 평범한 것들, 이미 그 안에 있는데, 바쁜 아침 출근길 따뜻한 커피 한잔, 할 일이 태산일 때 부리는 느닷없는 딴짓, 일주일에 한 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그 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어느 시간, 어느 곳에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다.  

< 일상 속 상상 다이빙  p.80>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주어진 일상을 행복해 할 수 있어야 진짜 행복한 거라는 이야기. 꼭 모든 것을 가져야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실제로 막상 행복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찾아오는 것이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일찍 눈 뜬 새벽,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미뤄뒀던 책을 읽는 조용한 시간, 그런 단순한 시간들 속에서도 행복은 얻어지는 것이니까. 저자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소재 삼아 위로를 건내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조용히 얘기하기도 한다. 책을 펼쳐 아무데나 읽어봐도 무리가 없는 예쁜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이었다. 



깊은 밤, 잠들기전 침대에 기대 앉아 작은 스탠드 불에 비친 책을 보며 감성을 느끼기에 적당한 책인 듯 하다. 

그날 하루를 토닥토닥 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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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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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슬픈 열대가 해원 이라는 작가의 첫 데뷔작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이며, 더군다나 소재도 낯선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을 둘러싼 이야기라니, 읽기전엔 사실 소재와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먼저 겁이 났었더랬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실감나는 장면 묘사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밌는 소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엄청 스펙타클한 영화 한 편을 오랜 시간에 걸쳐 본 듯한 느낌이었다. 소설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너무나 잘 그려져서 내가 글을 본건지, 영상을 본건지 잠시 혼동스럽기도 했다. 이 소설은 다소 붉은 피가 낭자하고 사람이 셀 수 없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물리적인 잔인성과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거나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잔혹한 고통이 공존한다. 


소설의 주인공 권순이는 북한의 최정예 군인 출신이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정확한 실력을 인정받아 북한 공화국의 명령에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인등의 임무수행을 해왔다. 그러다 군인으로서 종속감을 느끼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었던 권순이가 군으로 복귀해 처음 맡은 임무는 무역선으로 위장한 배의 화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임무였다. 그러다 그 배가 사고로 침몰하게 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순이는 구조되어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 조직인 메데인 카르텔 농장인 일명 '동물농장'에서 용병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메데인 카르텔의 조직을 몰살시키려는 음모를 가진것으로 보이는 '늑대'의 존재를 알게 된 조직원들은 어떻게든 '늑대'의 존재를 찾아서 카르텔의 몰락을 막으려 한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어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들을 보여주고 그 실타래를 풀어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와중에 '늑대'의 습격을 받아 코카인 농장을 운영하던 부부가 목숨을 잃고, 그의 어린 딸 리타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되어 순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순이는 배 침몰 사고 때 눈앞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녀들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났다는 죄책감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리타는 부모가 자신의 눈앞에서 목이 잘려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하나의 동기가 되어 또다른 폭력을 놓고, 그것은 또다른 분노와 죄책감을 가져오게 된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소녀들에 대한 죄책감의 반작용인지 순이는 리타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 지키려 하고, 리타는 리타대로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분노로 불타 자꾸만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 이런 과정들은 영화 '아저씨'를 연상시켰다. 절대 죽지 않고 소녀를 구하러 가는 강한 '아저씨'와 그를 기다리는 어린 소녀. 여기서 순이는 여자니까 '아줌마'...인가... ㅋㅋㅋ 암튼 순이의 끝내주는 걸크러쉬는 소설 전체에 걸쳐 너무나 멋지게 그려지고 있다. 글로 보는 액션신이 이렇게 실감나게 느껴지다니 놀랍다. 


슬픈 열대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해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무척 구체적이고 실감난다. 이야기 중 나오는 배가 침몰했던 사건도 실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아픈 기억 세월호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순이가 배에서 겪었던 일들, 배가 침몰할 때의 구체적인 정황들이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 나도 마치 물속에서 같이 숨이 꼬르륵 막히는 것 같았다. 3년전 그때도 그 일을 뉴스로 접하고 밤에 잘때 물 속에 빠져 숨을 못쉬고 허우적 거리는 꿈을 꾸다 깨곤 했었다. 사건을 뉴스로 접한 우리 국민들 모두가 죄책감으로 힘들어했듯 비슷한 일을 직접 겪은 순이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열대 속에는 진한 폭력성과 함께 인간 속에 내재된 죄책감과 고통, 그러면서도 옆에 있는 이와의 믿음과 연대감 등의 감정들이 다양한 인물들에 걸쳐 고르게 잘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사건에 기반을 둔 비교적 큰 스케일의 이야기 속에 각 인물의 감정들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것을 보면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진짜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고통은 죽어야 끝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마치 죽음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수단인듯 목숨을 내놓고 미친듯이 싸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찐득한 피냄새가 진동하는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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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인생사진 한 장 - 일상에 감성을 담는 사진연출기법
린(박인희)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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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그 순간을 찍어둔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회상할 순 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각종 DSLR 과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나오면서 SNS에 일상의 모든 것을 찍어 올리는 시대가 왔지만 막상 분위기 있어보이는 감성 사진은 생각보다 찍기가 쉽지 않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감성 돋는, 그야말로 일상이 화보가 되는 사진들을 잘도 건져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좋은 여행지에 가서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진만 가득 찍어 오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이 무지 생겼다. 멋있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생기기도 했다. 나름대로 예쁘게 찍어보려 노력해도 아직 DSLR의 조작법조차 정확히 모르는 나는 비싼 DSLR 수동카메라를 자동모드로 해놓고 모든 사진을 같은 모드로 찍고 앉아있다..;; 캐논 6d가 생긴 뒤 오랫동안 나의 친구였던 니콘 d3100에게는 안녕을 고했지만, 여전히 캐논 6d 사용법도 잘 모른다. 다만 찍으면 좀 더 예쁘게 나온다고 느낄 뿐 ㅋㅋ  

그런 사진 알못인 나에게 아주 꼭 필요한 책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날마다 인생사진 한 장 씩을 찍을 수 있다면, 일년이면 365개의 인생사진이 생기는건가 ㅋ 








이 책은 스냅사진 전문 사진작가인 박인희씨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좋은 느낌의 사진 찍는 방법과 구도 센스, 그리고 간단한 카메라 사용팁도 알려준다. 카메라를 복잡하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어렵고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구나 흔히 다루는 핸드폰 카메라나 DSLR의 일반적인 기능만을 이용해 좋은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구도나 감각을 알려주어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초보자들이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일상사진, 여행사진, 강아지,고양이들의 반려동물 사진, 커플,웨딩화보 사진, 아기사진, 가족 사진등 우리가 평소 많이 찍는 모든 분야의 사진들을 총 망라하여 좋은 사진들을 직접 보여주며 사진 잘 찍는 팁들을 알려준다. 좋은 카메라가 있어도 내가 원하는 데로 사진이 잘 안나오면 금방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이 책을 보면서 자꾸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이 저자의 사진 감각을 배워서 나도 일상을 화보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기도록 뽐뿌질 해주는 책이다. 






특히나 고양이 사진 잘 찍는 법! 울집의 귀요미 다림이가 있지만 사실 사진을 찍어도 항상 비슷한 포즈와 표정의 사진만 찍히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사진을 찍어도 딱 이거다 하는 사진을 건지기가 어려웠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공감 포인트! 고양이는 항상 집에 있으므로 고양이를 찍으려면 집 배경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고양이의 귀여운 행동이나 표정을 봤을 때 사진을 찍더라도 주변의 더러운 환경 때문에 예쁜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청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풋~ 하고 웃었다. 맞다.. 다림이가 앉아있는 근처에 다른 지저분한 잡동사니가 많으면 귀여운 사진을 찍어도 공개적으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청소의 중요성!ㅋㅋ 





  

그리고 또하나 눈여겨 보게 된 셀프웨딩 사진!! 곧 하게 될 결혼에서 천편일률 적인 웨딩사진보다는 셀프웨딩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도 있고, 신혼 여행가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스냅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따로 알아보기도 했는데 요런 야외 웨딩 사진의 찰영 팁과 예시 사진들도 있어서 흥미롭게 봤다. 특히 숲 속에서 예쁜 꽃을 들고 자연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는 커플 사진! 나도 저런 자연스러우면서도 특별한 웨딩사진을 갖고 싶단 말이다 ㅋ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그 때의 기분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은 사진아닐까? 인위적인 조명이 아닌 자연광으로 촬영된 감각적인 사진은 두고두고 함께 봐도 웃음이 날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뭔가 나도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들어서 마침 옆에 와서 뒹구는 다림이를 모델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동물은 같은 눈높이에서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온다는 말을 보고선 다림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찍으려고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찍어대느라 더운 여름날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항상 비슷한 포즈와 표정의 사진만 찍히던 다림이의 얼굴을 누워서 같은 눈 높이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나왔다. 다림이가 평소 좋아하는 탁구공 장난감 ㅋ 이빨로 다 물어뜯어서 구멍이 뽕뽕 났지만 좋아하는 공을 안고 편하게 누워있는 걸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사진을 잘 찍는 다는 건 평소에 항상 보는 장소와 모습도 다르게 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지는 것이다. 한 사진에 무조건 많은 것을 담는다고 좋은 사진은 아니다.  보이는 구도 중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담아서 원하는 느낌을 낼 수도 있고, 전체의 한 부분만 찍어서 무슨 사진인지 궁금해하도록 만들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노력, 인내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원하는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길을 가다 서서 수없이 반복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원하는 구도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기도 하는 것이 사진 작가들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이 누구에는 그저 그런 한 순간으로, 누구에게는 두고두고 보고 싶은 멋진 한장면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고 감상한다는 건 그 시간과 공간속에 있었던 그때를 기억하고, 아름답게 남기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도 조금 더 즐겁게, 조금 더 감각적으로 남긴다는 건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것 아닐까?



일상이 화보가 되다, 매일 똑같은 일상도 약간은 다르고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좀 더 특별한 사진을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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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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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쓰메 소세키 



마음이 정말 힘들 때 내가 책을 찾았던 적이 있었나..? 난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오히려 너무 힘들 땐 책을 볼 생각조차 못했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책은 한가할 때 여유나 부리며 즐기기 위해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겠지. 실제로 최근 내 마음에 여유라는게 생긴 것인지 미친듯이 집어삼키듯 독서를 하고 있다. 

작가 가시라기 히로키는 책 앞머리에 이 책 절망 독서는 지금 당장 절망한 사람을 위해서 쓰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 절망스럽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읽어두라고 권유하고 있다. 독감을 예방하기위해 백신을 맞는 것처럼, 비상시에 필요한 책은 비상시가 아닐 때 미리 읽어둘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께. 


저자는 무슨 말을 하려고 마치 예방주사 처럼 이 책을 미리 맞아두라고 하는 걸까. 절망했을 때 읽으면 뿅 하고 낫는 책이라도 소개해 주는걸까? 

예상외로 저자의 논리는 간단하다. 지금은 평탄한 삶을 살더라도 언제 무슨 일이 생겨서 나의 인생의 행로가 바뀌게 될지 모른다. 그 바뀌는 행로는 내가 전혀 예상하던 바가 아니라서 나에게 절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라는 주사를 미리 맞아두는 것은 내 인생의 앞이 깜깜할 때 전조등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읽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듯 하다. 인생에서 실제 겪을 수 있을 수 있는 경험보다 문학 안에서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테니. 무엇보다 문학에서는 삶의 긍정적인 부분과 더불어 부정적인 부분까지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 뒤에 가려져 우리가 평소에 잘 보지 못하는 인생의 어두운 면들을 적나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즐거운 얘기만 있는 소설은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무슨일이든 생길 수 있다. 나쁜 일이 나만 피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의 양면에 대해 다 알고 간접 경험이라도 해두는 것이 좋다. 


책을 읽었을 때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 주는 글귀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 내 마음과 같은 가사를 들으면 무척이나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었구나. 그런 생각때문에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 만 같던 기분이 좀 사그라들기도 한다.  사람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혹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책은 절망한 사람의 옆에서 조용히 묵묵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절망 독서 는 저자가 한참 창창하던 20살 무렵 갑자기 희귀병에 걸려 13년동안이나 병원에 장기입원하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자신의 생명에 대해 고뇌하고 절망하던 시기를 이겨내도록 도와준 책에 대해, 그리고 그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는 항상 긍정의 힘을 외치는 사회다. 절망하고 고뇌중인 사람은 사람들 앞에 많이 나서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의 절망을 이겨내고 지금은 희망찬 사람들의 긍정 메시지는 많이 들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고뇌에 빠진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물론 지금 힘든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힘내." 라는 단어가 있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힘내라고 한다고 힘이 나지는 않는다. 그 말은 전혀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건내는 하나의 인사치례 일 뿐이다.


저자는 자신이 아프고 힘들었던 시절, 자기와 같은 절망을 가진 작가들의 책을 보면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단다. 오랜 병으로 힘들어하던 저자와 같은 병실의 사람들이 모두 도스토옙스키 책을 읽고 힘을 얻어 병원내에서 한때 도스토엡스키의 책이 돌고도는 유행이었다고 하니 절망스러웠던 그들에게 정말 힘이 되긴 되었나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자신이 보면서 힘을 얻었던 책과 드라마, 영화 여러편을 소개해준다. 유명한 고전 외에 대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 별로 출판되지 않은)일본작가의 책이나 드라마가 많아서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아 좀 아쉬웠다 ㅠ  일본 문화에 밝거나 익숙한 분들은 찾아서 봐도 좋을 것 같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그 안에서 묵묵히 절망을 이겨내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시간이 필요이상으로 길 필요는 없지만 짧아서도 안된다. 스스로 괜찮아졌다는 마음으로 툭툭 털고 걸어나올 수 있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기를 좀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정신은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 즉 감정의 고원상태가 어느정도 지속된다. 사람마다 그 기간이 다르기에 다른 사람이 서둘러 기운을 내라고 닥달하거나, 부담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혼자 힘으로 꿋꿋하게 그 시간을 견뎌내야 정말로 이겨낼 수 있다. 그런 시간을 함께 해줄 책을 미리 알아두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 사회가 긍정의 힘만을 부르짖는 지금 시대에 오히려 미리 절망의 시기를 대비해 어두운 책, 절망적인 책들도 읽어두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새롭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여러 문학을 통해 이런 예방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기쁨 보다는 슬픔에 더 공감하기 쉬운 것 처럼 우리네 사람은 언제나 작은 절망을 달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언제 나에게 절망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르니 나의 책장에 꽂힌 예방주사들을 열심히 읽어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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