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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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면 다른 사람은 무슨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모르는 책의 세계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책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을 챙겨보고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내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거지. 그만큼 책은 사람의 정신을 크게 지배하는 매체이다. 그래서 내가 작가들을 존경하고 동경하는지도. 


요즘 알쓸신잡으로 핫한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리커버 버전으로 다시 나왔다. 그전부터 사려고 마음먹고 있던 터에 깔끔한 리커버 버전까지 나와서 아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세상의 지식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보이는 그의 머리를 탕탕 쳤던 책들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 먼저 목차를 훑어봤을 때 일단 내가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슬쩍 부끄러웠다. 집에 있긴 하지만 아직 안읽은 책들도 많았다. 이 책이 소개하는 책들은 이름은 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그렇지만 내 돈주고 일부러 사서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재미없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다. 고전이라는 건 읽지 않고도 읽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학창시절부터 띄엄띄엄 접할 기회가 있기에 막상 해당 책은 찾지도, 읽지도 않게 된다는 슬픈 진실. 우선 우리가 고전을 피하는 이유는 어렵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왜 재미가 없을까? 그 책이 쓰여진 전반적인 배경이나 메시지를 잘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 자체가 어렵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인생에 있어 이정표 역할을 했던 굵직한 책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후려치는 놀랍거나 위험한 생각들이 담긴 책들을 주로 소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그렇구나 했다. 특히나 멜서스의 인구론에 관한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구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렵고 좁은 곳에 살면서 병에 걸려 일찍 죽거나,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서 먹을 것이 없어 일찍 죽더라도 돕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들을 인위적으로 도와서 인구수가 증가하게 되면 모든 인류에게 대기근이나 전쟁같은 더 큰 재앙이 올 거라는 멜서스의 이론. 너무 소름돕는 무시무시한 이론이었다. 삐뚤어진 천재의 위험한 생각은 다행히 현재 전 지구의 인구증가율과 식량생산량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다른 측면, 즉 멜서스의 이론을 개인당 에너지 소모량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로 볼 때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청춘의 독서에서 추천하는 책들 중 이 책을 읽고나서 관심이 생긴 책은 사마천의 '사기' 와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라 읽고자하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던 책인데 '사기'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 한신과 유방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이 책이 궁금해졌다. 무려 2,000여년 전의 역사를 기록한 내용인데 그때의 인간상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현대에도 적용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만한 문제들이었다. 나라를 건립하고, 왕을 위해 충성을 바치고, 권력 집중을 위해 다시 숙청이 이루어지고, 처세에 능한 사람이 때를 잘 알아보고 모든 것을 얻어내기도 하는 인간사. 2000여년이란 시간은 인간의 진화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그때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은 진화적으로 별반 다른점이 없다. 그렇기에 역사는 돌고돌며, 과거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 하는 거겠지.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라는 말은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봤던 유명한 말이다. 그 한마디에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진짜 뜻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유시민 작가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최고를 뽑으라면 '역사란 무엇인가'를 뽑겠다고 했을 만큼 그 책은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준 책인 듯 하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읽지 않았던 그 책들을 이제는 나도 차분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많은 이론과 문학에 관해 그 책이 쓰여진 배경이나 환경에 대해 요목조목 얘기해주면서 책에 대한 얘기와 자신의 느낌까지 골고루 넣어 알려주는 청춘의 독서는 참으로 이상적인 서평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읽을 생각이 전혀 없던 책도 읽고 싶게 만들어주는 '고전으로의 친절한 초대' 같은 느낌이었다. 또하나 유시민 작가에게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던 점은 책을 읽을 때 그냥 읽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비판적인 독서를 하는 것이다. 


얼마전 알쓸신잡을 보다가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알쓸신잡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요즘 사람들은 어릴때 배웠던 지식으로 더이상 평생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지식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대화를 나누다가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서 우리가 하는 얘기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은 거의 없다."라는 말을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서 평소 내가 얼마나 주위의 지식이나 환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실들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그것이 아무리 유명한 고전이고, 찬사받는 작품이라 한 들 스스로 생각해보는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비판적인 시각을 제대로 가지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기에 결국엔 많이 읽고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알던 것이 정말 티끌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것에 놀라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한번 내가 모르고 있었던 세상에 대해 머릿속 한 구석이 환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직 듬성듬성 어두운 부분은 직접 다른 책들을 읽으며 채워나갈 차례다.


책은 내가 읽는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읽혀진다고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머리를, 내 마음을 흔드는 책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책들 속에서 마냥 헤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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