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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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애소설을 읽어본지 너무 오래됐다. 중학생 시절 책 대여점에 가서 분홍분홍한 표지의 귀여운 연애 이야기를 담은 하이틴 로맨스 책을 빌려봤던 기억 이후로 딱히 로맨스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오랜만에 뜨거운 사랑 얘기나 한번 읽어볼까 하며 가와무라 겐키의 '4월이 되면 그녀는' 이라는 책을 펼쳐들었다. 푸르른 수채화 같은 우유니 천공의 호수에서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한 표지는 이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야기 겠거니 하는 예상을 불러일으켰지만 의외로 이 소설은 교제를 시작했을 때의 러브러브한 감정을 잃어버린 채 점점 냉랭해져 가는 커플의 이야기, 사랑이 도대체 뭐냐며 오히려 되묻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살면서 절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어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 죽음, 돈에 관한 것이었다. 죽음에 관한 소설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돈에 관한 소설은 [억남] ,사랑에 관한 소설 바로 이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인 것이다. 소설을 쓰기전 조사를 위해 많은 사람을 인터뷰 했던 가와무라 겐키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람을 오히려 더 만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연애감정이란걸 점점 잃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뜨거운 사랑이야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너무 익숙해지다 못해 냉랭해진 연애, 습관처럼 되어버린 연애 같은 일명 '현실연애'를 컨셉으로 잡아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사실 20살 무렵 열정만 가득 넘쳐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아니면 죽어버릴 것 같던 뜨거운 열병같은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내가 그랬었나' 싶을 만큼 점점 아득하게 멀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도 처음 교제를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해를 거듭할 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점점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둘만의 중요한 그 무언가가 빠진듯한 사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포인트에서 20대의 한때 불꽃 같은 사랑과 사랑이 지속되어 약간은 냉랭하고 습관적이게 되어버린 사랑을 비교해서 교차해가며 사랑이란게 정말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소설은 대학시절 후지시로의 첫 여자친구였던 하루의 편지로 시작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라는 도시로 여행을 떠난 하루가 옛날 연인인 후지시로에게 보낸 편지다.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에서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동아리 동기들과 함께 떠난 바닷가의 모노레일에서 먼바다에서 터지는 폭죽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후지시로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토록 마음이 흔들린 순간은 앞으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았다.     

<p. 55>


살면서 가장 떨리는 순간을 함께 했던 하루와 헤어지던 날 후지시로는 떠나가는 하루를 보면서도 잡지 못했다. 스스로 자신은 감정이란건 잘 모르겠다고 느낀다. 후지시로의 부모님은 오랜 기간 부부로 살아왔지만 각방을 쓰며 서로 신경쓰지 않는 별개의 생활을 하다 최근에 이혼을 결정했다. 후지시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타인에게 마음을 줄 줄 모르는 아버지를 스스로가 닮아간다고 느낀다. 



요컨대 아버지는 애초부터 애정이 결핍된 인간이라고 후지시로는 확신하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 일시적으로나마 타인을 사랑하려고 애썼던 데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깨닫게 되자 두려웠다. 어느새 자기 자신도 남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없었다. 또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아버지와 같은 의학부에 들어갔다. 동조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기 감정을 전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나 역시 타인을 사랑할 수 없게 될까. 머지않아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조차 품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올까. 

<p.60>



대학 졸업 후 정신과 의사가 된 후지시로는 같은 대학의 수의과생인 야요이와 3년의 연애 후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함께 예식장을 보러 다니고, 집에서 동거하며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지만 잠은 각방에 들어가서 잔다. 2년째 섹스리스인 커플인 것이다. 후지시로는 야요이를 사랑하지만 그 감정이 어떤건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대의 두근거리던 연애 감정은 너무 먼 얘기다. 소설에는 야요이의 여동생인 준의 커플도 등장하는데 결혼한지 3년이 지났는데 4년동안 남편과 한번도 섹스를 안했다는 준의 말을 듣고 후지시로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커플도 돌아보게 된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커플이지만 둘 사이에 놓인 알수 없는 냉랭함을 느끼고 있는 야요이와 후지시로는 '하루'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내는 편지를 계기로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후지시로가 대학때 느꼈던 그 뜨거움, 설레임 그런 연애감정이 지금 결혼을 앞둔 자신들 사이에는 없는 것이다. 이런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연애감정, 그 사랑의 뜨거움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달과 태양이 겹쳐지는 한순간의 기적, 사랑하는 마음이 겹쳐진, 일식 같은 순간이 되살아났다.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살아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모은다. 

p.271


사는동안 사랑은 내 곁에 찾아오기도 하도 떠나가기도 한다. 사랑이 곁에 머무는 그 순간, 달과 태양이 겹쳐지는 한 순간의 기적, 사랑하는 그 순간이 지금 살아있는 나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뜨겁고 절절한 사랑얘기는 없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 빛났던 그 기적같은 순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매말라가는 사회에서도, 두근거림 없는 연애가 지속되는 지금에도, 언제나 빛나는 '그 순간'은 있다. 



우리의 사랑이 가장 빛났던 두근대던 그 기적의 순간을 기억하며, 지금의 사랑도 조금 더 힘을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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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가정부 조앤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정회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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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서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게 가장 재미있다. 그것도 내가 아는 사람이 나나 내 주변사람에 대해 쓴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가히 치명적으로 중독성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1911년, 14살의 소녀 조앤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날짜순으로 솔직담백하게 일기로 쓴 것이 그대로 하나의 두꺼운 책이 되었다. 일기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나만 본다는 전제하에 쓰기 때문에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글이다. 그녀의 일기를 읽다보면 소녀 조앤의 순진한 모습과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사춘기 소녀 특유의 발랄함 때문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속한 가정의 불가해한 여성차별과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이리뛰고 저리 뛰는 모습들은 안타깝고 짠한 마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뉴베리상 수상 작가인 로라 에이미 슐리츠의 이 소설은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만화로 보기도 하고, 책으로도 읽어왔던 <빨강머리 앤> 이나 <작은 아씨들> 을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조앤은 아빠와 세 오빠와 함께 스티플 농장에 살고 있다. 엄마는 몇년 전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집안에 혼자 여자로 남게 된 조앤은 아빠로 인해 학교도 강제로 그만두고 아침부터 밤까지 빨래,청소,식사준비,농사 등 집안의 모든 일을 맡아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조앤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이지만 조앤의 아빠는 딸이 공부와 결혼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모든 것을 헌신할 것은 강요한다. 심지어 조앤이 다쳐서 얼굴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흘러 의사에게 치료를 받자, 왜 돈 아깝게 의사를 불렀냐고 다그치는 아주 매정한 아빠다.  아빠를 비롯해 조앤의 오빠들도 조앤이 자기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조앤은 아빠에게 들킬 것을 염려해 챈들러 선생님께 선물받은 일기장도 숨겨놓고 몰래 쓰고, 그녀의 가장 큰 낙은 챈들러 선생님께 선물받은 책들을 읽는 것이다. <제인에어>,<아이반호>,<돔비와 아들> 이 책들은 조앤의 가장 큰 보물이다. 그런 그녀의 책을 아빠가 불태워 없애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책을 읽으며 더이상 바깥 세상을 꿈꾸지 못하게 하려는 아빠의 속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조앤은 농장을 탈출해 자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조앤에게 준 인형에 숨겨진 비상금 29달러를 가지고 볼티모어로 떠나간다. 엄마는 조앤이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선생님이 되기를 바랐다. 조앤도 엄마의 바램처럼 도시로 가서 공부도 하고, 미술관도 가고, 예쁜 옷을 입으며 교양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길 꿈꾼다. 그렇게 길을 떠나간 조앤이 천신만고 끝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솔로몬 로젠바흐의 도움으로 부유한 유대인 집안인 로젠바흐가의 가정부로 취직하게 된다.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나이도 18살로 속이고, 이름은 재닛 러브레이스로 바꾼 다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가정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농장에서는 뼈 빠지게 하루종일 일하고도 한푼도 못받던 조앤이 이제는 주급 6달러를 받기 시작했다. 조앤의 엄마는 평생 아빠와 함께 농장 일을 하면서 딸을 위해 끝내 30달러를 마련하지 못하고 29달러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조앤은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 자신이 원하던 물건들을 스스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인인 로젠바흐도 책을 좋아하는 조앤을 예쁘게 여겨 원하는 책을 서재에서 마음껏 빌려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조앤은 가정부 생활을 하면서도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와 굽혀야 할때를 구분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줄 아는 아이였다.  이렇게 조앤은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그녀의 일기 속에서 쑥쑥 발전해나간다. 그녀의 일기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언제 주인에게 밑보여 쫓겨날 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가정부'라는 타이틀 안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의 자존심과 종교라는 신념을 지키며, 많은 일들이 발생하는 과정 중에도 결국에는 모두의 사랑과 인정을 받아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조앤은 잔다르크의 영어식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조앤은 나이에 비해 키가 크고, 성격도 거친 편이다. 로젠바흐가의 둘째 아들 데이비드는 조앤에게 잔다르크 같은 전사의 기운을 느끼고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 소설이  클래식한 틀 안에서도 모던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유는 조앤의 여성으로서의 성장이 꽤 현대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으로써 모든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했던 조앤이라는 인물이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와서 삶을 개척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어이 쟁취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사랑을 하고, 돈을 벌고, 커가는 모습은 그녀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우리에게도 뿌듯함을 준다. 


"(..)그런데 언니가 내 이야기를 적어놓았더라고. 그걸 보니 흥미가 생겨 계속 읽었던 거지. 내 험담도 있었지만 좋은 말도 썼더라. 그래서 다 읽어버렸어. 정말 재밌던데! 내가 이렇게 재밌게 읽은 건 언니 일기가 처음이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너무 흥미진진했어. 그리고 나는..."

미미가 잠깐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덧붙였다. 

"언니가 나중에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해."

<어린가정부 조앤 중에서>

극 중 미미가 조앤에게 하는 말이다. 언니가 작가가 될거라고 생각한다는 말. 과정이야 어찌됐든 이 책은 실제로 책이 되어 나왔고 우리는 조앤의 일기를 미미와 함께 훔쳐보고 있는 중이다. 나와 상관되지 않는 내용인데도 무지 흥미있어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14살 소녀의 기준에서 쓰여진 일기라 읽기 쉽고, 중간중간 조앤의 유치함도 즐길 수 있다. 


똑똑함과 강인함, 그러면서도 순진하고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면을 함께 가진 어린가정부 조앤은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이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것처럼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작가는 일부러 주인공을 예쁘고 오밀조밀한 여자아이가 아닌 키도 크고, 소처럼 생기고 힘이 센 아이로 표현한 것 같다. 예뻐서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니까. 


조앤의 뒷 얘기가 궁금하다.  

오늘은 어떤 날을 살고, 어떤 일기를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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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 정식 한국어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 지음, 강남화 옮김 / 꿈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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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물리여행은 과거 모 출판사에 의해 저작권 계약이 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나라에 출판된 적이 있었다. 그때 수많은 학생들이 돌려보며, 그 책이 절판되고 나서는 제본을 해서 돌려볼 정도로 과학고, 영재고 학생들을 비롯해 대학생들에게까지 아주 많이 사랑받은 책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꿈결 출판사에서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전면개정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나온 것이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과학탐구 영역이 이상하게 점수가 높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과탐영역에서 만큼은 전교 1등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과학 분야에 대해 이상한 자부심과 함께 호기심을 가진 편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 물리는 내가 자신없어 하고 싫어했던 부분으로 기억한다. 다른 분야(생물,화학,지구과학)에 비해 뭔가 계산하고, 공식을 외워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루이스 캐럴 엡스타인은 책 서문에서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밝히면서 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하기 보다 인식하기 라고 말한다. 




물리문제란 무엇일까요? 계산하기?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지요 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 입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필수사항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하는 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거의 계산할 필요가 없으며, 단순히 '예' 또는 ' 아니오'로 답하는 것들입니다.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 p.6 ,이책을 활용하는 방법>







그래서  이 책은 복잡한 공식이나 계산하는 방법이 아니라 생각의 오류를 깨뜨리는 328가지 물리질문을 통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퀴즈를 던진다.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바로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한페이지에 문제와 답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답은 글씨가 거꾸로 들어가 있어 무의식적으로 바로 답을 볼 수 없도록 구성되어있다. 간단한 퀴즈를 통해 내가 생각지 못했던 원리에 대해 인식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 것 같다. 그리고 또하나 new 재미있는 물리여행을 왜 학생들이 많이 찾고 좋아했는지 알 것 같은 이유, 빽빽한 글씨만 가득찬 보기만 해도 읽기 싫은 형식이 아니라 귀여운 그림과 이해하기 쉬운 도식을 통해 한눈에 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목차를 보면 역학, 유체, 열, 진동, 빛 , 전기와 자기, 상대성이론, 양자 등 광대한 분야에 대해 다양한 퀴즈로 접근해서 다루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공부를 보충하기에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옮긴이는 실제로 이책을 통해 과학경시대회나 물리 올림피아드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심화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잘 설명된 과학 양서라고 할 수 있다.   







각 챕터가 끝나면 해당 챕터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하여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이어진다. 정답과 해설은 없다고 적혀있다. 챕터에 해당하는 퀴즈들을 주위깊게 잘 읽고 이해하였다면 풀 수있는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퀴즈에서 나온 똑같은 예시 뿐만 아니라 약간 변형되어 나온 문제도 접함으로써 응용력까지 한번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기에, 그리고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좀 더 심도깊은 공부를 재미나게 시작해 보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왜 나는 고등학교 때 이 책을 몰랐을까? 이 책을 알았다면 좀 더 물리를 재미있어 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봐도 퀴즈와 답 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이것저것 훑어볼 수 있어 더 좋다. 실제로 퀴즈 중 평소 궁금했던 문제에 대한 것도 있어서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Q 파리떼가 유리병 안에 들어있다. 이 병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파리들이 어떻게 할때 저울의 눈금이 최대로 올라갈까? 


A. 병 바닥에 내려 앉아 있을때

B. 병안을 날아다닐 때 

C. 두 경우 다 무게가 같다. 


정답은 C. 두 경우 다 무게가 같다 이다. 공중에 떠있는 파리가 어떻게 무게에 측정이 되는걸까? 바로 파리의 날개짓으로 인한 공기의 흐름이 무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병바닥에 내려앉는 것과 날아다니는 것이 같은 무게를 가진다고 한다. 아, 날개짓이 무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래서 물리가 재미난 것이지. 

이로써 나는 파리의 날개짓의 무게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다. 정말 흥미로운 깨달음이다 :) 


어렵고 골치아픈 물리가 아닌 퀴즈를 통해 재미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이 책을 꼭 보시길.. 

물리가 최소한 그 전보다는 재미있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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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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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좀도둑이 있다. 생계를 위해 텔레이전 수리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고객의 집에 텔레비전을 수리하러 갔는데 주인은 칼을 맞고 쓰러져 죽어있다. 너무 놀라 혼비백산하는 와중에 그 옆에 놓여있는 비싼 보석들이 눈에 띈다. 순간적으로 욕심이 앞서 보석들을 챙겨들고 집에서 그대로 나갔다. 이후 경찰은 블랙박스 등의 여러 증거들을 조사해 모든 물질적인 증거가 딱 들어맞는 그 좀도둑을 범인으로 내세우며 살인죄를 덮어씌운다. 나는 도둑질은 해도 절대로 사람 죽이는 짓 같은건 못한다고 발악을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전반부에 나온 억울한 누명을 쓴 좀도둑의 이야기이다. 그 좀도둑은 도둑질을 한 죄가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순수하게 부인하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감옥에 갖히게 되고,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자살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낸다. 


이런 속터지는 사례가 과연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할까? 빠르게 사건을 해결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경찰들, 특히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들 조직 내에서 억울한 이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갖히는 사례는 실제로도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감옥에서 몇 십년을 살고 난 뒤, 사실은 무죄라며 자신의 누명이 벗겨진들 빼앗긴 인생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조작된 시간은 경찰조직을 지키려는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들 모두가 공범이 되어 사건을 조작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사건이 빠르게 해결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르포 취재하듯 세세하고 꼼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먹은 것 처럼 답답하다가 다행스럽다가 온탕 냉탕을 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이용해  훌륭하게 사업에 성공한 후, 어릴적부터 살던 고향 동네에 번쩍번쩍하는 '금어전'이라는 집을 짓고 사는 와타나베 쓰네조가 있다. 그는 골프장에서 눈에 띈 미녀 미키코를 집에 무작정 들어앉히면서 첫번째 부인을 쫓아내고, 미키코와 그의 귀여운 딸 미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미카가 집에 늦도록 들어오지 않은 밤, 엄마인 미키코는 어느 중년의 남자에게 미카를 납치하고 있으니 딸을 살리고 싶으면 돈 1억엔을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혼비 백산이 된 미키코와 쓰네조는 경찰을 불러 신고한 뒤, 범인에게 1억엔을 기꺼이 줄 생각이 있으니 어떡하든지간에 딸 미카를 구해달라고 말한다. 범인과 약속한 시간, 1억엔을 들고 약속 장소에 나간 엄마 미키코는 지능적인 범인의 수법에 끌려다니다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경찰의 판단으로 범인에게 돈을 투하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미카는 뒷산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쓰네조는 범인에게 1억엔을 주었다면 미카가 살아돌아왔을거라 생각하며 미카가 죽은 시점이 전화를 하기 전인지, 약속시간 이 후 인지 알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리게 된다.  미카의 납치사건의 리더를 맡았던 모리타는 쓰네조와 깊은 친분을 맺고 있었으며 영향력을 익히 알고 있는데다, 경찰의 잘못으로 미카가 죽은 것이 밝혀지면 쓰네조에게 받았던 수많은 뇌물과 비리들을 다 폭로하겠다고 쓰네조에게 협박 받는다. 그래서 경찰 조직은 자기들만의 은밀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애꿎게도 시체가 발견되기 전 아부라를 따러 산속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선 그옆에 누워있는 시체를 발견하고선 너무 놀라 도망갔던 고바야시 쇼지는 엉뚱하게도 지갑에서 돈을 훔치다가 묻힌 지문 때문에 범인으로 지목되어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된다.



소설 조작된 시간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정보의 격차와 경찰의 윽박지름 앞에서 어떻게 범죄자로 둔갑될 수 있는지 조서를 쓰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검시, 재판 과정까지 하나하나 다큐멘터리처럼 친절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이 생경하게 느낄 수 있는 법률 용어는 마치 법률 관련 책인 것 처럼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놓아 순간 쉬운 법률서적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 친절함 덕분에 이 소설은 어려운 법정공방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지루할 틈없이, 읽기 시작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딸을 잃은 쓰네조와 미키코 , 그리고 누명을 쓴 고바야시 모두가 피해자이며, 경찰은 잃을 것이 없는 비정한 세계. 너무나 비정하지만 거기엔 현실이 담겨있어서 더 비통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쓴 사쿠 다쓰키(필명)는 실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본 현실의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이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조직이라는 힘 앞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생각은 접어두어야 하는 경찰, 이런 내용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소설속에서도 많이 다루어진 내용이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고바야시가 누명을 썼다는 것, 경찰이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처음부터 알면서 읽기 때문에 더욱더 비통하고 답답하고 안타깝다. 잘못된 누명으로 인해 그의 삶과 그의 가족들이 어떻게 갈갈이 찢겨지는지도 생생하게 그려놓았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일은 얼마든지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만약 이런 비슷한 일이라도 당했다면 나와 내 가족의 심경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게 다가왔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가 도저히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소설은 처음부터 훅 빠져들어 읽을 수 있도록 사건이 빠르게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늘어짐 없이 끝까지 그 긴장감을 가지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중간중간 절망과 희망을 주며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가의 필력에 경의를 표한다. 



찌는듯이 더운 여름 날, 읽으면서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고구마 답답이 같은 마음이 들 수는 있지만, 읽고 나서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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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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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이 모여 미래가 된다. 소설 '다리를 건너다'는 현재의 작은 선택이 미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는 영화 '나비효과'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복제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다루는 모습을 다룬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나 '아일랜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 책은 끝까지 다 읽고 나야 비로소 앞 부분의 퍼즐이 맞춰지는 소설이다. 소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 어떤 미스테리가 펼쳐질까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책의 반 이상이 지나도록 미스터리 같은 부분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봄, 여름, 가을 로 이름 붙여진 각 섹션에 각각의 인물들이 나와 각자의 고민을 갖고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모습 밖에 나오지 않아서 약간의 의아함을 가지고 계속 소설을 읽어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로 나뉘어져 각 섹션의 주인공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사실 그 일상의 소소함도 묘사가 제법 치밀하고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어서 잘 읽혀지긴 했다. 봄 편에 나오는 아키라와 여름편의 아쓰코, 가을 편의 겐이치로는 모두 서로 약한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들이다. 아키라는 아내 아유미와 함께 햇살이 깃드는 정원이 있는 집에 사는데, 조카인 고타로도 함께 살고 있다. 아키라와 아유미는 금슬 좋은 부부이지만 아키라는 몰래 마사와 바람을 피기도 한다. 아내 아유미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 재능이 없어 보이는 젊은 미술가가 자기 그림을 봐달라고 집까지 찾아와서 떼를 쓰는 바람에 공포심 마저 느끼며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날 집앞에 누군가 쌀과 술을 놓고 사라진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난데없는 선물을 주니 부부는 불안감이 쌓인다. 


여름편의 아쓰코는 도의원인 남편이 있는데, 최근 의회 회의 중 여의원에게 "애를 못낳나?"하는 성희롱 발언을 한 목소리가 카메라에 찍혀 여론이 뜨거워지자 아쓰코는 자신의 남편이 그 말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이 그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남편을 지켜줄거라 생각하며 그 일이 밝혀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 와중에 남편이 렌즈사업을 하는 그의 친구에게 고성능 렌즈의 정부 입찰가를 알려주는 댓가로 500만엔을 몰래 받는 장면을 보게 된 아쓰코는 불안에 시달리지만 여전히 그래도 남편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쓰코는 마트에 가서 계산을 하려는데 자신이 장바구니에 넣지 않은 물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군가 남편이 한 짓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가을편의 겐이치로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데 홍콩에 선배를 도우러 촬영을 하러 갔다가 촬영된 영상 중간에 자신이 전혀 찍지 않은 황야 배경의 영상이 짧게 끼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자친구인 가오루코와는 다음달에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다. 북을 치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는 당시 유부남인 유키를 짝사랑 하고 있었는데 그 동아리에서 탈퇴하면서 자신이 가오루코와 사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가오루코가 유키와 몰래 만나고 있는 장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봄, 여름, 가을 편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도데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중심내용을 알 수가 없다. 각각의 인물들이 약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딱히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만큼의 사이는 아닌 것 같고, 진행되는 일상도 뭔가의 복선이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을 당장에는 느낄 수 없을만큼 평온하기만 하다. 그나마 미스테라 소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요소는 아키라의 집에 알수 없는 사람이 배달해 놓은 쌀과 술, 아쓰코의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물품, 겐이치로의 촬영영상에 담겨있던 황야의 모습 정도이다.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비로소 작가가 왜  소설을 이렇게 이끌어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조건 현재만을 살아갈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닐까? 내가 지금 하는 선택과 행동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맞다고 스스로 우기며 넘어가는 일들, 봤지만 못본척 넘어가는 일들, 마치 누구도 알 수 없는 현재의 작은 부분들이 마치 복선처럼 우리 주변에 무수히 깔려있는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미래에 어떤식으로 나타날지를 보여주고 싶었던지, 작가는 마지막 겨울 편에서 갑자기 7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2085년의 세상을 보여준다. 미스테리와 SF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미래엔 정말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며 읽게 된다. 그러면서도 작중 2015년을 살았던 인물들의 미래모습과 그 후세들의 모습들도 엿볼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인물들이 현재에서 했던 일상속의 작은 선택들이 미래에는 어떤 효과를 불러오게 되는지 확실히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의 띠지에 있는 가쿠타 미쓰요 라는 소설가의 평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오늘 내가 보고 만 것, 하고 만 것, 이야기한 것, 못 본 척 한 것, 하려다 말았던 것, 말하려다 삼킨 것, 그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쌓여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결과가 이 세계라고 재차 망연함을 느낀다." 

- 가쿠타 미쓰요(소설가)



아, 이말이 소설 '다리를 건너다' 의 본질을 꿰뚫어주는 딱 맞는 말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상상처럼 엄청난 유토피아도, 그렇다고 끔찍한 디스토피아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일상의 연속일지 모른다. 어쨋든 사람은 현재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종족이니까. 그렇지만 지금의 2017년의 세계도 우리가 지난 날 선택해 왔던 크고 작은 선택과 순간의 결과물이듯, 그 미래도 우리가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른 결과물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같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걸까? '현재'를 살며, 언제나 '지금'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가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고, 작은 선택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깨달으라는 의미인건가? 안타까운 미래에서 현재에 보내는 미스테리한 메세지로써 말이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묘한 여운이 있는 것 같다. 2015년의 일상도, 70년 뒤인 2085년의 일상도 너무 정교하게 잘 표현해서 마치 둘다 현재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작가는 그 안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마치 '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고 느낀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중에 "그 기회는 물건너 갔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번 건너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 현재는 한번 건너면 다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신중하게, 더 열렬히 현재를 살아내야 한다. 


앞으로 내 앞에 다가올 또다른 현재를 위해 나중에 후회할 짓은 하지 말기를... 혹시 미래에서 현재의 안타까운 나를 위해 보낸 미스테리한 신호는 없는지 한번 둘러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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