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나는 행복할 수 있는 진정한 비결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현재에 사는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과거를 후회할 게 아니라,
또 장래를 걱정할 게 아니라,
현재의 이 순간에서 얻어 낼 수 있을 만큼
얻어 내는 것입니다.

1초, 1초를 즐길 작정이에요.
그리고 즐기고 있는 동안,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 작정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경쟁하고 있을 뿐이에요.
아둔한 지평선 위에 있는 목적지에 도달하려 하는 거예요.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지나치는 아름답고 조용한
전원의 경치를 하나도 못보고 말아요.

그리고 나서 비로소 깨닫는 것은
이미 자기가 늙고 지쳤다는 것과,
목적지에 도착하든 못하든,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길가에
주저 앉아 작은 행복들을 산처럼 줏어 모을 생각이에요..

-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

(오즈마 님의 서재에서 퍼옴)

 

 

길 가에 주저앉아 작은 행복을 산처점 줏어 모은다.......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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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돌고래 섬 힘찬문고 13
스콧 오델 지음, 김옥수 옮김, 김종도 그림 / 우리교육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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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우 처절한 이야기를 매우 무미건조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2.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이야기의 초반에 이방인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부족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배를 타고 섬을 떠난다. 배 위에서 동생이 타지 않은 걸 알게 된 주인공은 바다에 뛰어들어 섬으로 되돌아간다. 둘이 살다 얼마 후에 동생이 들개에 물려 죽는다. 그 후로 십여년을 작은 섬에서 혼자 산다.

이런 이야기라면 여기에 온갖 분노와 좌절과 슬픔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언어가 등장해도 과장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달이 뜰 때쯤 동굴을 떠났다. 계곡을 지나 언덕 세 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않고 동생 옆에 앉아 있었다. 죽은 동생에게 맹세했다. 야생 개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 원수를 갚겠다고 말이다.  야생 개를  어떻게 죽일까 고민했다. 라모의 생생한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동생이 죽었는데 눈물을 흘렸다는 표현도 없다. 슬펐다는 말도 없다. 생전의 추억이라도 얘기하지, 그것도 없다. 

대신 생활에 대한 묘사는 자세하다.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먹을 것은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저장했는지, 무기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나는 거기에 공감이 갔다.(끄덕끄덕) 그럴 수 있고, 그럴 것 같았다. 인간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물을 오래 흘리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다 속으로 갈무리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것을 잘 표현해 준다.

그렇다고 이 소녀가 슬프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소녀는 슬펐다고, 외로웠다고 아주 담백한 어조로 말한다.

 

3.

나는 이 이야기 자체보다 그 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이 소녀는 문명 세계로 구출되어 행복했을까?

푸른 돌고래섬에서 개와 새들과 해달과 우정을 나누며 지낸 것처럼

문명세계의 사람들이 이 소녀를 진심으로 대해 주었을까?

혹시 구경거리가 되진 않았을까?

아무래도 비관적인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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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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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지하철 및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으면 절대 안된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가 미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

 

2.

오랜만에 깔깔 웃다가 펑펑 울다가 하며 책을 읽어봤다.

이 책은 어느 중학교 교사가 아이들에게 부모님 칭찬일기를 쓸 것을 제안하여 모아진 결과물이다.

그걸 우리 시대의 훌륭한 엄마(존경한다) 장차현실 님이 만화로 그렸다.

칭찬은 지들이 부모나 선생에게 듣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님들께 칭찬을 해드리려니 얼마나 쑥스럽고 어색했을까나.

평생 칭찬받은 경험 부족하고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몇마디 못해준 부모들이 갑자기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이래서 멋있어요' 등등의 칭찬을 받고나서 보이는 벌쭘하고 황당한 반응이란.....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엔 폭소가 터진다.

'엄마는 신발끈을 어떻게 이렇게 잘 매? 난 못하는데....' '병신이여? 이것도 못하게....'

(인정하자. 나의 모습이다)

'아빠, 술 마시는 모습이 너무 터프하고 멋있어요' '그래? 벌컥 벌컥~'

(하고 많은 칭찬 중에 그것도 칭찬이라고..... 그래도 귀엽잖은가?)

TV 보는 부모님 앞에 쨘~하고 나타나, '엄마 아빠 사랑해요' '비켜! TV 가린다'

(인정하자. 이것도 나의 모습이다)

장차현실 님이 만화로 표현한 이 칭찬 NG 퍼레이드들은 이렇게 사람 배꼽을 빼놓다가 어느 순간 감격으로 가슴이 딱 막히고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 그 중에 압권은 이 책의 제목이다.

홀로 힘들게 일해서 자식들을 부양하는 엄마에게 어느날 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요. 엄마는 지금도 우릴 위해 너무 많이 노력하고 계세요'

이 세상 살기 팍팍한 부모들에게 이 이상의 칭찬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칭찬은, 위로와 같은 것이라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면서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듣고 싶은 칭찬은 너 뭐 잘한다, 잘 생겼다 이런 것이 아니라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난 너무 좋아' 라는 말이라고.

이 책에는 이런 진심어린 말이 많이 나온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 못난 나는 그냥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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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의 돼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4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호르스트 렘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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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캐스트너 아저씨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분이다. 비록 그의 작품을 많이는 안 읽었지만(하늘을 나는 교실, 에밀과 탐정 시리즈, 그리고 이 작품) 그의 작품은 한결같이 어린이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어른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의 동화들은 시점이 참 독특한데, 처음엔 1인칭으로 시작하여(여기서 '나'는 작가다) 마치 작가가 주인공들을 만나고 따라다니며 본 것을 쓴 듯이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어느새 '나'가 슬쩍 빠지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나'의 시선이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느껴지는데, 그 눈길은 무척 따뜻하고 관대하며 어린이를 존경하고 이해하는 눈길이어서 작가의 품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2.

나는 한국 작가가 쓴 아동문학을 별로 읽지 않는다. 그것이 훌륭하지 않아서는 절대 아니다. 다만 나랑 좀 안 맞을 뿐이다. 국내 어린이 문학을 읽고 나서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하며 책을 덮게 된다. "유머가 부족해......"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면 두드러기가 나는 이상한 성격탓이긴 하지만 국내 아동문학에 유머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물론 모든 문학에 유머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나는 가끔 우리나라에도 캐스트너나 린드그렌 같은 품위있고 따스한 유머를 갖춘 아동문학가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할 때가 있다.

힘겹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기가 어렵듯이 무겁고 심각하고 진지한 주제를 유머와 함께 풀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아저씨를 참 좋아하고 이렇게도 생각한다. '인간성도 참 좋았을 거야.......'

 

3.

이 책에는 세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 아이들의 상상력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시.

아이들의 상상력을 다룬 이야기는 유쾌하다. 엉뚱하고 황당하다. 그 이야기를 읽다보면 보자기를 두르고 공주놀이를 하는 아이들, 나뭇가지에 올라가 '이랴, 따그닥 따그닥'하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딱 그 얘기다.

아이들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는 뭐랄까....... 너무나 선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삶에 참견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올림픽을 보려고 기숙사를 탈출한 학생의 깜찍한 죄상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벌로 자신의 여행에 동참시키는(이게 벌이라니,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뵈크 선생님은 바로 작가 자신이다. 또 일곱살짜리에게 시장 심부름을 시켜놓고 20미터 뒤에서 몰래 따라가는 엄마도 작가 자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별로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난 괜히 목울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마 너무 아름답고 애틋한 것을 보면 사람은 저절로 눈물이 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시는...... 좀 아쉽다. 번역본만으로 시의 운율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있을거란 걸 알기에. 이럴 땐 내가 한 7개 국어 쯤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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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슈렉을 좋아한다.

다른 거 다 빼고,  슈렉은 못생긴 사람도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좋아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미남미녀들이 영화에서 만화에서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나를 기죽게 했던가.

그런데 슈렉이 나타나서 그것들을 통쾌하게 한방에 날려 버렸다.

 

교훈(이라고 말하면 좀 식상하긴 하다)도 훌륭하다.

1.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변하는 게 사랑이다(그래서 피오나는 도깨비가 되었다네)

2. 진정한 행복은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그래서 둘은 미남미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박차버렸지)

 

풍자도 훌륭하다.

1. 허리우드를 풍자한 Far Far Away의 그 가식적이고 공허한 모습이라니...

2.그리고 잘생기고 느끼한 마마보이 챠밍왕자 우엑~

 

2학년짜리 둘째딸에게 물었다.

"왜 마지막에 슈렉이랑 공주랑 뽀뽀하지 않았을까?"

"도깨비가 되려구 그랬지"

"왜 도깨비가 되려구 하지? 뽀뽀만 하면 예뻐질 수 있는데?"

"도깨비가 자신이니까 그렇지!!!!"

(정답!)

 

보통 1편만한 2편 없다 하는데

2편도 좋았다. 베스트에 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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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7-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는 왜 슈렉이 그렇게 좋은지 몰랐더랬는데, 그런 이유였어요. 못생긴 사람도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다니, 아아 이건 너무 멋져버리잖아욧

프레이야 2004-07-0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슈렉만 봐도 재미나요. 미추의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어부수는 그 짜릿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