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찼다. 살아 있다는 기쁨, 그 자신이라는 기쁨이. 이제 바스티안은 다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알게되었던 것이다. 바스티안은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제일 멋진 점은 바스티안이 이제 원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설령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도 됐더라도 다른 걸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이제 바스티안은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형태의 기쁨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기쁨들은 단 하나의 기쁨, 즉 사랑할 줄 안다는 기쁨이라는 것을.

훗날 바스티안이 이미 다시 그의 세계로 돌아오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어른이 되고 결국 노인이 되었을 때도 이 기쁨이 바스티안에게서 완전히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도 바스티안에게는 마음으로부터의 기쁨이 남아 있어 그를 미소짓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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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이야기에서도 어렵지만 실제로는 더욱 어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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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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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 친한 친구가 나에게 <짐크노프>와 <모모>를 알게 해 주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아직까지도 감사하고 있다.

세계고전명작, 한국근대소설선 등 학교에서 권하는 필독도서 밖에 몰랐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준데 대해서.(그 시절 필독도서, 추천도서는 정말 그랬다)

그때부터 난 용돈을 받으면 서점을 순례하며 숨은 보물찾기에 몰두하곤 했다.

서점 아저씨들이 싫어했을 것이다. 이책저책 뒤적이며 2시간씩 시간 보내다 그냥 나가는 손님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렇게 해서 발견한 책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 

호비트(반지의 제왕 전편이다),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앵무새 죽이기란 제목으로 나중에 다시 출간되었다), 단추전쟁,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코스모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

그 시절(20몇년 전) 이런 책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요즘와서 많은 이들이 읽고 스테디셀러가 되는 걸 보면서 나는 마치 내가 이 책의 작가라도 되는 양 속으로 흐뭇해하곤 한다.(난 역시 보는 눈이 있어..... 이러면서 말이다)

이 책, 끝없는 이야기를 난 두권을 가지고 있다. 비룡소판과 문예출판사판으로.

문예출판사 것은 차경아 번역본인데 내가 어릴 때 읽은 것과 같은 것이고 비룡소판은 허수경 번역이다.

번역에는 문외한이라 어느 것이 낫다는 말은 못하겠고 각각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차경아 번역본은 말투가 고풍스럽고 옛맛이 나는 말을 많이 쓰나 번역투의 말투가 종종 거슬린다.(어렸을 땐 이것도 멋있었다)

허수경 번역본은 문장이 간결하다. 좀 더 구어체의 문장을 사용한다.

가격은 문예출판사 것이 훨씬 싸고, 디자인과 양장은 비룡소가 낫다.

(이런, 본론은 시작도 안했는데 이렇게 길어져 버렸네........)

그럼 본론.

이 이야기는 뚱뚱하고 못난 소년 바스티안이 <끝없는 이야기>란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빠져들어가 결국은 책 속의 세계 '환상계'에 들어가게 되고 위기에 처한 환상계를 구하며 우여곡절 끝에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예를 들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라는 명제를 좇아 환상계에서 자신의 소원을 따라 여행하는 바스티안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우리 내면의 진실한 소원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해준다.

바스티안은 처음엔 미모를, 힘을, 다른 사람이 바치는 존경을, 권력을 얻고 싶어했으나 이 공허한 소원을 다 거친 후에 결국은 타인과의 조화를, 위로받고 사랑받기를, 궁극적으로는 사랑하기를 소원하게 되고 그 소원 덕분에 환상계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완벽한 진실이다. 어렸을 때는 그걸 몰랐다. 이야기의 결말이 사랑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속으로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해한다. 모든 이야기가 사랑으로 끝날 수 밖에 없음을. 모든 종교가 사랑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음을.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니까.(이제는 이해는 하는데 실천을 못해서 그것이 괴로울 뿐)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인류가 쓰고 말해온 이야기들 전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끝없는 이야기이며 사람들은 거기서 생명의 물을 길어 자신과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이 이야기는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환상계를, 끝없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무미건조한 인간이 되지 않기를, 또 헛된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방황하는 길잃은 황제가 되지 않기를 소원하며 책을 덮는다.

근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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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2004-08-0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크노프는 왜 출판을 안하는거야? 앙???
 
천사가 된 비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41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이은선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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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짝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한 소녀는 어떤 정신적 변화를 겪게 될까?

이 책은 제이드라는 소녀가 친구의 죽음으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다가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거운 주제인데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 게 이 작가의 능력인가보다.

심각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2.

죽은 친구 비키는 살아있을 때도 제이드를 꼼짝 못하게 하는, 어찌보면 제멋대로인 친구였는데 죽어서는 유령이 되어  따라다니며 제이드가 새친구를 사귀거나 공부를 하거나 행복하게 지내려고 할 때 사사건건 방해를 한다. "나는 죽었는데 니가 행복해도 되는거야?" 라며.

아마 이 유령은 제이드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허상일 것이다. 유령이 된 비키를 만나고 싶어하면서도 여기서 벗어나려는 제이드의 노력, 도와주려는 어른들의 관심, 그런 와중에도 딸보다는 자기자신들의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부모님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3.

뭔가가 내 맘에 들지 않는다.

* 문체와 스토리 전개 방식 등이 헐리우드의 틴에이저 영화들을 생각나게 한다.

* 따뜻함이 부족하다.

*그럴 수 있겠다고 공감은 가나, 매력적이거나 읽고난 후 감동을 주진 않는다.

 

4.

이 작가가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 다음으로 영국에서 인기있는 동화작가라는데

나는 그 1,2위가 다 탐탁치 않으니 영국과는 영 가까이 하기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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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은 사고뭉치 동화는 내 친구 7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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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좋아하는 린드그렌 할머니의 저학년용 동화

 

2.

실제로 내가 만나는 개구쟁이들, 사고뭉치들은 정말 미운데 책에서 만나는 개구쟁이들은 왜 이리 귀엽고 이쁜 걸까. 그건 아마도 린드그렌 할머니가 어린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담아 봐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할머니의 눈으로 아이들을 보면 나도 잠시 착한 어른이 된다니까.

 

3.

제일 웃겼던 에피소드.

에밀은 수프단지에 머리를 박고 수프를 먹다가 단지가 머리에 끼어버린다. 엄마는 단지를 깨자 하지만 아빠는 단지는 4크로나, 진찰료는 3크로나라며 의사에게 가자한다. 그러자 엄마 생각하기를 '남는 1크로나로 뭘하지?'

병원에 가서 에밀이 의사에게 인사를 하다 단지가 책상에 부딪혀 깨진다. 아빠,"4크로나 버렸군"  의사"무슨 소리, 진찰료는 5크로나인데, 1크로나 번 거지"  엄마 "우리가 1크로나를 벌었어요. 그걸로 뭘사죠?" 아빠 "사긴 뭘, 저금해야지. 에밀이 1크로나 벌었으니 에밀에게도 용돈을 줍시다"

정말 유쾌한 가족 아닌가? 인생의 셈은 이렇게 하는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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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네버랜드 클래식 12
진 웹스터 글 그림,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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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생각에 모든 순정만화는 신데렐라 아니면 키다리 아저씨가 그 원조이다.

주인공이 청순가련에 고생 무지하고 주위의 구박을 받다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신데렐라.

주인공이 명랑쾌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이 뒤에서 도와주는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은 주위에 있는 누구다, 나중에 그와 사랑에 빠진다 - 키다리 아저씨.

때로는 저 둘이 섞여 있을 때도 있다.

키다리 아저씨가 순정만화의 원조가 되는 건 그만큼 그 이야기가 여자애들의 심리와 희망사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일거다.

 

2.

주디는 어찌보면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주관이 뚜렷한 소녀다.(처녀인가?) 그럼에도 밉지 않은 건 너무 솔직하고 위선적이지 않고 자기 장점과 단점을 잘 알면서 그걸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자기 단점을 인정하거나, 장점을 드러내면서도 잘난척하거나 겸손한척(둘 다 싫다) 하지 않기가 참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이런 인물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디와 비슷한 여러 여주인공들이 떠오른다. 빨강머리 앤, 캔디, 폴리아나..... 틴에이저 시절에 동경하며 읽었던 책들....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고 에너지가 충만한 여자애들....

 

3.

완역본으로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는 점진적 사회주의자다. (옛날 책엔 이거 없었다. 사회주의자=빨갱이 이던 시절에 아마 번역하면서 빼먹었을 것이다)

주디는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시절에 신식교육에 눈을 뜬, 말하자면 신여성이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작가의 정치적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주디는 다 큰 처녀였다.(난 지금까지 주디가 중고등학생 쯤 되는 소녀인줄 알았다. 내가 읽었던 옛날 책이라고 해서 나이를 틀리게 번역했을 리는 없고 이건 아마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주디를 동일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4.

나이 들어서 읽으니 다소 만화 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완역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새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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