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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돌고래 섬 ㅣ 힘찬문고 13
스콧 오델 지음, 김옥수 옮김, 김종도 그림 / 우리교육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1.
매우 처절한 이야기를 매우 무미건조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더 처절하다.
2.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이야기의 초반에 이방인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부족은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배를 타고 섬을 떠난다. 배 위에서 동생이 타지 않은 걸 알게 된 주인공은 바다에 뛰어들어 섬으로 되돌아간다. 둘이 살다 얼마 후에 동생이 들개에 물려 죽는다. 그 후로 십여년을 작은 섬에서 혼자 산다.
이런 이야기라면 여기에 온갖 분노와 좌절과 슬픔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언어가 등장해도 과장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달이 뜰 때쯤 동굴을 떠났다. 계곡을 지나 언덕 세 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않고 동생 옆에 앉아 있었다. 죽은 동생에게 맹세했다. 야생 개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 원수를 갚겠다고 말이다. 야생 개를 어떻게 죽일까 고민했다. 라모의 생생한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동생이 죽었는데 눈물을 흘렸다는 표현도 없다. 슬펐다는 말도 없다. 생전의 추억이라도 얘기하지, 그것도 없다.
대신 생활에 대한 묘사는 자세하다.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먹을 것은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저장했는지, 무기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나는 거기에 공감이 갔다.(끄덕끄덕) 그럴 수 있고, 그럴 것 같았다. 인간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눈물을 오래 흘리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다 속으로 갈무리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것을 잘 표현해 준다.
그렇다고 이 소녀가 슬프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소녀는 슬펐다고, 외로웠다고 아주 담백한 어조로 말한다.
3.
나는 이 이야기 자체보다 그 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이 소녀는 문명 세계로 구출되어 행복했을까?
푸른 돌고래섬에서 개와 새들과 해달과 우정을 나누며 지낸 것처럼
문명세계의 사람들이 이 소녀를 진심으로 대해 주었을까?
혹시 구경거리가 되진 않았을까?
아무래도 비관적인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