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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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좀더 어릴 때 -10대나 20대 초반-  이 책을 읽었다면 꽤 감동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자아의 신화를 찾기에는 너무 늙어 버렸는지 별 감흥이 없다.

 

2.

작가가 하려는 중요한 말,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것을 비롯하여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교훈적인 말들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몇천년 전에 하신 말씀이 아닌가. 나는 나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글이 싫다. 적어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었다면 이야기와 문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훈은 읽고 난 후 내가 다시 곱씹어보며 느낄 수 있게.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나오는 교훈적인 말들은 마치 생쌀을 씹은 느낌이 들게 한다.

 

3.

세상을 오래 살진 않았지만 세상은 이런 식으로 거하게 신비한 게 아니다. 아주 소소하고, 쩨쩨하고, 보잘것 없으면서 신비한 거다. 자아의 신화란 순례여행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치사한 꼴 다 겪고 그 속에서 한 송이 연꽃을 피워 얻어지는 거다. 작가도 그 점을 모르진 않겠지. 책의 내용은 다만 비유일 뿐일 테니까. 그래도 추함과 더러움이 없는 순수한 주인공의 내면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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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0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느낌이셨군요. 반가워서 덥석 추천했습니다.
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감동했을 것이다 라는 말씀...동감입니다.
그런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언뜻 떠오르지는 않지만...^^;;) 연금술사도 그런 종류였어요.
좀 더 빨리 읽었다면 코엘료 아저씨처럼 멋있을 수도 있었을텐데...ㅎㅎ
보잘 거 없으면서 신비하단 말씀 가슴에 꾹 눌러놓고 갑니다...

깍두기 2004-09-0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참 전에 쓴 글에 댓글이 달리니 왜 이리 반갑고 감사한 겁니까?^^
근데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다 이 책이 좋다고 하여 나는 나혼자 심술쟁이가 된 기분이랍니다ㅠ.ㅠ

돌바람 2005-06-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쩍 추천만 누르고 가려다, 저도 플레져님처럼 반가워서 총총 글자 남깁니다. 만두님이 말씀하신 깍두기님이 님인 모양이어요. 헌책방에서 받아본 책 보고 깍두기님은 좋아하실 거라 하셨더랬는데. 역쉬~~. 저도 코엘료의 책이 별로더라구요. 별로(?) 정도가 아니라 유쾌하지도 그렇다고 정면으로 그게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더라구요. 님이 말한 1, 2, 3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기분 좋네요. 후,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또 뵐께요. 첫인사를 대신합니다. 리뷰 밑에 첫인사를 몇 남겨봤는데, 시간 지난 리뷰는 또 안 보는 모양이어요. 괜히 님은 보실 것 같아, 그러면 얼마나 반가울까 인사하고 갑니다.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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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이 좋았고, 내가 산 책을 주위 사람들이 먼저 읽었는데 아주 괜찮다고들 하길래 기대를 많이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나친 기대는 책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작가의 시도는 아주 새롭고 특히 주인공이 서술하는 형식은 아주 효과적으로 주인공의 경험을 간접경험하게 해준다. 어눌하고 순진한 정신지체자의 말투에서 지적 천재의 말투, 다시 정신지체자로 돌아가는 과정이 내용 뿐 아니라 글을 서술하는 방식, 맞춤법의 변화 등으로 확연히 나타나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가 후기에 언급한 모티브 <나의 교양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든다>가 이 책의 주요한 갈등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평소에 한번씩은 해봤음직한 생각, <똑똑하면 행복할까?>에 대한 대답을 작가가 하려한 것도.

<천재는 되었지만 어느덧 찰리는 예전의 찰리가 아닙니다. 그의 순진무구한 마음까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고독을 느끼고, 의심이 많아지며, 점점 불행해져 갑니다. 세상에는 지식은 많지 않더라도 항상 유쾌하고 멋있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 법입니다. 저역시도 자기의 영악함을 선전하는 사람보다는 그런 이들이 훨씬 매력있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인간에게 과연 많은 지식의 섭렵만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가치라 할 수 있는지 사람들로 하여금 새삼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번역자의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어 찜찜하다. 만일 "행복한 바보로 살래, 고독하고 괴로운 천재로 살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까? 아무래도 난 나중 것을 선택할 것 같아서 말이다.(평소에 아인슈타인이 본 세상을 나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_-)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함에서 오는 행복'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은데...

역자가 말한 뻔한 교훈을 알려주려 작가가 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거라는게 내 생각(아니면 바램)이다. 바보인 찰리도 안쓰럽고 가슴 아프게, 천재인 찰리의 고뇌와 의심도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그냥 느껴질 뿐이다. 천재 찰리와 바보 찰리는 둘이 아닌 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찰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변 사람들의 허위, 가식, 기만, 진실을 나에게 대입해보며 인간에 대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떠올려본다.

**원제 <앨저넌에게 꽃을>을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날들>로 바꾼 것에 반대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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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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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진리는 참 단순한 것이다.  이 시리즈 세권의 제목대로 우리는 모두 돼지이지만 있는 그대로가 참 좋고, 힘든 일들도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의 울림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다르다. 이 책을 따라 곰곰히 내 마음여행을 하고 나면 있는 그대로는 예전에 알았던 있는 그대로가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그냥 아무것도 아니지만은 않다.(뭔 소린지? 하여간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우린 모두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하는데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나머지 불행해지고 불편해지는 것 같다. 살면서 그런 걸 참 많이 느꼈는데 이 책에서 너무 잘 비유를 해 준다. 귀여운 돼지들이 나와서 말이다.

모든 괴로움은 나자신이 만들고, 아무리 괴로운 일도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지나간다. 기대를 안하면 실망도 없다.

어쨌든 맘 편히 쉽게 읽을 수 있고(만화 무지 귀여움), 읽고나면 세상이 좀더 편안하고 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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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이영아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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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뭐 이렇게 시시한 얘기가 다있어'

정말이지 이 책엔 사건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악당도 없다. 악당은 커녕 어떤 동화에나 있기 마련인 조금은 심술궂은 조연도 없다.

새라 아줌마만 수수한게 아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너무 착하고 그야말로 제목처럼 수수하다.

새라 아줌마는 수수하고 침착하고 조용하나 절대 지루한 인물은 아니다. 내면이 꽉찬 사람이라고나 할까. 실용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씩씩하기도 하다.

애나는 참 속 깊은 소녀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하는 어른스러운 아이이고 자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나 마음 속으론 심사숙고하고 있다.

케이럽도 귀여운 소년이고 아빠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씨 착한 남자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이 아내를 구한다는 광고를 계기로 모여 한달을 지내는 어찌보면 시시한 이야기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구사하는 문체의 힘인것 같다.

너무도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떠날까봐 마음 졸이고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일련의 심리들을 손에 잡힐 듯이 묘사하고 있어 참 신기하다.

책 속에 나오는 새라 아줌마의 편지도 비슷하다. 용건만 간단히, 그러나 따뜻함이 느껴지게.

참 괜찮았다. 이 책을 먼저 본 후배의 말을 빌리면 '잔잔한 호수같은 느낌의 글'이고   어쨌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을 체험하게 한 책이다.

수수하다는 말이 이렇게 좋은 느낌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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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탐정 칼레 1 : 초대하지 않은 손님 동화는 내 친구 2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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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엔가 돌아가신 유쾌한 할머니 린드그렌 여사의 작품, <삐삐>시리즈나 <칼레>시리즈를 보면 나는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한편으로는 죄스럽다.

억울한 이유는 내 어린시절을 그렇게 신나게 보내지 못해서이고, 죄스러운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놀게 해주지 못해서이다.

이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놀아제낀다. 진짜 부럽다.

<삐삐>시리즈의 삐삐를 보자. 이 소녀같지 않은 소녀는 엽기발랄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못생기고 말총머리에 양말은 짝짝이, 일찍 자라고 말해줄 부모님도 안계시나 전혀 아랑곳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온갖 기발한 상상력을 다 동원해 너무도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상상력이 너무 지나쳐 어느 나라 사람들은 다 물구나무 서서 다닌다는 둥, 아르헨티나의 학교에선 하루종일 캬라멜만 먹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캬라멜 껍질을 까준다는 둥 하는 소설같은 거짓말도 태연자약하게 해댄다. 아빠는 식인종의 왕이고, 커다란 가방에 금돈이 가득한 부자이며, 쇠도 구부릴 수 있는 이 천하장사 소녀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어린이들의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판타지에 가깝다.

 그에 비에 <칼레>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이다. 조그맣고 조용한 마을에서 범죄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일이 생기면 메모를 하는 자칭 명탐정 소년. 그렇다고 해서 이 소년이 추리력이 뛰어난 샤프한 학구형은 절대 아니다. 사실 이 소년은 탐정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마을 아이들과 편을 짜서 하는 전쟁놀이, 서커스 등 매일매일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노느라고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이 마을의 세 어린이들(상대편까지 센다면 여섯이다)이 매일 벌이는 <장미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거의 배가 아플 지경이다. 나는 왜 어렸을 때 이렇게 재밌게 못 놀았을까, 이렇게 신나게, 필사적으로 놀면서 보낸 이 아이들의 유년은 얼마나 충만할까.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생각하면 우린 정말 큰 죄를 짓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렸을 때 내 남동생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본부>를 짓고 동네 뒷산을 자기이름을 따서<**이산>이라고 명명해 놓고 상대편 아이들과 전투를 벌이곤 했는데 아마 동생이 이 책을 본다면 옛날 생각이 날 것 같다.(그리고 나보단 덜 억울하겠지)

눈부신 여름 햇살과 아이들의 땀냄새,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심장소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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