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9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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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이후 한참 잊고 있었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우연히 다시 잡게 된 건 2002년도의 일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 뒤로 매년 적어도 100편 이상의 이쪽 장르 책을 읽고 있는데 2006년 현재의 모습을 보면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이제는 하루에도 수 권씩 쏟아져나오는 번역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에 치어 생활이 안 될 정도고, 나를 비롯한 소수의 골수 미스터리 마니아들만이 모여서 토론과 감상을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하던 풍경도 어린 학생들부터 주부, 노인(?)층까지 미스터리가 일반 독자들에게 대폭 확대되면서 더이상 소수의 전유물만은 아니게 되었다. 미스터리 장르가 더 확대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풍요에 감동을 금할 수 없으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런 미스터리 활황(?)에 국내 작가들의 기여가 거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리 많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 쏟아져나오고 인구에 회자되도 그것은 국내 미스터리 작가와는 무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국내 미스터리 작품들은 한정적인 지면에 단편 몇 편만이 간신히 게재되는 수준이고 그 완성도도 거르고 걸러 들어온 외국의 뛰어난 작품들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번역 미스터리의 융성과 창작 미스터리의 몰락이라는 양극화된 현실에서,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신선한 내용으로 창작 미스터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줄 작품을 기다려온 것은 비단 본인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최혁곤 작가의 <B컷>이 비록 그간의 모든 침체를 한 방에 날려줄 천의무봉의 걸작은 아니라지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만듦새를 보이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기존의 추리문단에서 나왔다는 것이 가장 반갑다. 최혁곤 작가는 김성종 작가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으로 김성종-이상우-백휴 작가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추리문단의 직계라고 볼 수 있다.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 더 이상 그럴듯한 작품을 써낼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심심찮게 들었던 기존 추리문단에서 이 정도 작품을 내놓은 것은 한국 추리작가들의 '실력'을 무시한 독자에 대한 통쾌한 크로스카운터다.

 

그렇다면 <B컷>이 도대체 뭐길래 점잖은(?) 한 미스터리 마니아를 이렇게 흥분시켰는가? 이 작품은 한 마디로 킬러와 전직형사의 대결 구도로 요약된다. 이렇게 보면 정의로운 형사와 임무 수행에 철저한 프로 킬러의 싸움이라는 수백 번도 더 재탕된 닳고 닳은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집요하게 파고드는 내면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전형성의 함정을 피해간다. 무엇보다 여러 영화와 소설을 통해 익숙해진 킬러와 전직 형사의 성격을 뒤바꿔버림으로써 신선함을 주고 있다. 예컨대 킬러는 스물셋의 젊은 여성이다. 일단 성별에서부터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다음 작가는 그녀에게 안타까운 개인사(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배신으로 외딴 뉴욕 땅에서 고아 처지가 된다)를 깔아둠으로써 동정의 여지를 만든다. 강도까지 당해 전재산을 잃고 피흘리는 부상까지 입게 된 그녀는 중국계 프로 살인청부업자 '명'을 만나고 그에게 의지하게 되며 살인기술을 배우고, 곧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살인을 하는 이유는 명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단 하나 뿐이다.

 

그동안 등장했던 킬러들과는 많이 다른 이 아가씨 킬러와 마찬가지로 흔히 정의의 수호자로 등장하곤 하는 형사의 캐릭터도 매우 새롭다. 전직형사 황재복은 비리를 저질러 형사수첩을 날렸으며, 볼품없는 외모에 축 늘어진 뱃살을 매달고 다니며 말끝마다 쌍욕을 달고 사는 천박한 성품의 소유자다. 질나쁜 마초의 대명사격인 남자로 아내와는 강간(!)을 통해 결혼했으며 그나마도 별거 중이고 어린 딸은 우울증이다. 이 위악적이고 거칠고 추례한 사내가 의문의 의뢰를 받아들여 한국에서 세 명을 살해한 정체불명의 킬러의 뒤를 쫓는다. 정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구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이 남자는 끊임없이 비관하며 모든 일에 허무를 느끼는데, 외부의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내면의 성격적 결함으로 파멸을 향해 치달아가는 그리스 비극에 나올 법한 인물이다. 다만 시궁창 버전의 그리스 비극이다.

 

<B컷>은 이 독창적인 두 인물이 짧은 한 꼭지씩 번갈아 등장하며, 쫓고 쫓기면서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결하는 스릴러다. 시종일관 흐린 하늘처럼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끝간 데 없이 암울한 두 남녀의 처지와 심리가 가슴을 아프게 할퀸다. 취재의 흔적이 제법 느껴지는 뉴욕, 서울, 대구, 중국 항주를 오가는 스케일은 뻔한 여관방에서 질리도록 죽어나가는 종래의 한국 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각각 달리는 두 남녀가 맞닥뜨리기까지의 긴장감도 굉장히 좋다. 또한 안정감 있는 문장에 속도감을 겸비하여 지루할 새가 거의 없고, 분량도 알뜰해 늘어지는 부분도 없다. 단지 두 남녀가 대결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맥거핀' 구실만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텔로미어(뭔지는 책을 읽어보시길)'가 모든 이야기의 진상을 하나로 맞춰줄 열쇠였다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최후의 최후까지 소소한 반전들이 이어져 끝까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책을 덮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최혁곤 작가가 1970년생 남자다 보니, 스물셋 처녀보다는 실제로 비슷한 또래인 거친 형사를 더 잘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물론 최혁곤 작가가 실제로 황재복 형사 같은 삶을 살아서 더 잘 그리는 것은 아니겠지만...아니라 믿는다). 여성 킬러가 아무래도 남자 형사보다는 생기가 덜하다는 점이 약간 아쉽고, 총격전이 등장하는 작품답지 않게, 그토록 오래 기대감을 조성했던 두 남녀의 격돌 장면이 평범했다는 것도 불만족스럽다. 좀더 폭발적이고 강렬했으면 어땠을까? 작가에게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과 오사와 아리마사의 <독원숭이>를 권해본다. <B컷>은 간단히 말해 무결점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스릴러로 수준이 굉장히 높다. 외국의 어떤 스릴러와 비교해도 과히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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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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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3번째 사도의 편지>는 종교와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음모를 추적하는 프랑스산 팩션 스릴러다. 이 장르에서 워낙 큰 성공을 거둔 <다빈치 코드>가 있기에 재작년부터 대유행을 타고 있는데, 세상이 하수상하다 보니 사람들이 역사를 액면 그대로 믿지를 못해 그 이면에 무언가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팩션 스릴러가 쏟아지는데 어떤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에 기대려는 음모? 아니면 <다빈치 코드>만은 못한 작품들을 쏟아내 물타기를 하려는 음모? 으음...나까지 음모이론에 빠지고 만 것인가.

 

이 작품을 쓴 작가 미셀 브누아의 이력이 참으로 특이한데 원래 수도원에서 20년간 공부하던 사제란다. 어느날 크게 깨달았는지, 수도원을 뛰쳐나와 가톨릭의 역사와 유래를 파헤치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일단 이 사람이 수도사 출신인데 현재는 그 길을 걷지 않은 데서 독자들은 야, 이 사람이 뭔가 단단히 믿음에 상처를 입었구나, 그간의 믿음이 흔들릴 대단한 어떤 비밀을 알고 있나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성직자 출신 작가가 수도원을 나오면서까지 쓴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들여다보자.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한 꼭지씩 병행된다. 먼저 현재는, 가톨릭에 기반해 발전을 영위해온 서양 역사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편지의 비밀을 알자마자 살해된 안드레이 신부가 등장한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제자격인 닐 신부는 안드레이 신부가 남긴 메모를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결국 진실에 닿게 된다. 다음 과거는 '최후의 만찬' 당일의 이야기부터 중세 성당 기사단까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스케치한다. 최후의 만찬 당시 예수의 제자는 12명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이 책에 따르면 가장 사랑받는 제자가 따로 있었단다. 그 13번째 사도는 권력욕으로 점철된 나머지 사도들과는 달리 예수의 참모습을 간직하고 그 진짜 얼굴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한다. 당연히 닐 신부와 13번째 사도는 각각 탄압을 받게 된다.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그간의 모든 질서가 송두리째 파괴되고 교회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되니까. 온갖 위험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수호하는 과거와 현재의 두 사람이 멋들어지게 겹친다.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스터리/스릴러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작품이라면 긴박한 위험에서 비롯되는 스릴과 여러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그럴 듯한 추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작가 미셀 브누아가 전문적인 스릴러 소설가는 아니다보니 이런 점에서는 많이 아쉽다. 단서는 대부분 우연에 의해 발견되고, 진실의 추적자 닐 신부를 향한 죽은 안드레이 신부의 안배는 너무 완벽해 사실 별로 고생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정보가 닐 신부의 손에 들어온다. 두 명의 킬러를 비롯해 어마어마한 단체들이 닐 신부를 추적하지만, 그는 초반부에 잠깐 생명의 위험을 겪을 뿐 그다지 위급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인물들의 행동도 지적 두뇌회전을 강조하는 이런 류의 소설에서 필수적인 '그럴싸함'이 빠져 있다. 왜 이 인물이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계속 피어올라, 논리성과 정합성 면에서도 점수를 줄 수 없다. 사소한 예를 들어보자.

 

"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방안을 서성거리던 그는 사제들이 옷장으로 사용되는 선반 위에 귀한 종이를 올려놓은 뒤 복도로 나갔다. 설마 몇 분 간 자리를 비운 사이 누가 그의 방을 방문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닐은 잰걸음으로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성서학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첫 번째 서가에서 콥트어-영어 어원학 사전을 찾아냈다. 사전을 들고 <유령>에 기입하자마자 얼른 방으로 돌아왔다. 심장이 심하게 고동쳤다. 그 중요한 종이는 그가 놓았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저녁 예배를 알리는 첫 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사전을 책상 위에 놓고 수도복의 안주머니에 복사본을 집어넣은 후 교회로 내려갔다..."

 

이 장면을 보면 그 '귀한 종이'를 처음부터 수도복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방법이 있는데 굳이 떨면서 선반 위에 종이를 올려놓을 필요가 있나.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집중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팩션 스릴러로서 치밀함과 긴장감이 상당히 부족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알려지지 않은 종교사를 많이 공부한 사람답게 과거의 이야기는 몰입감이 제법이다. 야심가 베드로와 가련한 유다, 성인에 가까운 13번째 사도 등 인물의 면면은 기존 역사와 상당히 다르면서도 웬지 그럴 법하다는 믿음을 주며, 그 말 많고 탈 많은 13번째 사도의 편지가 로마와 마호메트, 성당 기사단 시대를 거쳐 이스라엘 전쟁의 와중에서 바티칸으로 흘러가는 과정은 드라마틱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묘사된 현대 바티칸의 높은 사제들이 자행하는 온갖 악행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2000년 넘게 교회의 수장으로 자리하면서 얻은 부와 권력, 그걸 놓치고 싶지 않은 건 인지상정이겠기에 계략과 폭력을 앞세워 진실을 묻어두는 그들의 모습은 제법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짜릿한 팩션 스릴러로서는 실격이지만, 흥미로운 역사 종교소설 혹은 종교 비판소설로는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잡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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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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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의 책장을 끝까지 덮고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공포작가 10인의 짧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이 단편집의 수준이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다. 작가 연보를 보면 대부분 70년대 후반생으로(단 두 명만이 예외인데,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호호) 상당히 젊은 편인데 다들 내공이 만만찮았다. 실제로 인쇄된 책을 발간한 작가는 몇 명 되지 않고, 아마도 공포소설 마니아로 출발해 인터넷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맞아 처녀작을 싣게 된 신진작가들이 많은 셈인데, 조성면 교수의 해설에 실린대로 마니아에서 작가로 성공적인 확대재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공포소설의 전망이 몹시 밝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편집의 포문은 [몸]이라는 인간의 신체를 소재로 한 공포연작 단편집을 낸 김종일 작가의 <일방통행>이 연다. 집은 없어도, 빚을 내더라도 자동차는 가져야 대접받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 많은 차들이 좁은 도로에 몰려 아수라장을 이루는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차로 인해 주인공이 겪는 온갖 짜증나는 상황들에 너무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작품으로 도로야말로 가장 공포스런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평범한 한 인간이 자동차를 타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로 점점 정신의 균형을 잃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는 수작 단편.

 

[은둔]은 권정은이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우발적으로 형을 죽이게 된 남자가 방 안에 은둔해 살고 있다. 형의 죽음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 상태에서, 마침내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한 남자가 방문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한 편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다. 분위기가 상당히 음산하고 조여오는 공포감이 일품이지만 뻔한 공포소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아 약간 아쉬웠다.

 

신진오의 <상자>는 이번 단편집의 백미이다. 적어도 공포소설 분야에서는 반드시 기억할 만한 작가다. 한 부부에게 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온다.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의 상자라 갖다 버리지만, 어느 순간엔가 집으로 다시 돌아와 있는 상자. 태워도 소용없고, 쪼개도 소용이 없다. 어느 날, 부부간의 불화로 우발적인 살해를 저지른 남편은 아내의 시체를 상자에 넣고 버린다. 상자는 여느 때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지만 그 안에 든 아내의 시체는 어찌 될 것인가, 추측해보기 바란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 결말의 반전까지 깊이 탄복한 작품이다.

 

엄성용의 <감옥>은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여자의 남편이 돌아오자 급하게 침대 밑에 숨은 다음부터 시작되는 짧은 이야기. 인상적인 공포의 한순간이 있지만, 다른 단편들에 비해 그다지 특출난 점은 없다. <들개>는 여성의 시각에서 공포를 그리고 싶다는 우명희의 작품으로 도살장에서 괴물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는 불우한 아이가 살인마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엽기적일 정도의 하드고어 분위기가 돋보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는 없는 것 같다.

 

최민호의 <흉포한 입>은 기괴한 정신병을 얻게 된 치과의사를 더욱 기괴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야기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고, 누구나 겁을 내고 두려워하는 치과치료에서 신체훼손의 모티브를 얻어 직접적인 공포감을 주고 있다.

장은호의 <하등인간>은 결말을 제외하면 공포소설이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SF의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들. 그들은 모든 인간의 머리에 특별한 통을 씌워 소재지를 파악하며 지배의 도구로 삼는다. 대학가에서는 저항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연이어 벌어지는데...

 

<아내의 남자>는 한국의 스티븐 킹, 이종호의 작품이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한마디로 이중인격)를 바탕으로 잘난 아내에 대한 의처증과 불륜 드라마를 섞어 아주 흡입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보면 더욱 공포스러워지는 결말이 흥미롭다. 뻔한 불륜 소재로도 볼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모텔 탈출기>는 박동식 작가의 작품으로 이번 단편집에서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상황은 엽기적이고 끔찍하나 묘하게 희극적인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원조교제를 하러 모텔에 들어온 남자. 그런데 여자애가 욕실에서 미끌어져 저 혼자 죽어버리고, 출세가도가 보장된 남자는 난감해진다. 결국 남자는 여자애를 해체해 들고나갈 결심을 하는데...남자의 고생담은 정말이지 눈물 겨울 정도로, 이게 상상해보면 상당히 끔찍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키득거리게 만드는 일종의 코믹 엽기 고어 호러로 작가의 재기가 돋보인다. 살짝 결말을 알려준다면 남자는 결국 모텔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의외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란다.

 

[팔란티어]로 굉장히 유명한 김민영 작가도 의학 공포소설로 참여했다. 그러나 사실은 로빈 쿡 류의 메디컬 스릴러에 가깝다. 짧은 분량에도 상당한 완성도가 엿보이는데, 조금 길게 늘여 장편으로 써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수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창조하며 신의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지 이 작품에서 만나보시길. 깊고 푸르고 공허한 결말이 일품인 암울한 이야기.

 

이상으로 열 편을 대강 살펴보았다. 단언코 작품들의 수준은 가장 못한 것도 일정 이상의 질을 담보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준들이 높다. 물론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들은 <일방통행> <상자> <아내의 남자> <모텔 탈출기> <깊고 푸른 공허함>이지만 다른 단편들도 못지않다는 이야기다.  직접 읽어보고 베스트를 꼽아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그리고 출판사에서는 이런 뛰어난 공포 단편선을 매년 여름마다 이어나가, 이제 막 불길이 지펴지고 있는 공포소설 시장에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불러모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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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6-12-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내일 뵙겠군요. ^^ 내일 책들 들고 갈께요~

jedai2000 2006-12-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이따 봐요. ^^ 그런데 책이라뇨? 아, <반도에서 나가라> 말씀하시는요. ^^
 
잘린머리 사이클 -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1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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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스타일이 없는 화가.

지향점에 도달한 학자.

맛을 정복한 요리사.

경지를 초월한 점술가.

전세계 해커의 최고봉.

 

5명의 천재가 젖은 까마귀 깃 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을 가진 섬에 모인다. 섬의 주인인 이십대 여성은 어마어마한 재벌가의 영애로 섬에 저택을 짓고 천재들을 초빙해 일종의 살롱을 만든다. 화자이자 탐정 격인 이야기꾼 '나'는 당연히 천재는 아니지만 해커의 최고봉인 쿠나기사의 친구이자 보호자이므로 섬에 합류한다. 섬에서의 4일째, 한 명의 천재가 밀실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고, 5일째에는 또 하나의 목 잘린 천재가 밀실에서 죽었다. 나는 인류 최고의 청부업자(명탐정)가 도착하기 전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천재 쿠나기사와 함께 단서를 모은다. 사건의 진상은 그야말로 충격의 밀실 트릭. 아마도 독자는 진상을 알고나면 무릎을 치며 감탄할 것이다.

 

라이트노벨계 미스터리 작가로서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니시오 이신의 작품이란다. 일명 '헛소리 시리즈'라나. 이 시리즈는 일본에서 누적 350만부가 팔렸다고(띠지 홍보 문구에 적혀 있다) 한다. <잘린머리 사이클>은 헛소리 시리즈의 제1작으로 작가의 대표작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2003년작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신본격 미스터리 이후의 일본 미스터리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나를 파악하기에 좋은 자료가 될 만한 작품이다.

 

23회 메피스토 수상작이라는데, 제1회 수상작인 모리 히로시의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메피스토 상 설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장기인 장광설과 현학적인 대사들이 <잘린머리 사이클>에도 여지없이 등장하며, 모리 히로시 특유의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트릭 지향적인 자세 역시 고스란히 이식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2000년대 이후의 신인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역시 언급한 두 작가인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리 히로시와 교고쿠 나츠히코, 두 작가 모두 비현실적인 세계관과 트릭에 기대고 있으며, 뭐라 말할 수 없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는 세대에게 두 작가가 추구하는 현실에 발을 전혀 딛지 않는 허구의 세계가 제법 구미에 맞기 때문일까. 니시오 이신은 1981년생으로 전형적인 게임/애니메이션 세대이다. <잘린머리 사이클>의 주인공인 쿠나기사는 아무 설명도 없이 파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등장인물들은 일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금발에 벽안이다. 이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캐릭터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설정이다. 도통 현실과는 무관한 세계에서, 마치 구름 타고 노니는 듯 신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해 무슨 신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과 설정이 유치하고 처음부터 구미에 맞지 않는 독자라면 <잘린머리 사이클>을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좀더 넓게 가지고 끝까지 읽어 내려가다보면 의외로 그럴싸한 밀실 트릭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두번째 밀실트릭이 백미인데,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할 리 없겠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근사한 트릭이다. 작가 니시오 이신의 장편 2개, 연작 단편 2개를 읽어봤는데, 이 친구는 어떤 이야기를 써도 미스터리의 트릭을 구사하는 등 자신이 '미스터리 작가'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 반갑다(심지어 마법사가 등장하는 단편에서도 사건을 미스터리 소설의 논리로 해결한다). 더구나 미스터리 소설을 무척 애독하는 듯 그 장르의 고유한 규칙을 언급하며 이리저리 비틀고 노는 게 특히 더 귀엽다. 심지어 이 작품의 분위기와 범인의 정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아주 유명한 작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니까.

 

나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다. 신본격 무브먼트 이후의 본격 미스터리(네오 본격쯤으로 불러야 하나)가 지향하는 트릭도 흥미로웠으며, 교고쿠 스타일의 장광설, 망상, 상념, 요설...한 마디로 헛소리가 줄기차게 지껄여지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직 여러모로 완성될 부분이 많은 작가기에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곤란하겠지만 두번째 밀실트릭의 기발함 만으로도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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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12-12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알록달록해서 만화책인 줄 알았어요 ^^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니 바로 '그' 작품인가요?
무척 좋아하는 작품인데 기대되네요 ^^

oldhand 2006-12-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생각도 없었는데 제다이 님이 이리 평을 하시니 솔깃해 집니다.

jedai2000 2006-12-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제가 좋아하는 키티 캐릭터를 사용하시는 키티님..^^ 만화를 주로 냈던 학산에서 내서 더 그런 느낌을 받으시나 봅니다. 사실은 일본 내 원작 표지랑 같아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 작품 (힌트는 섬이라는 거^^)과 약간 비슷해요.

올드핸드님...제 생각에 우리(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인 듯 해요. 자, 이제 넘어가주세요. ^^
 
사라진 마술사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군: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구만.
강군: 아직 한 시간은 더 걸어야 돼.
공군: 제길. 술값 내느라 차비도 없어서 이게 왠 고생이냐. 뭣보다 담배값도 없는 게 가장 비참하다.
강군: 이봐. 와트슨. 자넨 모르는군. 그저 볼 뿐이지 자넨 관찰을 안 하는 거야.
공군: 미쳤군. 니코틴 금단 증상으로 마침내 돌아버렸구나.
강군: 후후. 과연 그럴까. 내 자네를 담배의 신천지로 안내하지.
공군: 담배만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강군: 호오, 그 정도인가. 생각을 해보세. 어디가 가장 주워 피울 만한 장초가 많은지를...뻔하지. 나는 안다네. 그간 관찰을 많이 했었거든. 자, 생각해보게. 담배가 가장 땡기는 곳이 어디일까. 그곳은... 버스정류장이네. 우리나라 버스는 제 때 오는 법이 없지.
공군: 그렇지.
강군: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레 담배가 생각나고 한 대 빼어물면 신기하게 버스가 바로 와. 그러면 거의 불만 붙인 담배를 땅바닥에 버리게 되지. 담배들고 탈 순 없잖아. 아까워도 버려야지. 자, 여길 보게. 이 버스정류장 바닥을...장초의 보고 아닌가.
공군: 오옷! 홈즈. 역시 자네 뿐이야.




강군: 자, 장초를 7개나 주웠으니 이제 길을 가볼까.
공군: 갈 길은 멀고 날은 이미 저물었으니 최근에 읽었던 책 이야기나 해봐라.
강군: 갑자기 왜?
공군: 너의 추리소설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은 잘 가더라. 아무 생각 안 해도 되고.
강군: 최근에는..음..제프리 디버의 <사라진 마술사>를 봤지.
공군: 처음 듣는 작가네.
강군: 너가 아는 작가는 누구냐?
공군: 이광수, 염상섭, 이상, 나도향
강군: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끊겼구만.
공군: 고등학교 때 책을 너무 열심히 봐서 졸업하니까 읽기 싫더라구.



강군: 제프리 디버는 반전으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지.
공군: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나 보군.
강군: 전쟁 반대하는 반전이 아니라 뒷통수 치는 반전 말이다.
공군: 오, <식스 센스> 같은 반전.

강군: 그렇지. 제프리 디버는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 라임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통해 일약 유명해졌지. 라임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본 컬렉터>는 영화화도 됐고.
공군: 그 영화는 나도 봤다. 주말의 명화에서.
강군: <사라진 마술사>는 라임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마술의 트릭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신출귀몰한 마술사와 링컨 라임 팀의 대결을 그리고 있지. 라임 팀에는 라임의 공적,사적 파트너인 아멜리아 색스와 간호사 톰, 민완형사 론 셀리토와 롤랜드 벨, 변장의 명수 프레드 델레이 등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델레이는 안 나와. 악당 마술사도 변장의 달인인데 장기가 겹치잖아.
공군: 오오~ 또 신들렸다. 계속 풀어봐라.




강군: <사라진 마술사>를 보고 든 생각은 마술사야말로 스릴러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악당이 아닐까 하는 거였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마술사 악당 말레릭은 몇 초만에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수갑도 따고, 물리적 심리적 미스디렉션으로 상대를 현혹하는데 아주 기가 막힌다.
공군: 미스디렉션이 뭐냐? 디렉션 양이냐?
강군: 죽어라 임마. 미스디렉션은 missdirection으로 상대의 주의를 교묘하게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 틈을 이용해 마술을 펼치는 걸 말하지. 못하는 마술이 없는 초일류 마술사를 맞아 링컨 라임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심사란다.
공군: 재미있겠다.
강군: 제프리 디버는 항상 기본 이상은 가. 자료 조사도 꼼꼼하고, 플롯도 알차게 잘 엮고, 무엇보다 최후의 반전 한 방으로 독자를 넉다운시키는 수법이 일품이야. 그런데 링컨 라임 시리즈가 다섯번째가 되다 보니까 긴장감이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 이번 작품에서는 링컨 라임이 불에 타 죽기 직전까지 가지만, 시리즈 주인공이 설마 죽겠냐 하는 생각이 드니까 긴장이 안 되지.
공군: 하긴 그렇겠구나.
강군: 링컨 라임은 워낙 증거에만 몰두하는 사람이고, 파트너 아멜리아는 명사수에 스피드광으로 활동적인 경찰인데 라임이 증거를 조사한다면, 아멜리아는 증인을 관찰하지, 마음과 마음을 열고 말야. 이런 대비는 이번 작품에서부터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데 참 좋은 것 같아. 증거와 증인을 각각 수사하는 두 경찰이라는 설정은 작품이 더 풍부해지는데 일조를 하는거지.



공군: 라임 시리즈는 제법 관심이 가는구나.
강군: 내가 꼽는 순위는 시리즈 제2작 <코핀 댄서>가 1등이고, 제3작 <곤충소년>이 2등, 그 다음이 <사라진 마술사>다. <사라진 마술사>는 라임이 최종적으로 범인의 진짜 정체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맞추는 과정에서 약간 치밀함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임이 갖고 있던 단서만 가지고 그 모든 것들을 유추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다 알아채는 게 조금 그러네.
공군: 잘 알겠다.
강군: 아무튼 정말 재미있다. 시리즈 순서대로 봐도 좋고, 이것만 봐도 재미있을 거야. 워낙 마술사의 활약이 대단하니까. 연쇄살인부터 탈옥, 마술쇼와 미스디렉션까지 난리도 아니지. 물론 뛰는 마술사 위에 나는 링컨 라임이 있지만 말야.
공군: 꼭 보기로 결심했다.
강군: 봐라. 안 말린다.



공군: 그나저나 이야기 많이 했는데 목타지 않냐? 맥주 한 잔 할까?
강군: 돈 없어서 걷고 있는 거 기억 안 나냐.
공군: 에이, 왜 그래. 저번에도 보니까 양말에 만원 숨겨놨더만.
강군: 오늘은 진짜 없어.
공군: 뒤져서 나오면 내 꺼.
강군: 이게 왜 이래. 없다면 없는거지.
공군: 어, 이거 있는데. 분명 있어.
강군: 어딜 손을 대. 변태자식아.
공군: 나오기만 해봐.
강군: 야, 비켜! 버스 온다!



공군: 야, 왜 울어?
강군: 방금 전 버스 옆 광고판에 서지혜가 있었다. 음료수 광고.
공군: 난 못 봤는데.
강군: 서지혜 관련 동체시력 3.0이다. 분명 인연인게야. 이런 상황에서 서지혜를 보다니. 기분이다. 내가 맥주 한 잔 쏜다!
공군: 너 이 놈. 있었구나.
강군: 맥주 마시러 가자! 첫 잔은 서지혜를 위한 원샷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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