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술사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군: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구만.
강군: 아직 한 시간은 더 걸어야 돼.
공군: 제길. 술값 내느라 차비도 없어서 이게 왠 고생이냐. 뭣보다 담배값도 없는 게 가장 비참하다.
강군: 이봐. 와트슨. 자넨 모르는군. 그저 볼 뿐이지 자넨 관찰을 안 하는 거야.
공군: 미쳤군. 니코틴 금단 증상으로 마침내 돌아버렸구나.
강군: 후후. 과연 그럴까. 내 자네를 담배의 신천지로 안내하지.
공군: 담배만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강군: 호오, 그 정도인가. 생각을 해보세. 어디가 가장 주워 피울 만한 장초가 많은지를...뻔하지. 나는 안다네. 그간 관찰을 많이 했었거든. 자, 생각해보게. 담배가 가장 땡기는 곳이 어디일까. 그곳은... 버스정류장이네. 우리나라 버스는 제 때 오는 법이 없지.
공군: 그렇지.
강군: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레 담배가 생각나고 한 대 빼어물면 신기하게 버스가 바로 와. 그러면 거의 불만 붙인 담배를 땅바닥에 버리게 되지. 담배들고 탈 순 없잖아. 아까워도 버려야지. 자, 여길 보게. 이 버스정류장 바닥을...장초의 보고 아닌가.
공군: 오옷! 홈즈. 역시 자네 뿐이야.




강군: 자, 장초를 7개나 주웠으니 이제 길을 가볼까.
공군: 갈 길은 멀고 날은 이미 저물었으니 최근에 읽었던 책 이야기나 해봐라.
강군: 갑자기 왜?
공군: 너의 추리소설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은 잘 가더라. 아무 생각 안 해도 되고.
강군: 최근에는..음..제프리 디버의 <사라진 마술사>를 봤지.
공군: 처음 듣는 작가네.
강군: 너가 아는 작가는 누구냐?
공군: 이광수, 염상섭, 이상, 나도향
강군: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끊겼구만.
공군: 고등학교 때 책을 너무 열심히 봐서 졸업하니까 읽기 싫더라구.



강군: 제프리 디버는 반전으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지.
공군: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나 보군.
강군: 전쟁 반대하는 반전이 아니라 뒷통수 치는 반전 말이다.
공군: 오, <식스 센스> 같은 반전.

강군: 그렇지. 제프리 디버는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 라임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통해 일약 유명해졌지. 라임 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본 컬렉터>는 영화화도 됐고.
공군: 그 영화는 나도 봤다. 주말의 명화에서.
강군: <사라진 마술사>는 라임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마술의 트릭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신출귀몰한 마술사와 링컨 라임 팀의 대결을 그리고 있지. 라임 팀에는 라임의 공적,사적 파트너인 아멜리아 색스와 간호사 톰, 민완형사 론 셀리토와 롤랜드 벨, 변장의 명수 프레드 델레이 등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델레이는 안 나와. 악당 마술사도 변장의 달인인데 장기가 겹치잖아.
공군: 오오~ 또 신들렸다. 계속 풀어봐라.




강군: <사라진 마술사>를 보고 든 생각은 마술사야말로 스릴러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악당이 아닐까 하는 거였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마술사 악당 말레릭은 몇 초만에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수갑도 따고, 물리적 심리적 미스디렉션으로 상대를 현혹하는데 아주 기가 막힌다.
공군: 미스디렉션이 뭐냐? 디렉션 양이냐?
강군: 죽어라 임마. 미스디렉션은 missdirection으로 상대의 주의를 교묘하게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 틈을 이용해 마술을 펼치는 걸 말하지. 못하는 마술이 없는 초일류 마술사를 맞아 링컨 라임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심사란다.
공군: 재미있겠다.
강군: 제프리 디버는 항상 기본 이상은 가. 자료 조사도 꼼꼼하고, 플롯도 알차게 잘 엮고, 무엇보다 최후의 반전 한 방으로 독자를 넉다운시키는 수법이 일품이야. 그런데 링컨 라임 시리즈가 다섯번째가 되다 보니까 긴장감이 어쩔 수 없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 이번 작품에서는 링컨 라임이 불에 타 죽기 직전까지 가지만, 시리즈 주인공이 설마 죽겠냐 하는 생각이 드니까 긴장이 안 되지.
공군: 하긴 그렇겠구나.
강군: 링컨 라임은 워낙 증거에만 몰두하는 사람이고, 파트너 아멜리아는 명사수에 스피드광으로 활동적인 경찰인데 라임이 증거를 조사한다면, 아멜리아는 증인을 관찰하지, 마음과 마음을 열고 말야. 이런 대비는 이번 작품에서부터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데 참 좋은 것 같아. 증거와 증인을 각각 수사하는 두 경찰이라는 설정은 작품이 더 풍부해지는데 일조를 하는거지.



공군: 라임 시리즈는 제법 관심이 가는구나.
강군: 내가 꼽는 순위는 시리즈 제2작 <코핀 댄서>가 1등이고, 제3작 <곤충소년>이 2등, 그 다음이 <사라진 마술사>다. <사라진 마술사>는 라임이 최종적으로 범인의 진짜 정체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맞추는 과정에서 약간 치밀함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임이 갖고 있던 단서만 가지고 그 모든 것들을 유추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다 알아채는 게 조금 그러네.
공군: 잘 알겠다.
강군: 아무튼 정말 재미있다. 시리즈 순서대로 봐도 좋고, 이것만 봐도 재미있을 거야. 워낙 마술사의 활약이 대단하니까. 연쇄살인부터 탈옥, 마술쇼와 미스디렉션까지 난리도 아니지. 물론 뛰는 마술사 위에 나는 링컨 라임이 있지만 말야.
공군: 꼭 보기로 결심했다.
강군: 봐라. 안 말린다.



공군: 그나저나 이야기 많이 했는데 목타지 않냐? 맥주 한 잔 할까?
강군: 돈 없어서 걷고 있는 거 기억 안 나냐.
공군: 에이, 왜 그래. 저번에도 보니까 양말에 만원 숨겨놨더만.
강군: 오늘은 진짜 없어.
공군: 뒤져서 나오면 내 꺼.
강군: 이게 왜 이래. 없다면 없는거지.
공군: 어, 이거 있는데. 분명 있어.
강군: 어딜 손을 대. 변태자식아.
공군: 나오기만 해봐.
강군: 야, 비켜! 버스 온다!



공군: 야, 왜 울어?
강군: 방금 전 버스 옆 광고판에 서지혜가 있었다. 음료수 광고.
공군: 난 못 봤는데.
강군: 서지혜 관련 동체시력 3.0이다. 분명 인연인게야. 이런 상황에서 서지혜를 보다니. 기분이다. 내가 맥주 한 잔 쏜다!
공군: 너 이 놈. 있었구나.
강군: 맥주 마시러 가자! 첫 잔은 서지혜를 위한 원샷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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