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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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글에는 슬픔이 묻어난다. 그런데도 공감이 가서 낯설지 않고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그녀에게 빠져들지 않으려 해도 아픔의 어디선가 만나 볼을 비비고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상처를 돌아보고 빠져도 돌아올 곳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삶이란 그러하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알려주는 것일까.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짧은 소설 그것도 경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어떤 이야기일까.

 
 첫 이야기 <아, 사랑한담서?>부터 절로 웃게 된다. 그리고 계속되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 속에서 보이는 일상 속 모습과 사랑 등이 우리네 인생에서 얼마나 값진지 천천히 생각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일은 어쩌면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내 생각만 하느라 잠시의 시간도 내지 못한다. 살면서 문득 깨닫는 순간도 오지만 그때뿐 또 잊어버리고는 한다. 얼마나 반복해야 넘어설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야. 순간순간 잘 살아야 되는 이유지. C선배의 얘기를 듣는데 가슴이 서늘했어. 살아오는동안 어느 세월의 갈피에서 헤어진 사람을 어디선가 마주쳐 이름도 잊어버린 채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때 말이야.
 나는 무엇으로 불릴까? 그리고 너는?
 
 
- 37쪽, 너, 강냉이지! 중에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날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람들을 자세히 쳐다보고는 하는 것이다. 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비슷한 사람을 보면 순간 멈추게 되는데 걸음뿐 아니라 호흡까지 잠시 정지하는듯하다. 그러나 결국은 모르는 사람이라 지나치게 된다. 위의 인용글처럼 우연히도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상대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길을 걷다가, 하늘을 보다가, 차를 마시다가, 사람들 속에서...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이 책의 페이지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인상적이었다. 재미도 있고 여운이 있어서 사람의 체온을 전하는 것 같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 97쪽, 브레히트 시인의「나의 어머니」/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브레히트의 시도 오랜만이지만 지금 읽는 이 시는 나만 나이를 먹는 게 아님을. 그래서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밖에도 매일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딸의 이야기에서 정말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되새겨본다. 이렇듯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이다.
 
 신경숙 작가의 바람처럼 독자도 절로 웃게 된다. 달의 차고 기울어짐처럼 인생도 그러하니 울지 말라고 하는 거 같다. 대신 이번에는 섬세하게 슬픔을 드러내고 빠지게 하지 않고 가볍고 소소하게 그저 들려준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라고 말한다. 순간을 살고 오롯하게 느낀다면 더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간단 서평: 가볍게 웃으며 읽을 수 있지만 일상의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된다. 신경숙의 웃음이 있는 짧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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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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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어 구병모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아가미」는 책표지의 아름다움과 제목 때문에 궁금했었다. 위저드때처럼 환상이 가미된 소설이라고 짐작만 했었는데 역시 그랬고 성장소설이라고 보아도 될듯하지만 확실하게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다. 그 독특함과 분위기도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아가미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혹은 독자가 느끼는 것 때문이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주인공 곤은 태생과 동시에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생활고와 불우한 환경뿐 아니라 보통의 사람과 다른 아가미도 있다. 그 아가미는 호흡의 통로이자 내적이며 동시에 외적인 상처의 흔적이며 타인과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읽고 나서 짠하기도 했던 게 곤을 가장 사랑한 사람은 아마도 강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마음을 전하는 해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곤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 테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들은 모두 하나의 흐름처럼 자신만의 이름으로 흘러간다. 
 
 구병모 작가의 짧은 소설 속 이야기는 여전히 흡입력이 강하다. 짧지만 자세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작가가 참 꼼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동시에 우리네 일상과 조화롭게 엮어놓았다. 그래서 독자가 펼쳐 든 책장에서 물비린내가 나는듯하다. 조금은 원초적이지만 풀내음이 묻어나는 그런 나른한 물비린내.    
 
 그렇다면 왜 아가미일까. 신체의 독특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이런 부분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을까. 그것이 상처나 아픔을 나타내는 것이라 내보일 수 없고 꽁꽁 싸서 감추어야만 하는 어떤 것. 그럼에도 곤의 주위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주려 하듯 누군가는 우리의 아가미를 슬며시 보고도 짐짓 모른척하거나 위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로 받아주는 일.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다. 동시에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삶이 고단한 이유일 것이다.
 
 사실 아가미에 집중해서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쓰게 되었는데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다. 위저드때보다 더 깊어진 느낌이다. 유려한 문체나 비유로 유혹하는 소설이 아니라 재미와 환상, 삶을 물흐르듯 내비친다. 작가의 작품을 두 권 읽고나니 이것이 작가의 방식인가 싶다. 다른 작품도 더 읽어야겠다.
 
 
 
■간단 서평: 매력적인 소설. 재미있고 여운이 있다. 짧아서 아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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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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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추리심리 소설. 매력적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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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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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여러 번 보았다. 제목만 보고 눈(目)인가 했더니 눈(雪)에 대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겨울에 꼭 읽어야겠다고 책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일단 지난주에 이어 추리소설이라는 점 또 두께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잠시 주저했으나 손은 벌써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바쁜 요즘 두꺼운 책을 읽기란 피곤을 동반하는 일이기에. 그러나 결론은 아주 잘 읽었다는 생각이다.
 
 주인공 스밀라는 제목처럼 눈에 대한 감각이 일반인보다 뛰어나다. 아니 일반적으로 눈을 그렇게 심도 있게 느끼고 판단할 일이 없다는 편이 맞는 말일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덴마크 그리고 그린란드.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사야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되며 스밀라는 평소에 친분이 두텁던 아이의 죽음에서 의문을 발견한다. 눈에 담긴 흔적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낀 그녀는 혼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추천사를 쓴 작가 김연수의 말처럼 스밀라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는 눈에 대한 감각 때문만이 아니다. 얼음처럼 서늘해 보이면서도 불같은 심장을 품었으며 사람의 관계에서 보이는 모습도 특이하다. 37살의 고독하고 고요한 여인 스밀라는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두 곳을 장소적으로 아우를 거 같으면서도 섞이지 않고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공간을 떠나 너무도 다른 두 땅. 그린란드의 태초서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에 뿌리박힌 어린 시절의 내면은 그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또한, 도시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자 나름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다. 
 
 삶이 밥 떠먹듯 쉬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스밀라의 내면에는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평온하게 살았던 그녀가 모성을 느낀 소년의 죽음을 캐고자 수면 위로 떠오른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필요 없어 보일 정도로 강인하다. 지적인 면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자연을 품는다. 그리고 사유의 깊이가 남다르다. 그러나 사람과의 끈끈한 유대감은 상당히 적다. 그런데도 인물들과 교감한다. 아니 사실은 우리 대부분도 그녀와 같지 않을까.  
 
 도대체 작가가 어떤 이력을 가졌을지 내심 궁금해서 책표지를 들여다보니 과연 다채롭다. 이해가 되었다. 페터 회라는 작가를 잊지 못하겠다. 소설은 확실히 기존의 추리소설뿐 아니라 문학소설과도 다르다. 묘사하는 방식이 시각적인듯하면서도 근원적이다. 그러나 그 덕에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집중이 잠시 흩어지고는 했다.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부분들 말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바로 진행되지 않고 조금은 느리기 진행되는 초중반까지는 감각적인 부분처럼 인상적인 부분이 많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당분간 이런 소설은 못 만날 거 같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소설이 아닌 독특한 소설로 남았다. 내가 가진 책 제본상태가 나쁜 것인지 앞부분이 많이 뜯어져서 보관을 잘해야겠다. 사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다 뜯어져서 흩어질 것만 같다. 잘 추슬러서 다음에는 시간을 두고 음미해보고 싶다. 
 
 
 
■간단 서평: 독특한 소설을 원한다면 스밀라의 세계에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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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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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즐기지는 않지만 일단 손에 들면 가독성이 좋고 범인을 추리해내는 즐거움이 좋다. 이 책을 2011년도에 서점에서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눈에 띄는 곳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워낙 당시 이슈였나 보다.) 제목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서점에서 내 손길을 탔던 책은 또 다른 추리소설인 정유정의「7년의 밤」이었다. 읽다가 말아서 다시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못 읽고 올해를 보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동생 책장에서 가져와 편하게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오랜만의 스릴러라 더 재미있었다.「7년의 밤」도 꼭 다시 읽으리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는 책에 등장하는 형사 콤비 보덴슈타인과 피아를 다른 책에도 등장시킨다고 하던데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이들이었다. 철저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가면서 각자의 사생활 또한 동시에 보여주는데 여지없이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주인공은 억울하게 살인 사건 가해자로 몰린 토비아스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작은 시골마을의 모든 이들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형식만 추리물이지 결국 이것도 현실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
 
 내용은 물론 살인 사건이 핵심이다.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두 여학생이 실종된 사건이 일어나고 시체를 찾지 못했으며 정황상의 증거로 토비아스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10년의 감옥살이를 한다. 이후 그가 다시 마을로 돌아오면서 긴장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작은 마을공동체라 등장인물이 많으며 모두의 사정을 대략적이나마 풀어서 보여준다. 그래서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지루함이 없다.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인물의 외면, 내면을 여과 없이 들려주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인물 간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느낄 수 있다.
 
 거짓 사랑, 누군가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숨겨진 탐욕, 죄를 덮어주는 잘못된 방식의 사랑 등 삐뚤어진 내면을 가진 이들이 제법 많다. 그러나 가끔은 내가 느끼기에 별 필요없다 싶은 인물 간의 감정도 있었다. 그건 작가식 화법이라 해두고 토비아스가 사건 해결에 그다지 영향을 못 미친 점도 조금 아쉬웠다. 내가 기대한 건 그가 자신의 억울함을 스스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물론 이점은 형사들이 알아서 해주었고 아멜리라는 재기 발랄한 10대가 있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매력도를 높이고자 작가는 집중한 거 같으며 그래서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그 때문에 다소 산만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추리소설로 치자면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를 높였으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 그러나 대단한 복선 없이도 추측 가능해서 조금 싱겁기도 했다 . 스릴러만의 소름끼침(?)이 없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모든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이야기를 끝맺었다. 한편의 잘 짜인 대본 같았다. 뒷심이 조금 더 강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재미는 있지만 그다지 남는 건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담보로 무엇인가를 걸고 저지르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들 아등바등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게 아닐까. 눈처럼 흰 피부, 피처럼 붉은 입술, 흑단 같은 머리카락의 백설공주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거 같다. 동화 속 백설공주의 단잠을 현실화 시킨 오랜 시간의 잠이란 아름다움과 기괴함의 공존이었다. 
 
 
■간단 서평: 작가의 소재 선택에는 박수를 쳐주고 내용 전개에도 어느 정도로 만족했으나 강렬한 한방이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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