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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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여러 번 보았다. 제목만 보고 눈(目)인가 했더니 눈(雪)에 대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겨울에 꼭 읽어야겠다고 책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일단 지난주에 이어 추리소설이라는 점 또 두께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잠시 주저했으나 손은 벌써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바쁜 요즘 두꺼운 책을 읽기란 피곤을 동반하는 일이기에. 그러나 결론은 아주 잘 읽었다는 생각이다.
 
 주인공 스밀라는 제목처럼 눈에 대한 감각이 일반인보다 뛰어나다. 아니 일반적으로 눈을 그렇게 심도 있게 느끼고 판단할 일이 없다는 편이 맞는 말일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덴마크 그리고 그린란드.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사야라는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되며 스밀라는 평소에 친분이 두텁던 아이의 죽음에서 의문을 발견한다. 눈에 담긴 흔적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낀 그녀는 혼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고군분투한다. 
 
 추천사를 쓴 작가 김연수의 말처럼 스밀라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는 눈에 대한 감각 때문만이 아니다. 얼음처럼 서늘해 보이면서도 불같은 심장을 품었으며 사람의 관계에서 보이는 모습도 특이하다. 37살의 고독하고 고요한 여인 스밀라는 그린란드인 어머니와 덴마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두 곳을 장소적으로 아우를 거 같으면서도 섞이지 않고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공간을 떠나 너무도 다른 두 땅. 그린란드의 태초서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에 뿌리박힌 어린 시절의 내면은 그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또한, 도시에서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자 나름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다. 
 
 삶이 밥 떠먹듯 쉬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스밀라의 내면에는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평온하게 살았던 그녀가 모성을 느낀 소년의 죽음을 캐고자 수면 위로 떠오른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필요 없어 보일 정도로 강인하다. 지적인 면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자연을 품는다. 그리고 사유의 깊이가 남다르다. 그러나 사람과의 끈끈한 유대감은 상당히 적다. 그런데도 인물들과 교감한다. 아니 사실은 우리 대부분도 그녀와 같지 않을까.  
 
 도대체 작가가 어떤 이력을 가졌을지 내심 궁금해서 책표지를 들여다보니 과연 다채롭다. 이해가 되었다. 페터 회라는 작가를 잊지 못하겠다. 소설은 확실히 기존의 추리소설뿐 아니라 문학소설과도 다르다. 묘사하는 방식이 시각적인듯하면서도 근원적이다. 그러나 그 덕에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집중이 잠시 흩어지고는 했다.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부분들 말이다. 게다가 이야기가 바로 진행되지 않고 조금은 느리기 진행되는 초중반까지는 감각적인 부분처럼 인상적인 부분이 많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당분간 이런 소설은 못 만날 거 같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소설이 아닌 독특한 소설로 남았다. 내가 가진 책 제본상태가 나쁜 것인지 앞부분이 많이 뜯어져서 보관을 잘해야겠다. 사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다 뜯어져서 흩어질 것만 같다. 잘 추슬러서 다음에는 시간을 두고 음미해보고 싶다. 
 
 
 
■간단 서평: 독특한 소설을 원한다면 스밀라의 세계에 빠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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