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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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부성애.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억하기에는 담긴 게 많았다. 현실적 희비극 풍자와 감동이 있는 위화의 포근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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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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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작가 위화의 책은 낯설지 않다. 그의 유명한 이름만큼이나 글은 공감을 부르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아 동질감으로까지 번진다. 바로 중국의 고도성장 속에 가려진 자본주의적 폐허가 적랄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미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라 친근하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비리를 비판하지만 해학적이다. 이토록 대놓고 말하면서도 소설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다. 바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문장력이 있다는 소리이다. 제7일은 성경 창세기의 모티브를 따서 지은 제목이라는데 서늘한 느낌의 책표지와 다르게 책에 담긴 내용은 따뜻했다. 
 
 주인공 양페이는 죽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머뭇거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는 죽음을 인식하고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이를 찾아 헤맨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위화는 부모·자식 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조건없는 부성에 걸맞게 양페이 또한 그토록 사랑한 아버지를 찾으며 독자는 그의 삶을 함께 따라간다. 죽어서도 끝내 만나지 못하는 사랑하는 가족이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픈 일인가. 생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애처롭게 느껴진다. 치열한 삶의 현장도 느껴지지만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이 이 책의 포근함이었다. 가족이 아니어도, 친혈육이 아니어도, 그 누군가의 무엇이라는 의미가 있기에 타인이 더는 타인이 아니었다.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아. 조금도 두렵지 않단다. 내가 두려운건 다시는 너를 못 보는 거야." 

 

- 135쪽. 

 양페이를 비롯해 그 주위의 죽은 이들과의 만남은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슬며시 풀어주었다. 그러면서 곳곳에 아무 상관 없을 것만 같은 이들의 죽음을 통해 실은 그 누구도 생의 주변에서 벗어나지 않고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는 잔인하게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짓밟지만 반대로 조건없는 사랑을 베풀어서 세계는 균형을 잃지 않는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지만 게다가 죽어서도 묘가 없어서 떠돌지만 그들의 공동체는 아주 끈끈했다. 특히 여섯째 날에서 그들이 머무는 곳에서 묫자리가 생겨서 처음으로 그곳을 떠나가는 아가씨에게 강물을 부으며 배웅하는 장면은 아름다워서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많은 독자가 중국작가 중 위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짝퉁 아이폰4S를 사주어야만 했던 남자친구와 이를 속였다고 한 여자친구, 자상한 남편이 있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남편을 버리는 아내, 총각이지만 아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모든 걸 다해 키우는 사람…. 익숙하고도 위화감 없는 내용과 인물들이었다. 아름다운 문장보다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가였다. 시원하게 풍자해서 웃겨주고 은은한 감동을 주는 희극과 비극의 우리네 삶을 죽은 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 작가의 책을 더 만나야겠다. 당장 올해 개봉할 예정이라는 작가의 작품(허삼관 매혈기)도 호평이 많아 궁금하고 영화로 보았던「인생」도 다시 읽어야겠다. 

 
 

 

 ■간단 서평: 따뜻한 부성애.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억하기에는 담긴 게 많았다. 현실적 희비극 풍자와 감동이 있는 위화의 포근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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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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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의 타임슬립 이야기. 후반을 예측하기가 너무 쉬웠고 아쉬움은 있지만 그 시기로 가고 싶다는 발상이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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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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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남편에게 줄거리를 듣고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를 찾으러 간다니 어찌나 솔깃해지는지 말이다. 마이클 무어콕이라는 작가는 처음이었지만 위대한 영국작가 50에 속하는 유명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런 저자가 27살 젊은 시절 쓴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주인공 글로거가 여자친구와 이별 후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28년으로 가서 예수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글로거는 외로운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그 누구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컸고 유일하게 사랑해준 여자친구와는 결별했다. 그런 그녀는 그와의 언쟁 중 예수는 사람들이 그저 만들어낸 존재일 뿐이라며 말했다. 종교는 없지만 예수를 믿는 주인공은 그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예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소설은 글로거의 내면묘사에 많은 부분을 내준다. 외롭고 방황하고 융에 심취했으며 신비 사상 등에도 관심 있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에 발목 잡힌 가련한 청춘이다. 책은 그의 유년기부터의 이야기와 서기 28년으로 간 후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그의 삶과 성경구절 인용의 교차처럼 말이다.
 
 신앙인이 읽기에는 어쩌면 불편하고 불쾌한 부분도 있을 테지만 글로거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따라가다 보면 그의 믿음이 이끄는 여정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거 같다. 번역자는 아무래도 종교가 없거나 그 부분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모든 번역에서 하느님으로 쓰여있었다.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는 다르게 부른다. 전자가 하나님, 후자가 하느님으로 말이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사실 책을 읽는 것과는 관계가 없겠지만 마리아, 예수의 설정은 정말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장 1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쉬운 성경으로 풀자면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 예수를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은 믿는다. 물론 반대로 그래서 믿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글로거의 선택을 너무도 쉽고 빠르게 예측했다. 그래서 싱거운 감은 있었지만 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스포일러라 자세하게는 쓰지 않겠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구원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구원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둘 다이거나 그런 구별은 가치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책을 읽으며 종교적인 부분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글로거처럼 20대에 저자가 쓴 사실을 보자면 이해가 간다. 그 시절은 피끓는 청춘인 동시에 현명하기보다 도전적이며 비판적이다. 사람과의 관계나 가치관도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시절이란 뜻이다. 반대로 그래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타임머신을 누가 태워준다 해도 서기 28년으로 가서 예수를 찾을 생각은 꿈에도 못할 거 같다. 내심 기대했는데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내용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역량 있는 작가인 거 같아서 이후에 쓴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주인공 글로거가 그토록 예수증명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융에 빠지고 기타 다른 심리적 위안을 주거나 혹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쪽에 빠졌던 걸로 보아서는 근본적 외로움을 빼고도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어디선가 위안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가 제대로 종교생활을 했었더라도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삶으로 믿음을 보여주라는 말이 있다. 글로거의 믿음은 삶이 되었다. 측은한 청년 칼 글로거의 선택을 통해 나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잠시 돌아보았다.

 

 

 

■간단 서평: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예수를 찾으러 떠난 청년의 모험기(?). 결말이 쉽게 예측되었고 불안한 내부심리와 성경 구절의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진 내용. 젊은 혈기의 작가가 썼던 날것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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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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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번「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 이은 김영하 작가의 두 번째 책은 최근 작품을 택했다.「살인자의 기억법」은 역시나 제목이 독특하고 표지 또한 강렬한 원색이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일까. 살인자가 주인공이라니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지는 걸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주인공 노인 김병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인데 그가 연쇄살인범이었으며 살인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흥미를 잃고 평범하게 살아왔고 늙어서 어느 순간 병이 든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서서히 기억하지 못하는 알츠하이머. 자신뿐 아니라 모든 것이 기억에서 지워지는 병.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 은희와 그녀를 노리는 의문의 남자. 그로부터 딸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오래전 살인자였던 70세의 치매 노인이라니! 설정부터 흥미롭다.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내는 짓궂은 농담이다. 아니 몰래카메라다.
 깜짝 놀랐지? 미안, 그냥 장난이었어.     
 
 - 35,6쪽.

 

  게다가 이 책의 문장은 아주 짧고 단순하다. 독자에게는 정말로 쉽게 읽히고 넘어간다. 책도 두껍지 않은데다 여백도 많아 가독성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만큼 흡입력도 강하다. 그러나 읽으면서 몇 곳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나 사건의 해결보다 그저 일상적인 별일 아닌듯한 문장이 걸렸다. 내 필터에 걸린 부분은 개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가 있다! 역시 결론은 그러했지만 줄거리를 노출시키는 일이라 그만 적어야겠다.
 
 독자는 단숨에 읽어내려가지만 작가는 사실 굉장히 어렵게 이 책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얇아서 더 두꺼웠으면 하는 바람, 사건의 해결에 대한 바람 등을 등진 채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허를 찌른다. 아, 그래 김영하 작가였지. 죽음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의 죽음과 이 책의 죽음은 확실히 달랐다. 치매라는 형벌은 그 어떤 죽음보다 두려운 공포였으니까. 살인자의 기억법은 결국 살인자의 형벌이 아닐까. 영원한 유배와 같은. 끊임없이 자신을 잃어가면서 동시에 지켜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마저도 다시 잊어버리고 다음 순간 다시 공포에 빠지는 종신형. 그리하여 이 책은 읽을 때는 흥미롭지만 읽고 나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비유가 아니었네, 이 사람아. 

 

- 11쪽. 시를 배우러 다니는 문화센터에서 강사가 그의 시어가 참신하다고 하자 주인공이 속으로 한 말.

 
  이 말은 작가가 처음부터 독자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비유와 비유가 아닌 바를 우리가 다 구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일부러 모호하게 해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거나 하는 고도의 기술을 써먹은 걸까. 그러기에는 치밀하지만 결국 날것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문장도 짧은데 책도 얇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독자를 몰입시키는데 완벽했으니 작가의 힘이다. 삶과 죽음을 뒤집는 아니 격렬하게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어서 이 작가는 장난꾸러기 소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로 만든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대가 된다. 
 
 
 

 

■간단 서평: 단순명료한 글과 줄거리 속에 숨은 비유찾기 놀이? 가독성, 몰입도 최상. 빨리 끝나서 아쉽지만 곱씹게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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