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어 구병모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아가미」는 책표지의 아름다움과 제목 때문에 궁금했었다. 위저드때처럼 환상이 가미된 소설이라고 짐작만 했었는데 역시 그랬고 성장소설이라고 보아도 될듯하지만 확실하게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다. 그 독특함과 분위기도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아가미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혹은 독자가 느끼는 것 때문이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주인공 곤은 태생과 동시에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생활고와 불우한 환경뿐 아니라 보통의 사람과 다른 아가미도 있다. 그 아가미는 호흡의 통로이자 내적이며 동시에 외적인 상처의 흔적이며 타인과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읽고 나서 짠하기도 했던 게 곤을 가장 사랑한 사람은 아마도 강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마음을 전하는 해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곤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 테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들은 모두 하나의 흐름처럼 자신만의 이름으로 흘러간다. 
 
 구병모 작가의 짧은 소설 속 이야기는 여전히 흡입력이 강하다. 짧지만 자세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작가가 참 꼼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동시에 우리네 일상과 조화롭게 엮어놓았다. 그래서 독자가 펼쳐 든 책장에서 물비린내가 나는듯하다. 조금은 원초적이지만 풀내음이 묻어나는 그런 나른한 물비린내.    
 
 그렇다면 왜 아가미일까. 신체의 독특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이런 부분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을까. 그것이 상처나 아픔을 나타내는 것이라 내보일 수 없고 꽁꽁 싸서 감추어야만 하는 어떤 것. 그럼에도 곤의 주위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주려 하듯 누군가는 우리의 아가미를 슬며시 보고도 짐짓 모른척하거나 위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로 받아주는 일.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다. 동시에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삶이 고단한 이유일 것이다.
 
 사실 아가미에 집중해서 추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쓰게 되었는데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다. 위저드때보다 더 깊어진 느낌이다. 유려한 문체나 비유로 유혹하는 소설이 아니라 재미와 환상, 삶을 물흐르듯 내비친다. 작가의 작품을 두 권 읽고나니 이것이 작가의 방식인가 싶다. 다른 작품도 더 읽어야겠다.
 
 
 
■간단 서평: 매력적인 소설. 재미있고 여운이 있다. 짧아서 아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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