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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사랑하라 -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 지음, 김인순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모두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대부분 그 상처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의 행위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83쪽)
15년을 함께 살았다. 그동안 싸울일이 없었을까? 한번도 얼굴 붉힌 적이 없었을까? 매일처럼 그렇게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았을까? 항상 속과 겉이 다르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처음에 다짐했었던 것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주기는 했을까? 15년동안을 같이 살면서 싸우지도 않았고 얼굴 붉히지도 않았다면 그것처럼 커다란 거짓말은 없을 것이다. 15년동안을 함께 보내면서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주었다고 말한다면 벌받을 게다. 전혀 그렇지 못했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랬으리라, 아마도!... 그 얼마동안이라는 기간조차도 정말 얼마동안이었을지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우리 부부는 가끔씩 마주앉으면 벌써? 라고 말하곤 한다. 벌써 우리가 10년을 넘게 살았어? 아니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지? 그래놓고는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가끔 내가 이렇게 묻기도 한다. 당신, 다시 태어나도 나랑 다시 살거야? 그러면 남편은 대놓고 아니! 라고 대답한다. 왜? 하고 물으면 아이구,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힘든데 또 만나자구? 그러는 당신은 나하고 다시 살라고 하면 또 살거야? 그럼 나도 아니! 한다. 사랑이 없어서라고? 내가 생각해 볼 때 그건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사랑은 잠시고 냉혹한 현실은 오래간다.
우리는 뭔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즉시 그것을 시정하려 든다. 뭔가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즉시 아픔을 덜어줄 수단을 찾고, 또 항상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여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온갖 가능한 중독 물질로 피신한다. <중략>..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스스로 무력하고 외롭고 초라하고 밉살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실은 결단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108쪽)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보니 권태기라는 말이 자꾸만 내 삶속으로 파고 드는 것 같아 요즘 부쩍 '마음 다스리기' 에 눈이 가는 건 사실이다. 행복한 시간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굳게 마음다잡고 넘어야 했던 고비도 있었던 짧지 않은 세월... 지금은 그다지 이뻐보이지 않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15년동안 나는 뭘했나 싶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작은 것까지도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다반사였던 때도 있었다. 왠만하면 얼굴 부딪히지 않으려고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가(그야말로 처박혀서) 밥 먹을 때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 다행스러웠던 점은 어떤 일이 되었든 어느 한쪽의 마음이 껄끄럽다고 느껴지면 억지로라도 마주앉아 대화를 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약속을 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이미 모든 문제점의 해답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명제는 이미 우리곁에서 서성거린지가 꽤나 오래되었을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도없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외쳐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렇게 저렇게 만나본 책들을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면 결론은 한결같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것, 얼만큼이나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는냐고 묻고 있었다는 것, 남을 위해서가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얼만큼의 투자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라는 것, 뭐 이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글쎄,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이런 책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을게다.
오래전에 (아마도 결혼 초기였을것으로 기억된다) 남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동굴하나씩을 가지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겨날 때마다 그 동굴속으로 피신한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던 책이 있었다. 바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일명 화성남자 금성여자로 불리워지던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설마했었다. 두번째 읽으면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것들, 그야말로 사소한 것들까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냈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 다른 별에서 살다가 만난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 주었던 책이었기에 나는 지금도 그 책을 곁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혹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사로써 살아가는 저자의 실제적인 생활모습까지 숨김없이 드러내가면서 서로에게 사는동안만큼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솔직하게 스스로를 직시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마음속의 진실을 내보이고 말로 표현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고통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으려는 마음만 먹으면, 생기 없는 안일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 모험을 감행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 안의 목소리를 믿고 따르려는 마음만 먹으면.....(396쪽)
그 놈의 마음만 먹으면... 정말 다 잘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 아니 마음먹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마음먹은대로 실천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힘겨웠던 것은 나의 욕심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짐과 동시에 왕자는 개구리로 변한다'라는 말은 냉혹한 현실을 빗댄것처런 보이지만 왠지 와닿는 느낌이 깊었다. 어르신들께서 늘상 하시던 '이혼하면 뭐 별거 있냐? 다 그놈이 그놈이지' 하셨던 말씀은 저자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피하지 말고 부딪혀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에게는 안정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 안의 어린아이는 계속 살아 있다, 여인은 정열을 원하고 아이는 보호받기를 원한다,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은 정확히 듣는다, 우리는 결혼하면서 치유되고 싶어 한다 라는 글들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아주 꼼꼼하고 세밀하게 작은 것까지 놓치고 싶어하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책이다. 한번만 읽고 그만 둘게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을 가능한 여러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당부말처럼 시간을 두고서 한번 더 읽어볼까 한다. 그리고 억누르기 보다는 표현하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련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