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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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와 비교를 했다는 것이 일단은 흥미로웠다. 악취를 없애기 위해 생겨났다는 향수.. 보다 더 환상적인 냄새를 찾아내기 위하여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 남자의 시간들을 따라갔던 <향수>속에 뿌리칠 수 없는 한사람의 욕망이 내재되어져 있었다면, <비밀의 요리책>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욕망이 숨겨져 있는 권력의 역사쯤이라고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종교의 허울을 쓴? 이라고 말을 바꾼다해도 결국은 권력이 핵심이다. 힘을 갖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현실속의 안녕을 추구하기 위한, 좀 더 나은 쾌락으로의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비밀의 요리책>이 담고 있었던 승리한자의 역사가 참으로 안스러웠다. 창칼을 앞세워 무력으로 싸우지 못했던 지식의 전달자들이 선택했던 하나의 방법이었겠지만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모두에게서 버려져야 했던 사생아 그르누이에게는 냄새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없으면서 세상의 온갖 냄새에는 비상한 반응을 보여주었던 <향수>의 그루누이처럼 <비밀의 요리책>을 이끌어 갈 루치아노 역시 음식과 관련된 어떤 특이함을 타고 났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편견이다. 물론 이 책의 제목처럼 요리에 관한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나열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열되어지는 레시피의 대목들을 보면서도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일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매춘부의 손에 잠시 길러졌던 루이차노에게는 그시절에나 있음직한 악마적인 표식, 모반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반으로 인하여 총독의 주방장 페레로에게 선택되어진 루치아노는 그 순간부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힘겨운 과정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오래전에 아들을 잃어야 했던 페레로 주방장의 아들에게도 커다란 모반이 있었다는 과거를 들추어내며, 읽는 내내 혹시나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들었던 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모티브처럼 작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그들은 부자지간이었을까? 책의 말미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와의 인터뷰를 읽어본다면 작가의 심중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지금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멋진 설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사랑의 물약, 영원히 살 수 있거나 늙지않게 만들어주는, 혹은 연금술 따위의 허접한 욕망앞에서 한점 부끄럼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속성이 참으로 서글프다. 소리도 없이 찾아왔던 첫사랑의 설레임을 소유하고 싶어 사랑의 물약을 포기할 수 없었던 루치아노와 매독으로 인해 서서히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불로불사의 약을 찾아헤맸던 총독의 욕망은 달랐다. 순수함도 영악함도 우리가 안고가야하는 인간의 속성인 것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혹은 보지 못했거나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끝도없는 의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가재미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세밀화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야. 모래 한 줌이든 포도 한 알이든 아니면 복음이든, 여기 뭔가를 첨가하거나 빼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거나 인간의 간섭을 거치면서 변화는 일어나게 마련이란다"(-232쪽).. 중세의 배경을 이야기하자면 역시 복음이나 종교적인 색채를 버릴수가 없는 모양이다. 하긴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예수를 신으로써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써 바라보았던 시선을 통해 지식의 전달자이자 스승인 선구자로써 평가했다는 것만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단두대위에 올라가 목을 내밀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리책속에 숨어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요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것 또한 신비로웠다.

끝없는 의심의 샘물같았던 루치아노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음을 심어주었던 페레로 주방장의 존재는 어쩌면 우리가 꿈꾸고 있는 이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진실된 복음의 전달자로써, 가르치는 자로써의 삶을 살았던 페레로 주방장에게 루치아노의 존재는 넘어야 할, 그러나 껴안고 가야 할 역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통은 이어져야 한다던 페레로 주방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진리가, 모든 전통이,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 전해져 왔다면 우리의 역사는 얼만큼이나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만들었을까? 그랬다면 속임수와 술수가 만연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욕심과 욕망을 벗어난 인간의 속성은 없을테니 말이다.

"일단 현재의 순간에 사는 법을 배우면, 어느 누구보다 부자가 되기 때문이지. 
 우리는 매순간을 껴안아야 한단다"
"좋지 않은 순간도요?"
"좋지 않은 순간은 특히 더 그래야지.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니까"(-495쪽)
정말 매력적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먹고 마시는 것만큼 절대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가 이탈리아인 요리사라는 것이 하나의 모티브로 작용했겠지만, 작가가 요리와 요리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이 페레로 주방장이라는 필터를 통해 루치아노에게 전해졌던 과정들은 정말 촘촘했다. 거미줄같이 정교하다.기억하고 싶은 메세지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져 있었다. 삶을 살아내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도 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거짓말같은 말이지만 참말이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겨주었던 책이었다. 동서양의 온갖 지식을 요리에 암호화해 넣은 아주 위험한 요리사에 대한 팩션. 팩션이란 장르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너무나 매력적인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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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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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소통법... 그녀의 책을 마주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지. 하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알지 못하는 게 삶이라던가? 죽는 순간까지도 배워야 하는 게 삶이라던가? 그런데 확실한 것은 그 와중에서도 좀 더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게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싶다. 성격적으로 나는 어지간하면 남들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편이다.  타인에 관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도 싫고 나 또한 타인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말듣는 게 싫어 내 일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살자는 주의다. 애들말마따나 건드리지 않으면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타인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니, 그랬기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들이받는 사람들에게 함께 받아치기 시작했다. 그냥 괜히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서. 허허 웃으면서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서고 나면 왠지 마음 한켠이 아팠다. 그 사람이 나한테 왜 그랬을까? 그러다가는 결국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거라고 자책하는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내가 같이 받아치기 시작하니 사람들은 내게 들이밀지 않았다. 그랬구나! 역시 내가 바보처럼 산거였구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정말 시원하다. 사람이라고 일컬어지지 못하는 종류중의 하나가 '아줌마'다. 열외인간.. '대한민국 아줌마'는 못할게 없고 무서울게 없다지만 나는 못하는 것도 많고 무서운 것도 많다. 아직은 그 '대단한 아줌마'의 대열에 합류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그 아줌마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 그악스럽게 현실을 살아내는 그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게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하자. 언젠가 시외버스를 타면서  돈통에 차비를 밀어넣고 여유있게 뒤쪽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차비 더 내세요!" 나는 뒤도 안돌아봤다. "아줌마, 차비 더 내시라고요!" ..."저요?" .. 묻고 생각하니 그 정류장에서 차를 탔던 건 나 혼자뿐이었다. 시외버스였던 까닭에 요금이 더 비쌌던거다. 돈을 더 내고 자리에 앉아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뻐근해져오기 시작했다. 그랬다! 내가 아줌마라는 걸 나는 왜 잊고 살아가는 것일까?  마음은 항상 이십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나이에 대해 의식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일게다.

여전히 인생의 깊은 뜻을 깨닫기는커녕 일상의 희로애락에 꺼둘려 애면글면하는 사이, 어라, 나는 얼결에 사십 대에 접어들었다, 고 말하는 여자 김 별아.. 이 아줌마의 수다가 꽤나 괜찮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무지렁이처럼도 아닌 아주 평범한 엄마이고 아줌마인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끔씩은 그녀 스스로가 배부른 소리라고 하는 말조차도 그리 배부른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아줌마라면, 적어도 아줌마의 오지랖이라면 그정도의 배부른 소리는 해도 괜찮다. 나라걱정은 애국자만 하는게 아닐테니 말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 이웃과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일들, 자신과 관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모두가 日常이다. 日常에 대한 短想쯤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이 책의 내용들은 그다지 튀지 않는다.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것도 없어보인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마음이 따스했다면 그녀와 내가 같은 아줌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말일수도 있겠다. 어떤 말을 해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았다는 말일수도 있겠다.

이 책을 쓴 별아아줌마의 말처럼 내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는 침묵하며, 내게 필요하다면 행여 손해라도 볼까 목소리를 드높이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뭐 그리 오래전 얘기도 아닌 것 같은데 돌아보니 나도 벌써 지천명을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사는 '주부'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고싶은 말 다하고, 하고 싶은거 왠만큼 하면서 살아가니 그 또한 격세지감이 아닐까 한다. 주부습진이나 명절증후군에 휘둘리지 않는 '주부'의 모습이 그래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여지는 까닭이겠지 한다. 누구나 다 똑같이 사는 것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같다고 한다. 매일 시간에 쫓기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소리지른다. 그러면서도 내 안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기 위하여 무언가를 찾아헤맨다.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다스리며 살아가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얼만큼 자기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좀 더 다른 평가가 나오는 세상인 듯 하다. 아니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기도 할게다.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닿기 위해 말을 하고 향기를 풍기고 자신을 보기 좋게 꾸민다. 그럼에도 때로는 말이 불필요하거나 말할 수 없고, 향기로 내뿜어 맡게 할 수 없고, 다 보여 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가만히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머물렀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인데,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데,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얼만큼이나 소통할 수 있는가인데.. 싶었다. 그러자면 남들이 들이민다고 무조건 밀리기보다는 적당하게 받아쳐야하는 굳센(?) 마음과 기술(?)이 필요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쓴 별아아줌마 역시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내심 반갑다. 정당해야한다는 거다. 필요없이 혹은 이유없이 상대방의 잣대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거다. 하지만 별아아줌마의 충고도 잊으면 안될것 같다. 남들이 얕잡아보지 못하도록 냉정하고 사무적인 표정을 짓는 동안 마음은 황무지가 되어가고, 남들에게 행여 '우습게 보여서' 한 치라도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누구의 입가에도 빙그레 미소를 떠올리게 만들 수 없는 삭막한 사람이 되어가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음만큼 부드러운 무기가 없다는 말. 많이 웃을수록, 남을 많이 웃게 만들수록 부자라는 말. 정말 멋지지 않는가?  사람과 사람사이에 웃음이 없다면 정말로 이 세상은 못살 세상이다. 백프로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싸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그야말로 잘 싸우기 위해 머리를 싸맸을 별아아줌마의 이야기가 참 멋스럽다. 그래서 오늘도 모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는 별아아줌마의 생각에 동참하기로 한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맞받아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기로 한다. 별아아줌마의 지적처럼 잘못 싸워서 공연히 죄책감과 자괴감만 쌓이는 순간들이 너무 싫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별아아줌마 화이팅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넋두리를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별아아줌마의 마음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만든 세상이 아니 그런 세상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 또한 안스럽다. 그래도 세상은 내가 살아가야 할 순간인 것을...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생각해보니 적당하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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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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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내가 한옥을 바라보는 시선속에 알 수 없는 느낌들이 담겨지지 시작했다. 일부러 옛가옥들을 찾아가 둘러보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옛가옥을 좋아한다거나 예찬론자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가옥들과  주변의 풍경이 안고 있는 느낌이 좋아서다. 골목길 접어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하던 노래가 생각난다.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엄마라는 말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 포근함과 따스함을 그 옛스런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골목길이 내게 주는 것만 같아 참 좋았다. 그런데 우리 곁에서 소리도 없이 옛스런 가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아파트를 엄청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아파트의 그 서늘함을 미치도록 싫어한다. 이 무슨 모순일까? 문 하나만 닫아걸면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그런 점들이 내게는 정말 좋으면서도 싫은 이중성을 띠고 있다. 어느 겨울날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맹렬하게 불어대던 칼바람의 기억이라니.. 그 네모난 구멍속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가는 그 네모난 구멍을 통해 하나 둘씩 나타나는 한개의 점들이 우리 모습일게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아파트.. 유행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그 아파트라는 존재에게 지은이는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어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고개만 돌려도 아무 거리낌없이 시선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아파트들.. 그 아파트에 갇히기 위하여 우리는 끝도없이 삶과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아파트를 갖지 못해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일까? 이미 들어 알고 있겠지만 선진국의 경우 잘사는 사람들보다는 못사는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그 아파트에 우리는 왜 그토록 목메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집이란 것이 우리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유의 대상이었고 또한 부의 상징처럼 보여지던 의식때문이기도 하다.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야말로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날림으로 '찍어내던 것'들이 우리나라 초기의 아파트였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아파트들은 이미 지위가 높아져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음이다. 아파트 평수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타고다니는 자동차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가 격상되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고 그것에 따른 신분상승의 효과까지도 다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키기도 하고 풋,하고 웃음짓기도 한다. 아파트라는 존재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말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를 잘 안내해주고 있는 까닭이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혹평을 받고 있으며 멀지않은 시기안에 사장될 것이라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를 지은이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은 잘 모르는 나도 거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문화는 엄연히 다른 때문이다. 이 책속에선 아파트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덮어버렸는지 그리고 부의 원천으로써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파트로 인한 신분의 차별에 대하여 혹은 새로운 사회공동체로써의 역할에 대해 세세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아파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주었던 8장. 아파트의 한국적 토착화 를 다루었던 부분은 참으로 놀라웠다. 마당이 있던 우리의 옛가옥형태를 고스란히 아파트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 안스러운 느낌까지도 들게 했다. 모든 것을 통하게 해주는 옛날의 마당역할을 거실이 해주고 있다는 것도 그럴듯했다. 온돌식 아파트 역시 그렇다. 여성들의 주활동 무대인 부엌이 부엌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키친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핵가족화를 넘어서 이제는 한 집안에서조차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궈버리는 단절감을 어찌 풀어야하는지는 아파트가 안고 있는 커다란 숙제가 아닐수가 없다. 이웃사촌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가구들이 '또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도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자칫 딱딱해보일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왠지모를 신선함을 느낄수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을 통하여 아파트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이 후로 아파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것 같다. 당신도 넓~은 아파트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적당하다는 말을 생각해볼 때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필요이상으로 넓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가뜩이나 몸 부딪히는 걸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족간에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정마져도 떨어져나가게 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자면 하루빨리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리라. 보여지는 것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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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사랑하라 -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 지음, 김인순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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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대부분 그 상처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의 행위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83쪽)

15년을 함께 살았다. 그동안 싸울일이 없었을까?  한번도 얼굴 붉힌 적이 없었을까? 매일처럼 그렇게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았을까? 항상 속과 겉이 다르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처음에 다짐했었던 것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주기는 했을까?  15년동안을 같이 살면서 싸우지도 않았고 얼굴 붉히지도 않았다면 그것처럼 커다란 거짓말은 없을 것이다. 15년동안을 함께 보내면서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 주었다고 말한다면 벌받을 게다. 전혀 그렇지 못했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랬으리라, 아마도!... 그 얼마동안이라는 기간조차도 정말 얼마동안이었을지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우리 부부는 가끔씩 마주앉으면 벌써? 라고 말하곤 한다. 벌써 우리가 10년을 넘게 살았어? 아니 언제 그렇게 시간이 갔지? 그래놓고는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가끔 내가 이렇게 묻기도 한다. 당신, 다시 태어나도 나랑 다시 살거야? 그러면 남편은 대놓고 아니! 라고 대답한다. 왜? 하고 물으면 아이구,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힘든데 또 만나자구? 그러는 당신은 나하고 다시 살라고 하면 또 살거야? 그럼 나도 아니! 한다. 사랑이 없어서라고? 내가 생각해 볼 때 그건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사랑은 잠시고 냉혹한 현실은 오래간다.

우리는 뭔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즉시 그것을 시정하려 든다. 뭔가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즉시 아픔을 덜어줄 수단을 찾고, 또 항상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여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서거나 온갖 가능한 중독 물질로 피신한다. <중략>..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스스로 무력하고 외롭고 초라하고 밉살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실은 결단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108쪽)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보니 권태기라는 말이 자꾸만 내 삶속으로 파고 드는 것 같아 요즘 부쩍 '마음 다스리기' 에 눈이 가는 건 사실이다. 행복한 시간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굳게 마음다잡고 넘어야 했던 고비도 있었던 짧지 않은 세월... 지금은 그다지 이뻐보이지 않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15년동안 나는 뭘했나 싶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작은 것까지도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다반사였던 때도 있었다. 왠만하면 얼굴 부딪히지 않으려고 각자 다른 방에 들어가(그야말로 처박혀서) 밥 먹을 때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 다행스러웠던 점은 어떤 일이 되었든 어느 한쪽의 마음이 껄끄럽다고 느껴지면 억지로라도 마주앉아 대화를 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약속을 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이미 모든 문제점의 해답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명제는 이미 우리곁에서 서성거린지가 꽤나 오래되었을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도없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외쳐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렇게 저렇게 만나본 책들을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면 결론은 한결같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는 것, 얼만큼이나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사는냐고 묻고 있었다는 것, 남을 위해서가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얼만큼의 투자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라는 것, 뭐 이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글쎄,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이런 책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을게다.

오래전에 (아마도 결혼 초기였을것으로 기억된다) 남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동굴하나씩을 가지고 있어서 무슨 일이 생겨날 때마다 그 동굴속으로 피신한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던 책이 있었다. 바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일명 화성남자 금성여자로 불리워지던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설마했었다. 두번째 읽으면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것들, 그야말로 사소한 것들까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냈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 다른 별에서 살다가 만난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 주었던 책이었기에 나는 지금도 그 책을 곁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혹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사로써 살아가는 저자의 실제적인 생활모습까지 숨김없이 드러내가면서 서로에게 사는동안만큼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솔직하게 스스로를 직시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마음속의 진실을 내보이고 말로 표현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고통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으려는 마음만 먹으면, 생기 없는 안일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 모험을 감행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 안의 목소리를 믿고 따르려는 마음만 먹으면.....(396쪽)

그 놈의 마음만 먹으면... 정말 다 잘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 아니 마음먹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마음먹은대로 실천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힘겨웠던 것은 나의 욕심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짐과 동시에 왕자는 개구리로 변한다'라는 말은 냉혹한 현실을 빗댄것처런 보이지만 왠지 와닿는 느낌이 깊었다. 어르신들께서 늘상 하시던 '이혼하면 뭐 별거 있냐? 다 그놈이 그놈이지' 하셨던 말씀은 저자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피하지 말고 부딪혀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에게는 안정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 안의 어린아이는 계속 살아 있다, 여인은 정열을 원하고 아이는 보호받기를 원한다,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은 정확히 듣는다, 우리는 결혼하면서 치유되고 싶어 한다 라는 글들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아주 꼼꼼하고 세밀하게 작은 것까지 놓치고 싶어하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책이다. 한번만 읽고 그만 둘게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을 가능한 여러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당부말처럼 시간을 두고서 한번 더 읽어볼까 한다. 그리고 억누르기 보다는 표현하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련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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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순전히 이미 보았던 김형경의 <사람풍경>덕에 읽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풍경>이 전해주었던 느낌들이 너무 진했던 까닭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묻고 대답하기의 형식.. 제 자신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드러내며 나 아프다고, 내가 이렇게 아프니 너 아프냐고 한번만 물어봐 달라고 어리광 부리듯 하는 질문들도 조금은 짜증스러웠다. 이 책은 <한겨레>의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에서 독자들과 나누었던 질문과 대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아하 그랬구나 했었고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았던 나를 책망했다. 하지만 <사람풍경>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작가와의 공감도가 클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알아냄으로써 커다란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안에 그 문제의 원인이 들어있다는 거였다. (그러니 해답도 자기 자신안에 있음이다.) 이 책은 1부- 자기 알기, 2부-가족 관계, 3부- 성과 사랑, 4부- 관계 맺기 로 구분지어져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며 무언가 해결책이 없을까요? 묻고 있다. “내 안에 착한 여자와 창녀, 두 여자가 살아요”, “작은 일에도 너무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상사 때문에 당장 회사를 떼려치우고 싶어요.”, “집과 가족이 너무도 싫습니다”, “큰아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빠입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끊기 힘들어요……." 처럼 우리의 일상속에서 마주치는 작은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클) 갈등조차도 많이 보여지고 있는듯 하다. 심리치유에세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그 사람들이 얼만큼의 치유를 얻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아주 작게는 잠시의 위안이었을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아주 커다란 마음의 치유를 얻었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개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 책에 대해 너무 건방진 말만 하는 것 같아 왠지 떨떠름하긴 하다만 단순히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까닭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짧은 글 몇마디가 내게는 아주 커다란 위안을 전해주고 갔음도 인정한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 헤르만 헤세
맞는 말이다. 나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몇번해보면서 많이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 괴테
이 말은 정말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말이다.
인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 - 농부
처음 이 말을 보면서 살풋 웃음이 났지만 읽을수록 묘한 의미가 느껴지는 말이기도 했다.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 폴 발레리
이 말의 부연설명을 읽어보니 이렇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입니다. 피부에서 느끼는 감각이 존재의 깊은 곳에 닿아 정신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었다.

책을 덮으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천개의 공감... 그러다가 나는 문득 고개를 끄덕거렸다. 앞서 읽었던 <사람풍경>과 겹쳐지는 어떤 것들이 나를 스쳐갔던 까닭이다. 자신의 아픔을, 자신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속내를 보여주었던('사람풍경'에서) 작가의 마음과 미지의 세상을 통하여 작가에게  글을 남겼던 이들의 마음속에는 잠시나마 (혹은 길게) 또하나의 공감이 형성되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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