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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순전히 이미 보았던 김형경의 <사람풍경>덕에 읽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풍경>이 전해주었던 느낌들이 너무 진했던 까닭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실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묻고 대답하기의 형식.. 제 자신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드러내며 나 아프다고, 내가 이렇게 아프니 너 아프냐고 한번만 물어봐 달라고 어리광 부리듯 하는 질문들도 조금은 짜증스러웠다. 이 책은 <한겨레>의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에서 독자들과 나누었던 질문과 대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아하 그랬구나 했었고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았던 나를 책망했다. 하지만 <사람풍경>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작가와의 공감도가 클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알아냄으로써 커다란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안에 그 문제의 원인이 들어있다는 거였다. (그러니 해답도 자기 자신안에 있음이다.) 이 책은 1부- 자기 알기, 2부-가족 관계, 3부- 성과 사랑, 4부- 관계 맺기 로 구분지어져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며 무언가 해결책이 없을까요? 묻고 있다. “내 안에 착한 여자와 창녀, 두 여자가 살아요”, “작은 일에도 너무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상사 때문에 당장 회사를 떼려치우고 싶어요.”, “집과 가족이 너무도 싫습니다”, “큰아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빠입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끊기 힘들어요……." 처럼 우리의 일상속에서 마주치는 작은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클) 갈등조차도 많이 보여지고 있는듯 하다. 심리치유에세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그 사람들이 얼만큼의 치유를 얻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아주 작게는 잠시의 위안이었을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아주 커다란 마음의 치유를 얻었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개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 책에 대해 너무 건방진 말만 하는 것 같아 왠지 떨떠름하긴 하다만 단순히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까닭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짧은 글 몇마디가 내게는 아주 커다란 위안을 전해주고 갔음도 인정한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당신의 일부인 그 어떤 점을 발견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은 아무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 - 헤르만 헤세
맞는 말이다. 나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몇번해보면서 많이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소중한 일들이 사소한 일들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 괴테
이 말은 정말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말이다.
인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 - 농부
처음 이 말을 보면서 살풋 웃음이 났지만 읽을수록 묘한 의미가 느껴지는 말이기도 했다.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 폴 발레리
이 말의 부연설명을 읽어보니 이렇다.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입니다. 피부에서 느끼는 감각이 존재의 깊은 곳에 닿아 정신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었다.
책을 덮으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천개의 공감... 그러다가 나는 문득 고개를 끄덕거렸다. 앞서 읽었던 <사람풍경>과 겹쳐지는 어떤 것들이 나를 스쳐갔던 까닭이다. 자신의 아픔을, 자신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속내를 보여주었던('사람풍경'에서) 작가의 마음과 미지의 세상을 통하여 작가에게 글을 남겼던 이들의 마음속에는 잠시나마 (혹은 길게) 또하나의 공감이 형성되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