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내가 한옥을 바라보는 시선속에 알 수 없는 느낌들이 담겨지지 시작했다. 일부러 옛가옥들을 찾아가 둘러보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옛가옥을 좋아한다거나 예찬론자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가옥들과  주변의 풍경이 안고 있는 느낌이 좋아서다. 골목길 접어들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하던 노래가 생각난다.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엄마라는 말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 포근함과 따스함을 그 옛스런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골목길이 내게 주는 것만 같아 참 좋았다. 그런데 우리 곁에서 소리도 없이 옛스런 가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아파트를 엄청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아파트의 그 서늘함을 미치도록 싫어한다. 이 무슨 모순일까? 문 하나만 닫아걸면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그런 점들이 내게는 정말 좋으면서도 싫은 이중성을 띠고 있다. 어느 겨울날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맹렬하게 불어대던 칼바람의 기억이라니.. 그 네모난 구멍속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가는 그 네모난 구멍을 통해 하나 둘씩 나타나는 한개의 점들이 우리 모습일게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아파트.. 유행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그 아파트라는 존재에게 지은이는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어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고개만 돌려도 아무 거리낌없이 시선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아파트들.. 그 아파트에 갇히기 위하여 우리는 끝도없이 삶과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아파트를 갖지 못해 애를 태워야 하는 것일까? 이미 들어 알고 있겠지만 선진국의 경우 잘사는 사람들보다는 못사는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그 아파트에 우리는 왜 그토록 목메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집이란 것이 우리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유의 대상이었고 또한 부의 상징처럼 보여지던 의식때문이기도 하다.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야말로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날림으로 '찍어내던 것'들이 우리나라 초기의 아파트였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아파트들은 이미 지위가 높아져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음이다. 아파트 평수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타고다니는 자동차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가 격상되는 그런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고 그것에 따른 신분상승의 효과까지도 다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우, 깊은 숨을 들이키기도 하고 풋,하고 웃음짓기도 한다. 아파트라는 존재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말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를 잘 안내해주고 있는 까닭이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혹평을 받고 있으며 멀지않은 시기안에 사장될 것이라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를 지은이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은 잘 모르는 나도 거기에 공감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문화는 엄연히 다른 때문이다. 이 책속에선 아파트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덮어버렸는지 그리고 부의 원천으로써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파트로 인한 신분의 차별에 대하여 혹은 새로운 사회공동체로써의 역할에 대해 세세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아파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주었던 8장. 아파트의 한국적 토착화 를 다루었던 부분은 참으로 놀라웠다. 마당이 있던 우리의 옛가옥형태를 고스란히 아파트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 안스러운 느낌까지도 들게 했다. 모든 것을 통하게 해주는 옛날의 마당역할을 거실이 해주고 있다는 것도 그럴듯했다. 온돌식 아파트 역시 그렇다. 여성들의 주활동 무대인 부엌이 부엌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키친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핵가족화를 넘어서 이제는 한 집안에서조차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궈버리는 단절감을 어찌 풀어야하는지는 아파트가 안고 있는 커다란 숙제가 아닐수가 없다. 이웃사촌이 아니라 그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 가구들이 '또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것도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자칫 딱딱해보일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왠지모를 신선함을 느낄수도 있었고 그래서인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을 통하여 아파트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이 후로 아파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것 같다. 당신도 넓~은 아파트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적당하다는 말을 생각해볼 때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필요이상으로 넓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가뜩이나 몸 부딪히는 걸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족간에 부딪히며 살아가야 할 정마져도 떨어져나가게 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자면 하루빨리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리라. 보여지는 것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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