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ng 의미를 새롭게 알았다. 흑인 혼혈이지만 피부색으로 백인 행세를 하며 살고 있는 클레어, 흑인과 결혼하여 할렘가에서 살고 있는 아이린, 어릴 적 친구였던 그들은 본질은 같은데 완전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진실과 거짓의 모습으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자녀를 가졌을 때도 조마조마했다는 클레어, 아이린의 아이들은 드러난 흑인이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산다는 것, 우린 사회적으로 가면을 쓰고 살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내용은 바꿀 수 없다. 가령, 인종, 부모, 더 나아가 내가 한 일을 아닌 척,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클레어는 '언제나 위험의 극단에 서는 것. 언제나 알고 있으면서도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는 것. 그것도 타인이 받을 충격과 분노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럴 일이 없으리라는 것(14쪽)' 이러한 것이 그녀의 삶의 태도다.

아이린은 클레어가 수시로 드나드는 와중에 다 알고 있다고 믿은 남편에게서 아무 것도 아님을 알게 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결국, 클레어의 남편은 그토록 증오하는 깜둥이가 자신의 아내, 클레어였다는 사실로 분노하고, 아이린이 클레어를 밀었는지, 클레어가 스스로 떨어졌는지, 모를 결말로 끝난다.   

패싱은 동질집단에게 힘을? 부리는 것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서로를 갉아먹는 부정과 분노를 먹이로 삼았다. 어쩌면, 아이린뿐 아니라 누구나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서 패싱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패싱(passing)이란 어떤 사람의 외적 모습이 사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헤어스타일이나 옷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서부터 그 성별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행동거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이 패싱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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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심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무장된 내가 선택하는 책은 한쪽으로 많이 편중된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누군가가 판단내려 주고 결정해 준 내용은 읽기가 별로다. 무한대로 열려가는 사고, 어찌될 지 모르는 삶의 과정에서 편견과 선입견을 희석시키는 작업을 하려한다. 이 또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험치가 많이 쌓였고, 이리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고단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니, 요 정도 살았어도 인생의 과정에는 변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도 알았기에,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오면 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기다리는 게 가장 상책이라는 점이다.

목수정이 파리에 살면서 밥을 짓고, 이와 관련된 부모의 음식, 주변의 음식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꼬리를 물고 정치, 경제, 사회까지 버물어서 글로 지었다.

음, 우리 부모님도 그리하였지, 생일상을 꼬박꼬박 차려주셨고 아직까지 김치와 등등의 반찬은 철마다 만들어 주시고, 누군가는 전수를 받아야 하는데 하면서 머뭇대고 있다. 음식이 만들어져 입으로 오기까지 손길은 누군가는 고단했고, 누군가는 즐거움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이 왔다. 마냥 뛰놀 수 없는 눈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지붕 위에 눈은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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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정신의 날씨다. 세상일에 대해 당신이 지닌 권한을 너무 뻐기지 말고, 변화의 원동력으로서의 지루함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보라. 생각 주변의 침묵은 전체 생각의 일부다.(110쪽)'

'생각하는 것은 보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113쪽)'

[짧은 이야기들]에 실린 많은 시는 생각에 빠진 사람의 고독을 암시하며, 때로는 허탈한 물리적 참석 혹은 대리인을 암시하기도 한다.(122쪽)'

'[짧은 이야기들]에 겹쌓여 있듯, 카슨의 작품군은 들판, 그리고 공업이 발달한 온타리오의 기원을 반영하는 외과적이며 눈부시게 밝은 이미지의 기층을 계속해서 채굴하고 있다.(123쪽)' 

: 마거릿 크리스타코스


-글이 그림으로 보인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은 보는 것과 관련있다. 짧은 틈새가 많아져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할 때 맞춤형인 글들이다. 순간이 모여 인생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 눈에 보이는 것을 확장하여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 듯 '아하'하고 기쁨에 닿게 되리니...


[짧은 이야기들]의 경우, 분명 우연이겠지만, 각 작품들은 이 책의 출판사 이름처럼 벽돌brick을 닮아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맨 밑바닥이 꽉 차 있지 않은 불안정항 벽돌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벽돌은 벽돌이다. 그것은 거의 사각형이고, 꽤나 견고해 보이며, 절대 한 페이지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130쪽)'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잘려나가버린 듯한, 하지만 그루터기로 남음으로써만 모종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작은 벽돌들. 카슨이 벽돌을 쌓으며 만들어내는 것은 견고하고 완전한 벽돌집이 아니라 그 벽돌들 사이의 틈과 균열이다.(130쪽)' 

: 황유원


-마음과 머리 속에 켜켜히 쌓여있는 것들, 때론 허술하고 어설프기까지 하다. 그러나 하나씩 아귀를 맞춰나가는 게 삶의 과정이다. 내가 보는 것은 생각으로 엮여지고, 그 생각은 말하는 것들이 된다. 어쩌면 삶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 마음과 머리 속의 틈과 균열을 메우는 일을 하다보면... 책을 읽는 일도 그 일부다. 그런데 시간은 나와 무관하게 달아나고, 틈이 없다. 12월도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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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가 살아 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속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농부에서 노동자로, 소상공인으로 살았던 아버지와 살던 곳에서, 고학력의 부유하고도 교양있는 세계로 들어간 내가 아버지의 삶을 객관적으로 아버지와 자신이 살았던 한 세계의 한계와 색채를 그대로 쓰고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를 멀리하고 멸시했는데, 자기가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일례로 그들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어조를 제대로 알아차리기나 했을까... 아버지의 지갑에서 발견한 신문 스크랩 하나는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아버지의 삶에서 가장 큰 자부심은, 그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식이었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튼튼한 동아줄로 우리 부모의 세대를 건너 뛰어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남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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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맞지 않는 상황, 내가 있는 곳과 어울리지 않음을,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를 어느 순간 느끼게 되면, 나를 제대로 알았을 때야 가능하다. 일기에서조차 쓰기가 힘들었기에,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는데, 그러나 글로 풀어내어 다시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러한 일이 희석되어 치료가 된다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은 짙게 배어있다. 분리된 나, 이전과 이후의 나의 모습을 점차 하나로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가면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내가 만든 내가 있게 된다. 

나와 가족, 내가 사는 곳, 내가 속한 일터가 또 다른 내가 되어 있다. 부모가, 형제의 행동은 나를 부끄럽게 하고, 내가 사는 곳은 우리 가족 전체를 매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곳은 내가 만들 수 있다. 충분히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몸에 배여 있을지라도. 어쩌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나의 선택조차 내가 풍기는 그 만큼의 몫으로 정해졌을 수도...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만약, 이러이러한 가족과 저러저러하게 살았다면, 지금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부끄러움은 너의 몫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신을 후벼파고 불편해 하고,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되었다.. 십일월도 가운데를 지난다. 이렇게 빨리 지나는 시간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잊히지도 않다니, 내 참... in a peace....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봤다. 알고 나니 죽음이 가깝고, 어쩌면 죽음을 알게되어 인생을 알게 되었을 수도. 꿈같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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