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맞지 않는 상황, 내가 있는 곳과 어울리지 않음을,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를 어느 순간 느끼게 되면, 나를 제대로 알았을 때야 가능하다. 일기에서조차 쓰기가 힘들었기에,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는데, 그러나 글로 풀어내어 다시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러한 일이 희석되어 치료가 된다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은 짙게 배어있다. 분리된 나, 이전과 이후의 나의 모습을 점차 하나로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가면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내가 만든 내가 있게 된다. 

나와 가족, 내가 사는 곳, 내가 속한 일터가 또 다른 내가 되어 있다. 부모가, 형제의 행동은 나를 부끄럽게 하고, 내가 사는 곳은 우리 가족 전체를 매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곳은 내가 만들 수 있다. 충분히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몸에 배여 있을지라도. 어쩌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나의 선택조차 내가 풍기는 그 만큼의 몫으로 정해졌을 수도...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만약, 이러이러한 가족과 저러저러하게 살았다면, 지금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부끄러움은 너의 몫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신을 후벼파고 불편해 하고,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되었다.. 십일월도 가운데를 지난다. 이렇게 빨리 지나는 시간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잊히지도 않다니, 내 참... in a peace....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봤다. 알고 나니 죽음이 가깝고, 어쩌면 죽음을 알게되어 인생을 알게 되었을 수도. 꿈같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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