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마음에 남아 - 매일 그림 같은 순간이 옵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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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벽난로 같은 무언가가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야 한다.
찾아가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곳.

- 대프니 로즈 킹마, <인생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들> 중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한 그림들이나 책을 들여다보며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내 맘 같기도 한 그림들에 나를 투영시키면서 깊이 위로받기도 하고 그림 안에서 쉼을 누리며 그림과 말없는 교제를 이어왔다. 그렇게 세월을 지나면서 공부하지 않아도 절로 외워진 화가의 이름들과 보기만 해도 반가운 그림들이 생겼다. 그림과 책, 그리고 사진은 조급함 없이 늘 그 자리를 지키면서 언젠가는 너와 내가 만날 것을 기대하며 고요하게 자신을 밝히고 있다. 

그런 내게 찾아온 한 권의 책이 있으니, 김수정의 첫 미술 에세이『그림은 마음에 남아』이다. 그림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트북스 뿐만 아니라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미술 에세이를 소장하고 있다. 작가마다의 시각이 다르고, 감성의 온도가 다르기에 같은 작품이어도 늘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장이 꼭 내 맘 같아서 한 문장 한 문장을 다정하게 쓰다듬게 되는 미술 에세이는 처음이었다. 빨리 읽어야지 하던 마음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수록 속도는 느려졌고 그림 앞에서, 문장 앞에서 멈추어 선 시간이 많았다. 

인간의 기억과 시선은 작은 호출에도 크게 응답합니다. 그림과 내가 마주할 때 주어지는 것은 늘 '그림은 내 편' 같은 따뜻한 위로입니다. 6쪽

그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앞에 솔직하다. 자주 외로움과 고독 앞에 무너져 연약한 꽃잎 같기도 한 그녀지만 그러한 그녀를 지탱하는 줄기는 단단하고 뿌리는 땅 속 깊은 곳까지 뻗어있음을 글들의 고백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녀의 고백을 들여다 보자. 

인생의 맷집을 키우는 일은 지난하다. 사는 일 별 것 있나. 잘하는 일 못하는 일 모두 버텨야 하는 일 투성인 것을. 위대한 알베르트 에델펠트조차도 기약 없는 긴긴 시간을 버티기만 하지 않았던가. 버티는 건 미래에 대한 예의고, 인내는 나중에 만날 비밀의 몸값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생은 항상 제멋대로라 대개 서운함을 안겨주지만 가끔 충격 넘치는 반전도 선사하므로. 부디 이번 생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해피엔딩으로 가자. 47쪽

흔들림의 하루하루를 통과하며 내가 알게 된 것은 '인생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매일은 '균형의 연습'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작고 큰 선물을 받는다. 이제 나는 인간이 그저 한 인간 이상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은 물질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시간과 의미를 겹겹이 올리는 존재다. 목숨의 길이만큼 격을 쌓는 특별한 존재다. 96쪽 


그녀의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그녀가 얼마나 생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눈을 가졌으며 절대고독과 외로움과 생의 처절함 앞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여 끝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예민함이 영민함과 지혜로, 그리고 강인한 삶의 의지로 승화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손끝으로 써내려간 고백들이 그냥 나온 문장들이 아니라 삶으로 겪어내고 견뎌내어, 온 마음으로 진하게 우러나오는 글들임을 확인할 때에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나도 그만 그 그림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리고플 정도로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 안의 감성을 읽어낸다. 그녀가 들려주는 작가들의 삶 또한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아주 친근하게 다가와 그들의 그림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녀가 그림을 바라보듯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본다면 그 안의 깊은 마음까지 들여다 보는 눈을 가졌으리라. 그래서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슬프겠지만 세상에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눈 또한 지녔으니 더 많이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림을 통해서, 그림을 읽어주는 사람을 통해서 깊이 위로받고 싶다면 김수정의 『그림은 마음에 남아』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림도 마음에 남겠지만, 그녀의 문장들도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위로받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그런 책을 만났다는 것에 깊이 감사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녀와 늘 함께 하며 그녀가 머무는 곳곳에 메모되어 있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나는 지금 예순일곱 살이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지금, 나 자신으로서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청춘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곧 인생이 끝나게 되겠지만, 젊게 느껴진다. 그렇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_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권은미 옮김, 돌베개,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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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8-05-02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에는 문외한‘이 없다고 생각해요. ‘안나‘님은 이미 탁월한 안목이 있으신 거랍니다~~^^

안나 2018-05-02 19:19   좋아요 0 | URL
어머낫, 그렇게 말씀 주시니 부끄럽기만 한데 미소가 감춰지질 않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라로 2018-05-03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엔 누구나 문외한이면서 문외한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저는 남편이 그림을 전공했는데도 문외한인데 비해 님의 글을 읽어보면 필리아 님의 말씀대로 안나님의 탁월한 안목이 느껴져요. 글 아주 좋아요!

안나 2018-05-03 13:32   좋아요 0 | URL
라로님 ^^ 필리아님과 라로님의 말씀을 통해 그림을 아는 지식보다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단 걸 다시금 느끼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너무 좋았기도 했구요. 남편분 덕분에 그림을 더 많이 접하실 라로님이 부럽습니다. ^^

cyrus 2018-05-03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한다거나 감정을 느낀다면 그림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보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다면 그림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어요. ^^

안나 2018-05-04 01:21   좋아요 0 | URL
이로써 저는 그림에 문외한이 아닌 걸루 판명된 건가요? ^^ 그러고보면 그림을 바라보면서 온전히 교감하고 위로받고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 )
 
권력과 교회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김진호 외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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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교회』는 창비가 펴낸 '권력' 시리즈『권력과 검찰』,『권력과 언론』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개신교가 한국사회 구석구석에서 파워엘리트 형성 시스템을 매우 강력하게 작동시키는 사회세력임에도 사회에 좋은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것이 이 책이 기획된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언뜻 나열된 제목만 본다면 권력이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검찰과 언론, 그리고 교회와 불가분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권력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교회를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권력과 멀어야 할 교회임에도 "권력과 교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붙어 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본다면 이 책은 검찰과 언론에 이어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일테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목사나 신학생도 아니고, 게다가 성경을 아주 깊이 알면서『권력과 교회』를 신앙적인 시각에서 분별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일개) 성도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주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자마자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개신교의 한 일원으로서 현 개신교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내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내 종교인 개신교를 객관적으로 (판단이 아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열어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기쁘고, 다시는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겠구나 한다. 

네 명의 대담자가 김진호 목사와 일대일로 질문과 대답을 통해 문제를 짚어가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문제에 대해 중요한 논점을 제기할 수 있는 강남순 교수와 외부자의 시선에서 한국 개신교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박노자 교수, 한국근대사의 맥락에서 개신교의 역사적 의의와 문제점에 대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갖춘 한홍구 교수, 기독교 신학적 문학비평가이며 시인인 김응교 교수가 그 대담자들이다. 개신교의 입장에서는 교회와 권력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아주 고민을 많이 하고 선정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며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하지만 그 안에 개신교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가진 자들이어야 할텐데 이들은 그 부분에 아주 적합했다고 본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강남순 교수와 <기독교인은 왜 보수적인가>라는 제목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2장에서는 박노자 교수와 <대형교회, 그들만의 세상>, 3장에서는 한홍구 교수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4장에서는 김응교 교수와 <욕망의 하나님 나라>라는 제목으로 대담이 펼쳐진다. 개별로 진행된 대담인데도 1장에서부터 4장까지 같은 시각으로 개신교를 바라보고 있으며 뒤로 갈수록 앞선 내용들이 더욱 보완되고 깊어지면서 이야기들이 하나의 얼개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더 집중도가 높았다.  

강남순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교회 내 권력세습이 가능하게 된 풍토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데 첫 번째는 유교적 가족주의 교회라는 장에서 표출된 하나의 양식이라는 것, 두 번째는 한국사회의 가정, 공교육 현장, 직장 등에서 비판적 묻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과 연결된다고 했다. 평신도 출신의 특권적 엘리트와 목사가 공모해 권력을 과점하는 경우가 많고, 권력에 순응하도록 구성된 교인의 자의식이 권력세습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여성혐오에 대한 무지를 생각할 때는 한국사회에서의 기독교는 한국사회의 평균 수준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반민주적이며 퇴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노자 교수는 노동자의 안식처가 되는 근본주의적 교회 집단을 한국사회의 한 특징으로 읽어내고 있으며 이를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특성으로 보고 있다. 서북지역의 근본주의 탄생 배경과 조용기 시기의 교회, 개신교가 한국사회 커뮤니티의 축이 될 수 있었던 배경, 교회의 배타성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한홍구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를 형성하고 권력을 만들어내는 데에 개신교가 어떻게 관계해왔는지, 그중에서도 '광기' 혹은 반지성주의적 측면에서 개신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펼쳐 가는데 그 과정을 너무도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잘해 주셔서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정치가 어떻게 교회 안에 들어와서 권력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응교 교수와의 대담에서는, 보수주의 권력의 중심에 한국 개신교가 있는데 개신교가 그런 권력을 만들어내는 일도 했고 보수주의체제로부터 권력을 부여받기도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한국 개신교의 총괄적인 모습을 검토하고, 개혁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대담을 진행한다. 김응교 교수는 오늘날 진정한 예수의 삶을 탈각시킨 것은 세가지라고 보고 있는데 권력추구형 성직주의, 건물 중심의 성장주의와 세습, 승리주의로 포장된 비겁한 낙관주의로 보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세 분보다는 성경적 입장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많아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장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파헤쳐져 수면 위로 올려졌다. 대형교회에 국한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을 소형교회에 몸담고 있는 나는 안다. 본문에서 현 시대는 전도를 통한 교회성장이 아니라 수평이동을 통한 성장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대형교회 뿐만 아니라 소형교회에서도 수평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성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나은 목사, 더 나은 환경의 교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일테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진실된 교회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순응하는 성도들에게 말씀을 선별하여 하나님의 뜻이라고 정당화시키는 목사도 문제지만 그러한 목사를 위해 기도하기를 포기하고 내맘에 맞는 곳을 찾아 계속 옮겨 다니는 성도들 또한 문제라고 본다. 한 번 옮긴 사람은 두 번 옮기는 것이 쉽다. 교회를 옮길수록 신실한 성도이기 보다는 목사와 교회를 향한 성실한 판단자가 되기가 쉬울 것이다. 개신교가 들어오면서부터 정치적으로 계속 이용당한 역사를 볼 때, 제대로 된 목회자로 세워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소형교회들은 대형교회를 벤치마킹 하길 원하고, 대형교회 목사들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인터넷을 통해 매일같이 대형교회의 설교를 듣기도 한다. 그렇게 대형교회 목사들의 영성이 소형교회 목사들에게도 자연스레 흘러가는 통로가 많은 것이다. 

대형교회는 권력을 곤고히 하기 위해 말씀을 이용하고, 소형교회는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을 외치고, 교회건물의 대출을 갚기 위해 말씀으로 헌금을 강조하기도 한다. 본문에서는 목사님을 하나님과 동일시하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성도들이 알고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목사만의 교회가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내 소중한 주님의 몸된 교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회의 보존과 지속성을 위해서 말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목사와 한 마음, 한 뜻으로 가려고 하는 부분도 있다. 계속 쏟아져 나오는 목사들의 성폭력, 재정문제, 세습문제는 사회에서보다 성도들에게 더욱 큰 상처다. 그럼에도 목사를 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부족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끝까지 품어 보려고 하고, 끝까지 눈물로 기도를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목사들 곁은 하나님께서 자연스레 떠날 상황을 주시리라 본다. 

문제가 파헤쳐진 상황에서 수습은 누가 해야 하는 것인가. 진단만 하고 이상적인 해결안을 내놓는다고 개신교가 변화될 것인가. 눈물이 쏟아진다. 권력이 뭐길래. 돈이 뭐길래. 명예가 뭐길래. 목사들이여, 세상의 손가락질을 한몸에 다 받고 있는가. 하나님을 사랑하여 어린 청년시절부터 진실된 목사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더욱 확장하겠다고 서원하며 기도한 그 마음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 뜨거운 눈물은 어디로 갔는가. 차가운 교회바닥에서 기도하던 그 순수한 신앙은 어디로, 그 뜨겁던 영혼을 향한 사랑은 어디로 사라지고 냉담하고 식어진 가슴으로 단 위에서 설교하는가. 하나님을 경외하던 마음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가. 우리 성도들을 제대로 된 말씀으로 이끌어 달라. 그래서 말씀듣고 사회를 향해 뛰어 들어가 소외된 자들과 약한 자들과 울고 있는 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함께 울며 사랑하며 연대하는 영성으로 이끌어 달라. 사회를 향한 냉담한 교회, 냉담한 목사, 냉담한 성도들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전하는 진정한 기독교인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대로 말씀을 선포해 달라... 성도들이여, 기도하자. 무너져가는 교회를 위해, 권력과 물질에 벗어나지 못하는 목사들을 위해, 세상을 향해 냉담한 우리 식어진 가슴을 위해 기도하자... 목사님... 목회는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판단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볼 때에 사람에게는 그저 사랑할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닐까. 판단이 아닌 말씀을 통한 분별과 건강한 비판의식, 예수님을 닮은 사랑. 그리고 말씀을 들을 때마다 과연 그러한가, 깊이 상고하는 성도의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으로 목사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대화를 통한 장들이 계속 열려져 갈 때, 현재 개신교의 문제를 내 문제라 인식하며 목사들과 성도들이 진정으로 엎드릴 때 조금씩 변화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현재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소망이 있다. 하나님께는 불완전한 회복이 없음을, 완전한 회복을 향해 우리를 빚어가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의 문제를 올려 드린다. 우리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여서 그분의 뜻대로 순종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 언젠가는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이들이 사랑의 종교라고 인정하는 개신교가 되기를 소망한다.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문제점을 다시금 진단하고 우리의 위치를 재점검하고 변화를 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개) 성도의 리뷰가 혹여나 건방졌다면 이해해 주시고, 어린 성도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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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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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만났다는 것은 내 안에, 제대로 책을 읽고 싶다는 열망과 좀 더 깊이 파고드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만난 덕분이다. 아무런 목적없이 소문만 듣고 <독서의 기술>을 펼쳤다면 몇 장 읽다가 덮었을 것이 분명하다. 읽어야 할 책들은 쌓여 있고, 딱딱하고 지루한 책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이 내겐 더 우선이었을테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나에게 독서는 도피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함,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은 기도 외에 책이 유일하다고 고백할 수 있겠다. 하나의 작은 사각형, 손에 기분좋게 잡혀지는 그것은 나에게 아주 커다란 숨구멍이었다. 때로는 내가 믿고 있는 신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신앙서적만 파고 들기도 하고, 직장에서 제대로 된 관리자가 되고 싶어 자기계발서만 냅다 읽기도 하고, 사람이 알고 싶어 소설만,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감정들을 붙잡고 싶어서 시집과 에세이만. 그렇게 내가 답을 구하는 곳으로도 책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다. 도피처, 숨구멍, 답을 주는 곳. 책은 나에게 장소였다. 언제나 달려가면 세상의 문을 닫고 나만을 제 안에 가두어 보듬어 주는 특별한 곳. 

그렇게 오랜 세월 책을 읽어 왔지만 내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라는 고민에 부딪치니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 고민 중에 만난 책이 <독서의 기술>이니 읽는 동안 얼마나 책이 달고 재밌고 즐거웠겠는가.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에서, 좋은 책은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제1 규칙인 것을 배웠고, 김이경의 <책 먹는 법>에서는 책을 읽으며 질문하는 법과 단락별로 주제어를 쓰며 요약하는 법을 배웠으니 <독서의 기술>은 또 얼마나 알차게 읽혔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저자의 글이 너무도 일목요연하기도 하고 번역도 제법 좋아서 결코 쉬운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일생 동안 줄곧 계속해서 배우고 계속해서 '발견'하려면 어떻게 하여 책을 가장 좋은 스승으로 삼느냐 하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선 그것을 위해 씌어진 것이다. (21쪽)

저자는 독서의 기술을 높이려면 각자의 수준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독서의 수준을 먼저 제시한다. 제1단계에서 4단계까지를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신토피칼 독서 수준으로 나누는데 이 책에서는 주로 분석 독서에 대해서 깊이 다루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분석 독서는 철저하게 읽는 것을 말하며 자기가 맞붙은 책을 완전히 자기의 피가 되고 살이 될 때까지 철저하게 읽어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해를 깊이 하기 위한 독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구체적으로 단계와 그에 따른 규칙들을 설명하면서 다윈의 <종의 기원>,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윤리학>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을 예로 들고 있으니 그러한 교양서를 두루 읽으시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나의 수준은 다음 수준에 흡수되어 누적되므로, 가장 고도의 제4수준에는 앞의 세 개의 수준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것들을 거쳐야만 비로소 최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23쪽)

이 책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독서에 의해서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다. 책은 분석적으로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말했지만, 분석 독서는 원래가 이해를 위한 것이다. (43쪽)


나의 독서취향은 대체로 문학 쪽이어서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으려나 자뭇 기대를 했는데 제3부 문학을 읽는 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픽션과 지식을 전달하는 책인 교양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양서라고 한다면 철학과 역사, 과학과 수학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분야들이다. 먼 나라, 이웃 나라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책을 만난 목적이 좀 더 책을 제대로 읽어 보고 싶다는 열망이었다고 한다면 책을 제대로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더욱 상급의 독서 수준을 습득하는 노력이 없으면 독서력을 향상시키기 어려울 것이다."(29쪽) 이번에야말로 문학 쪽에 머물러 있는 나의 독서력을 좀 더 향상시키는 기술을 익히기 위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더욱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목적이 있는 책읽기가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경험인 것을 진작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깨달았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때에 맞게 만나는 사람도 귀하지만 때에 맞게 만난 책도 참 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책을 읽고 독자가 생각하고 분석한 한도밖에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 독자의 이해의 깊이 수준이다.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책을 읽을 때야말로, '얕은 이해에서 보다 깊은 이해로' 나의 이해력이 끌어올려진다고 했다. (15쪽)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교양서들은 힘겹게 읽히겠지만 <독서의 기술>에서 저자가 일러준 기술들과 필자의 이해력에 가닿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나의 이해력이 더욱 깊은 이해로 끌어올려지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읽고 싶은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두루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며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더이상 도피처로서의 독서가 아닌 나를 더욱 발전시키는 독서로서 책과 동행하고자 한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하는 기술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아직도 부족하여 한계에 부딪치겠지만 그래도 마음 든든한 것은, 앞으로 교양서를 읽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마침맞게 찾아와 내게 마음 문을 열어준 <독서의 기술>은 누구에게라도 어떤 책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출발점이 된 책으로 오래 함께 할 것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만을 읽는다면 독자로서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자기의 힘 이상의 난해한 책과 맞붙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책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넓게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214쪽)

훌륭한 책일수록 독자의 노력에 응하여 준다. 어려운 훌륭한 책은 독서술을 진보시켜주고, 세계나 독자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을 늘릴 뿐인, 정보를 전달하는 책과는 달리, 독자에게 어려운 훌륭한 책은 영원한 진실을 깊이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독자를 현명하게 하여준다.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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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12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용은 동일한데 제목이 다른 번역본을 가지고 있어요. 책 제목은 《논리적 독서법》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두 책이 같은 내용인 줄 몰랐어요.. ㅎㅎㅎ

안나 2018-04-12 13:08   좋아요 0 | URL
아, 안그래도 타 출판사에서도 나왔다길래 궁금했는데 <논리적 독서>였군요. 방금 찾아보니 부록으로 추천도서 목록이랑 논리적 독서의 수준별 연습문제와 테스트가 있는 것이 아주 탐나네요. ^^

cyrus 2018-04-12 13:11   좋아요 0 | URL
《독서의 기술》에는 부록이 없어요? 《독서의 기술》을 직접 보지 않아서 《논리적 독서법》 목차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나 2018-04-12 13:16   좋아요 0 | URL
네 아쉽게도 부록은 없네요. 목차는 비슷한데 부록의 있고, 없고의 차이? 하지만 범우사 번역이 좋아서 그것으로 만족해야겠어요...ㅎㅎ

oren 2018-06-09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티머 에들러가 쓴 <독서의 기술>은 여러 판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2012년판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462쪽)이었어요. 저는 이 책이야말로 제가 여태까지 읽은 ‘독서 관련 책‘ 가운데 단연 최고의 책이었다고 여기는 책이랍니다. 책의 내용이 너무나 알차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던 온갖 비밀들을 아주 다양하고 깊이있게 가르켜주기 때문이었지요. 단계별, 분야별 독서 방법뿐 아니라 책의 말미에 딸린 ‘연습문제‘까지 풀어보는 즐거움(?)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책이었지요.

안나 님께서 이 책에 대해 너무나 좋은 리뷰를 남겨 주셔서 다시금 이 책에 대한 고마움을 재음미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깊이 담아둔 가장 핵심적인 구절들까지 인용해 주셔서 더욱 기쁘게 읽었습니다.^^

안나 2018-06-11 13:53   좋아요 1 | URL
아, 저랑 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으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제게도 올해 상반기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랍니다. 다음에 다시 정독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구요. oren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같은 마음이 느껴지니 정말 반갑고, 부족한 리뷰를 기쁘게 읽으셨다니 더욱 감사합니다. ^^
 
느리게 읽기 -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데이비드 미킥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부터 나의 피난처는 언제나 책이었다많은 일과 관계에 지칠 때 책 속으로 숨어들면 그렇게 평안하고 안정될 수가 없었다책에 빠져들면 세상 고민은 어느새 사라지고 책 속의 인물들과 나만 존재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퇴근을 하면 나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책과의 데이트. 그래서 퇴근 시간이 늘 즐거운 지도 모르겠다그 설렘과 즐거움은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만족감과 같지 않으려나 싶다.

 

올해 들어모든 SNS를 떠나 다시 독서노트를 꾸준하게 써보자는 마음의 작은 변화가 생겼다그냥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늘 아쉬웠다. SNS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고독서노트를 쓰기에는 마음이 너무도 분주했다그렇게 결심을 한 후에, 내게도 다시 조용한 일상이 찾아왔다하지만 책을 빨리 읽고 독서노트를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혼자 조급해졌고마음만 앞섰다문득이렇게는 아니다 싶어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다시 방향설정을 하게 되었다.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급해서야 되겠나 싶은 그 때에 생각난 책이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였다"모든 페이지는 빛이 깃들어 있다그 주변으로 울타리를 지어 그 빛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72)는 문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내가 급하게 넘겼던 페이지들작품 안에서 "잠재적 거주자"가 아닌 그저 "관광객모드로 일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 데이비드 미킥스는 시지성사현대 문학에 관한 교육 및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고셰익스피어프로이트영화에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평론가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느리게 읽기>를 통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천천히 깊게 읽었으면 하는 진심이 모든 문장에 절절이 묻어난다. 1장에서는 인터넷 세상이 느리게 읽기를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2장에서는 느리게 읽기에 필요한 것들그리고 3장에서 본격적으로 느리게 읽기의 규칙 14가지를 여러 작품들을 예로 들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뒤이어 단편 소설장편 소설희곡에세이 읽기를 통해 14가지 규칙을 적용하고 마무리한다.

 

14가지 규칙을 모두 다 적용해 볼 순 없지만 내가 특히 활용하고 싶은 규칙은 1규칙, "인내심을 가져라"와 규칙9, "작가의 기본 사상을 발견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규칙12,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이다저자의 독서 수준이 높다보니 작품들을 통해 규칙을 설명할 때 분명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빨리 지나치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400쪽 남짓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1규칙, "인내심을 가져라"를 바로 적용해서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톤 체호프의 작품에서부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 울프의 에세이 세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 속에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끊임없는 방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나면마음을 가라앉히고 느긋하게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푹 빠질 준비를 할 수 있다느림그리고 인내는 양질의 독서를 할 수 있는 비결이다.”(43인터넷 세상은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소환한다시간을 들여 무언가에특히 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주범이기도 하다. 책 한 권에 담긴 주장과 상상력 넘치는 문학 작품은 시간이 흘러야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하며좋은 책을 천천히 정성 들여 읽으면 언제나 그 보답이 찾아온다.”(30) 라고 저자는 우리를 진지하게 설득하며 좀 더 적극적인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전략을 소개한다적재적소에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이다,

 

내게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가 소중한 이유는 이 책을 계기로 이후에는 책을 읽는 내 태도가 조금은 변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느리게 읽기>를 읽었다고, 14가지 규칙을 익혔다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에 늘 염두해 둔다면 그것만큼 독서에 도움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1년에 100권 읽었어요." 가 아니라 "올해 그 작가를 깊이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해요이제는 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과 마음을 저도 알 거 같아요."라고 고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급하게 책을 읽는 나를 다잡아 세워준 책자주 책을 펼치고 규칙들을 음미하며 저자의 열정어린 진심을 만나고 싶다. 또한 책을 많이 읽는 분들 중에 내가 왜 책을 읽고 있지갑자기 의문이 드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마침맞은 때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며 권해 드리고 싶다때를 잘못 만나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다시 빨리, 읽고 싶은 다른 책으로 눈을 돌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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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30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느리기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읽는 속도가 느려서 느리게 읽지만, 님이 말하는 느리게 읽기와는 다른 의미란 것을 압니다. ㅎㅎㅎㅎ
어쨌든 저는 그동안 책을 읽어도 그때쁜이었는데 요즘은 메모를 하게 되었어요. 이 행동이 어떤 영향을 가져 올지 모르지만 읽는 순간 더 집중하는 행위처럼 느껴져서 좋아요. 그리고 저도 카푸치노 무지 좋아하는데 책과 카푸치노 아주 멋진 궁합이네요~~^^

안나 2018-03-30 13:12   좋아요 0 | URL
^^ 안녕하세요. 다정한 댓글 반갑습니다. 저는 글을 워낙 빨리 읽는 편이라 예전엔 그게 참 뿌듯하던데 요즘은 속도를 조금은 늦춰서 작품 안에 있는 중심만이 아니라 주변도 바라보며 여유있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런 의미에서 제게 필요한 책이었답니다. 사진은 지난 주일에 까페에서 찍은 건데 멋진 궁합이라시니 기분 좋은걸요. ^^

cyrus 2018-03-30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속독을 하는 편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놓친 것을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보충해요. 모임에 오신 분 중에 느리게 책을 읽는 분이 있을 거고, 그분들의 의견은 제게 많이 도움이 됩니다. ^^

안나 2018-03-30 17: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저도 독서모임이라도 있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듯 한데 시간을 내어 참석하기가 여의치 않더라구요. 혼자서 자알, 읽는 방법을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모든 책이 느리게 읽기가 통하진 않겠지만 책에 맞게 잘 적용해 봐야겠어요. 참, 서재의 다른 분들이 쓰신 리뷰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놓친 부분들을 거기에서 발견하기도 한답니다. :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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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51쪽)


김정선 님의 책을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엄두가 안나던 책이었다. 내 문장의 민낯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습관처럼 글을 써보자 마음먹은 이상,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고 제대로 써 보고 싶었다.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은, 오답 노트까지는 아니어도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쯤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그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이 책에 담았다. (머리말 중)

생각보다 작은 책이어서 부담은 적었지만 첫 장을 펼치고 제일 처음 만난 "적.의를 보이는 것.들"에서부터 좌절하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에 쓰면서도 자신없어 하던 부분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콕콕 짚어주시는데 몰입도가 상당했고 왜 이제야 읽었을까 후회가 되었다. 이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내면 발전이 없다.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고, 직접 예문들을 손으로 써보면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읽고 깨달은 것과는 별개로 이전의 습관대로 글쓰기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말하듯이 글을 써야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다고들 하지만, 여기서 '말하듯이'는 구어체로 쓰라는 뜻이지 말로 내뱉는 대로 쓰라는 건 아니다.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이다. 말에는 말의 법칙, 곧 어법이 있고 글에는 글의 법칙, 곧 문법이 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엄연히 다르다. (82쪽)

고개를 끄덕이며 "네, 네 그렇군요."하는 순간들이 쉴새없고, 예문까지 들어 너무도 자세하게 짚어주는 덕분에 "친절한 정선씨" 라고 부르고 싶더라. 작고 가볍지만 알짜의 내용들이 담긴 귀한 책을 만났다. 그가 쓴 <동사의 맛>과 <소설의 첫 문장>도 읽어 봐야겠다. 든든한 교정자를 내 선생님처럼 옆에 둔 기분이다. 읽는 내내 마음은 쓰리고 아팠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펼쳐 보며 책 속의 예문들을 직접 써 보면서 익히려고 한다. 내 몸이, 내 손끝이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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