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매우 차분하고 꼼꼼하고 실수 잘 안할거라 오해한다. 나는 그리 차분하지도 않으며, 시작은 꼼꼼하게 출발했다가 곧 대충 마무리 짓는 적이 많으며 (내가 미술을 잘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나 덜렁거리는지 모른다. 그래서인가, 병원도 내과보다는 치과와 (어릴때 사탕을 너무 좋아해서) 외과를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스물 몇살, 아직 학교에 있을 때인데 어느 주말 저녁. 친구를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지하의 어느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던 중 뒤에 오는 친구를 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이 금속 계단 참에 찍히고 말았다. 찍힌 정도가 좀 심해서 그야말로 속의 뼈가 다 보일정도로 크게 다쳤다. 친구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고, 나는 손수건으로 피가 흐르는 무릎을 꾹 누른채 걷는 것도 아니고 기는 것도 아닌채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주말이라 인근 병원도 문을 연 곳이 없고, 결국엔 집에 전화하여 부모님께서 데리러 오셔서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열세바늘을 꿰매고, 그로부터 한달 동안 집에 누워서 꼼짝도 못했다. 지금도 왼쪽 무릎에 선명히 남아있는 흉터.
그보다 이전에 생긴 훈장으로는 오른 쪽 발등이 있다. 중학교 1학년때 동생이랑 말타기 놀이하다가 넘어진다는 것이 집의 큰 어항 (수족관 수준의 어항이었다)의 금속 받침대에 발등이 찍혀 또 뼈가 다 보일 정도로 다쳐서는, 또 열바늘인가를 꿰매고 그날부터 나는 외삼촌 차를 타고 교문까지, 교문에서 교실까지는 업혀서 등교하기를 몇주일 계속했다.
동네 빵집에서 빵 사가지고 나오다가 유리문에 손가락이 끼어 생손톱을 수술로 빼어야했던 일도 있다. 요건 고3때.
나, 하나도 차분하지 않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