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집, 근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속 생활의 변화
네버랜드 지식그림책
크리스타 홀타이 글/게르다 라이트 그림
시공주니어
독일( Germany ).
유럽 중부에 있는 나라. 여러 개의 독립국이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을 거쳐 독일제국으로 성립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독일민주공화국(동독)으로 나뉘었다가 1990년 통일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중심이었던 독일은 근대 유럽 정치에 큰 영향력을 끼친 나라이며, 전쟁, 분단, 경제 성장 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패배, 동서 분열, 경제 위기와 성장, 통일 등 끊임없는 아픔과 시련을 극복해 낸 나라. 독일의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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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공 |
1911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100년사를 오직 ‘그림’ 만으로 보여주는 책을 소개해봅니다. 역사 속에서 살아온 일반 사람들과 그 주변의 모습을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들여다볼 때마다 이전 읽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다시 찾아지는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여러번 그림을 면면히 들여다보다보니 그제야 조금씩 역사에 관계된 개인과 사회의 변화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독일의 역사를 모르는 예비초등생 아이에게는 시대가 흘러가고 있음을 말해주면서 변화를 살펴보게 합니다. 아이는 틀린 그림 찾기 처럼 접근을 합니다.
다소 큰 판형의 책을 펼치면 맨 앞에 목차처럼 연표가 나옵니다. 1911년부터 현대까지 연표에 기점으로 찍은 연도룰 중심으로 일곱 시대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의 오른쪽에 그림은 어느 시대를 보여주는 지 나타내주고 있고, 왼쪽 페이지는 부유층과 일반 서민의 집을, 오른쪽을 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구도로 같은 장소를 시간의 흐름별로 변화된 모습을 그려주죠. 그런 면에서는 사계절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줬던 '수잔네의 봄/여름/가을/겨울' 놀이책(보림)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같은 독일 작가이니 무엇인가 영향이 있었으려나요?
『길과 집』은 그림 작가 게르다 라이트의 가족 역사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실레지아(지금의 유럽 중부 지방)의 실향민이었는데, 그가 실향민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딸인 게르다 라이트에게 자주 이야기해 주었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그녀 자신이 고스란히 전해 들었던 것처럼, 작가 또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에게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더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밤톨군과 독후활동을 하면서 찾아낸 여러가지 변화들을 잠깐 보여드려볼까요. 밤톨군이 제일 먼저 찾은 변화는 거리의 한 귀퉁이에 서있는 가로수랍니다. 작은 나무가 점점 자라고 단풍도 들었다가, 전쟁에 타버린 모습. 그러나 다시 죽었다고 생각한 나무에서 여린 잎들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나 이후 그 나무는 잘려 없어지고 다른 문명의 이기들이 들어모여 황량해진 거리가 되었다가 현대에 와서야 다시 그 옆에 조그마한 나무가 다시 심어졌답니다.
세대 간의 역사적·문화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그림책
『길과 집』에는 서구 유럽의 마차, 축음기, 노트북, 화상 전화 등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주고, 오랜 시간 흘러온 인류의 역사와 생활의 흔적을 보여 주는 요소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 역사적 차이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지식그림책 이지요. 아래에서 보이는 것 처럼 거리의 펌프에서 물을 길어다 아이들을 씻기고, 요리를 하던 부엌의 모습이 상수도의 발달로 어떻게 변해가는 지 이야기도 나누어 보면서 우리나라의 과거의 모습도 함께 찾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개울에서 물을 떠오거나 우물에서 떠오기도 하고, 그리고 나중에는 그림속과 같은 수동 물펌프도 사용했었죠.
사진을 찾아보며 엄마도 이 수동물펌프를 사용해보았다고 하니 자신도 한번 펌프질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밤톨군 녀석입니다. 처음에 물을 넣어주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물이 퍼올려지지 않지요. 삐꺽삐꺽 하던 수동펌프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네요.
아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엄마에게 있어 현대의 가장 큰 변화로 보였던 모습은 요리나 육아에 등장한 아빠의 모습이었답니다. 정말 커다란 변화이지요. 그런데 그림 속 아빠의 얼굴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서 살짝~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할까요. 요리하시는 남자분은 커다란 벽면 TV를 보면서 따라하시는 걸 보니 취미로도 삼으신 듯 한데 말이지요.
부유층 집의 다락방의 변화도 참 재미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버리지 못하는 추억의 물건들이 다락방으로 옮겨져있는 걸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다락방의 소파는 몇년도의 것이며, 히틀러의 사진은 언제 떼어져서 다락방에 보관되었다가 없어지는지, 오래된 축음기가 다락방에 보관되어 있는 모습 등등~ 사진으로는 잘 표현해드릴 수 없지만 정말 세밀하게 표현해 놓은 듯 하더라구요.
물론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그림책이답게 책 뒤의 부록으로 독일의 역사와 함께 변해온 생활의 역사를 ‘놀이와 학교’, ‘위생과 집안일’, ‘직업과 직업의 세계’,‘교통수단과 의사소통의 방법’ 등의 주제로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한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사건들을 세계와 한국 편으로 나누어 간략한 연표로 한눈에 보여주기도 하네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롭고 다양한 사건들과 그를 계기로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편리해졌는지를 살펴보며, 역사와 생활의 관계를 확장하여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독일에서 만들어진 책에는 우리의 역사도 함께 연표에 기록해주지는 않았을텐데 책을 만드신 분들의 세계 역사 속의 우리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보자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 독후활동 ::
아이와 함께 시대별로 변화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처음에는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아이가 가장 먼저 찾아낸 나무의 변화를 그림으로 이렇게 표현해 주었네요.
1945년의 나무 위의 화살표 위에 보면 불꽃을 달고 있는 검은 물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폭탄' 이랍니다.
나무 이외의 것들은 찾아내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그림으로 그리기에는 어려운 듯 합니다.
밤톨군이 힘들어 하더라구요. 뭔가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까 궁리해보다가
유치원에서 종종 NIE(Newspaper In Education) 활동으로 신문과 잡지를 오려 붙이는 것을 살짝 응용하기로 합니다.
신문과 잡지는 아니지만 다음날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 책의 페이지들을 컬러 복사를 해두었죠.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자
다시 한번 책과 비교해가며 찬찬히 변화된 모습들을 오려 붙여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오리고, 붙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밤톨군인데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찾아낸 것들의 제목을 씁니다.
( 물론 나중에는 힘들다고 제목은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요 ^^ )
나무, 자동차, 수도, 오디오 등등을 발견해내었네요.
현대의 남성, 아빠의 역할변화는 엄마가 꼬옥 오려서 붙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자동차의 변화에서 1945년의 거리에는 자동차가 없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는 밤톨군에게 대부분의 자동차는 전쟁에 동원되었고
자동차의 연료가 부족해서 자동차를 한동안 몰고 다니지 못했을 것이라고 대답해주었더니,
구석에서 대신 탱크를 찾아 붙입니다.
독일 자동차 중 폭스바겐 비틀의 등장 같은 것은 아직 설명해주기 어렵더라구요.
나중에 밤톨군이 좀 더 크면 마인드맵 같은 방법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볼 수도 있겠지요.
활동을 하다보니 우리나라의 역사의 변화도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